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34화 (533/535)

“뭐라는 거야?”

그리고 여행 3개월 차, 남미 아마 존.

지금 내 앞에는 두건을 둘러쓴 남 성 넷이 나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

자꾸 뭐라고 소리를 치는데 영어가 아니라서 알아들을 수가 없네.

뭐, 어떤 상황인지는 대충 알 것 같지만.

“헤이! 머니! 머니! 오케이?”

그때 녀석이 영어로 말하며 내 이 마에 총구를 들이밀었다.

나는 그 타이밍에 맞춰 놈의 총을 낚아챘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놈은 멍한

얼굴로 자신의 빈손을 바라보았다.

“..

이후 나는 마법 구체를 구현해 뒤 에서 지켜보는 강도 셋의 총을 파괴 했다.

놈들의 눈이 크게 휘둥그레졌다. 서로의 얼굴을 돌아보더니 자기들끼 리 중얼거린다.

“#@#@@..?”

나는 놈들에게 손을 까딱했다.

“자자. 이리 와. 도망칠 생각 말 고.”

“@#$#$……

강도들은 다소곳하게 손을 모은 채 내게 다가왔다.

“무릎 꿇고.”

놈들이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뭐야. 한국말인데 바로 알아듣네.

“[email protected]#@#$……

그때 놈들이 두 손을 모으며 간절 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마치 악마를 마주한 신자를 보는 것 같았다.

순간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악마 취급은 신선하네.”

상관없기는 하다. 강도가 나에 대 해 외부에 떠들어봤자 누가 믿어주 겠나.

나는 무릎을 꿇은 놈들 앞에 쪼그 려 앉고는 사진을 보였다.

“혹시 이 주변에서 이런 비슷한 석 판 본 적 있어?”

«..2”

놈들은 멍하니 사진을 보더니 다시 한번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내 무언가를 떠올린 듯 두 눈이 크게 휘둥그레졌다.

운이 좋게도 강도들은 고대 석판의 위치를 알고 있는 듯한 반응이었다.

나는 그들이 안내한 방향으로 움직 였고 움직일수록 서서히 익숙한 기 운을 느끼기 시작했다.

바로 짙은 신비의 기운이었다.

“여긴가?”

그렇게 30분을 걸었을까.

나는 아마존 정글의 중심에 들어설 수 있었다.

눈앞에는 거대한 유적지 같은 것이 있었는데 마치 던전이나 ‘유적지’와 흠수한 분위기가 홀렀다.

“......후우.”

나는 짧게 숨을 내쉬며 이곳에서 풍기는 마나를 느꼈다.

지금까지 다녀왔던 그 어떤 지역과 는 비교할 수 없는 짙은 마나가 느 껴졌다.

마치 이서준의 세계로 돌아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고 해야 할까.

나는 신기함을 느끼다가 천천히 마 나를 구현했다.

이내 피어오르는 황금빛의 마나.

S등급 이상의 마법을 구현할 수 있을 만큼 마나가 풍부하다는 증거 였다.

“……여기다.”

세계에 숨겨진 틈.

이곳이라면 차원 통로 술식을 구현 할 마나를 공급하고, ‘소통’을 위한 그곳에 진입할 수 있다.

나는 마나를 소멸시키고는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고대 석판을 올려보 았다.

그 안에는 인간의 의지, 마음, 인 연. 그리고 그런 것들이 모여 만들 어내는 새로운 운명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내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스스로 만들어지는 운명…… 운명 은 결국 사라지지 않는다는 건가?”

내가 여행을 시작한 것도. 이곳으 로 찾아온 것도. 모두 내 스스로 만 들어낸 운명이었다.

뭐든 상관없다.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면 그게 그 말이니까.

“슬슬 시작해볼까.”

나는 천천히 손을 뻗고는 석판에 담긴 거대한 마나를 끄집어냈다.

우우우웅!

강한 바람이 크게 불어오고, 석판 에서 푸른 기운이 스멀스멀 내 주변 에 크게 돌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을 이용해 천천히 거대한 술식으로 변화시켰다.

주변의 마나를 흡수, 강화하는 일 종의 마나 공급 술식이었다.

우우우응!

그때, 변화가 시작되었다.

주변의 마나가 회오리처럼 휘몰아

치더니 내 주변으로 뭉쳐오기 시작 한 것이다.

과거의 나였으면 절대 이루어내지 못할 경지.

하지만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통 해 술식에 대해 새롭게 눈을 뜬 상 태였기에 가능했다.

나는 아마존 전체에 흩어진 짙은 마나를 모으고 있었다.

그 후 그 엄청난 마나를 이용해 술식을 수정해 나갔다.

바로 숨겨진 세계에 진입하는 술식 이었다.

동시에 거대한 어둠이 나를 덮치더

니 풍경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순식간에 고요해진 어둠 속.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 나는 수많은 술식이 빽빽하게

그려진 검은 공간에 서 있었다.

나는 이곳이 어딘지 알고 있었다. 세계의 기록소.

내 계획이 성공했음에 나는 만족감 을 느꼈다.

그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

나는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천 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인간의 실루엣을 가진 암 흑과 빛이 뒤섞인 무언가가 서 있었다.

그 어떤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나는 잠시 당혹감을 느꼈다.

“넌 누구지?”

[‘나’? ……글쎄? 나를 무엇으로

정의해야 하는 게 좋으려나. 자주 듣는 질문이지만 매번 고민된단 말 이지.]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렸다.

순수한 의지. 하지만 이번에도 그 어떤 기운도 느낄 수 없었다.

놈은 완전한 ‘무(無)’의 존재였다.

“신비는 아닌 거 같고. 설마 신이 냐‘?”

[신……? 큭큭. 뭐, 너희 인간의 표 현을 빌린다면 그럴 수도 있겠네.

조금은 다르진 말이야. 그래도 정확 히 설명하자면 우주…… 혹은 위대 한 관리자. 아니면…… ‘무한한 의 지’의 분신. 이런 표현이 맞지 않을 까 싶네.]

“무한한 의지?”

죽음의 섬 유적지의 술식을 통해 알고 있던 이름이었다.

모든 세계를 관리하는 초월적 존재 의 이름이었지 아마.

길게 설명을 늘어놓았지만, 요약하 자면 신적 존재라는 것이었다.

딱히 놀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신’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면서, 언젠가 그들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으니까.

다만 놈이 무슨 꿍꿍이를 갖고 내 앞에 나타난 것인지 알 수 없어 그 건 조금 경계가 되었다.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 나는 그저 너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온 것뿐이니까. 동류로서 말이야.]

“동류라니?”

[너도 알고 있지 않아? 하나의 차 원을 마음대로 수정할 수 있는 특별 한 권능 말이야.]

신이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보니 우리랑 완전히 같진 않네. 너는 스스로 차원의 주인이 되는 것을 포기했으니까.]

내가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이용해 세계의 법칙의 존재를 완전히 지워

버린 것을 말한 것이다.

그 결과, 세계는 그 어떤 초월적 존재도 수정할 수 없는 완전한 세계 가 되었다.

차원의 주인이 인간이 된 것이다.

[그래서 너한테 궁금한 게 많았어. 왜 그런 선택을 한 걸까. 너는 어떤 존재일까. 하고 말이야.]

나는 가만히 신의 말을 듣다가 의 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해한 말들에 굳이 반응해줄 필요

가 없었다.

무엇보다 지금 나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까.

나는 신을 무시하고는 주변에 펼쳐 진 술식을 둘러봤다.

세계의 기록소답게 수많은 역사가 술식의 형태로 기록되어 있었다.

근처에 있는 술식을 하나 집어 읽 자 세계의 역사가 영상처럼 내 머릿 속에 재생되었다.

“……어쩌면 정말로 가능할지도.”

[설마 기록소를 통해 차원 너머의

존재와 소통해 통로를 연결할 생각 은 아니겠지?]

“정답이야.”

신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말했다.

[……재밌는 시도긴 하지만 기대하 지 않는 게 좋올 거야. 마력의 한계 로 전달할 수 있는 정보량이 한정되 어 있거든.]

그건 나도 알고 있다.

차원을 너머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는 어마어마한 마나가 필요하다는 것을.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순 없었다.

나는 술식의 역사를 읽다가 실시간 으로 그려지는 역사의 끝에 도달했다.

동시에 술식 안에 담긴 역사가 내 머릿속에 재생되었다.

내가 떠나고 1년이 지난 세계…….

이서준과 최서윤을 포함한 그리운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선우가 남긴 물건들이 있어서 마 나의 공급에는 문제가 없어.

—문제는 다른 차원의 선우를 어떤 방법으로 특정하느냐인데.

....불가능에 가깝지. 그 전에 해결해야 큰 산이 있기도 하고.

실시간으로 이서준과 윤하영의 대 화가 들려왔다.

그들의 중심에는 ‘진천우의 기억’ 이 담긴 돌이 있었는데 보아하니 그 의 기억을 통해 나를 소환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던 모양.

순간 뭉클한 기분이 느껴졌다.

내가 떠나고 1년이라는 시간이 흘 렀지만, 이들은 여전히 나를 찾아내 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상황이 재밌게 흘러가긴 하네. 하 지만 의지 전달은 한계가 명확할 텐 데. 과연 어떻게 되려나? 흐흐.]

나는 눈을 찌푸리고는 놈에게 시선 을 돌렸다.

“야. 너. 도와줄 거 아니면 입 좀

다물어.”

[…….]

신은 입을 다물고는 고개를 끄덕였 다.

그럼 놈도 조용해진 거 같으니 슬 슬 시작해볼까.

나는 실시간으로 작성되는 역사의 술식 위에 손을 얹었다.

마력을 끌어올리고는 그 안에 나의 의지를 담자 술식에 작은 빛이 떠오 르기 시작했다.

스으으.

크게 변화하는 건 없었다.

내가 전달할 수 있는 정보는 아주 극소량의 의지.

세계를 변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작은 바람이, 인간의 의 지와 닿는다면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거라 나는 믿는다.

그렇게 술식의 빛이 점차 커지고.

나는 마나를 담는 것과 동시에 ‘특 별한 능력’을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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