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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6화 (16/300)

16화. 괴물들이 너무 빨리 큼

‘열매?’

커다란 코코넛 같은 것이 터지며 튀어나온 열매즙이 태운의 발끝을 적셨다.

“끼익! 끼익! 키키익!”

어느새 태운의 머리 위로 모여든 깡패원숭이들이 마치 학교 일진들이 우유를 던지고 비웃는 것처럼 끽끽거리고 있었다.

“누가 깡패 아니랄까 봐.”

태운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중력조작 ― 4G]

그그긍 ―

태운의 손짓과 함께 일대가 무형의 힘에 의해 짓눌렸다.

아니,

“끼익?”

지면으로 당겨졌다.

슈우우우욱!

쾅! 콰광! 콰앙!

“끼이익!”

“깩!”

나무에 매달려 있던 거체들이 땅으로 일제히 떨어지자 마치 운석이 떨어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사방에서 먼지가 일어났다.

부들부들.

땅에 떨어져서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녀석들.

씨익 ―

태운의 입가에 살벌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중력의 최대 장점이지.’

그건 바로 모든 대상에게 공평한 데미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딱 평소 자신이 견디는 무게의 배수만큼 가해지는 거니까.’

파직!

태운의 손바닥에서 금빛 번개가 튀어 올랐다.

[금뢰장(金雷場)]

파지지지직!

태운이 땅을 짚자 금빛 번개 줄기들이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일대의 영역을 잠식했다.

빠지지지지직!

“키아아아아악!”

태운과 가까운 쪽 바닥에 엎어져 있던 깡패원숭이들은 갑작스럽게 바닥에서 튀어 오르는 번개에 곧바로 감전이 되었다.

“끼익! 끼익!”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깡패원숭이들은 얼른 도망치려 했지만, 몸 전체를 짓누르고 바닥으로 끌어당기는 듯한 힘으로 인해 일어서기는커녕 고개만 겨우 까딱거리다,

치지지직!

어느새 다가온 금뢰 다발에 감전되고 말았다.

“키에에에엑!”

사방에서 터져나오는 원숭이들의 비명 소리.

태운은 원숭이들의 비명 소리를 BGM 삼아 들으며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에 집중하고 있었다.

[마력이 12 오릅니다.]

[마력이 11 오릅니다.]

[마력이 14 오릅니다.]

[마력이 9 오릅니다.]

…………

‘하.’

분명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의 몬스터를 잡아야 마력이 오른다고 들었었다.

하지만,

‘얘네는 너무 약한데?’

너무 잡기가 쉬웠다.

물론 깡패원숭이들의 마력 수치는 5,000이 조금 안 되는 수준으로 태운과 비슷했다.

높은 나무 위에서 상대를 조롱하고 괴롭히며 천천히 말려 죽이는 것으로 악명 높은 깡패원숭이.

엄청난 스태미나와 도구를 사용하는 영리함이 주무기인 몬스터였다.

그런데 지금은 태운의 힘에 의해 땅에 떨어진데다가 움직일 수도 없는 상황.

즉, 지금 태운 앞에서는 마력수치만 비슷한 경험치 물약 신세라는 의미였다.

‘수준이라는 게 강함이 아니라 단순한 마력 수치였어?’

마력 수치가 어느 정도의 강함과 비례하긴 한다지만, 상성에 따라 이렇게까지 싱거운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한편, 얼마나 많은 깡패원숭이들이 있었던 건지 마력 수치의 증가는 멈출 줄을 모르고 있었다.

[마력이 12 오릅니다.]

[마력이 7 오릅니다.]

[마력이 13 오릅니다.]

…………

치직! 탁…….

쉬이이이 ―

순식간에 탄내로 가득차 버린 태운의 주위.

마지막 번갯불이 꺼지며 일대가 완전히 정리되었다.

[상태창]

이름 : 권태운

능력 : 초힘(중력/전자기력/?/?)

마력 : 5,396

순식간에 거의 200에 가까운 마력이 올라 버렸다.

‘내가 마력 수치에 비해 너무 센 건가?’

일 리는 있었다.

이미 마력 수치가 3배가 넘는 이철민마저 꺾었으니까.

게다가,

‘내 능력 자체도 워낙 좋지.’

전자기력 하나만 해도 자연형 중에서도 최상위급 능력이었다.

애초에 자연형은 다른 능력들과 비교해봐도 최상위였으니, 최상위 중에서도 최상위인 능력이었던 것이다.

‘이거 오늘 3차 각성까지 가능할 수도 있겠는데?’

3차 각성이 이루어지는 마력 수치는 30,000.

3차 각성을 이루는 순간 헌터계에서는 S급으로 인정받는다.

국내에서도 10명도 채 되지 않는 존재, 그게 바로 S급 헌터였다.

‘아, 그래도 3차 각성은 안 되겠구나.’

조금만 더 오르고 나면 이 던전에서도 마력 수치를 올릴 수 없게 될 테니까.

깡패원숭이들과 일정 수준 차이가 벌어지면 마력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아무리 이철민이더라도 일개 사관생에게 B급 던전을 얻어다 줄 순 없을 테니, 곧 던전을 통한 성장은 기대하기 힘들게 될 것이었다.

‘그래도 몸풀기에는 딱이지.’

마력이 오르지 않더라도 던전을 활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했다.

‘좀 더 많은 능력 응용 연습도 할 수 있고 전기를 안 쓰고 싸운다든지, 맨몸으로 싸운다든지… 나중에 그것도 쉬워지면 몸에 중력 핸디캡을 달고 수련하며 싸운다든지?’

태운의 머릿속에 앞으로의 수련 방향이 착착 잡혀 나가고 있었다.

“끼익 ― !”

그때, 저 멀리서 무언가 수많은 무리들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 무수한 기척들에 태운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일단 빼 먹을 수 있을 때까지는 빼먹어놓자!”

이미 누워서 떡 먹는 수준으로 쉬워진 C급 던전 공략.

타닷 ― !

태운의 경쾌한 발걸음이 잿더미로 변한 던전 바닥에 희미한 발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 * *

‘미친 거 아니야?’

서걱!

강천의 검격에 순식간에 3마리의 저주흰개미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교관님을 이겼다고?’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뒤늦게 철민에게서 들은 나머지 5명은 큰 충격을 받았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강할 줄이야.

―그 녀석 힘을 어느 정도 숨기고 있는 것 같더군. 물론 나 정도는 아니야. 막 B급 헌터가 된 정도? 물론 마력만 따졌을 때 이야기다. 그놈의 강함은 이미 나를 넘어섰어.

마력만 따져봐도 충분히… 아니, 너무 많이 이상했다.

능력과 별개로 모든 헌터들은 각성할 때 10에서 50 정도의 마력을 가지게 되니까.

그런데 벌써 B급이라고?

‘마력만 5,000이 넘는다는 건데 그게 말이 돼?’

헌터증도 없이 던전에 들어갔을 리는 없었다.

마력호흡을 죽어라고 했나?

3시간에 1 정도 오르는 게 고작인 마력호흡이었다. 많이 봐줘 헌터가 되면서 마력 50으로 각성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4,950의 마력을 올리려면 마력호흡을 14,850시간을 해야 한다.

이는 하루 종일 24시간 내내 마력호흡만 해도 600일이 넘게 걸리는 시간이었다.

‘정상이 아니야.’

강천은 저주흰개미의 대가리를 검으로 쪼개며 생각했다.

[마력이 8 오릅니다.]

[마력이 7 오릅니다.]

[상태창]

이름 : 유강천

능력 : 무기(?/?/?/?)

마력 : 451

강천의 마력도 많이 오른 상태였다.

이틀 연속으로 던전에서 맹활약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서걱!

그러나 다시 한번 개미를 베자,

“…….”

더 이상 눈앞에 메시지가 떠오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젠 안 오르네.’

최소 자신의 마력 수치의 대략 90% 이상의 몬스터를 잡아야만 성장할 수 있다더니 사실인 듯했다.

타닥.

강천은 백스텝을 밟으며 철민에게 다가갔다.

“교관님.”

“뭐냐.”

철민은 다른 4명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팔짱을 낀 채 네 사람을 동시에 지켜보느라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는 철민은 상당히 바빠 보였다.

“저 이제 마력 수치 안 올라요. 저도 내일부터 다른 던전으로 갈 수 있을까요?”

빠직 ―

철민의 이마에 힘줄이 솟아올랐다.

‘이것들이… 같이 좀 클 것이지, 귀찮게 따로따로!’

어쩔 수 없었다.

태운을 논외로 치더라도, 이틀 내내 홀로 상처 하나 없이 저주흰개미들을 학살했던 강천과 넷이 함께 사냥과 자가 회복을 반복하는 네 사람이 똑같은 속도로 성장할 수는 없었으니까.

“하아…….”

철민은 끓어오르는 짜증을 삭혔다.

“일단은 기다려. 방법을 강구해볼 테니.”

“네.”

슉!

슈칵!

철민의 대답을 들은 강천은 다시 개미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콰가각!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개미 속을 날뛰는 강천의 모습은, 마치 양 떼 사이에 풀린 한 마리의 늑대 같았다.

태운이라는 엄청난 괴물에 가려졌을 뿐, 강천의 재능 또한 괴물의 반열에 올라서기에 충분했다.

“하… 올해는 왜 이렇게 힘들지?”

철민은 토굴 천장에 난 구멍을 바라보았다.

전날 태운이 만들어놓은 구멍이었다.

‘다 관두고 그냥 은퇴할까?’

졸지에 한 번에 두 마리의 괴물을 담당하게 된 철민.

철민은 갑자기 은퇴가 마려워졌다.

* * *

[상태창]

이름 : 권태운

능력 : 초힘(중력/전자기력/?/?)

마력 : 5,503

“이제 안 오르네.”

빠악!

태운은 남은 한 마리의 머리통을 걷어차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잠깐 사냥했음에도 불구하고 던전 입구 주변은 완전히 초토화된 상태였다.

집단 폭력을 즐기는 깡패 원숭이의 특성 덕에 멀리 가지 않고도 던전 내 대부분의 개체를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일부턴 그냥 혼자 단련해야겠다.’

단 하루 만에 C급 던전에서조차 성장 한계를 맞이한 태운.

만약 철민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뒷목 잡고 쓰러질 정도의 성장 속도였다.

우드득 ―

목을 돌리며 목뼈를 한차례 풀어준 태운은 천천히 던전을 나섰다.

“후우…….”

해는 아직도 중천, 아니 정오조차 되지 않은 듯했다.

1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약 300의 마력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확실히 던전이 혜자긴 하네.’

태운은 자신이 빠져나온 던전 입구를 보며 생각했다.

‘이제 안에 있는 마정석만 다 캐내고 보스만 토벌하면 끝인가?’

마정석을 캐기 전까지 보스는 토벌해서는 안 되었다. 그러면 던전이 사라지니까.

털썩.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진 태운은 던전 입구 옆에 주저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교관님 오시기 전까지 마력호흡이나 하자.’

“스읍~ 후우…….”

태운은 지체 없이 마력호흡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태운은 반나절이 지나고,

“너 뭐하냐?”

“아, 오셨어요?”

철민이 도착해서야 마력호흡을 멈추었다.

“아… 쓰읍.”

여기저기 팔과 다리, 그리고 목까지 빨갛게 부어오른 태운.

투둑.

태운이 몸을 일으키자 마력을 머금은 피를 빨고 죽은 모기들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 * *

―교관님, C급 던전까지가 한계인 거죠?

―그래! 그 이상은 내 권한 밖이야.

―알겠습니다. 저 그럼 이제 던전 안 나갈게요. 이제 안 오르거든요.

―그러던가… 뭐어? 벌써?!?!

“하아아…….”

철민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여보, 왜 그래요?”

이철민의 아내, 김현숙이 커피잔을 든 채 물었다.

“으음…. 아무것도 아니야.”

철민은 아내를 향해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태운과의 대화를 다시 떠올렸다.

―그나저나 교관님, 사관학교 교육과정은 2년을 꼭 채워야 하는 건가요?

―당연하지, 최소 2년은 되어야 일반인들도 기초적인 몸을 만들고 1차 각성 언저리라도 가지 않겠냐.

―그게 다인가요?

―뭐… 헌터로서의 기본 규칙이라든지 매너 같은 걸 배워야 하지만, 그런 이론 업은 한 학기 만에 끝나니까 사실상 그게 다긴 하지. 왜? 아니 너 설마…….

―저 조기졸업 좀 시켜주세요.

“하아아아…….”

철민은 자신도 모르게 다시 한번 크게 한숨을 쉬었다.

드르륵 ―

현숙은 의자를 빼내 식탁에 마주 앉으며 철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또, 또 한숨 쉰다! 뭔 일인데 그래요?”

“음…….”

철민은 잠시 고민하다 현숙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로 했다.

“여보.”

“네?”

“교관… 그만둘 생각 있어?”

갑작스런 철민의 물음에 현숙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갑자기 왜 그래요? 진짜 무슨 일 있어요?”

철민을 바라보는 현숙의 눈빛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뀌었다.

이론 담당인 현숙과는 다르게 실전반을 담당했기에 던전을 드나들며 거의 헌터에 준하는 생활을 계속해온 남편을 평소에도 걱정하던 차였으니까.

“무슨 일? 무슨 일이라… 있긴 있지. 근데 어떻게 보면 좋은 일이랄까?”

뭔가 웃는 듯 우는 듯 애매한 표정을 지은 철민은 자세한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잠시 뒤,

“…그렇군요.”

철민의 이야기를 전부 들은 현숙의 동공이 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청년이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 말이죠?”

“응, 근데 그렇다고 함부로 확신하기엔 이른 감이 있긴 해.”

철민이 씁쓸한 미소를 짓자, 현숙은 그의 손을 살포시 쓰다듬었다.

“당신의 눈썰미를 내가 모르나? 당신이 그렇게 봤다면 그런 거겠죠.”

철민의 손을 감싸 쥔 현숙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한 번 믿어봐요, 우리.”

“…….”

아내의 입가에 피어오른 미소를 바라보던 철민은 콧잔등이 시큰해짐을 느끼며 살짝 고개를 돌렸다.

그야,

“…알았으니까 그렇게 웃지 마.”

입가의 미소와는 다르게 현숙의 두 눈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빨개져 있었으니까.

―아빠!

고개를 돌린 철민의 시선은 어느새 행복했던 세 식구의 가족사진에 향해 있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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