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35화 (534/535)

[자, 잠깐…… 이건 설마……?]

신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 했다. 나는 놈의 말을 무시하고는 온 힘을 다해 나의 의지를 담았다.

[……한 방 맞았군. 설마 이런 방 법을 준비했을 줄이야.]

김선우가 떠나고 1년이 흐른 시점.

이서준은 친구들과 모여 ‘김선우의 소환 방법’에 대한 열띤 토론을 하 고 있었다.

“그러니까 가능성이 낮은 도박을 할 것이냐. 아니면 언제 찾을지 모 르는 방법을 새로 연구할 것이냐. 이 두 가지에서 고민을 하는 거지?”

유아라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어렵긴 하네. 진천우가 사 용한 방법으로는 김선우 한 명을 특 정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운 이 나쁘면 과거와 같은 방법이 벌어 질 수도 있고.”

유아라의 말에 윤하영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다른 차원의 존재를 소환하기 위해 서는 그 존재를 세계에 덧씌워야 한다는 거야.”

세계에 새로운 인물을 덧씌우기 위 해서는 새로운 차원을 만들어야 한다.

진천우가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평 행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으음.”

최서윤이 괴로운 신음을 흘렸다.

진천우의 기억을 얻었을 때만 하더 라도 금방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 각했는데.

일이 흘러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순 탄치 않았다.

“결국 차원, 소환 이론에 따르면 소환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거죠?”

“웅. 그 말이 맞아.”

이서준의 대답에 최서윤이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결국 방법은 하나뿐이네요. 차원 간의 통로를 연결하는 것.”

긴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곳의 모두가 진천우의 기억을 읽 었기에 알고 있었다.

차원 간의 통로를 연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방법이 있을 거예요.”

모두가 최서윤을 바라봤다. 그녀의 두 눈에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이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세상에 불가능이란 없으니 까.”

김선우로 인해 세계가 바뀌었다.

강한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지 자신 의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우우웅!

그들을 중심으로 새하얀 빛이 뿜어 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내 희미한 마력이 퍼지고, 그 마 력은 중심에 놓인 ‘진천우의 기억’ 에 스며들었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 지?”

이서준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들의 마법적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괴현상이었다.

“……이 마력, 설마 선배님?”

그때 들려오는 말에 모두의 시선이 돌을 향했다.

“선우?”

“어? 맞아! 이 마력 김선우의 마력 이야!”

그제야 모두가 눈치를 챘다. 지금 느껴지는 이 위화감의 정체.

저 돌 안에서 김선우의 마력이 느 껴지고 있었다.

“설마 선우가 우리에게 기억을 남 긴 건가?”

이서준은 굳은 얼굴로 돌을 집었다. 모두와 시선을 교환하곤 그가 말했다.

“내가 확인해 볼게.”

실시간으로 세계의 기록소에 새로 운 역사의 술식이 그려지고 있었다.

동시에 내 머릿속에는 실시간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또 이서준

일행들이 무엇을 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사용 효과 ‘기억 전송’에 성공했습니다.]

“후우.”

내 기억의 일부를 이서준에게 전송 하는 데 성공했다.

정보의 한계가 있어 극소수의 기억 이지만, 제대로 전달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나는 가만히 역사의 술식을 바라봤

방금 이서준이 막 나의 기억을 읽 기 시작했다.

[……설마 기억을 전달할 줄은 생 각도 못 했어. 기억이라면 적은 마 나로도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으니 까 가능성이 크게 늘긴 할 거야.]

신은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말을 이 었다.

[물론 차원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기억의 손실이 생길 수도 있으니 지 켜봐야 하겠지만 말이야.]

“실패한다면 내 운명이라고 생각해 야지. 다음 기회를 위해선 꽤 오랜 재충전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이미 지구에서 가장 풍부한 마나를 지닌 지역인 아마존의 모든 마나를 끌어 사용했다.

다음 기회가 온다면 그건 아주 먼 미래가 될 것이다.

[후후. 운명이라. 재밌네.]

작은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신 녀석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럼 남은 시간 잠깐 이야기나 할 래? 어차피 네 친구들이 기억을 전 부 읽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잖 아?]

내가 대답하지 않자 놈이 다시 말했다.

[나한테 궁금한 거 없어? 개인적으

로 궁금했던 거라던가.]

궁금한 것이라…….

그때 갑자기 궁금한 게 떠올랐다.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묻지 못했 던 것이었다.

“외부자의 혜택은 정확히 뭐지?”

[……외부자의 혜택? 아. 차원의 은혜를 말하는 거구나?]

어찌 됐든 같은 뜻이기에 나는 고 개를 끄덕였다.

[말 그대로 차원을 넘은 자에게 주 어지는 특별한 축복이지. 너도 어느 정도 알고 있던 거 아니었어?]

“그건 아는데 조금 의아한 게 있어 서 말이야.”

내 말에 신이 고개를 갸웃했다.

[어떤 부분이?]

“예를 들면 시스템 같은 건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 이해가 안 갔거

든.”

전부터 궁금했던 것이다.

업적과 포인트.

예전부터 정확한 기준도 없고 누군 가의 취향이 잔뜩 들어간 능력이라 는 생각이 들었다.

웹소설에서도 비슷한 능력이 있지 않은가. ‘상태창’이라고.

그러자 신이 작게 웃었다.

[차원의 은혜는 각자에게 다른 능 력이 쥐어지기 때문에 정확한 설명

은 불가능해. 하지만 이건 확실하게 알려줄 수 있지.]

“.2”

[차원의 은혜는 사용자의 심상에 맞게 변화한다는 거야. 즉, 네 축복 은 너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를 하고 있다는 거지.]

“……나에게 가장 적합한 형태?”

그제서야 모든 미스터리가 풀렸다.

[외부자의 혜택]은, 내가 즐겨보던

웹소설들의 영향을 받아 그렇게 변 화한 것이었다.

순간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그런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니.

그때 였다.

실시간으로 미래가 그려지던 역사 술식에서 작은 빛이 반짝이며 변화 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네 의지가 그쪽에 제대 로 전해진 거 같네.]

나는 멍하니 역사의 술식을 읽었

동시에 이서준의 실시간 모습이 머 릿속에 그려졌다.

그는 나의 기억을 모두 읽고는 놀 란 반웅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선우가 찾아낸 거 같 아.

—……선우가? 뭐를?

—차원과 차원을 연결하는 방법을!

[정말 놀랍네. 관리자들도 불가능 한 일을 정말로 해낼 줄이야. 이건

기적이라고.]

나는 말없이 기뻐하는 이서준과 친 구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뭔가 이 상황이 실감 나지 않았다.

“……운이 좋았다고밖에 할 수 없 네.”

[아니, 이건 운으로 된 게 아니야. 네가 만들어낸 필연이지.]

나는 신에게 시선을 돌렸다.

[네가 쌓아 올린 수많은 인과가 연 결되어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거라 고. 자유를 얻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인연의 힘 말이야.]

그 순간, 세계의 기록소를 유지하 던 어둠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 했다.

주변에 떠오른 역사의 술식 역시 서서히 빛을 잃었다.

공간 전체가 서서히 소멸되는 것이 었다.

[이것으로 소중한 것을 모두 지킬 수 있게 됐네. 축하해.]

나는 사라지는 풍경을 둘러보다가 다시 역사의 술식으로 시선을 돌렸 다.

—……선배님이 찾아냈다고요?

—선우의 기억에는 차원 통로를 연 결하는 술식이 담겨 있었어. 그리고 정확히 어느 시간대에 발동해야 하 는지도 말이야.

—그, 그 말은…….

—선우나 우리에게도 시간이 없어. 통로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해

나는 술식에서 시선을 떼고는 천천 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소멸되는 공간의 마나를 나에게 끌 어모아 그것을 술식의 형태로 변화 했다.

시간이 없다. 나 역시 서둘러 준비 해야 한다.

r3개월 전에 발생한 대형 마력 기둥의 원인이 아직도 밝혀지지 않 고 있습니다.」

「협회에서는 계속해서 조사 중이 란 입장을 발표했지만, 시민들의 반 응은 싸늘합니다. 협회가 의도적으 로 정보를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만

뉴스에서 앵커가 소식을 전하고 있 었다.

3개월 전 강원도에 갑자기 생겨난 거대한 마력 기둥이 그 주제였다.

그 어떤 전조도 없이 생겨났다가 사라진 이 마력 기둥은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만들어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마력 기둥 사건은 3개 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언 급되고 있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냈다는 증거가 다분하지만, 협회에서는 수 사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 다.

“회장님, 이제 저에게도 슬슬 알려 주실 때가 된 거 아닙니까?”

마법사 협회 최상층, ‘회장실’.

김진철은 부하, 양지태의 투덜거림 을 듣고 있었다.

김진철은 귀찮다는 얼굴로 귀를 후 벼팠다.

“거참 나도 모른다니까 그러네.”

“아시는 거 다 압니다. 애초에 수 사 중단한 것도 회장님의 명 아닙니 까?”

김진철은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고

개를 돌렸다.

“회장님. 저 정보팀 양지태입니다. 함께한 세월이 얼마나 긴데 정말 섭 섭합니다. 저 입 무거운 거 아시지 않습니까?”

“......끄응.”

양지태의 말에 김진철은 마음이 약 해졌다.

확실히 지금까지 그가 해온 공들이 나 보여준 신뢰를 생각하면 이 얘기 를 해줘도 충분하다 생각했기 때문 이다.

“말해줄까?”

“넵. 혼자만 알고 있겠습니다.”

“……아니다. 나중에.”

“아 진짜!”

네덜란드 어딘가에 숨겨진 작은 오 두막.

마력 기둥과 관련된 뉴스를 보던 베르트의 옆으로 나타샤가 다가왔 다.

“저거 요즘 뜸하다 싶더니 최근에 또 난리네.”

“협회에서 의도적으로 은폐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잖아.”

베르트의 중얼거림에 나타샤가 고 개를 끄덕였다.

“뭐, 사실이긴 하지. 그보다 저 마 력 기둥…… 그거 맞지?”

나타샤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베르 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을 거야. 결국 녀석이 해낸 거 지.”

“……그놈도 참 대단하긴 하네. 불 가능한 줄 알았는데. 잠깐! 그럼 우리의 모습도 녀석이 지켜보고 있는 거 아니야?”

나타샤가 경계하듯 빠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베르트는 그런 그녀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놈이 우릴 노렸으면 진작 움직 였겠지.”

“하긴. 그렇긴 하네.”

나타샤는 빠르게 납득했지만 금세 침울해졌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세계를 공포 에 떨게 했던 자신이 어쩌다 이런 취급이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 나타샤의 마음을 이해하는 베 르트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티비를 종료했다.

“나타샤. 그럼 슬슬 시작하자.”

“그래.”

그들의 앞에는 거대한 마법진 하나 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각종 마법 가루 와 영혼을 부르는 신비가 놓여 있었 는데 신비 박물관 여러 개를 합친 듯 수많은 보물이 놓여 있었다.

“부족한 부분은 없지?”

“응. 술식, 신비…… 그 외 준비물. 모두 완벽해.”

나타샤의 보고에 베르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럼 그리운 옛 동료들과 재 회를 시작해볼까.”

나타샤는 고개를 끄덕이며 씨익 미 소를 지었다.

“그래. 우선은 은성이부터.”

서울의 작은 커피숍.

엘린은 오랜만에 옛 8()1의 동료들 과 만남을 가졌다.

오늘이 휴가의 마지막 날이었기 때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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