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화. 반은 지고 반은 이김 (2)
콰아앙! 콰아아아앙 ― !
연이어 터지는 커다란 굉음과 함께 주작길드원들이 연신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겨우 단 한 사람.
S급 헌터 구정태에 의해서 말이다.
“커헉!”
쨍그랑!
구정태에게 맞아 피를 토하며 날아간 길드원들이 창문을 부수고 건물 바깥으로 날아갔다.
“허억… 허억… 킥킥… 우리 애들 저렇게 바깥으로 내보내도 되는 거야? 저대로 검찰 쪽으로 가면 어떻게 하려고?”
길드장과 부길드장을 제외하면 가장 뛰어난 무력을 자랑하는 정원준이 거친 숨을 헐떡이며 비웃음을 흘렸다.
“…내가 아까 포위했다고 말하지 않았냐? 빡대가리야, 너?”
“…뭐?”
구정태는 한쪽 귓구멍을 후비고 손가락을 후 ― 하고 불었다.
“튕겨져 나간 놈들? 아무 데도 못 가. 지금쯤 컨테이너 안에 갇혀 있을 거다.”
콰아아아아아 ― !
구정태의 말에 정원준의 몸에서 마력이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너희들… 대체 무슨 생각인 거냐! 아무 이유 없이 이렇게 다른 길드를 공격하다니! 그것도 4대 길드씩이나 되는 녀석들이!”
씨익 ―
정원준의 말에 구정태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거… 적어도 네가 할 말은 아니지 않냐? 개 쓰레기 새끼야. 네가 여태까지 저질렀던 일들 우리가 모를 거라고 생각해?”
“……!”
“더러운 버러지 같은 새끼. 너도 임인범이랑 다를 거 하나 없어. 기다리라고. 곧 네 차례가 다가올 것 같으니까.”
“…그 입 닥쳐어어어!”
콰아아아앙!
정원준의 주먹이 휘둘러짐과 동시에 공간이 터져나가며 구정태의 전신을 휩쓸었다.
그의 고유 능력, ‘폭발’의 위력이었다.
“오오!”
“역시 주작의 히든카드!”
그 모습을 본 지쳐있던 주작길드원들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이미 준 S급에 다다른 그의 공격은 그만큼 위력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폭발이라… 참 신기하단 말이야. 그건 자연형이냐, 초자연형이냐?”
스으으으 ―
연기가 걷히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부상을 입은 구정태가 아닌 마력으로 푸른 방패를 형성한 채 멀쩡해 보이는 구정태의 모습이었다.
일반형 능력자의 1차 각성 능력, ‘마력 유형화’로 방패를 만들어낸 것이다.
“초자연형은 아니겠지? 폭발이야 뭐, 실재하는 거니까. 근데 그거 진짜 구린 능력 아니냐? 완전 ‘불’의 하위호환 능력이잖아. 결국 불로 폭발시키는데 불을 자유롭게 다루지도 못하고 펑펑 터트려대기만 하니…….”
신랄하게 정원준의 능력을 까 내리는 구정태.
누가 백호길드의 부길드장 아니랄까 봐 말로 사람 기분 나쁘게 하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듯했다.
“…아무것도 없는 일반형보다는 낫겠지……!”
정원준은 너무 멀쩡한 구정태를 보고 놀라면서도 그의 도발에 부들대기 시작했다.
“와 그거 진짜 개소리인 거 알고 있냐? 일반형이 제일 좋지. 마력 변형도 자유자재야, 마력 강화 없이도 감각 능력 쩔어, 심지어 마력 폭주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잖아? 내가 봤을 땐 일반형이 최고야, 음음.”
구정태의 말에 주작길드원들 중 일반형 능력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휘익 ―
부릅!
문득 등 뒤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고갯짓에 정원준은 그들을 돌아보며 눈을 부라렸다.
“…방금 고개 끄덕인 놈들 다 기억했다.”
“기억하면 어쩔 건데? 내 앞에서 고개를 돌리네?”
후욱 ―
정원준이 고개를 돌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단숨에 접근한 구정태.
“…이 치사한!”
“싸움에 그딴 게 어딨어?”
어느새 구정태의 손을 감싸고 있는 마력은 삐죽빼죽한 가시가 돋아난 너클 형상을 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와라.”
뻐어어억!
푸슈슉!
“크하아악!”
콰아아앙!
복부를 얻어맞은 정원준은 입과 배에서 피를 잔뜩 뿜어내며 뒤로 날아가 길드 벽면에 처박혔다.
“……!”
“…그러고 보니 저놈 곧 S급이 될 수도 있다 그랬지? 이번 기회에 마력 수치 좀 내려놔 봐?”
다른 길드원들이 날아간 정원준과 섬뜩한 말을 내뱉는 구정태를 번갈아 보며 두려움에 떠는 그때,
콰과과과과과광!
퍼버버버버버벙!
“꺄하하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하!”
어마어마한 굉음이 일어나며 그들 사이를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착 달라붙은 채 엄청난 난투를 이어가고 있는 두 남녀.
정호백과 이화연이었다.
“…와, 저게 뭐야.”
구정태는 순식간에 지나간 두 사람을 보며 질린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하필 붙어도 미친 연놈들끼리 붙었네.”
* * *
콰과과과과과광!
퍼버버버버버벙!
어마어마한 속도로 내질러지는 주먹과 발길질.
희번뜩!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속도로 난투를 이어가는 두 남녀의 두 눈에 광기가 잔뜩 어렸다.
“꺄하하하하하하! 더 해봐! 더!”
“크하하하하하하! 이 미친 좀비 같은 년!”
백야차 정호백.
광전사 이화연.
이명에서부터 느껴지는 두 사람의 광기는,
쿠과과과과과광!
서로 마주함으로써 더 큰 광기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퍼벅! 퍽! 콰직!
몸의 일부가 백호로 변한 정호백의 주먹과 발이 연신 이화연의 몸 이곳저곳을 짓뭉갰다.
하지만,
슈르륵 ― !
뭉개지기가 무섭게 이화연의 몸은 원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고유 능력 ‘초재생’의 힘이었다.
회복을 위해 마력 수치를 영구적으로 희생해야 하는 다른 헌터와는 달리 단순히 마력만을 사용해 자가 회복만큼이나 빠르게 회복하는 이화연.
힘과 스피드에선 정호백이 훨씬 우위였지만, 체력에선 이화연이 압도하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백호의 발에 오른쪽 옆구리와 골반의 일부가 날아간 이화연이 튕겨 날아가 벽면에 처박혔다.
“허억… 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는 정호백.
그의 몸엔 상처 하나 나지 않은 상태였지만,
주륵 ―
온몸이 땀으로 잔뜩 젖어있었다.
반면,
콰앙!
잔해를 해치우며 일어서는 이화연의 전신은 온통 피칠갑으로 변해있었다.
그러나,
“꺄하하하하하! 재밌어! 너무 재밌다고! 이런 거 너무 오랜만이야!”
피만 잔뜩 묻었을 뿐, 이미 상처는 온 데 간 데 사라지고 없는 상태.
게다가 초재생은 상처만이 아닌 체력까지도 회복시켜주었기에 그녀는 마력을 꽤나 소모했을지언정, 전혀 지치지 않은 상태였다.
마력이 제로가 되지만 않는다면 계속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그야말로 광전사의 능력 그 자체였던 것이다.
“후우… 진짜 징글징글한 년이네.”
정호백의 말에 이화연은 입가에 소름 돋는 미소를 그려냈다.
“어머? 벌써 지친 거야? 남자가 체력이 그것밖에 안 되면 쓰나~?”
슈욱 ― !
순식간에 다시 거리를 좁히는 이화연.
“우리… 한 번 더 하는 거 어때?”
터엉!
정호백은 크게 휘둘러진 이화연의 발을 쳐내며 미간을 찌푸렸다.
“말… 이상하게 하지 마! 이 미친년아!”
퍼어어억!
정호백의 앞차기가 그녀의 가슴팍을 함몰시켰다.
“케헥!”
이번에도 잔뜩 피를 토해내며 날아가는 이화연.
콰아앙!
그러나,
“꺄하하하하! 이거지! 이거라고!”
1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벌떡 일어서는 이화연의 전신은 어느새 멀쩡한 상태로 변해있었다.
입가와 옷에 피를 잔뜩 묻힌 채 광소를 터뜨리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천하의 백야차도 질릴 만큼.
“씨X… 이렇게까지 미친년일 줄은 몰랐는데.”
정호백은 이화연을 구정태에게 맡기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승패 여부와 강함의 고하를 떠나서,
“꺄하하하하하!”
오싹! 오싹!
그녀의 광기는 자꾸만 정호백의 피부에 소름이 돋게 만들고 있었으니까.
체력도 체력이지만, 쓰러뜨리고 쓰러뜨려도 자꾸 멀쩡히 일어서는 존재를 상대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그냥 죽여버려……?’
이번에 주작길드를 쳐들어온 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길을 막기 위함이었다.
아무리 헌터라도, 다짜고짜 찾아와 다른 헌터를 죽이는 것은 선을 넘는 행위.
게다가 이화연 본인 스스로도 즉사를 피하기 위해 머리만큼은 제대로 보호하고 있어서 작정하고 단번에 죽이려고 해도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신체 중 어떤 곳이 뭉개져도, 하물며 심장이 뭉개지더라도 뇌만 살아있으면 사람은 수 초 정도는 의식이 남아있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수 초의 시간이면, 이화연의 경우 머리를 제외한 전신이 사라져도 온전히 회복하는 데에 아무런 부담이 없는 시간이었다.
주륵 ― 주르륵 ―
정호백의 이마와 등줄기로 연신 땀이 흘러내렸다.
아무래도 상대가 이화연이다 보니 장기전을 대비하여 완전 변신도 하지 않고 신체의 일부만을 변신시킨 채 싸우고 있었던 정호백.
하지만 그럼에도 체력적으로 꽤나 부담이 컸던 듯했다.
“후우… 어쩔 수 없지. 역시 그냥 죽여버리게 될 수도 있지만, 조금 무리하는 게 낫겠어.”
“키히히히! 죽여? 나를? 어떻게?”
우득 ― 우드득 ―
정호백의 전신이 순식간에 작은 트럭만 한 백호로 변했다.
“초재생이라고 기절도 안 하는 건 아니잖아?”
크르르릉 ― !
멈칫!
백호의 울음소리가 순간적으로 그녀의 근육을 경직시켰다.
“……!”
불과 1~2초에 불과한 빈틈.
그러나 그 빈틈은,
콰직!
정호백이 그녀에게 접근하여 목을 깨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꺼허억……!”
순식간에 커다란 백호에게 경동맥을 물려버린 이화연의 표정에서 단번에 여유가 사라졌다.
퍽! 퍼벅!
백호의 아가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손발을 강화하여 백호의 몸을 때리는 이화연.
치이이이이이 ― !
동시에 초재생이 전력으로 발동하며 백호의 송곳니에 꿰뚫린 목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미친?’
이화연의 공격을 견뎌내며 목을 깨물고 있던 정호백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그녀의 경동맥을 뚫은 송곳니가 자꾸만 밀리고 있었으니까.
그녀의 능력, ‘초재생’이 몸속을 파고든 이물질마저 밀어내며 치료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그그극 ― !
밀어내려는 이화연의 몸과 밀리지 않으려는 정호백의 송곳니가 밀고 밀리는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끅… 끄윽……!”
아직까지는 목 안에 박혀있는 백호의 커다란 송곳니 때문에 이화연의 눈빛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뇌로 혈액이 제대로 가지 못해 의식이 흐려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그그극 ― !
하지만 능력의 발동은 여전했기에 정호백은 턱 근육에 잔뜩 힘을 집중해야 했다.
그렇게 수 초가 지나고,
그그극…….
쑤욱!
결국 초재생에 밀려버린 정호백의 송곳니가 그녀의 목에서 뽑혀 나왔다.
그러나,
털썩 ―
거의 10초 이상 경동맥이 막혀있었던 이화연은 끝내 기절하여 쓰러지고 말았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내쉬는 정호백.
슈르륵 ―
그는 잔뜩 지쳤는지 변신을 풀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면서 정호백은 자신의 양쪽 옆 턱을 매만져댔다.
턱 근육이 꽤나 아픈 듯했다.
“이 징글징글한 년…. 내가 다시는 얘랑 싸우나 봐라.”
쓰러진 이화연을 잠시 내려다보던 정호백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콰아앙! 콰아아앙!
아주 순조롭게 길드원들을 제압하고 있는 구정태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아직도 많이 여유로운지 마력 폭주조차 쓰지 않고 길드원들을 상대하는 그의 표정엔 시원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얼씨구. 신났네, 신났어.”
미소를 지으며 주작길드원들을 두드려 패고 있는 구정태를 본 정호백은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돌려 다른 쪽을 바라보고는,
“…어?”
흔들리는 동공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의 눈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으니까.
정호백의 눈에 들어온 것은,
화르르륵 ― !
“쿨럭!”
후두두둑 ―
검붉은 화염에 휩싸인 채 피를 잔뜩 토해내고 있는 거대한 청룡의 모습이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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