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생도가 너무 강함
‘이건 마력 강화로도 못 막는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철민도 고유능력을 사용했다.
[경화(硬化)]
꽈드득 ― !
갑옷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와 동시에,
콰지직!
태운의 금뢰창이 철민의 복부에 작렬했다.
부여 강화가 된 갑옷까지 부수고 들어간 번개의 창이 철민의 복부에 닿았다.
그러나,
치지직…….
번개는 이내 힘을 잃고 산산이 흩어졌다.
놀랍게도 부여 강화가 된 갑옷마저 뚫리고, 열에 달궈져 붉게 달아오른 와중에 이철민의 배는 그을림 하나 없이 상태가 멀쩡했다.
“사기네요. 부여 강화, 부분 강화에다가 경화까지. 거의 방어력 최강 아닙니까?”
“말은 잘하네.”
철민은 태운의 말을 받아치면서도 속으로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부여 강화를 대충한 것도 아닌데 그게 그렇게 쉽게 부서진다고? 더군다나 갑옷이 아니었다면 뚫리진 않더라도 하마터면 배때지에 박힐 뻔했네.’
주르륵 ―
생각보다 강한 태운의 공격에 철민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젠장.”
텅! 터엉!
철민은 구멍이 뻥 뚫린 갑옷을 벗어 던지며 재빨리 자세를 잡았다.
“A급 헌터의 위용을 보여주마!”
쾅!
부여 강화를 한 다리가 철민의 몸을 순식간에 태운의 코앞으로 데려다 놓았다.
우웅 ―
뭔가 마력이 움직이는 듯하더니 메이스가 뭔가에 감싸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꾸드득 ―
[경화(硬化)]
부와앙!
거칠게 휘둘러진 세상 단단해진 메이스가 태운을 간발의 차이로 놓치며 바닥에 떨어졌고,
콰아아앙!
대련장 바닥은 무슨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마냥 요란하게 터져나갔다.
우르릉 ―
충격에 특히 강하게 설계된 대련장 전체가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잘게 떨렸다.
‘미친.’
역시 이철민.
‘괜히 강철의 전사라는 이명이 붙은 게 아니네.’
방금 공격은 아무리 태운이라도 맞았다면 순식간에 골로 갔을 공격이었다.
‘속전속결로 간다.’
지지직 ―
태운의 몸에서 튀어 오르던 금빛 번개가 갑자기 점차 푸른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마력 중첩.’
금빛 번개 한 줄기를 만들어내는 데에 1의 마력이 들었다면, 청색 번개 같은 한 줄기를 만드는 데에는 2의 마력이 들었다.
‘지구력 대신 파괴력으로!’
[청뢰권(靑雷拳)]
파지지직 ― !
푸른 번개가 태운의 손 전체를 감쌌다.
사실 청뢰창으로 공격할까 싶었지만, 혹시라도 철민이 잘못될까 하는 걱정에 중간에 공격방식을 바꾼 것이다.
훅 ―
빠르게 철민의 메이스를 피해내며 그의 공격 반경 안으로 들어가는 태운.
치직 ― !
푸른 번개를 두른 주먹이 다시 한번 금뢰창이 적중했던 복부를 때렸다.
‘헉!’
잽싸게 치고 들어오는 태운의 모습에 회피가 불가능함을 깨달은 철민은 재빨리 경화를 다시 시전했다.
[경화(硬化)]
꾸드드득 ― !
뻐억!
파지지지지직!
“크헉!”
엄청난 충격과 함께 밀려오는 감전의 고통.
게다가 이번엔 단순한 전기가 아닌 듯, 경화를 시전했음에도 복부 내외 전체가 타들어가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크아아아악!”
쉽게 사라지지 않는 푸른 번개가 철민의 복부를 거쳐 전신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어어?”
당황한 태운의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막상 기술을 날린 태운도 이 상황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으아아아악!”
쿠당!
바닥을 뒹굴며 괴로워하는 철민.
마력으로 몸을 강화해도, 경화를 사용해도 소용없는지 철민은 눈이 새빨갛게 충혈된 채 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질렀다.
“크아아악! 내가 졌다! 졌다고! 끄아아아아악!”
대련장 전체가 방음 공사가 되어 있어서 망정이지 누가 들었다면 사람 하나 죽어 나가는 줄 알았을 것이다.
아, 실제로 철민은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을 겪고 있었다.
‘이런 씨X! 전신강화도 안 통하고 부분 강화도 안 통하고 경화도 안 통하고! 대체 뭐… 끄어어어어억!’
더 이상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지 철민은 입만 뻥긋거리며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우둑 ― 뚜둑 ―
극한의 고통으로 인해 몸부림치는 철민의 전신이 이리저리 비틀리기 시작했다.
벌써 거의 흰자위만 보이는 것이 정신을 잃기 직전까지 다다른 듯했다.
‘뭐야, 이거 대체!’
당황한 태운은 잠시 안절부절 못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을 뻗어 철민의 몸에 가져다 댔다.
치지지지지직! 치직!
슈우…….
몸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며 철민을 괴롭히던 푸른 번개는 그제서야 태운의 손을 타고 올라오더니 자취를 감추었다.
“허억… 허억… 크헑! 커헉…….”
철민은 고통을 감당하기가 힘들었는지 곧바로 쓰러진 자세 그대로 자가 회복을 시작했다.
치이이이이이!
전신의 화상과 타박상, 그리고 신경까지 미친 내상들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태운은 방금 일어난 일의 원인을 추리해보려 애를 썼다.
‘뭐지… 그냥 마력을 중첩시켰을 뿐인데……?’
철민은 워낙 전신의 부상이 심했는지 거의 1분이 넘도록 자가 회복 중이었다.
그동안 태운은 아무리 고민해봐도 그 이유를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처음 금뢰창은 교관님이 바로 막은 데다가 감전 효과도 거의 없었지… 그야 경화 때문일 거고. 청뢰권이 통한 건 마력을 중첩했으니 그만큼 강해져서겠지. 그런데 문제는 도대체 번개가 사라지지 않고 왜 계속 공격했냐는 건데…….’
잠시 머리를 굴려보던 태운은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냥 교관님한테 물어보자.’
몸으로 직접 겪으셨으니 더 잘 아실 테지.
“크하아! 하아… 하아…….”
마침내 자가 회복을 끝낸 철민이 크게 숨을 토해냈다.
“…괜찮으세요?”
태운의 물음에 철민의 목덜미에 핏대가 바짝 솟아올랐다.
“괜찮으세요? 괜찮으세요오? 너 때문에 방금 마력 수치 50 넘게 날려 먹었어, 이 자식아!”
철민이 감전된 시간은 불과 수 초에 불과했다.
그런데 자가 회복으로 마력 수치를 50이나 잡아먹을 정도였다니…….
참고로 마력 수치 50이면 팔다리 한쪽이 완전히 아작 나는 수준의 부상을 치료하는 정도의 수치였다.
자칫하면 진짜 죽을 뻔했다는 소리였다.
철민의 고함에 태운은 잠시 멋쩍은 듯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인 뒤,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나저나 방금 왜 번개를 떨쳐내지 못하신 거죠? 첫 번째 거는 잘 막으셨는데…….”
“그건 내가 할 말이다! 뭔 짓을 한 거야 대체? 그리고 처음엔 분명히 노란색 전기였잖아! 근데 방금은…….”
“그냥 마력을 중첩시켰을 뿐인데…….”
“뭐?”
태운의 말에 철민의 두 눈이 찌푸려졌다.
“…마력을 어쨌다고?”
“중…첩이요.”
태운의 대답에도 철민은 그저 두 눈만 끔뻑거리고 있었다.
“중첩? 뭐야 그건 또? 그니까 마력을 뭐 겹쳤다 이 소리야?”
“네, 뭐 문제될 게 있나요?”
“…어이구야…….”
문제될 게 있냐고?
‘당연히 문제지!’
일반형을 제외한 헌터들은 누구나 고유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출력 또한 조절할 수 있다.
그 원리는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더 세게 틀고 싶어서 수도꼭지를 열고 닫는 식이었다.
그러나 마력을 중첩시킨다는 소리는,
‘물줄기는 물줄기인데 더 튼튼한 물줄기라고 해야 하나.’
이론적으로 설명하기조차 어려운 방식이었다.
단순히 한 번에 많이 뿜어내거나 빠르게 뿜어내는 것이 아니라, 물 분자 하나하나를 두 개씩 붙여서 활용하는 초초초 고난이도의 작업이라고 할까?
게다가 이 방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미친 난이도도 난이도지만, 잘못하면 수도가 터져버릴 수도 있다는 거지.’
헌터의 몸 안에는 핏줄처럼 마력이 돌아다니는 마력회로가 있는데, 이는 꽤 탄력성을 가지고 있어서 약간의 팽창과 수축은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약간’이었다.
더 크고 무거워진 물줄기는 마력회로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터.
“너 몸은 괜찮냐?”
“네?”
“마력회로에는 문제없냐고 이 자식아.”
“음…….”
잠깐 눈을 감으며 몸 내부를 관조해보는 태운.
금방 눈을 뜬 태운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그 말에 철민은 질린다는 듯이 이마를 짚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아… 그래, 너 잘났다, 이 자식아.”
철민의 한숨이 깊어졌다.
그야,
‘A급 헌터의 체면이 말이 아니군.’
의심할 여지가 없는 태운의 승리였으니까.
* * *
다음 날.
끼익 ―
“어? 어제랑 다르네요?”
차창 바깥을 바라보던 대한이 말했다.
지금 막 도착한 곳은 어제 갔던 사패산 던전이 아니었으니까.
“너희는 그대로 있어. 여기는 태운이만 내린다.”
““네?””
단체로 의문을 표했지만,
두근두근.
당사자인 태운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바빴다.
“형, 대체 어제 뭘 한 거야?”
강천의 물음에도 태운은 그저 씨익 웃어 보일 뿐.
“한동안 여기는 네 전용 던전이다. 내 이름으로 빌렸으니 마음껏 써라. 무엇보다 보스는 잡지 마라. 혹시 모르기도 하고 던전에서 빼먹을 건 다 빼먹어야 하니까.”
철민의 이야기를 듣는 태운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신경은 온통 눈앞의 던전을 향해 있었다.
“네가 센 건 알겠다만… 무리하지 말고 페이스 조절 잘해. 일대일과 레이드는 다르니까 마라톤 뛴다 생각하고. 알겠어?”
아직 태운은 현역 헌터들에 비해 경험이 많지 않음을 알고 있는 철민은 걱정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페이스 조절이야 운동선수였던 이놈의 주특기이기도 하겠지만… 하긴, 날 이긴 놈인데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하하, 걱정 마세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어 보이는 태운을 보며 철민은 한숨을 쉬었다.
등을 돌려 다시 차에 올라탄 철민이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저녁 5시쯤 데리러 올 테니 시간 맞춰서 나와라!”
“넵!”
부우웅 ―
나머지 실전반 멤버들을 태운 봉고차가 떠나고,
“후우…….”
어느새 던전 게이트 앞에는 오로지 태운 혼자만이 서 있었다.
태운은 빛이 일렁이는 던전 입구를 바라보며 두 주먹을 부딪쳤다.
“해볼까!”
강해질 시간이었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 * *
우웅 ―
게이트에 들어서자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끼익! 끼익!”
빌딩만큼이나 거대하게 자란 나무들이 우거진 숲.
“후! 후! 끼이익!”
하늘을 가릴 정도로 높다란 나무들 사이로 거대한 무언가가 휙휙 돌아다니고 있었다.
‘C급 몬스터 깡패원숭이.’
사람보다 2배는 큰 키와 덩치를 지닌 거대한 원숭이들이 나무 사이를 빠른 속도로 휙휙 날아다니는 그 광경만으로도 웬만한 생물들을 겁에 질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상태창.”
[상태창]
이름 : 권태운
능력 : 초힘(중력/전자기력/?/?)
마력 : 5,204
어젯밤 잠까지 줄이며 마력호흡을 단련하고, 새벽에도 일찍 일어나서 마력을 늘렸다.
“이대론 부족해.”
아무리 전 A급 헌터인 이철민을 이겼다지만, 태운의 목표는 현역 A급 헌터 정원준.
심지어 탱커인 철민과 달리 정원준은 딜러 포지션이었으니 놈은 철민보다도 강할 터였다.
콰악!
의지를 다지는 태운의 주먹이 허공을 움켜잡았다.
그때,
휙!
퍼억!
위에서 날아온 거대한 무언가가 태운의 발치에 떨어지며 부서졌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