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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80화 (80/300)

80화. 협회가 출사표를 던짐 (3)

창훈의 신기루 능력을 빌려 여장한 뒤, 성공적으로 임인범을 기절시키고 증거를 확보한 태운.

곧바로 그 자리에서 경찰에 신고함과 동시에 경찰과 동행했다.

우르르 ―

인근 파출소로 10명이 넘는 협회 직원들이 들이닥치자, 파출소 안에 있던 경찰들이 크게 당황한 듯 흔들리는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아……!”

뒤쪽에서 들어오는 하얀 가면을 쓴 남자를 보고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최근 국내에서 가장 주가가 높은 그 특임반장이 이런 지방의 작은 파출소에 나타날 줄 그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흡사 톱 연예인이라도 만난 것처럼 눈을 반짝이는 젊은 두 명의 순경과 조금은 겁을 먹은 듯한 다른 경찰들이 자리에서 급히 일어섰다.

“혀, 협회 분들께서 이런 파출소에는 어쩐 일로…….”

“현행범 임인범 헌터, 잡아 왔습니다.”

“임인범… 예? 임인범? 헌터 임인범 말입니까?”

태운의 말에 파출소장이 놀란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임인범을 찾았다.

“허억……!”

그리고 가장 뒤쪽에서 기절한 임인범을 들쳐 업고 들어오는 안창훈을 발견한 파출소장의 안색이 파리하게 변했다.

“아, 아니 대체 어찌하시려고 임인범 헌터를 잡으신……!”

“어찌하다니요. 처벌해야지요.”

“…예에? 임인범 헌터를요? 저, 저기 특임반장님? 혹시 모르시나 해서 먼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만…….”

“소장님.”

“예, 예?”

“임인범 헌터가 어떤 일을 벌인 건지부터 물어보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번뜩!

가면 뒤 태운의 두 눈이 살벌하게 빛났다.

경찰이 어떤 입장에 있는지 이제는 잘 알고 있는 태운이었다.

저번 왕십리 포장마차 때도 그랬고, 그때의 소장에게서도 사정을 들은 바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까지 알아볼 의지조차 없이 덮으려는 모습을 보고 화까지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꿀꺽 ―

태운의 섬뜩한 눈빛을 마주한 소장의 목 뒤로 마른침이 절로 넘어갔다.

“하, 하지만 임인범 헌터는 이미 여러 차례 조사를 받았고… 매번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던 사람입니다. 그, 그리고 혹시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임인범 헌터는 10대 길드인 베놈길드의 마스터…….”

“알고 있습니다.”

터억 ―

태운은 파출소 데스크에 증거물들을 올려놓았다.

“그동안 임인범이 벌여온 범행 기록과 수기가 적혀 있는 노트입니다. 그리고 이 USB에는 임인범의 핸드폰에 있었던 범행 영상들과 오늘 시도하려 했던 범행의 현장 영상이 들어있습니다. 증거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못해 넘치겠지요. 혹시 부족하시면 더 말씀하십시오. 임인범이 피해자들에게 협박했던 문자라던가 사진도 지금 수집 중에 있으니까요.”

“…….”

소장의 두뇌가 태운의 말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어… 그러니까 임인범 헌터를 현행범으로 잡았고, 그동안의 증거도 모두 모아왔다고…? 어… 임인범 헌터인데? 베놈길드인데? 이 사람을 처벌하자고?’

소장도 사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니, 사실 많이 알고 있었다.

임인범 헌터가 어떤 죄들을 저질러왔고 그런 죄들이 일반인이었다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도.

하지만,

‘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야!’

머리가 복잡해진 소장은 덜컥 두려워졌다.

도저히 자신이 맡아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으니까.

평범한 헌터도 아닌 무려 10대 길드의 마스터다.

게다가 죄질도 최악.

잘못하면 초고위 헌터가 중형 중의 중형을 받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자신에게까지 어떤 불똥이 튈지 모르는 상황.

이번 사건에 관련된 책임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임인범 헌터를 데리고 온 사람이 다른 사람이었다면 곧바로 내보냈을 것이지만,

“자,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를 데리고 온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특임반장이었다.

사방의 퇴로가 막힌 소장이 얼른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뚜르르르 ―

{네, 전북경찰청장입니다.}

“충성! 청장님 안녕하십니까! XX파출소장 이인태입니다.”

{…XX파출소장? 음… 예, 무슨 일이십니까? 이렇게 직통으로 전화를 다 주시고.}

뭔가 불쾌한 듯한 전북경찰청장의 목소리.

아무리 파출소장이라지만 한 도의 경찰청장이나 되는 인물에게 직통으로 전화를 거는 행동이 다소 무례한 행동일 수 있음을 알고 있는 이 소장은 목을 잔뜩 움츠렸다.

“시, 실례를 범해 죄송합니다. 다만 사안이 사안인지라…….”

얼른 사안에 대해 설명하는 이 소장.

{…전화 좀 바꿔주시죠.}

이야기를 다 들은 전북경찰청장은 얼른 전화를 바꿀 것을 요구했다.

“예, 예!”

이 소장은 전화를 두 손으로 붙잡은 채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다급히 태운에게로 다가왔다.

“저, 저기… 전북경찰청장님이십니다. 특임반장님께 할 이야기가 있으시다고…….”

태운은 조심스러운 이 소장의 태도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연스레 전화를 넘겨받았다.

“예, 특임반장입니다.”

그러자 전화 너머에서 한 중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녕하십니까, 특임반장님. 전북경찰청장 윤정후입니다.}

* * *

―잘 부탁드립니다. 베타조장님. 다른 분들도.

―맡겨주십시오.

―이미 기절한 사람 정도야 다시 기절시키는 건 일도 아니지요.

근처 대피소에 임인범을 임시 구금시킨 태운은 전라북도 경찰청으로 향했다.

전북경찰청장 윤정후가 긴히 할 말이 있다며 와달라고 했으니까.

‘뭐, 가는 거야 어렵지는 않으니까.’

다행히 파출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전북 경찰청이었기에 태운은 직접 이동했다.

피잇 ― !

불과 몇 초 만에 도달한 태운.

똑똑 ―

“특임반장님께서 오셨습니다.”

“…벌써? 들어오시라 그래.”

끼익 ―

청장실 문이 열리고,

“아이고~ 특임반장님! 정말 빨리 오셨습니다. XX파출소면 그래도 차로 20분 정도는 걸릴 텐데… 제가 직접 가지 못해 죄송합니다.”

거의 협회장인 동석만 한 덩치를 가진 커다란 중년인이 사람 좋게 미소를 지으며 태운을 맞아주었다.

바로 전북경찰청장 윤정후였다.

“아닙니다.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쪽에서 움직이는 게 더 효율적일 테니까요.”

“하하하! 여기 앉으시죠!”

윤 청장은 청장실 가운데에 있는 소파를 가리키며 태운에게 자리를 권했다.

풀썩 ―

두 남자가 자리에 마주 앉고,

“혹시 커피 드시겠습니까?”

“괜찮습니다. 별로 목이 마르지 않아서요. 그보다 빠르게 본론으로 들어갔으면 합니다.”

태운은 곧바로 본론을 꺼내 들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라는 것처럼.

“…….”

후룩 ―

미리 타놓은 자신의 커피잔을 들어 마시는 윤 청장.

커피를 마시며 태운을 바라보는 윤 청장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아있었다.

“특임반장님.”

“예.”

“빠른 결론을 원하시는 것 같으니 저도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탁 ―

커피잔을 내려놓는 윤 청장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임 헌터에 관한 일, 손 떼주시지요.”

“…….”

태운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가면 뒤에서 잠시 눈을 감으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스윽 ―

이윽고 다시 눈을 뜬 태운.

더 이상 그의 눈빛엔 친절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가 한 짓을 알고 있습니까?”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손을 떼라고요? 그가 범죄 행각을 계속 벌이도록 내버려 두겠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울컥 ―

태운은 순간 차오르는 분노를 가까스로 참아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이유나 들어보지요.”

후룩 ―

윤 청장은 다시 한번 커피를 홀짝였다.

‘호흡이 약간 거칠어졌군.’

태운이 냉정함을 잃었음을 눈치챈 윤 청장은 속으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이자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존재.

그러나 윤 청장은 그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었다.

‘특임반장은 정의로운 인물. 그런 그가 감정에 휩쓸려 민간인을 해할 가능성은 없으니까.’

위험이 되지 않는 인물이 냉정함까지 잃었다는 건 오히려 흐름을 주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대화의 흐름을 자신이 잡았다고 생각한 윤 청장은 천천히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10대 길드인 베놈길드의 마스터입니다. 일반인 여자 100여 명과 비교해도 터무니없는 가치를 지닌 인물이지요.”

“…고위 헌터 하나가 100명의 시민보다 가치가 높다……?”

“예, 그렇습니다. 4대 길드만큼은 아니지만, 10대 길드가 한 해에 처리하는 던전이 몇 개인 줄 아십니까? 그리고 그로부터 얻는 부산물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또 그들로부터 얻는 치안적 경비 절감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환경적인 이익은 또 어떻고요?”

윤 청장은 두 손을 쫙 펼쳐 보였다.

“10대 길드 하나가 발생시키는 1년간의 직간접적인 경제적 총이익은 무려 일반인 수만 명, 아니 수십만 명 이상입니다. 그리고 임인범 헌터는 그런 길드 중 하나를 이끄는 수장이지요. 길드에게 길드 마스터는 하나의 중심이자 대들보. 임인범 헌터가 처벌을 받게 되면 베놈길드 전체가 휘청입니다. 이미지 타격도 만만치 않겠지요.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대체 얼마나 될 거라고 보십니까?”

“…….”

태운은 아무 말 없이 그저 잠자코 윤 청장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이 자신에게 설득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윤 청장은 조금 목소리를 높인 채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그에게 당한 여성 100여 명? 물론 안타깝지요. 저도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막말로 거리에 노숙자 100명을 죽였다고 해서 대기업 총수를 벌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우리 대한민국이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먼 옛날 한국 전쟁 이후, 폐허로 변한 대한민국이 오늘날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 말입니다.”

흥분한 윤 청장의 목에 핏대가 세워졌다.

“그건 바로 임인범 헌터 같은 가치가 높은 자들을 더 많이 대우해주고 그들이 좀 더 뜻을 펼칠 수 있게 보장해준 사회적 분위기 덕분 아니겠습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격변하는 이 헌터 사회에서 우리나라가 더욱 빠르고 높이 발전하기 위해선 능력 있는 헌터들을 더 대우해주고 그들이 더 뜻을 펼칠 수 있게 도와줘야…….”

“…그만하지.”

흥분한 윤 청장이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중간에 태운은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들어주려고 해도 역겨워서 도저히 들어줄 수가 없군.”

윤 청장을 바라보는 태운의 두 눈에 경멸이 깃들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가 능력 있는 자들을 대우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웃기지 마. 우리나라가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신이 말한 능력 있는 자들이 아닌 그들의 밑에서 혼과 육체를 불살라 희생했던 수많은 약자들 덕분이야.”

이번엔 윤 청장이 아닌 태운의 목에 핏대가 세워졌다.

“능력 있는 자들? 그래, 그들이 남들보다 조금 똑똑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까지 펼친 능력에는 다른 이들의 희생이 담겨있다. 그들 덕분에 우리나라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고? 아니, 오히려 그들 때문에 이것밖에 발전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지. 그 소수에 의해 수많은 인재들이 뜻조차 펼쳐보지도 못하고 갈려 나갔으니까.”

태운의 눈에 뜨겁게 이글거렸다.

어느새 윤 청장에게 말을 완전히 놓고 있는 태운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수 차례 헌터 범죄자를 잡을 때마다 경찰에 인도했던 이유가 뭔 줄 알아? 그동안 협회가 무능력하여 헌터 범죄를 건드린 적조차 없었기 때문이야. 반면 경찰은 적어도 벌금형 등의 경량적 처벌이라도 해왔었지. 그래서 경찰을 존중하고 감사함을 담은 뜻의 행동이었다. 경찰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더라도 정계 쪽 윗선의 협박에 못 이겨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했지.”

쿵 ― !

태운은 청장실 테이블에 한쪽 발을 올리며 윤 청장에게 고개를 들이밀었다.

꿀꺽 ―

갑자기 돌변한 태운의 태도에 긴장한 윤 청장의 목 뒤로 마른침이 절로 넘어갔다.

“하지만 정계 쪽으로 굳이 안 가도 이렇게 경찰 윗선까지 썩어있을 줄은 몰랐군. 앞으로 적어도 헌터 범죄자에 있어서는 더 이상 경찰에 인도하지 않겠다.”

“……!”

더는 헌터 범죄자들을 경찰에 인도하지 않겠다는 태운의 발언.

그 말을 끝으로 태운은 등을 돌려 청장실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태운의 말을 들은 윤 청장은 조금 뒤늦게 발끈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그게 무슨 뜻입니까! 범죄자를 경찰에 인도하지 않겠다니! 협회에서 대체 무슨 권한으로 그렇게 하겠다는 겁니까!”

멈칫 ―

윤 청장이 다급하게 소리친 말을 들은 태운이 발을 멈추었다.

“…권한?”

태운은 천천히 고개만을 돌려 잔뜩 당황한 표정의 윤 청장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권한 있지. 헌터 협회의 원래 명칭이 뭐였는지 잘 기억해 보라고.”

“……!”

태운의 말을 들은 윤 청장의 안색이 태운의 가면처럼 새하얗게 질려갔다.

“허, 헌터 경찰……?”

끼익 ―

태운은 더 이상 볼일이 없다는 듯 손을 흔들며 청장실 문을 열었다.

“앞으로 헌터 범죄에 대한 모든 책임과 권한은 헌터 협회가 가져가겠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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