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상황에 마법사들은 당 혹에 찬 표정을 지었다.
이어 다른 곳에서 전투를 벌이던
두 재앙급 마수의 몸에서도 큰 폭발 이 일어났다.
마법사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마력 이 느껴진 방향을 향했다.
솟아오른 언덕. 그 위에 세계 최강 의 마법사, 김진철이 서 있었다.
갑작스레 합류한 김진철의 활약으 로 전세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의 손에서 펼쳐지는 파수십일장 은 재앙급 마수들에게 커다란 피해
를 입혔고, 마수들이 반격을 시도할 때마다 수십 개의 원반격으로 모든 공격을 반사했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압도 적인 무력이었다.
단신의 몸으로 5마리의 재앙급 마 수를 상대한다는 건 인간의 영역이 아니었으니까.
“……볼 때마다 경이롭다는 생각밖 에 안 드네.”
아니, 경이롭다는 표현도 부족하다.
저건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었다.
내 중얼거림에 이서준도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아마 나는 평생 수련 해도 할아버지 발끝에도 다가갈 수 없겠지.”
이서준답지 않게 자신감이 떨어진 말을 내뱉는다.
나는 김진철의 전투에 시선을 떼고 는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야.”
그러자 이서준이 피식 웃었다.
“말만이라도 고맙네.”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를 돌아봤 다.
“진심이야. 너는 내가 아는 그 누
구보다 재능이 뛰어나니까.”
이서준이 가진 [천재] 특성.
지금 당장은 격차가 클 수 있겠지 만 나이를 먹고 하나둘씩 새로운 깨 달음을 얻을 때마다 김진철과 가까 워질 것이다.
내 칭찬에 이서준은 무안함을 느낀 듯 미묘한 표정을 짓더니 장난기를 담아 말했다.
“뭐, 그 전에 너부터 넘는 게 우선 이겠지.”
“나는 무슨……
그때 였다.
“……읏.”
깊은 현기증과 함께 강한 어지러움 이 느껴졌다.
다리의 힘이 풀리고, 쓰러질 뻔한 몸의 균형을 겨우 유지했다.
“선우야. 괜찮아?”
어느새 다가온 윤하영이 내게 말했다.
“괜찮아. 마나를 너무 많이 써서 그래.”
나는 소환수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두 거대 소환수의 소환을 유지하고
있다 보니 마력 탈진 현상이 오려 하고 있었다.
다행인 점은 김진철이 나서며 이들 의 소환을 유지할 이유가 사라졌다 는 점.
나는 대정령의 소환을 해제했다.
이후 새하얀 빛이 뿜어지더니 대정 령이 소멸하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레텔에게 시선 을 돌렸다.
거대해진 그레텔 역시 서서히 힘을 잃고 있었다.
[급속 성장]의 지속시간이 끝났음 에도 억지로 힘을 유지하다가 몸의
한계가 찾아온 것이었다.
그레텔은 여러 생각에 잠긴 눈으로 나를 내려보더니 몸이 작아지기 시 작했다.
우우우웅…….
그리고 느껴지는 따듯한 기운.
마치 봄바람에 흩어지는 꽃가루처 럼, 그레텔의 육신이 아름답게 흩어 졌다.
나는 사라지는 그레텔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그 자리에는 작은 새싹이 잠올 곤 히 자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흙과 함께 그레텔 을 들어 올렸다.
“그레텔. 수고했어.”
이내 새싹 그레텔이 뿅. 하고 사라 졌다.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소환 해제된 것이었다.
나는 다시 홀로 치열한 전투를 벌 이는 김진철에게 시선을 돌렸다.
전투가 격화되면서 주변의 공기가 크게 떨리고 온갖 자연 마법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 압도적인 마력의 충돌에 몇몇
사람들을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며 괴로워했다.
우우웅!
그렇게 흑룡의 거대한 검은 구체와 김진철의 원박격이 닿은 그 순간.
파아아앙!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김진철의 모 습이 안개가 낀 것처럼 흐려지기 시 작했다.
기이한 현상에 윤하영이 당황하며 말했다.
“……뭐지? 지금 나만 주변이 뿌옇 게 보여?”
“조심해. 마력 재해 현상의 전초 현상이야.”
“마력 재해?”
윤하영이 나를 획 돌아보며 물었다.
“마법사관학교에서 배웠잖아. 강력 한 마력이 충돌할 때 생겨나는 현 상.”
“……아니, 그건 아는데.”
아무래도 혹색의 땅 고유의 환영 현상이랑 강한 마력이 충돌하면서 새로운 재해가 일어나려는 것 같았 다.
재앙급 마수들이 ‘재앙’이라 불리 는지에 대한 원인이기도 하다.
그들이 가진 막강한 마력은, 주변 의 환경을 바꿔버릴 정도니까.
마치 용족이 만들어내는 ‘차원 균 열 현상’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 갑작스러 운데.
그리고 멀리서 희미하게 보이는 김 진철 역시 이 상황이 당황스러운 듯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때 다시 한번 마력이 크게 파동 을 일으켰다.
내 시선 끝에 허공에 떠오른 무언 가가 있었다.
엄청난 마력을 뿜어내는 보석.
저 보석의 정체는…….
“……마나의 핵‘?”
자운이 소유한 무한한 마나를 품은 성유물이었다.
나는 갑작스러운 이 현상의 원인을 깨달았다.
김진철과 재앙급 마수의 충돌을 이
용하여 마나의 핵으로 전장의 환경 을 급속도로 바꾸려는 것이었다.
나는 빠르게 이서준에게 시선을 돌 렸다.
마력 현상 때문인지 눈앞이 흐려져 그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이 서준?”
—김선우? 지금 너 어딨어?
얼굴뿐만이 아니라 목소리도 흐리 게 들렸다.
그 목소리는 그의 얼굴처럼 점차
흐려졌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나와 이서준에게는 환영 면역 마법 인 [은월환절]이 있다.
그럼에도 이런 현상을 보인다는 건 단순한 환영은 아니라는 증거다.
나는 그를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내 손은 허공에 휘저어졌다.
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작은 음성.
동시에 눈앞에 뿌옇게 누군가의 실 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기 위해 빠르게 그것을 잡았다.
번쩍!
하지만 내가 잡은 것은 이서준이 아니었다.
“……서, 선배님?”
최서윤이었다. 그녀는 당황한 눈으 로 이 상황에 혼란감을 느끼는 듯했다.
“쓰읍.”
어쩌면 진천우가 이서준을 노리기 위해 의도한 걸지도 모르는 상황.
한시라도 빨리 그를 찾아야 한다.
나는 그녀의 손을 꽉 잡고는 말했다.
“미아가 될 수 있으니까 나한테서 떨어지지 마.”
“네? …… 아, 네!”
어느덧 주변은 뿌연 안개로 가득 찼다.
그리고 안개는 점차 얼어붙으며 나 와 최서윤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쳐 왔다.
마치 차원 균열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제 어떻게 해요?”
“이서준을 찾아야 해.”
문제는 이 현상 속에서 어떤 적을 만나게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내 몸의 마나가 거 의 바닥난 상황…….
진천우와의 대결을 위해 능력을 아 껴야 하는 상황이기에 강한 적과의 만남은 피해야 한다.
혹여라도 이 안에서 재앙급 마수를 마주치게 된다면…….
그땐 정말로 위기다.
“일단 이동하자.”
그렇게 우리는 앞으로 달려갔다.
그렇게 얼마나 안개 속에서 헤맸을 까.
빠른 마나 재생 효과로 인해 바닥 났던 마나가 절반쯤은 채워지게 되 었다.
재앙급 마수를 마주치게 된다면 어 림도 없을 마나의 양이지만 이 정도 면 일반 마수 군단은 손쉽게 처치할 수준이 된다.
그렇게 길을 걷는데 이상함이 느껴
졌다. 단순한 자연 마력 현상과는 다른 것 같았다.
마치 어떤 목적지를 향한 길 같다 고 해야 할까.
최서윤도 그것을 느낀 듯 내게 말했다.
“……자연이 저희에게 길을 유도하 는 거 같지 않아요?”
“응. 나도 그런 생각을 했어.”
이런 자연 현상은 보통 인간이 길 을 헤매게 만든다.
하지만 안개 속에 보이는 어렴풋한 풍경은 마치 우리를 어딘가로 인도 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함정일 수도.”
그때 다시 한번 어디선가 강한 마 력이 퍼져 나왔다.
동시에 나와 최서윤은 긴장감을 느 끼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심상치 않은 기운…….
안개의 마력에 의해 제대로 가늠되 지 않지만 거대한 무언가가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저 정도의 덩치를 가진 존재라면 재앙급 마수일 가능성이 높았다.
“쓰읍.”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만약 저 안개 건너의 존재가 정말 로 재앙급 마수라면, 상황은 심각해 진다.
지금의 내가 놈을 상대하려면 진천 우에게 사용해야 할 능력 대부분을 사용해야 할 테니까.
“큰일 났네.”
“……무슨 일이에요?”
“계획이 꼬였어.”
그렇게 불안감을 느끼며 안개 너머 를 노려볼 때였다.
안개 속에서 강한 마력을 지닌 무 언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이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한 손에 거대한 창을 쥔 잘생긴 외모의 한 남성.
그리고 그 옆에 선 차분한 외모의 남성.
자운의 백은성과 진이었다.
덩치가 거대했던 것으로 느껴졌던 건 아무래도 공간의 뒤틀림과 둘이 함께 있어서 그랬던 모양이다.
순간 실소가 터져 나왔다.
“……운이 좋았네.”
“뭐냐? 왜 웃어?”
내 웃음이 기분 나빴는지 백은성이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나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너무 반가워서.”
“……반갑다고?”
내 말에 백은성이 눈을 가늘게 떴 다.
여유로운 내 모습에 자존심이 상한 듯 보였다.
이내 놈의 육신을 중심으로 흉흉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선배님.”
긴장감을 느낀 최서윤이 내 손을 꽉 잡았다.
당연한 반응이다. 상대는 세계 최 악의 범죄 집단 자운의 간부.
거기다 마물들과의 전투로 인해 마 나도 온전하지 않았다.
분명 우리에게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그때 백은성이 맞잡은 손을 바라보 더니 실소를 터트렸다.
“근데 너네 뭐냐? 둘이 사귀냐?”
“……너도 알다시피 안개의 마력이 심상치 않아서 말이지.”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안개의 마나가 안정되긴
했다.
진작 손을 놓아도 되는 상황임에도 그녀가 놓질 않는다.
“그래서, 왜 나를 찾아왔지? 둘이 서 나를 상대하기엔 벅찰 텐데.”
도발과도 같은 내 말에 백은성은 눈을 찌푸렸다.
“뭐? 너 죽고 싶냐?”
그러자 진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진정해. 우린 싸우러 온 게 아니 야. 먼저 확인해야 할 게 있잖아.”
……먼저 확인해야 할 거?
의문에 찬 눈으로 놈들을 바라보자
진이 말했다.
“김선우. 제안의 대답을 들으려 찾 아왔다.”
“제안이라면……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의 계획에 동참해라. 그분께서 는 네가 원하는 것을 이루어 줄 수 있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게 네 꿈 이잖아?”
그 순간, 내 손을 잡은 최서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불안한 눈으
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그녀의 시선을 응시하 다가 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싫은데?”
내 말에 진이 눈을 가늘게 떴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 나?”
“ 고향......:
고향의 풍경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가족, 친구, 그리운 사람들. 순간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 다.
“돌아가고는 싶지. 소중한 사람들
이 그곳에 있으니까.”
“그렇다면 우리와一”
“그런데, 너희 같은 쓰레기와 손잡 으면서까지 이루고 싶지 않아. 그리 고 방법은 스스로 찾으면 그만이 야.”
그렇게 대답하고는 놈들을 향해 가 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나를 이 세계에 소환한 건 다름 아닌 진천우다. 그런 놈이 이제 와 서 돌려보내 줄 테니 협력하라고?
양심이 있나.
“이 새끼가……!”
순간 백은성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 그러지더니 살벌한 마력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잠시 후 놈의 육신이 눈앞에서 사 라졌다.
파앗!
눈 깜짝할 사이에 방천화극의 창끝 이 내 목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했던 움직임이었다.
나는 최서윤을 밀쳐내고는 [순간 가속]을 발동했다.
선명하게 보이는 놈의 움직임에, 나는 빠르게 고개를 숙여 공격을 회 피했다.
창끝에서 쏘아진 마력이 허공을 향 하자, 백은성은 침착하게 몸을 회전 시켜 다음 공격을 이어나갔다.
역시 전 세계에서 열 손가락에 꼽 히는 강화계 마법사답게 놀라울 만 큼 빠른 판단력이었다.
그러나.
나 역시 수많은 전투 경험과, 새로 운 능력을 얻으며 강해졌다.
백은성에게 도망치던 과거의 김선우가 아니라는 것이다.
스으으으!
내 몸에서 검은 기운이 쏟아져 나 왔다.
감각이 예민해지고, 가슴 깊은 곳 에서 얕은 충동과 함께 강한 힘이 퍼져 나왔다.
부분 폭주화.
힘을 아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초 장에 확실하게 제압하기 위해 필살 능력을 발동했다.
“..r
백은성은 갑작스레 달라진 나를 보 곤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놈에게 생각할 시간을 줄 생각이 없었다.
한 손으로 놈의 팔을 낚아채고는 다른 손으로 검은 구체를 구현해 놈 의 등을 내리찍었다.
콰아아앙!
“끄아악!”
“백은성!”
뒤늦게 진이 끼어들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의미 없다.
나는 놈이 움직이기 전에 빠르게
마법 구체를 놈에게 방출했다.
파앙!
검은 마기가 담긴 구체가 진의 어 깨를 관통했다.
“크으윽!”
진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그 순간 피해를 회복한 듯 백은성 이 내 뒤를 노리며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이번 엔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파앗!
결국 놈의 창이 빠르게 휘둘러지며 내 둥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됐다!”
놈의 표정이 순간 밝아졌다. 그러 나 그것도 잠시.
내 등에 생겨난 상처가 순식간에 원래의 상태로 회복되었다.
“이게 뭔……
백은성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고 나 는 검은 구체를 다시 구현해 놈의 배에 쑤셔 박았다.
콰아아앙!
“끄아악!”
백은성의 육신은 그대로 진의 옆으 로 날아가 쓰러졌다.
나는 짧게 숨을 내쉬곤 폭주화를 풀었다.
역시 위험한 힘이다. 길게 사용하 지 않았음에도 정신적으로 오는 부 담이 컸다.
남은 힘은 진천우를 위해 아껴야 할 때.
나는 짧게 심호흡하며 흐트러지는 신체의 마나를 정돈했다.
“……서, 선배님, 괜찮아요?”
«으 yy *O“-
내 상처를 살피던 최서윤에게 고개 를 끄덕였다.
이후 나는 바닥에 쓰러진 백은성과 진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놈들은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 고 있었다.
자운의 멤버 둘을 상대로 압도했다 는 기쁨보다는 빨리 끝내 이 피로를 회복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나는 손바닥 위로 마법 구체를 구 현했다.
“……기, 기다려!”
그때, 진의 날카로운 음성이 터져
나왔다. 뭔가 싶어서 놈을 바라보자 그가 말했다.
“그분이 네게 전할 말이 있어.”
“말했을 텐데. 너희 밑에 들어가는 거라면一.”
“그분은 오랜 시간 차원을 연구했 어.”
“……갑자기 그게 무슨.”
나는 순간 입을 다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