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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88화 (88/300)

88화. 흑막의 편린을 발견함 (2)

서민우 의원과의 연락을 마친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태운은 재빨리 가면을 벗고 근처 PC방으로 향했다.

컴퓨터를 구입하지 않아 집에 컴퓨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타라락!

태운은 VPN을 사용해 해외 사이트로 접속했다.

꿀꺽 ―

해외 사이트가 컴퓨터 화면에 뜨자 키보드 위에 두 손을 올린 태운은 마른침을 한 움큼이나 삼켰다.

탁… 타닥…….

천천히 영어로 검색을 해보는 태운.

[Special mission leader of Korean Hunters Association]

(한국 헌터 협회 특수임무전담반장)

탁!

엔터키를 친 태운의 두 각막 위로 해외 사이트의 검색 결과가 촤르륵 ― 떠올랐다.

그리고 태운은,

“……!”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태운에 관한 그 어떤 자료조차 나오지 않았으니까.

아무리 한국에서 그동안 언론을 통제했더라도, 이런 세계 정보화 시대에 외국에서 태운에 대해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하다못해 별스타나 너튜브에 한번이라도 올라갔다면 해외의 누군가는 한 번쯤 관심을 가졌을 테니까.

심지어 태운이 해낸 일들은 그야말로 모두 굵직굵직한 것들뿐이었다.

누가 봐도 특이한 하얀 가면을 쓰고 163빌딩 화재나 다중 브레이크 같은 커다란 사건들을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로 헌터들을 구속하고 벌금을 넘어선 중형을 때려버리는 등 어마어마한 일들을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하물며 그동안 한국의 누군가 해외로 나가기만 했더라도 소문이 퍼질 수도 있었을 일이었다.

“누구야……!”

태운은 자신도 모르게 당혹스러움이 짙게 묻은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이건 한 국가의 정보 통제, 검열 수준이 아니었다.

정보를 삭제하고 접근을 차단하는 수준을 넘어서 원래 정보를 교묘하게 왜곡시켜 진상을 짐작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수준이었으니까.

국가의 힘을 넘어서는 모종의 거대한 집단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

아니 이건,

‘헌터의 고유 능력……?’

인간의 능력의 범주를 넘어선 무언가가 작용한 게 분명했다.

그것도 오로지 태운에 관한 정보에 대해서만 말이다.

“…….”

큰 충격을 받았는지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는 태운.

파르르 ―

그의 두 눈이 잘게 흔들리고 있었다.

* * *

{도착했다고?}

“그래.”

철썩!

바다가 바로 앞에 보이는 작은 섬.

그곳에 두 남녀가 서있었다.

그중 여자는 핸드폰을 들고 누군가와 전화하고 있었다.

{그럼 오늘 하는 건가?}

“하기 전에 네가 도와줘야 할 게 있어.”

{…일단 들어보지.}

전화 너머의 남자, 도명조가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여자, 쿠마리는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냉소를 흘리며 용건을 말했다.

“어이가 없네.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왔는데 도움도 주기 싫다는 거야?”

{나는 이미 그만한 대가를 약속했으니까. 솔직히 그 외의 추가적인 도움을 바라는 건 별로 달갑지 않아.}

쿠마리는 뭐 이런 놈이 다 있냐는 눈빛으로 자신의 핸드폰을 한번 흘겨보았다.

“…별거 아니니까 걱정 마. 섬에다가 던전을 심을 예정이야. 그럼 네가 특임반장이 올 수 있도록 신고만 하면 돼.”

{…던전이라고? 설마 던전 안에서 싸우려는 건가?}

“당연한 거 아니야? 쿠마리가 외국까지 와서 살인 행각을 벌인다고 소문낼 일 있어? 그리고 이 던전은 내가 오랜 시간 길들인 던전이고, 내가 가진 던전 중 가장 강력한 던전이야. 가장 확률이 높은 방법을 쓰는 거니까 잔말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나 해.”

화아아아 ― !

가장 확률이 높다는 말에 전화 너머 도명조의 목소리가 한층 밝아졌다.

{좋아. 성공 확률은?}

“7할 정도.”

{…생각보다 높지 않은 것 같은데. 던전까지 사용해도 그 정도란 말인가? 네 능력이 잘못됐을 가능성은?}

“…없으니까 잔말 말고 빨리 신고나 해. 난 준비해야 해서 바쁘니까.”

탁!

자꾸만 의심스러운지 캐묻는 도명조의 반응에 성질이 난 쿠마리는 전화를 거칠게 끊어버렸다.

“…쿠마리.”

쿠마리 옆에 서 있던 푸르바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

그리고 그런 그를 말없이 마주 바라보는 쿠마리.

씨익 ―

잠시 그를 빤히 바라보던 쿠마리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난 괜찮다니까. 얼른 가자.”

꽈악 ―

쿠마리가 푸르바의 팔을 온몸으로 끌어안았다.

“…….”

자신의 팔에 매달린 쿠마리를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잠시 내려다보던 푸르바.

“후우…….”

푸르바가 한 차례 깊게 한숨을 내쉬는 순간,

핏 ― !

두 사람의 신형이 귀신처럼 사라졌다.

* * *

한편, 태운은 협회장실에서 동석과 현주를 마주하고 서민우 의원에게서 알아낸 사실을 두 사람과 공유하고 있었다.

“…그게 정녕 가능한 일이던가? 해외로 나가는 특정 인물에 대한 모든 정보를 왜곡하고 변질시킨다는 것이?”

“그나마 인터넷이나 통신 기록만 그런 거라면 다행이지. 아니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의 기억까지 변질시킨다는 게 너무 말이 안 되는데? 그게 만약 헌터의 고유 능력으로 인한 거라면 어마어마한 마력이 필요하기도 하거니와, 애초에 일반인들은 한국을 빠져나가는 순간 마력감염증에 걸려야 하잖아.”

태운의 말을 들은 동석과 현주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커다란 스케일의 정보였으니까.

그야말로 범국가적인 스케일을 뛰어넘은 범행성적인 스케일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태운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순순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태운의 말이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그동안 두 사람이 느끼고 있었던 위화감이 전부 설명될 수 있었으니까.

“어쩐지… 외국 협회 관계자들이 단 한 번도 자네에 대해 묻지를 않더라니…….”

협회장으로서 종종 외국의 헌터 협회와 연락을 주고받기도 하는 동석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였다.

“국제 헌터 연합 뉴스에도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는 게 이상했어. 아니, 애초에 태운 씨에 대한 정보를 국가 기밀 처리했는데도 그 어떤 설명 요구도 들어오지를 않았잖아. 그래, 그냥 정말로 모르는 거였어. 아예 인지조차 되지가 않았기에 그랬던 거였어!”

현주는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무릎을 탁 쳤다.

“하지만 사람들이 해외로 오가다 마력 감염증에 걸렸다는 이야기는 없었잖아. 그러면 고유 능력으로 인한 것은 아니라는 건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건지…….”

깨달음과 동시에 또다시 새로운 미궁에 빠져버린 현주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생각 이상으로 혼란스러워하자 태운은 두 사람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두 사람은 쉽게 진정할 수 없었다.

“심각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가! 누군가 자네를 노리고 있다는 거나 마찬가질세!”

“맞아, 이건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야. 이 정도의 어마어마한 일이 가능한 사람이 태운 씨를 주시하고 있다는 거니까. 어떻게든 뭔가 대비를 해야…….”

씨익 ―

가만히 두 사람을 쳐다보던 태운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두 사람이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태운은 일단 이 일을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방법도 모르고 누가 벌인 일인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언제 어떻게 저를 노릴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굳이 걱정을 미리 하실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태운은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일부러 조금 더 여유 있는 자세를 취했다.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시죠. 그래도 덕분에 한국의 헌터 협회는 적어도 외국 헌터들의 간섭 없이 국내 헌터와 관련된 일들을 정리할 수 있을 테니까요. 비단 헌터들의 범죄 문제는 대한민국의 문제만이 아니지 않습니까? 한국의 헌터 협회가 헌터들을 통제하기 시작한다는 소식이 해외에 퍼지게 되면 이곳의 기득권들과 마찬가지로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우리를 방해하려 들 겁니다.”

태운의 논리적인 말에 두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래…. 기득권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니니까…….”

“특히 주변의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간섭해 들어오기 시작하면 일이 더욱 힘들어질 테지. 음… 그래, 맞는 말이야.”

그러다,

퍼뜩!

두 사람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아니! 그게 아니지! 지금 자네가 노려지고 있다니까!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일단 자네의 안위부터 생각해야지!”

“맞아 태운 씨! 애초에 그런 문제들도 태운 씨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그냥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두 사람의 잔소리가 태운의 양쪽 고막을 뚫고 지나갔다.

동시에 양쪽에서 잔소리를 폭격당한 태운.

하지만 그의 입가에는 여전히 희미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어머니, 아버지 같네.’

벌써 수년… 아니, 두 분이 모두 살아계실 적을 생각하면 벌써 거의 10년 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물론 잔소리라 막연하게 기분이 좋은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 묘하게 안정감이 드는 느낌.

자신을 신경 써주는 누군가 있음을 무의식적으로 느끼며 마음속 공허함이 채워지는 듯한 간질간질한 이 느낌.

그런 느낌을 실로 오랜만에 느껴본 태운의 눈빛이 살짝 우수에 젖어 들었다.

태운이 협회장 부부의 잔소리를 들으며 감성에 젖어 들려는 그때,

우우웅 ―

태운의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이 한 차례 울렸다.

스윽 ―

핸드폰을 확인하는 태운.

감마조에게서 온 문자를 보자마자 태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죄송합니다만, 일단 일하러 가봐야겠습니다. 분지도라는 곳에서 측정 불능 던전이 생성되었다는군요. 다행히 무인도이긴 하지만 그래도 얼른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

태운의 말에 잔소리를 이어가던 두 사람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측정 불능……?!”

“…혼자서 가능하겠나? 이번에도 혼자서 토벌하려는 거겠지?”

지난번 백록담 S급 던전을 혼자서 토벌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동석은 재차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태운을 쳐다보았다.

미안한 것이다.

태운은 협회에 들어온 이후부터 혼자서 너무 거대한 일들을 감당해내고 있었으니까.

동석은 새삼 다시 태운이 없는 협회는 여전히 약하다는 걸 깨닫고 말았다.

하지만,

“그럼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제가 11번째 비공식 세계급 아닙니까?”

태운은 언제나 그렇듯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얼른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곧 그에게 다가올 험난한 일들을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채로 말이다.

* * *

던전 측정을 마친 감마조원이 태운에게 문자를 보내고 대략 10분 뒤.

대한민국 서해에 위치한 무인도 중 하나인 분지도에,

투아아아아앙!

하얀 가면을 쓴 특임반장이 도착했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기이이잉 ―

커다란 던전 게이트 하나가 거칠게 일렁이고 있었다.

“자아… 이왕이면 S급보다 높았으면 좋겠는데…….”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태운은 이 던전이 S급을 넘어선 EX급 던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으니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던전이 급히 필요하게 되었으니까.

‘하다못해 조금이라도 마력 수치 좀 올릴 수 있을 만큼만 되어라…….’

슈룩 ―

태운은 속으로 간절히 기도하며 던전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고 나서야,

“아.”

태운은 좀 전의 기도를 후회하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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