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에는 마력 현상으로 만들어 진 환상적인 관광지들이 넘쳐나니 까. 분명 즐거울 것이다.
“기회가 되면 저도 데려가요. 회사 일로 바빠서 여행 한 번 제대로 못 해 봤거든요.”
한세연의 말에 나는 빙긋 웃었다.
“네. 그래요. 기회가 된다면.”
내 대답에 한세연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네, 기회가 된다면.”
갑자기 분위기가 축 처졌다.
나는 분위기 전환을 위해 작게 헛 기침을 하고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보다.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한편, 진천우가 숨어있는 ‘흑색의
땅’ 입구.
개인 임무를 마치고 뒤늦게 ‘토벌 대’에 합류한 이서준은 일행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서준아!”
가장 먼저 반갑게 맞이한 건 바로 윤하영이었다.
그녀의 부름에 이서준은 그녀를 바 라보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다친 곳 없이 잘 지냈어?”
“웅. 서준이 너는?”
“난 뭐 잘 지냈지. 아! 이야기는 대충 들었어. 탐사대 하나가 실종됐
다며?”
탐사가 시작되고 3일 차.
S급 요원 둘과 3명의 일반 요원. 그리고 2명의 학자가 모인 탐사대 전원이 실종됐다.
이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었다.
다른 요원도 아닌 S급 요원 둘이 포함된 탐사대였으니까.
“응. 숲의 환영 현상 때문에 그렇 게 됐나 봐. 그것 때문에 지금 분위 기가 좋지 않아.”
“……으음. 확실히 그렇기는 하네. 숲 안에 재앙급 마수도 꽤 있다 들 었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길드들이 협회 에 협력을 선언하면서 세력이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마수 토벌을 전문으로 하는 그들이 합류하게 됐으니 진천우를 막는 데 충분한 도움이 될 것이었다.
그때 이서준은 동료들에게서 이상 함을 느꼈다.
언제나 활기가 느껴지는 이들이 오 늘만큼은 전과 같은 에너지가 느껴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심에 찼다고 해야 할까?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시간이 있었
기에, 이서준은 이들에게 임무 외적 인 고민이 생겼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혹시 무슨 일 있었어?”
“응? 아니, 별일 없었어. 하하
윤하영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 어색한 웃음에 이서준의 의심은 더더욱 커졌다.
얼마 안 가 이서준은 그 이상함의 원인을 깨달았다.
“김선우는 어딨어?”
김선우가 속한 8()1의 멤버들은 보
이지만 정작 그들의 리더인 김선우 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김선우라는 이름이 들려오 자 일행들의 표정이 아주 짧은 시간 굳었다.
“선우는 잠깐 개인적인 일이 있다 고 갔어.”
“혹시 김선우한테 무슨 일 있었 어?”
“……응? 아, 그게.”
윤하영은 크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탐사 중 베르트와 만났던 일.
그리고 그녀가 했던 제안과 김선우 가 보였던 감정의 동요를 이야기했다.
이서준은 생각에 잠겼다.
그 역시 오래전부터 김선우의 고향 에 대한 의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선우. 고향으로 돌아가 게 되면 앞으로 보지 못하게 되는 거 같아.”
“……앞으로 못 본다고?”
이서준은 할 말을 잃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고향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언
제나 표정을 굳히던 그였으니까.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어렴풋이 그와 이별하는 순간이 찾아올 수 있 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없 었다.
자신이 그의 선택에 관여할 권리가 없었으니까.
그때 윤하영이 그에게 무언가를 내 밀었다.
무언가가 적힌 작은 종이였다.
“선우가 너한테 전해달래.”
“……나한테?”
이서준은 종이를 받았다. 내용을 확인하자 복잡한 술식이 그려져 있 었다.
특무팀에 일하며 어느 정도 술식에 이해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안에 담 기 내용이 워낙 복잡해 이해하긴 쉽 지 않았다.
영혼과 관련된 술식으로 보이기는 하는데…….
그렇게 의문을 느끼던 그때. 뒷장 의 쪽지를 발견했다.
[최일현 님이 최근에 완성한 영혼 의 완전 소멸 마법을 술식화 한 거
야. 기존 마법은 육체에 가하는 부 작용이 심하더라고.]
김선우가 남긴 메시지였다.
영혼의 완전 소멸 마법. 저번에 김선우가 이야기해주었던 마법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혈육인 자신의 힘을 이용해 진천우의 영혼을 완전 히 소멸시킬 수 있다고…….
완전한 끝을 보기 위해서는 그의 영혼을 소멸시켜야 한다고....
이서준은 다음 내용을 확인했다.
[백천에 이 술식을 그려놓고 네 피 를 묻혀. 2주 내로 진천우와 마무리 를 지을 거야.]
나는 한성가 소유의 전용기를 빌려 태평양 어딘가의 무인도에 도착했다.
내가 도착한 곳은 이전에 한세연의 도움으로 찾아간 ‘신비’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섬.
진천우와의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몇 가지 의문을 풀고 싶어 신비를 찾아오게 되었다.
그렇게 길을 걷고, 어느덧 목적지 에 도착했다.
어두운 실내.
나는 벽에 그려진 복잡한 술식을 바라보다가 품 안의 열쇠를 꺼냈다.
방법은 간단하다.
벽의 작은 틈에 열쇠를 집어넣으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열쇠를 집어넣는 그 순간.
“......응?”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원래라면 열쇠를 집어넣는 그 순간 신비의 공간에 빨려 들어가야 정상 인데.
“......뭐지?”
나는 의아함을 느끼며 열쇠를 뺐다 가 다시 넣었다. 하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뭐야. 이거 왜 안돼?”
이후 계속 열쇠를 집어넣어 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순간 깊은 당혹감을 느꼈다.
“이미 한 번 만나서 안 되는 건 가?”
……그건 아닌데.
과거에도 몇 번 같은 신비와 대화 를 나눠본 적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왜 만나질 못하는 거지?
이사(?)라도 갔나?
“……흐으음.”
예상외의 변수다.
진천우가 가진 신비의 힘과 관련하 여 꼭 묻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 외에 차원에 대해 또 묻고 싶은 것 도 있었고.
나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스마트 폰 을 들고 톡톡 메시지를 입력했다.
[나 : 신비랑 대화가 안 되는데 원 인이 뭐야?]
전송 완료. 이내 곧바로 답장이 왔 다.
[피코 : 1,000포인트 주면 알려줄 게! 스01
“ 어휴.”
피코의 단점이 이거다. 뭘 물어봐 도 대가를 요구한다.
신비를 찾은 이유 역시 이것 때문 이었다.
뭐, 1,000포인트쯤이야 줄 수 있긴 하다만.
[나 : 가져가]
우우웅.
몸에서 잠시 빛이 나오더니 사라졌 다.
[1,000포인트를 소모했습니다.]
곧바로 답장이 왔다.
[피코 : 세상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어서 그래. 그 영향으로 신비들이 힘을 잃기 시작한 거고.]
“세상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고?”
[나 : 진천우가 원인이야?]
[피코 : 아니, 네가 원인이야.]
이후 바로 메시지가 왔다.
[피코 : 신비가 가진 힘의 원천은 세계의 법칙으로부터 나와. 그런데 네 존재로 세계가 혼돈에 뒤덮이면 서 그 법칙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 어. 그래서 신비들이 힘을 잃기 시 작한 거야.]
“……혼돈 때문이라고?”
여러 의문을 느끼던 그때 메시지가 다시 도착했다.
[피코 : 그 증거로 네가 살던 세계 엔 ‘신비’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잖 아? .»&]
“뭐야.”
순간 당황했다. 설마 내가 살던 현 실과 이런 식으로 연결될 줄은 생각 도 못 했기 때문이다.
[피코 : 물론 신비가 힘을 잃었다 고 해서 작동되지 않는 건 아니야. 어디까지나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는 힘이 사라진 거거든.]
[피코 : 인간과의 대화라던가…… 마수의 조종이라던가…….]
“……그런 거였나.”
진천우가 어떻게 마수들을 조종할 수 있었는지.
기존의 신비의 사도였던 ‘재앙급 마수’ 역시 어떻게 조종할 수 있었 는지 그 의문이 해소되었다.
“그래서 김창현은 마수를 조종하지 못했던 거구나.”
그 당시에는 세계의 법칙이 유지되 고 있었으니까.
“설마 이것도 진천우의 계획에 포 함되어 있는 건가?”
만약 정말 그렇다면 대단한 녀석은 맞다. 놈■이 계획을 세운 것은 지금 으로부터 훨씬 과거의 일이니까.
“……흐음.”
나는 몇 가지 고민에 빠지다가 다 음 것을 물었다.
[나 : 그럼 이제 신비와 대화는 불 가능한 거야?]
[피코 : 아마도? 아, 근데 방법은 있어.]
방법이 있다고?
[나 : 그게 뭔데?]
[피코 : 세계의 법칙이 무너지기 전에 잠든 신비를 이용하면 돼.]
“……잠든 신비? 그게 무슨 말이 지?”
[피코 : 신비는 잠들기 전에 세계 의 법칙의 힘을 몸에 저장하거든. 그들을 깨우면 몇 주간은 대화할 수
있을걸? 스0~|
무슨 말인지 대충 이해가 됐다.
신비였지만 신비의 힘을 잃은 물건 을 찾으라는 것 같았다.
예를 들면 고장 난 신비라던가.
“……근데 잠든 신비를 어디서 구 하지?”
머리를 긁적이며 혼자 고민에 빠지 던 그때.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
[피코 : 네가 이미 소유하고 있는 데?]
“......뭐?”
내 음성에 대답하듯 한 답장이었다.
순간 어이없는 생각과 동시에 머릿 속이 번쩍였다.
피코의 말대로 나는 이미 잠들어버 린 신비를 소유하고 있었다.
나는 아공간을 열어 구슬 하나를 꺼냈다.
[잠들어 버린 신비의 구슬(유물)]
설명 : 신비의 힘이 봉인된 구슬. 봉인을 풀면 다시 신비의 힘이 깃든 다.
예전의 이름은 가상 세계 생성 장 치. 과거 최씨 가문에서 만들어진 ‘경계의 세계’를 다녀오고 얻은 전 리품이었다.
영혼의 가루, 검은 깃털, 차원 용 화액, 마수의 심장…….
“……정말 이거로 되는 건가?”
피코와의 대화 이후 4일이라는 시 간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피코에게서 얻은 신비 를 깨우는 방법을 연구했다.
여러 가지 특수 재료.
그리고 그것들을 마법진 위에 올려 놓고 마력을 주입한다.
생각보다 간단한 방법이었기에 계 속 의문이 들었지만 결국 피코의 조 언대로 모든 준비를 마쳤다.
“그럼 시작해볼까.”
모든 재료의 중심에 잠든 신비 구 슬을 내려놓고는 마력을 주입했다.
이내 술식에서 강한 빛이 뿜어지더 니 주변의 마나를 빠르게 빨아들이 기 시작했다.
« o O”
..*
그리고 시작된 공간의 뒤틀림.
우우우웅!
모든 에너지가 구슬에 집중되고 있
었다.
아무런 힘이 느껴지지 않던 투명한 구슬은 서서히 푸른 빛으로 물들었다.
번쩍!
[‘잠든 신비 깨우기’ 업적을 달성했 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미래의 큰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인과율이 1.5 상승합니다.]
“……된 건가?”
나는 구슬을 들어 올렸다.
이전과 달리 은은한 신비의 기운이 느껴진다. 놈이 잠에서 깨어났다는 중거 였다.
[가상세계 생성 장치(유물)]
설명 :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가상 세계를 생성합니다. 한번 생성된 가 상세계는 지우거나 바꿀 수 없습니
다. 마력을 사용하여 가상세계에 입 장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