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흐아아압!”
증폭된 백천에 의해 진천우의 힘이 밀리며 가슴에 긴 상처가 그어졌다.
“..
붉은 피가 뿜어지며 바닥을 적셨 다.
진천우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뒷걸 음질했다.
“단순한 운의 변화로 결과를 뒤바 꾸다니……
놈은 고통을 느끼는 듯 자신의 가
슴을 어루만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놈의 가슴에 생겨난 상처가 빠르게 아물기 시작했다.
“……뭐지? 초재생능력인가?”
최일현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소수 일족의 능력이에요.”
나는 가상세계의 신비를 통해 놈이 가진 모든 소수 일족의 능력을 알게 되었다.
끝내 내가 밝혀내지 못한 4개의 능력 역시 알게 되었고.
놈이 사용한 저 능력이 바로 그 4 개의 능력 중 하나였다.
“희성 일족의 회복술이에요. 재생 력이 아닌 회복 마법이죠.”
수많은 지식을 가진 최일현도 생소 한 듯 턱을 매만졌다.
“회복술이라. 또 주의해야 할 능력 이 있냐? 아무리 나라도 모든 소수 일족의 능력을 아는 건 아니거든.”
“모를 만한 것만 간단히 알려드릴 게요.”
나는 신비에게 들었던 내가 모르던 4개의 능력을 떠올렸다.
“먼저 접촉한 대상의 마력을 흡수 하는 능력이 있어요.”
“방금 이서준의 마력을 흡수한 그 거냐?”
“맞아요.”
그 말에 이서준이 휙 고개를 돌렸 다.
“그런 게 있으면 진작 알려줬어야 지.”
“미안. 워낙 정신이 없어서.”
이서준은 작게 헛웃음을 흘리더니 말했다.
“또 남은 능력은?”
“다중 봉인술. 그리고 다른 하나 는...”
나는 말끝을 흐렸다.
모두가 의문에 찬 눈으로 나를 바 라봤다.
“남은 하나는 별거 아니야. 기억을 전송하는 능력이거든.”
“……기억이라.”
이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진천우 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봉인술의 조건은?”
“일반적인 봉인술이랑 비슷해. 미 리 봉인 술식을 설치해놔야 발동할
수 있어.”
그 순간 진천우가 손바닥을 펼쳤 다.
동시에 바닥에 숨겨져있던 거대 봉인 술식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대비해 미리 설치해 두 었던 령 일족의 [다중 봉인술]을 사 용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쉽게 당해줄 내가 아니었다. 이것에 대한 대처를 미리 준비 했으니까.
나는 곧바로 능력을 발동했다.
[사용 효과 ‘술식의 세계’를 발동합 니다.]
우우웅!
바닥에 깔려 있던 령 일족의 봉인 술식 위로 새로운 술식이 덮여오기 시작했다.
진천우는 표정을 굳혔다.
이 술식의 정체를 단번에 파악한 모양이다.
“그때 그 술식 마법이군.”
“아니, 그때와는 조금 다를 거야.”
나는 바닥에 깔린 술식에 새로운
술식을 구현했다.
지난번 신비에게 얻은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술식’이었다.
술식의 세계는 점차 변화하며 새로 운 환경을 만들어 냈다.
진천우는 변화하는 공간의 환경을 바라보며 두 눈을 떨었다.
[‘비현실의 가호’가 발동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30% 상승합니다.]
가상과 현실이 중첩된 특수한 공 간.
그 특수성에 의해 비현실의 가호가 발동되며 능력치가 상승했다.
진천우는 이 현상이 신기한 듯 멍 하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숲인가?”
“맞아.”
그를 따라 주변을 둘러보다가 천천 히 밤하늘에 떠오른 ‘그것’을 바라 보았다.
진천우는 나를 따라 하늘을 올려보 았다.
“뭘 보는 거지?”
“ 달.”
“……달?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데.”
진천우가 의문을 담아 물었다.
나는 밤하늘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
“네 눈에 안 보이는 게 정상이야. 저 보름달은 나에게만 보이도록 설 정했거든. 네가 나와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말이지.”
동시에 내 몸에서 엄청난 힘이 뿜 어져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 다.
[달빛을 받았습니다.]
『달의 포옹’ 효과가 발동됩니다.]
소용돌이치는 듯한 파괴적인 기운 이 내 안에 날뛰기 시작했다.
푸른 마력은 수중기처럼 내 몸 위 로 피어올랐고, 그 여파로 피부의 온도가 뜨겁게 달궈졌다.
지금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마력을 느끼고 있었다.
성배의 행운 증폭 효과는 물론, 숲 과 달이 떠오른 가상 세계를 구현하 여 [비현실의 가히와 [자연 교감].
그리고 [달의 가히의 효과가 중첩 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침착함을 유지하던 진천우 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그 역시 달의 일족의 능력을 사용 할 수 있기에, 지금 내게 어떤 변화 가 생겼는지 눈치챈 것이다.
“……설마 이런 수를 숨기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너와의 재대결을 위해서 준비를 많이 했거든.”
술식의 세계는 오직 나만을 위한 특수 공간이다.
술식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마법적 능력도 상승시 킨다.
이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이야기다.
나는 먼저 황금빛의 구체를 가볍게 구현해 속사했다.
정직한 공격이었기에 예상대로 진 천우는 손쉽게 반응했다.
구체가 다가오는 타이밍을 정확히 맞춰 흑천을 휘두른 것이다.
그 순간.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진천우의 몸이 뒤로 크게 밀려났다.
그의 표정에 당혹이 어렸다.
간단히 구현한 마법치고는 상당한 양의 마력이 담겨있었으니까.
그 틈을 노려 나는 곧바로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달의 가호의 효과로 육체 능력이 크게 증폭됐기에 그 어느 때보다 움 직임이 가볍고 빨랐다.
진천우는 변화한 내 움직임에 잠시
당혹감을 느끼는 듯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거리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진천 우는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후우웅!
하지만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그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금빛 구체를 구 현해 녀석의 배를 향해 방출했다.
콰아아앙!
놈의 육신이 뒤로 크게 밀려났다.
“커헉!”
제대로 된 유효타였는지 놈이 붉은 피를 토해냈다.
나는 놈이 회복할 시간을 주지 않 기 위해 바로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수십 가지의 사슬과 금빛 구체의 세례.
마법은 곧 녀석을 향해 빠르게 쏟 아졌다.
하지만 진천우는 몸의 상처 따위는 무시하듯 이번에도 빠르게 반응하며 모든 공격을 흑천으로 막아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감탄했다.
상처 입은 몸으로 반응하기 쉽지 않을 텐데 그의 방어에는 조금의 오 차도 없었다.
“……무슨 기계도 아니고.”
그렇게 한참 나와 경합을 겨루던 진천우가 한 발짝 물러섰다.
놈은 짧게 호흡하더니 내게서 흡수 한 마력을 이용해 자신의 육신을 회 복했다.
어렵게 만들어낸 유효타가 한순간 에 사라진 것이다.
순간 허무함이 느껴졌다.
진천우는 주변의 풍경을 다시 둘러 보더니 말했다.
“볼수록 놀랍군. 어떻게 인간의 힘 으로 이토록 정교한 가상 세계를 구 현할 수 있는 거지?”
“뭐, 쉬운 마법이 아니긴 하지.”
농담하듯 한 말에 진천우가 정색했다.
“그렇게 농담처럼 할 수 있는 마법 이 아니다. 이건 인간의 경지를 넘 어선 신에 가까운 권능이니까.”
놈의 극찬이 부담스러웠지만 솔직 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인간의 힘으로 가상 공간을 현실에 덮어씌운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맞으니까.
내가 이 마법을 완성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외부자의 혜택 덕이 컸 다.
“……뭔가 상황이 바뀌었는데?”
그렇게 진천우와 대화를 나누던 그 때 뒤에서 숙덕이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내 활약에 절망으로 가득했던 요원 들의 얼굴에 희망의 꽃이 피어오르 기 시작한 것이다.
이서준은 조심스레 내 옆으로 다가
오더니 말했다.
“어떻게 된 건진 모르겠지만 승기 를 가져오는 거 같네.”
“아니, 꼭 그런 건 아니야.”
지금이야 내게 유리한 상황이지만,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술식의 세계를 유지하는 데에는 엄 청난 마력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성배가 가진 마나 재생 효 과로 버티고 있기는 하나 이것도 언 젠가 끝이 찾아올 터.
“……놈의 황금 방벽을 뚫을 수 있 을 정도의 강한 마력이 필요해.”
놈은 25개의 소수 일족의 능력을 사용한다.
단순한 마법으로는 끝을 낼 수 없 다. 가벼운 공격 정도는 녀석이 금 방 회복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놈에겐 마력 흡수 능력까지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에게 불 리할 것이고.
강한 한 방을 노려야 한다.
나는 뒤의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 다.
유아라와 신영준, 최서윤, 윤하영이 긴장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시선을 마주하며 무언 의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다시 놈에게 시선을 돌렸 다.
파앗!
동시에 나를 제외한 모두가 진천우 를 향해 달려들었다.
진천우는 곧바로 혹천을 휘두르며 모든 공격을 반격했다.
하지만 술식의 세계. 그리고 성배 의 힘으로 강화된 요원들은 아무리 진천우라 할지라도 막기가 쉽지 않 았다.
“......큭!”
정면에서 달려드는 최일현. 그리고 뒤에서 빈틈을 노리는 이서준.
쏟아지는 공격을 방어했다 생각하 면, 다른 곳에서 새로운 공격이 이 어진다.
진천우는 다수의 적과 상대하며 정 신없이 검을 휘둘렀다.
나는 그 전투를 지켜보며 타이밍을 기다렸다.
아무리 기계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녀석이라도 인간인 이상 언젠간 빈 틈을 보일 터.
바로 그때.
자연의 마력이 부자연스럽게 흐르 더니 이내 놈의 발밑이 얼어붙기 시 작했다.
성배가 만들어낸 ‘불행’이었다.
또다시 생겨난 예상치 못한 변수에 진천우는 육체의 균형을 잃었다.
그리고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 다.
‘지금이다!’
나는 곧바로 바닥을 박차며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전투가 길어져서 좋을 건 없다.
이번 일격으로 모든 것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나는 아껴두었던 남은 능력을 모두 발동했다.
[사용 효과 ‘순간 가속’을 발동합니다.]
[사용 효과 ‘투쟁심’을 발동합니다.]
[사용 효과 ‘대자연의 심장’을 발동 합니다.]
[‘부분 폭주화’를 발동합니다.]
우우우웅!
내 몸을 중심으로 엄청난 기운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순간 가슴에서 숨이 멎을 듯한 통 증이 몰려왔다.
이미 수많은 증폭 능력으로 강화된 육체에, 또다시 중폭 능력이 중첩되 며 과부하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한계 돌파’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10,000포인트를 획득합
니다.]
심장이 찢어질 것 같은 끔찍한 통 증.
고통 내성이 없었더라면 이미 쇼크 로 죽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찔함이 느껴졌다.
나는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는 손바 닥 위로 폭발할 것 같은 마기 덩어 리를 구체의 형태로 변형했다.
쉽지는 않았다.
내 몸에서 나온 마력이라기엔 믿기 힘들 만큼 이질적이라서, 제어에 한 계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끝내 구체를 완성했다.
내가 구현할 수 있는 궁극의 마법 이었다.
짧은 찰나의 시간. 진천우의 두 눈 이 크게 떠졌다.
“흐아아압!”
파아아아아앙-----
검은 구체가 자연의 마력을 빨아들 이며 놈을 향해 방출됐다.
그 여파로 구체를 방출한 팔이 박 살 나고, 몸이 뒤로 크게 밀려났다.
진천우의 두 눈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본능적인 위기를 느낀 듯 놈은 서 둘러 거대한 황금 방벽을 구현했다.
놈 역시 자신이 가진 모든 마력을 사용해 구현한 궁극의 방벽이었다.
그리고, 두 마법이 부딪히자 새하 얀 빛이 크게 번지며 모든 시야와
소리를 집어삼켰다.
거대한 파동이 주변을 크게 휩쓸 고, 불태웠다.
폭발한 마력은, 자연에 흐르는 마 력조차 전부 불태웠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그 여파를 버티는 것에 급 급해 보였다.
하지만 견딜 수 없었는지 강력한 마력의 파동에 사람들은 하나둘씩 정신을 잃어갔다.
거대한 마력 충돌로 인해 생겨난
마력 과부하 현상이었다.
스 O O.
그렇게 퍼져나가던 마력이 서서히 사그라들고, 나는 가쁘게 숨을 몰아 쉬었다.
“……크으윽!”
심장에 끔찍한 고통이 느껴진다.
단순한 마법 방출에 의해 온몸의 뼈와 근육이 박살 났고, 정신은 혼 미해져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
……이대로라면, 분명 죽는다.
어떻게 해서든 폭주하는 이 마력을 잠재워야 한다.
나는 망가진 몸을 초재생능력으로 회복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곧바로 폭주화를 풀어냈다.
날뛰던 검은 마기는 사라졌지만, 심장을 중심으로 들끓는 마나의 폭 주는 여전했다.
“……허억, 허억.”
나는 무릎을 꿇고 바닥에 피를 토 해냈다.
아까보다는 조금 나아졌지만 심장 이 찢어질 듯한 고통은 여전했다.
“김선우! 괜찮아?!”
내 위급한 상황을 눈치챈 이서준이 빠르게 다가왔다.
내 상태를 본 그가 눈을 찌푸렸다.
“무, 무슨 마력이……
“선배님!”
이어서 최서윤이 다가왔다.
그녀의 손이 내 등에 닿더니 강렬 한 기운에 놀란 듯 화들짝 손을 떼 어 냈다.
그녀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선배님! 당장 마력을 잠재워요!”
이들이 이렇게 놀라는 데에는 이유 가 있다.
한계를 넘어선 힘을 사용할 때 일 어나는 마력 폭주 현상.
그 증상이 내게 보였기 때문이다.
자칫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인 술식의 세계 를 풀어낼 수만 있다면 전부 해결되 겠지만, 어째서인지 그 어떤 것도 제어할 수 없었다.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다.
그리고 최일현이 내게 손을 대곤 말했다.
“김선우. 천천히 심호흡해라. 조급 해하지 말고 천천히 마나의 감각을 찾아.”
나는 천천히 심호흡했다.
그의 말대로 나는 내 몸에서 제어 되지 않는 마나의 감각을 천천히 느 꼈다.
그때 그의 마력이 내 몸을 타고, 폭발하려는 마나를 조금씩 눌렀다.
효과는 있었다.
아직 완전히 제어되진 않았지만 서 서히 진정되고 있었으니까.
최일현 역시 그걸 느낀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위급상황은 넘겼다.”
“ 휴우......
이서준과 최서윤. 그리고 뒤에서 지켜보던 윤하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깊은 두통에 잠시 숨을 참다 가 말했다.
“……이서준.”
내 말에 이서준이 나와 눈높이를
맞췄다.
“응. 듣고 있어.”
“……나는 됐으니까, 일단 진천우 부터 마무리해.”
내 말에 이서준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거대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분명히 보았다.
내가 방출한 마기가 황금 방벽을 뚫고 진천우의 심장을 관통한 것을.
제아무리 괴물 같은 녀석이라 해 도, 그 공격을 정통으로 맞고 멀쩡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서준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 이며 백천을 쥐었다.
진천우의 영혼을 소멸시킬 수 있는 건 그의 혈육인 이서준뿐.
마무리는 그가 지어야 한다.
그렇게 이서준이 검에 마력을 주입 하던 그때.
스으으으.
연기가 흩어지더니 끔찍한 형태의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이서준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나
역시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이게 무슨.”
연기 속에 모습을 드러낸 진천우.
그의 두 눈은 푸른 빛으로 빛났고, 왼쪽 가슴에 생겨난 거대한 구멍은 이질적인 새하얀 무언가로 서서히 뒤덮이고 있었다.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