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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42화 (42/300)

42화. 성장통이 너무 아픔 (5)

웨에에에에에엥 ― !

콰아아아아아 ― !

화재 진압이 한창인 현장.

구 서장의 명령에 따라 현장에 동원된 모든 소방 호스가 2층을 집중 공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길이 어찌나 거센지 집중 살수에도 좀처럼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었다.

‘아니 대체 뭐가 얼마나 타고 있는 거지?’

불길이 아예 사그라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자 초조해진 소방대원 하나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슥 ―

콰아아아아 ―

소방차와 살수차에 있는 물들이 거의 다 떨어졌다.

물론 도로에 소화전이 있긴 하지만, 수가 얼마 되지 않는 상황.

기껏 2층 화재 진압에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층 하나의 불조차 제때 잡지 못하게 되게 생긴 것이다.

그때,

“크윽!”

소방 호스를 붙잡고 물을 쏘던 대원이 앓는 소리를 냈다.

결국 물이 떨어진 것이다.

“시X!”

콱!

소방대원들이 욕설을 내뱉으며 땅을 짓밟았다.

끝났다.

결국 아무도 구하지 못하고 뒷수습이나 하게 생겼다.

수많은 사람이 죽고 나서 한참 뒤에야 태울 건 모두 태운 불길이 사그라들기 시작할 때, 잔불 처리나 하게 될 자신들의 모습이 상상되어 한스럽기가 그지없었다.

“…하아…….”

현장 지휘를 하던 구현수 소방정도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으니까.

소화전으로 계속 쏠 수는 있지만, 그 정도 수량으로는 제때 화재 진압이 불가능했고, 구조를 하자니 사지가 분명한 곳으로 대원들을 진입시킬 수가 없었다.

‘구조도 불이나 연기가 웬만큼이어야 시도라도 해볼 수 있지.’

구현수 소방정은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밤하늘이 아니었다.

이제 막 오후 1시가 되어가는 시간.

화재 연기가 어느새 여의도 일대로도 부족해 한강 너머까지 퍼져있던 탓이었다.

“기적은 없었던 것인가…….”

“…아직입니다.”

“음?”

구현수 소방정, 그러니까 영등포 소방서장은 갑자기 들려온 낯선 목소리에 옆을 돌아보았다.

“…누구……?”

하얀 가면을 쓰고 있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

백면을 쓴 낯선 이가 자신의 옆에 서서 불타고 있는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 * *

언제 나타났는지 알 길은 없었다.

애초에 다가오는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으니까.

아니, 그 전에 지금 이 현장에 소방대원과 구조대원 이외에 다른 이가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심지어 그 다른 이는 무슨 이상한 코스프레마냥 하얀 가면까지 쓰고 있었다.

‘이건 또 무슨 별난 관종이야?’

1층에서 빠져나온 생존자들도 모두 현장 바깥으로 물러난 상황에서 갑자기 나타난 이 외인의 존재는, 구 서장에게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게 했다.

“누가 현장에 시민을 들인 거야? 빨리 바깥으로 모셔!”

구 서장의 호통에 무한 대기 중이던 구조대원 몇 명과 소방대원 하나가 달려왔다.

“여기 계시면 안 됩니다! 위험해요! 어떻게 들어오신 겁니까? 얼른 나가시죠!”

대원들이 백면의 남자에게 다가와 그를 끌어내려 하자,

스윽 ―

그는 손바닥을 들어 보이며 오히려 그들을 제지했다.

“특임반장입니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죠.”

‘특임반장……?’

남자의 갑작스러우면서도 상당히 진지한 말투에 그를 끌어내려던 대원들이 멈칫했다.

구 서장도 마찬가지였다.

‘특임반장이라고?’

분명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단어였다.

‘특임반장… 특임반장… 어디서 들어봤더라?’

그때, 한 구조대원이 제일 먼저 기억을 되살려냈다.

“아! 현터 협회 특임반장……?”

““아!””

구조대원 덕에 모두가 기억을 되살려낼 수 있었다.

볼리베어 일당을 잡는 데에 큰 일조를 했다는 헌터 협회의 특임반.

건너 들은 말이지만 경찰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그는 하얀 가면을 쓰고 있었다고 했었다.

하지만 그는 분명 헌터.

사건 사고 현장에서는 딱히 이렇다 할 도움이 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랬기에 구 서장은 계속해서 그를 내보내려 했다.

“정말 당신이 특임반장이라 해도 여기 있으면 안 됩니다! 특임반이면 헌터 협회 소속 아닙니까? 헌터가 여기 와서 뭘 할 수 있다고……!”

“지금 당장 건물 주위에 진을 친 모든 소방대원분들과 구조대원 분들을 데리고 경찰분들이 치고 있는 바리케이트 바깥까지 물러나세요.”

“…예?”

갑작스런 특임반장의 말에 구 서장이 두 눈을 끔뻑거렸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저 불을 두고 우리보고 물러나라고?

불을 앞에 두고 소방관보고 물러나라고?

“허!”

죽어가는 환자를 앞에 두고 의사보고 물러나라는 격이었다.

물에 빠진 이를 앞에 두고 구조대원 보고 물러나라는 격이었다.

그냥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헛소리 그만하고 당장……!”

구 서장이 불같이 화를 내려는 그때,

“사람들 살릴 수 있습니까?”

특임반장의 두 눈이 구 서장을 똑바로 마주했다.

“지금 방도가 있습니까? 화재 발생하고 벌써 30분이 되어갑니다. 아직 2층도 진화하지 못한 것 같은데, 이대로 저 안에 있는 사람들 다 죽일 겁니까?”

“……!”

구 서장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방법은 없었다.

딱히 뾰족한 수도 없었다.

이젠 그저 바라보는 것과 기도만을 할 수 있을 뿐.

‘하지만 소방관보고 불 앞에서 물러나라니…….’

으득 ―

순간 구 서장의 마음속에 오기와 자존심이 머리를 치켜들고 일어섰다.

소방관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특임반장이라는 남자는 그런 구 서장의 심정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단 한마디의 말로 구 서장의 가슴을 후벼팠다.

“사람들 목숨을 구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까?”

“……!”

특임반장의 그 한마디에 머리를 치켜올리려던 오기와 자존심이 저절로 숙여졌다.

소방관.

영어로 Firefighter. 불과 싸우는 자.

소방관이 가장 존경받고 숭고한 직업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단순히 불과 싸워서?

‘아니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불과 맞서기 때문이었다. 그래, 사람들을 구한다.

그것이 핵심이었다.

“…방법이 있으신 겁니까? 헌터가 어떻게…….”

“지금 설명이 필요하십니까?”

다시 한번 특임반장의 가면 뒤 선명한 눈빛이 구 서장의 폐부를 깊숙이 찔렀다.

‘…정신차려라, 구현수.’

과한 신중함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과감한 결단뿐.

현장의 총책임자에겐 과감함보단 신중함이 더 어울리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치익…….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현장에 모든 소방대원과 구조대원들에게 전파합니다. 모두 지금 당장 현장에서 물러납니다. 바깥에 경찰들이 친 바리케이트 선 밖까지 물러나겠습니다. 장비는 그냥 그대로 두고 지금 바로 몸만 당장 물러나세요.”

“뭐……?”

갑작스런 총지휘자의 무전에 물을 쏘던 소방대원들과 대기 중이던 구조대원들이 잘못 들었다는 듯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대충 둘러봐도 현장의 대원들이 크게 동요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이 보이자, 구 서장은 다시 한번 무전을 쳤다.

이번엔 조금 거칠게.

“사람들 구하고 싶으면 빨리 물러나, 이 새끼들아! 책임은 내가 질 테니까 당장!”

“……!”

사람들을 구한다.

그 명령의 핵심에 대원들의 몸이 저절로 반응했다.

타다다다닷 ― !

소방차와 구급차를 내버려 둔 채 현장 밖으로 뛰쳐나가는 대원들의 모습은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그 상식 밖의 모습에 현장 밖에서 현장을 생중계하던 기자들은 당황한 듯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어… 어…? 이게 뭐죠? 소방대원들과 구조대원들이 갑자기 현장을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어? 소방차랑 구급차도 내버려 두고? 뭐, 뭐죠?”

썰물이 빠지듯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대원들.

대원들이 모두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한 구 서장도 몸을 돌렸다.

“믿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긴말은 필요치 않았다.

태운은 비상식적인 제안에도 빠르게 과감한 결정을 내려준 구 서장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그건 구 서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조차 감당할 수 없는 이 상황을 해결해주겠다며 나서준 특임반장.

‘어떻게 할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탁탁탁 ― !

구 서장은 바리케이드를 향해 달려가며 살짝 뒤를 바라보았다.

빌딩을 올려다보고 있는 특임반장이라는 남자.

모두가 내심 포기한 상황에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를 되살려준 그에게 구 서장은 마음속으로 응원과 감사를 보냈다.

‘제발… 어떻게든 부탁하겠습니다.’

화르르륵 ― !

건물에서 떨어진 불씨가 공중에서 흩날리며 구 서장의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으득 ―

구 서장은 눈을 질끈 감으며 한 번 더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해보았다.

* * *

현장으로 오는 내내 태운은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마력을 닿지 않게 하면서 구할 수 있을까.

첫 번째, 직접 뛰어들어서 구한다.

‘기각.’

1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다.

한 번에 들 수 있는 사람을 최대 3명이라고 쳐도 3,000번 이상 들락날락해야 한다.

구조 1회를 1초 만에 끝낸다 해도 3,000번이면 3,000초.

50분이면 모든 사람이 타죽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두 번째, 한강의 물을 끌어와 불을 끈다.

중력을 사용하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물을 쏟아붓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다칠 수 있다.’

거기다 옥상에 들이붓는다고 불길이 잡힐 거라는 확신도 없었다.

소방차를 이용해 수천 리터의 물을 쏴도 안 꺼지는 마당에 옥상에서 쏟아부은 물이 건물 외벽을 타고 흘러 들어간들 꺼지겠는가?

거기다 화재로 인해 약해진 건물이 붕괴할 위험도 있었다.

이 방법 또한 기각.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마지막 하나.

‘역시 이 방법이 제일 확실할 테지.’

문제가 있다면 사람들에게 조금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고 미리 말을 해줄 수 없는 점이랄까.

[역중력(逆重力)]

우우웅 ―

태운의 몸이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UFO가 나타나 사람을 빨아들이는 듯한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했다.

거기다 이목구비가 보이지 않는 하얀 가면까지 쓰고 있어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진짜 외계인이라도 나타났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슈우우 ―

얼마나 올라갔을까.

공중에 떠오른 태운의 몸뚱이가 163빌딩의 중간 부분인 80층 언저리에서 멈추었다.

‘이 힘을 이런 식으로 쓰게 될 줄이야.’

스윽 ―

태운은 공중에 뜬 상태로 양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우우우웅 ―

태운의 마력이 163빌딩 외부 전체를 감쌌다.

쿠우우우우 ― !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일대의 공기가 163빌딩을 향해 모여드는 느낌이었다.

쿠우우우우 ― !

163빌딩의 모습이 뿌옇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태운의 마력 안에 갇힌 공기들이 163빌딩의 겉을 맴돌기 시작한 것이다.

태운이 펼쳐낸 마력이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여 가둔 채 빠져나가지 못하게 붙들고 있었다.

훅 ―

외부의 공기만 빨아들인 것이 아니었다.

태운의 마력은 빌딩 내부의 공기마저도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 덕분에 건물 전체가 저진공 상태로 변해가며 그 매섭던 불꽃들은 순식간에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시커먼 연기도 함께 빨아들이며 검게 물들어가는 163빌딩.

수 초도 지나지 않아 건물을 집어삼키려던 붉은 화마의 목숨이 끊어졌다.

“후우…….”

대량의 마력을 세밀하게 운용하는 태운의 이마에서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강력장(强力場)]

태운의 고유능력인 ‘초힘’ 중 하나.

3차 각성을 이루며 얻게 된 태운의 세 번째 능력인 ‘강력(强力)’이 마침내 세상에 그 실체를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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