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작가의 말 (25/25)

작가의 말

작가의 말

이 책을 마무리 지으려는 지금, 처음 소설을 구상하며 어느 인물들에게 어떤 기억을 심어줄지 고민했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가현, 나정, 다영, 라희까지 각기 다른 자리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인물들이지만, 그간 제가 회사에서 느꼈던 고민을 조금씩 녹여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직접 겪은 이야기라면 다른 이의 마음에 더 가닿을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담담히 써 내려간 끝에 소설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햇수를 세는 게 의미 없을 만큼 꽤 오랜 시간을 회사원으로 살았지만, 여전히 첫 회사에서 느꼈던 감정들은 생생히 기억납니다. 입사의 설렘, 당황스러웠던 동료의 퇴사, 믿었던 사수의 이직,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오가는 희로애락의 감정들. 하루하루가 반복되는 직장인이지만 한시도 다름없이 똑같지는 않아서 일에 치이고, 버거운 인간관계에 힘들 때면 ‘나만 이런 걸까?’, 좀 더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도 ‘너무 섣부른 욕심일까?’ 생각했습니다.

그 질문들에 답을 찾지 못한 채 묵묵히 직장인으로 시간을 쌓아보니 결국 이 모든 고민이 나만의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나만 빼고 다 잘나 보여도, 돌아보니 사실은 다 같은 기쁨, 슬픔, 분노, 즐거움을 얻고 또 잃으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세상을 살아가는 회사원 모두가 여느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일을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았고, 평범한 회사원도 크게 모나지 않은 사회의 일원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들면서 나정이었던 적도 있고, 다영과 같은 모습이었던 적도 있습니다. 혹은 그런 모습이 되길 바랐을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라희 같은 리더가 되어 한 회사를 이끌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면 자신 있게 대답이 나오진 않는 평범한 회사원이 지금의 저입니다. 이 책에 써 내려간 이야기들은 일상과 닮았으면서도 저 멀리 다른 세상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네 명의 회사원들을 통해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라는 질문을 여러분에게 남겼다면, 그래서 또 다른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피어난다면 이 소설은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가나다라마바사…. 글자를 배울 때도 순서가 있듯이 회사 생활이나 삶도 마찬가지여서 그 끝에 다다르면 저도 꽤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나아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가현, 나정, 다영, 라희, 그리고 더 많은, 더 다채로운 사람들이 그 길을 걸어가겠지요. 길의 끝에 선 누구라도 몸과 마음이 건강한 어른이 되기를 바랍니다.

덧붙여 이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게 더 넓은 기회를 마련해 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부디 지난 시절의 나, 또는 내일의 나와 닮았을지 모를 이 이야기로 여러분이 특별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2년 여름을 지나며

민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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