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12화 (511/535)

게 되겠지.”

김덕현이 말을 이었다.

“오늘 너를 부른 것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혹시 이것에 대한 해결 방안을 갖고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 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말했다.

“정면 돌파해야죠.”

«..2”

“다른 길드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요. 협회의 힘만으로는 마수 군단을

모두 막기엔 한계가 있을 거예요.”

길드라는 말이 나오자 김진철이 눈 을 찌푸렸다.

대부분의 길드는 협회와 사이가 좋 지 않기 때문이다.

“놈들은 협조하지 않을 거다.”

그의 말대로 대부분의 길드는 협회 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협회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가 아니라, 길드는 결국 돈에 움직 이기 때문이다.

설령 자신들에게 위기가 생기더라 도 서로 눈치만 보고 있겠지.

만약 그들이 움직이는 상황이 온다 면, 그건 최악의 상황이 일어났을 때일 것이다.

“알아서 협조하게 만들면 되죠.”

“그놈들을 협조하게 만든다고? 홍. 어림도 없다. 그놈들이 얼마나 이기 적인데.”

김진철이 코웃음 쳤다. 나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정치질을 하면 됩니다.”

유..

“최근 일어난 모든 마수 습격 사건 을 최대한 과장해서 퍼트려요. 모든

시민이 공포에 떨 수 있도록 말이 죠.”

김진철이 눈을 좁혔다.

“고작 군중 심리 따위로 그놈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을 거 같나?”

“그 공포를 이용해 협회를 돕지 않 은 길드에게 천하의 역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겁니다.”

길드는 일종의 기업과 같다.

길드를 이용하는 고객이 있고, 그 들은 고객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길드 이미지를 망쳐서 놈들이 손 해 볼 상황을 만들게 하라는 건가?”

“그렇죠. 길드는 손익에 따라 움직 이니까요. 손해가 크면 이미지 개선 을 위해 스스로 움직이려 하겠죠.”

김진철이 껄껄 웃기 시작했다.

“참 너 다운 방식이군. 마왕 놀이 하면서 서울을 테러할 때 알아봤어 야 했는데.”

마왕 놀이라는 표현에 헛웃음이 나 왔다.

당시엔 나름 숭고한 계획이었는데 말이지.

“뭐, 저도 가능한 선에서 다른 세 력들을 최대한 끌어볼게요.”

김진철과의 대화를 마치고 나는 최 일현과 함께 회장실에서 나왔다.

“너는 어째 점점 사악해지는 거 같 냐. 아니 비열해진다고 해야 하나?”

농담하듯 말하는 최일현의 말에 나 는 어깨를 으쓱였다.

“적은 선택지에서 최선을 선택하는 거죠. 정정당당한 방법만으로는 모 든 걸 해결할 수 없으니까요.”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악을

반드시 선으로만 처치하라는 법은 없으니.”

그렇게 중얼거리던 최일현이 다시 말했다.

“그나저나 완성된 성배를 어떻게 쓸지 정했나?”

“네…… 뭐. 생각해두긴 했어요. 확

정은 아니기는 한데.”

“어떻게 쓸 생각이지?”

최일현이 직접적으로 물었다.

완성된 성배를 직접 눈으로 본 그 였기에 관심이 많은 듯했다.

“그건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뭐. 마음대로 해라.”

그렇게 말없이 최상층의 복도를 걷 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다음 일정은 뭐냐?”

“이서준이 협회로 오고 있다 해서 잠깐 밥이나 먹으려고요. 20분 정도 걸릴 거 같던데.”

참고로 남은 시간 동안 최서윤이 말동무해주기로 했다.

“흐음. 그러냐?”

그렇게 생각 없이 복도가 꺾이는 곳을 지나는 그 순간.

“선배님!”

놀래주듯 최서윤이 튀어나왔다.

이전부터 인기척을 느끼고 있었기 에 따로 놀라진 않았다.

그때 최서윤이 내 옆에 선 최일현 을 발견하더니 당황한 반응을 보였 다.

“앗, 안녕하세요.”

“……어. 그래.”

최일현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힐끔 나를 바라봤다.

그런데 나를 향한 눈빛이 묘하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쾌감이 느 껴진다고 해야 하나.

“……왜 그런 눈으로 쳐다봐요?” 최일현은 작게 헛기침을 하더니 말

했다.

“저번에도 말하려 했는데. 너 인마.

빨리 선택해.”

“......네?”

일주일의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내가 줬던 언질대로, 김진철은 진 천우와 마수에 대한 기사를 여기저 기 퍼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사회에는 큰 혼란 이 생겨났다.

「중국 일대 마수 피해 급증……」

「과거 진천우의 악몽을 떠올리는 시민들…… 길드와 협회가 힘을 합 쳐야 할 때」

r발 벗고 나선 한성 그룹. 협회에 전폭적인 지원 약속.」

「위기에 외면하는 마법사 길드, 시민들의 비난 급증. 불매 운동까지 벌어져…….j

「황금 사자 길드, 이미지 개선을

위해 협회와 협력」

그 결과.

마수 침공의 공포에 시민들의 증오 의 화살은 길드를 향하게 되었고, 불매 운동까지 일어나자 결국 길드 들은 하나둘씩 협회에 협력하기 시 작했다.

여기에는 한성 그룹 소속의 언론사 의 역할이 컸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네요. 진천우 에게 대항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많 아지고 있어요.”

늦은 저녁 8()1의 사무실.

한세연은 홀로그램 화면에 떠오른 뉴스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뉴스에는 마수에 대응하기 위한 협 회의 발표가 이어지고 있었다.

[전 세계의 마수들이 아시아에 모 이고 있습니다. 협회에서는 예의 주 시하고 있으며……]

“아직 부족해요. 더 많은 사람의 힘이 필요해요.”

결국 길드들이 협회에 협력하기 시 작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협력하는 인류의 수만큼 진천우에 게 조종당하는 마수의 수도 급격하 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중얼거림에 한세연이 안심하라 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힘을 보태는 사람들이 점 점 많아지고 있어요. 이제 시작이에 요.”

“네, 그렇긴 하죠.”

하지만 걱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진천우의 마수 조종 능력이 내 예 상보다 빠르게 강해지고 있었기 때 문이다.

현재 진천우에게 조종당하는 재앙 급 마수의 숫자만 확인된 게 6마리 에 달하는 상황이고.

재앙급 마수 하나가 대형 길드 하 나와 맞먹는 수준인 것을 생각 했을 때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진천우가 무슨 생각을 하 고 있는지 알 수 없어 그게 가장 걱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대기하고 있어야 돼?”

소파에 앉아 있던 엘린이 투덜거리 듯 말했다.

뒤를 이어 렌의 목소리가 들려왔

“동감이다. 우리도 협회에 힘을 합 쳐야 하는 게 아닌가?”

협회와 길드는 매일 추종자의 요새 와 마수 떼와 전쟁을 벌이는 상황.

하지만 8()1은 참가하고 있지 않았 다. 당연하겠지만 일부러 전투를 피 하는 건 아니었다.

“우리는 할 일이 있어. 기다려.”

“그니까 그 할 일이 뭔데.”

그때 때마침 내 손에 쥐어진 구슬 에서 마력이 느껴졌다.

[죽은 자의 원념]

마인 주술사에게 심어두었던 추적 용 신비였다.

나는 구슬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드디어.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모두가 멍하 니 나를 바라봤다.

“이제 움직이자.”

“응? 갑자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운을 찾았어.”

서울 마법사 협회 최상층.

타다다닥!

복도에서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회 장실 문이 벌컥 열렸다.

“회장님! 긴급 상황입니다!”

목소리의 주인은 정보팀 소속 요 원, 양지태였다.

그의 외침에 창밖의 풍경을 내려보 던 회장, 김진철이 천천히 뒤를 돌 았다.

장난기 많은 평소와 다르게 그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이미 알고 있다.”

그의 앞 테이블에는 홀로그램 지도 하나가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위치를 알리듯 지 도 속에 작은 점 하나가 반짝이고 있었다.

이 지도는 지난번 김선우와의 만남 을 통해 얻은 추적 신비였다.

“진천우의 저주를 풀기 위해 마인 주술사와 접촉한 모양이더구나. 정 말 그 녀석 말대로 됐어.”

모든 것이 김선우가 말 한대로 진 행되고 있다.

진천우는 저주를 풀기 위해 위험을 감수했고, 그 결과 마인 주술사와 접촉해 자신의 위치를 노출했다.

진천우가 왜 그를 두려워할 것으로 생각했는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회장님. 이럴 시간이 없습니다. 지 금 당장 요원들을 파견해 진천우를 토벌해야 합니다.”

김진철은 대답 대신 가만히 지도를 바라보았다.

마인 주술사의 현재 위치는 러시아 동부에 위치한 ‘흑색의 땅’.

최근 수많은 마수가 발견되어, 정 보팀에서도 위험 지역으로 거론되었 던 지역이었다.

김진철은 짧게 숨을 내쉬고는 생각 했다.

지금 저곳 어딘가에 진천우가 있을 것이다…….

만약 김선우가 미리 수를 쓰지 않 았더라면 놈을 이렇게 빨리 찾아내 는 건 불가능했었겠지.

그는 짧게 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 었다.

“지금 당장 요원들을 모아라.”

[‘흑색의 땅’에 입장했습니다.]

[신비한 기운이 당신의 육체를 감 쌉니다.]

[인과율이 1 상승합니다.]

나는 8()1의 동료들과 함께 게이트 를 타고 ‘흑색의 땅’에 도착했다.

‘흑색’이라는 이름처럼 땅 전체가 검은빛을 띠고 있었는데, 그 영향인 지 땅 위의 나무와 풀도 모두 검은

빛을 띠고 있었다.

“……정말 여기에 진천우가 숨어 있는 거야?”

엘린은 눈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 보았다.

흑색의 땅은 환각을 일으키는 정체 불명의 마력 현상으로 인해 온갖 괴 수가 득실거리는 금지(禁地) 중 하 나이다.

그런 지역에 발을 들이게 됐으니 긴장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마인 주술사의 움직임이 여기서 끊겼으니 근처 어딘가에 있을 거

야.”

물론 내 계획을 눈치챈 진천우의 함정일 가능성도 있지만 놈의 최우 선 목표는 고대 마인의 저주를 푸는 것일 것이다.

아마 녀석 역시 내 계획을 알면서 도 위험을 감수했을 확률이 높고.

그때 엘린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보다 마인 주술사. 괜히 걱 정되네. 우리 때문에 고생하는 거 같아서.”

그 말에 웃음이 나왔다.

살면서 마인을 걱정해주는 사람은 처음 봤네.

“걱정 마. 해치거나 하지는 못할 거야. 남이 건 저주를 푸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

아마 저주를 완전히 풀어내려면 못 해도 한 달의 시간은 필요할 것이다.

놈의 위치를 찾았으니 저주를 완전 히 풀어내기 전에 처치하면 그만이 다.

물론 진천우도 무언가 수를 써 쉽 진 않겠지만.

그렇게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하던 중, 구미호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혼돈이여. 이 땅에서 죽음의 섬과 비슷한 기운이 느껴진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든다.”

그 말에 공감하듯 한지원도 말했다.

“저도 작년에 여기 다녀온 적 있는 데 그때랑은 느낌이 달라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진천우의 영향일 거야. 이 땅에 자신만의 요새를 만들기 위해 뭔가 수를 쓴 거겠지.”

그리고.

내 눈에는 보인다.

숲 전체에 흐르는 환영 마법이.

어쩌면 저 안에 재앙급 마수도 숨 어 있을지도 모르지.

스으으.

그때, 가까운 어딘가에서 다수의 마력이 느껴졌다.

뒤를 돌자 협회 정복을 입은 수십 의 사람들이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아는 얼굴도 몇 보였는데 뉴스를 통해 알려진 스타 마법사와 유명 술 식 해석사, 지질학자, 신비 학자 등 이 있었다.

이곳 ‘흑색의 땅’을 조사하기 위해 협회에서 파견한 70인의 탐사대였 다.

“김선우인가?”

그때 탐사대의 맨 앞에 서 있던 한 노인이 내게 말했다.

차가운 시선. 순간 섬뜩함을 느꼈 다.

염제.

마법사 협회 최고위 간부였다.

사건이 사건이다 보니 협회의 거물 이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너와 인사하는 건 처음이군.”

그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동시에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염제는 협회 내부에서도 손꼽히는 마인 혐오자.

당연히 마인의 왕인 나를 향한 시 선도 곱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안 받아 주는 건가?”

그 말에 나는 뒤늦게 악수를 받았 다.

노인의 손이었지만 피부를 통해 그 의 강한 마력이 느껴졌다.

“오해하지 마라. 너에 대한 악감정 은 이제 없으니. 오히려 지난 일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네 덕 에 많은 사람이 목숨을 건진 건 사 실이니까.”

담담하게 말하지만 내심 부끄러웠 는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아, 예.”

이후 염제는 내 악수를 풀고는 뒤 의 사람들에게 말했다.

“4개의 조로 나누어 탐사를……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데 뒤에 서 나를 부르는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우야!”

윤하영이었다.

그 뒤로 최서윤, 신영준, 유아라, 릴리도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먼저 와 있었네〜.”

위험 지역임에도 윤하영은 평소와 같은 텐션 높은 말투였다.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작게 미소 를 지어주다가 이상함을 느꼈다.

“근데 이서준은?”

다른 애들은 다 있는데 이서준만 없다.

흔하지 않은 상황에 의문을 느꼈 다. 그러자 최서윤이 대신 대답했다.

“서준 선배님은 강화도 쪽 마수 침 공을 막으러 가서 아마 내일이나 모 레쯤에 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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