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10화 (509/535)

추종자 요새 토벌 작전은 협회와 마인회가 협동해서 진행된다.

오랜 역사에서 악연의 관계였던 그 들이었기에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팀장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 닌 거 같습니다. 저 비열한 모기 놈 들이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압니 까?”

“뭐? 지금 우리보고 모기라 했나?”

선두에 선 한 마인이 검은 마기를 풍기며 앞으로 걸어왔다.

그러자 요원 역시 푸른 마력을 끌 어올리며 맞받아쳤다.

“그래. 모기라 했다. 그래서 어쩌 게?”

“본색을 드러내는군. 좋아. 원한다 면 당장 죽여주마.”

그렇게 마인의 몸에서 풍겨오는 마 기가 가시의 형태로 웅축되려는 그 때.

“그만.”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마인은 행동을 멈추었다.

고개를 돌리자 한 남성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마인들은 표정을 굳히더니 한쪽 무 릎을 꿇었다.

“왕이시여.”

그의 정체는 다름 아닌 3대 마인 의 왕, 김선우였다.

“김선우?”

“선배님!”

김선우의 등장에 이서준 일행은 반 가움을 느끼며 다가갔다.

“김선우 너는 꼭 마지막에 등장하 더라. 뭐 하다가 이제 온 거야?”

이서준이 친근함을 내비치자 마인

이 눈을 찌푸렸다.

“왕께 무례한……!”

김선우는 그런 마인을 보다가 한숨 을 내쉬었다.

“난 괜찮으니까 그만 좀 해라. 자 리에서 일어서고.”

마인들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선우는 그들을 바라보며 허리에 손을 얹었다.

“인간들과 사이좋게 지내라고는 하 지 않겠어. 다만 불필요한 분쟁은 일으키지 마.”

“왕이시여. 억울합니다. 저놈들이 먼저 도발을……

마인이 자신을 도발한 요원에게 시 선을 돌리며 억울함을 내비쳤다.

김선우는 그들의 시선을 따라 요원 을 바라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요원은 몸을 움찔 하더니 머리를 긁적였다.

“알았어. 협조하면 되잖아.”

김선우는 다시 마인에게 시선을 돌 렸다.

“저쪽도 협조한다고 하니까 너희도 적당히 맞춰줘.”

“……알겠습니다. 왕이시여.”

그 모습을 지켜본 이서준과 유아 라. 그리고 윤하영은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오……

“김선우 뭐야.”

자신들에게는 언제나 친근한 이미 지의 김선우였지만 오늘만큼은 달라 보였다.

마인의 왕이라는 건 이미 오래전부 터 알고 있었지만 직접 왕의 권력을 행하는 모습을 보니 달라 보인다고 해야 할까.

김선우답지 않은 묘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반짝이는 시선 을 느낀 김선우는 눈을 가늘게 떴 다.

“……왜 그렇게 쳐다봐?”

“그냥 오늘 좀 달라 보여서.”

윤하영이 쿡쿡 웃었다. 다른 이들 도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김덕현은 김선우를 보더니 말했다.

“김선우도 왔으니 슬슬 작전을 시 작하겠다. 참고로 오늘 작전 지휘는 내가 아닌 김선우가 맡을 거다.”

“……김선우가?”

모두의 시선이 김선우를 향했다.

마인들은 당연하다는 반응이었지만 협회 요원들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선우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됐으니 요원분들은 제 말 을 잘 따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김선우는 미리 준비한 야외 홀로그 램 장치를 켰다. 동시에 요새의 풍 경이 떠올랐다.

“그럼 빠르게 브리핑하겠습니다. 요새 외각에는 수많은 방벽 마법 장

치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진입을 위 해서는 이 벽을 부숴야 하지만 그사 이 놈들에게 반격당할 가능성이 높 죠.”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가 당황한 얼굴로 김선우를 바라보았다.

김선우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말을 이었다.

“작전은 간단합니다. 놈들이 반격 하지 못하도록 제가 요새 내부를 박 살 내겠습니다. 그 사이 여러분들은 방벽을 부숴 내부로 진입하시면 됩 니다.”

“......뭐?”

시간이 홀러, 모든 준비를 마친 인 간, 마인 연합은 추종자의 요새 방 향으로 이동했다.

이서준의 시선 끝에는 드론의 영상 으로 보았던 거대한 요새 하나가 세 워져 있었다.

“……실제로 보니까 더 엄청나네.”

“그러게. 용케 저런 걸 만들었네.”

“그보다 쟤는 무슨 수로 혼자 요새 내부를 박살 내겠다는 건지.”

요원들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 다. 요새는 방벽에 둘러싸여 진입할 수 없는 상황.

무슨 수로 요새 내부를 공격한단 말인가?

그때 김선우가 천천히 앞으로 나섰 다. 작전대로 그가 먼저 나서려는 것이다.

괜한 걱정이 들은 최서윤이 그를 불렀다.

“선배님. 괜찮겠어요?”

“걱정 마. 모두 계획 잘 기억하고.

그럼 먼저 간다.”

김선우는 당당하게 요새가 있는 넓 은 들판을 걸었다.

그의 움직임을 감지한 듯 요새 내 부에서 사람들의 반웅이 느껴졌다.

—전방에 정체불명의 거수자 발견!

김선우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요새 내부의 누군가가 말했다.

—잠깐,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저거 설마 김선우?

추종자들은 순간 긴장감을 느꼈다.

최근 진천우의 숙적으로 알려진 마 인의 왕. 김선우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긴장감을 느낀 건 추종자뿐 이 아니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요원들 사이에서 도 그의 당당한 움직임을 보며 황당 함을 느끼고 있었다.

“뭐야. 저렇게 대놓고 모습을 드러 내도 되는 거야? 말려야 되는 거

아니냐고.”

“……일단 지켜보죠.”

이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김선우를 바라봤다.

김선우는 멍하니 요새 위의 사람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마력을 끌어올렸 다.

우우웅!

이내 그의 육신을 중심으로 엄청난 마력이 퍼져 나왔다.

그리고 잠시 뒤 그의 손바닥 앞으 로 거대한 마법진이 구현되기 시작 했다.

요새에서는 당혹에 찬 목소리가 들 려왔다.

—김선우다! 공격하라!

동시에 요새 위로 수많은 마법이 구현되더니 김선우를 향해 방출되었다.

외부의 접근을 막기 위해 설치된 대마수용 마법 병기의 공격이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김선우는 그 어 떤 방어의 행동도 취하지 않은 채 마법과 충돌했다.

콰아아앙!

김선우를 중심으로 거대한 연기가 퍼져 나왔다. 잠시 후 바람이 불어 오더니 김선우가 구현한 마법진의 모습이 떠올랐다.

—웅?

마법 병기의 공격을 받았음에도 술 식의 형태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저게 뭐야…….

그리고 술식 뒤로 상처가 빠르게 회복되는 김선우의 모습이 보였다.

—……다시 공격!

다시 요새 위로 수많은 마법 병기 의 공격이 이어졌다.

끝도 없이 터져 나오는 폭발.

김선우는 여전히 공격을 방어하지 않았다.

그저 모든 공격을 왕의 초재생능력 으로 버틸 뿐이었다.

그 사이 마법진은 완전한 형태가 되었다. 재생력을 믿고 마법진 구현 에 집중해 완성한 것이었다.

무식한 방법에 요새의 사람들과 협 회 요원, 마인 모두가 넋이 나갔다.

“저 재생 능력은 아무리 봐도 적응 이 안 되네.”

미친.

우우우웅!

김선우의 앞에 완성된 마법진에서 강한 빛이 뿜어졌다.

동시에 요새 위의 하늘에 거대한 마법진 하나가 구현되었다.

그것을 본 이서준이 말했다.

“우리도 슬슬 준비하죠.”

“응.”

이서준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판단으로 준비하자는 지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하늘 위의 마법진에서 빛이 뿜어지 더니 거대한 검은 마법 하나가 요새

를 향해 떨어졌다.

콰아앙!

거대한 굉음. 그것을 본 모두가 당 황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저거. 설마 그 마법인 가?”

“네. 맞아요.”

김선우의 비전 마법 중 하나이자 전 세계에서도 최강의 광역 마법으 로 알려진 ‘마력의 폭우’.

이후 마법진이 중식하듯 하늘 위를 가득 채우기 시작하더니 수많은 검 은 마법 구체가 요새를 향해 떨어지 기 시작했다.

콰앙! 콰앙! 콰아앙一!

“……저거 이름 바꿔야겠는데.”

김선우의 ‘마력의 폭우’는 이미 오 래전부터 마법사들 사이에서 유명한 마법이 다.

전 세계를 뒤져봐도 그만한 광역마 법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지금 김선우가 사용하는 마 력의 폭우는 과거에 본 것과는 조금 달랐다.

“……저게 무슨 폭우야?”

과거 사용했던 ‘마력의 폭우’가 비 처럼 촘촘하게 작은 마법을 떨어트 렸다면, 지금 그가 사용하는 건 마 치 거대한 대포알이 떨어지는 것 같 았다.

콰앙!

콰아아아앙!

“저건 폭우가 아니라 폭격이잖아.”

마력의 폭우는 예전처럼 아름답지 않았다.

검은 마기에 물들여 지상의 모든

것을 파괴하며 공포감만을 심어줄 뿐이었다.

그 압도적인 화력에 이서준은 멍하 니 그것을 바라보다가 마력을 끌어 올렸다.

“작전대로 바로 달리죠.”

“......응?”

“먼저 갑니다!”

이서준이 앞으로 달려갔다. 뒤의 요원들과 마인들도 뒤늦게 정신을 차리며 그 뒤를 따랐다.

이서준이 요새로 달려 나갔지만 요 새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 았다.

마력의 폭우로 인한 피해로 요새 내부는 깊은 혼란에 빠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서준은 백천에 짙은 마력을 담고 는 그대로 방벽을 향해 크게 휘둘렀 다.

우우웅!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과 함께 방벽이 크게 흔들렸다. 이어서 유아라의 거대한 화염 구체가 떠오르더니 방벽을 향

해 떨어졌다.

콰아아앙!

“방벽이 무너졌다!”

이서준과 유아라의 공격에 방벽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김선우는 빠르게 폭우를 풀어냈고 이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둘의 눈이 마주치자 이서준과 김선우는 빠르게 내부로 진입했다.

콰아앙!

—끄아아악!

내부에서 강한 비명이 들려왔다.

김선우와 이서준의 마법이 빠르게 추종자들을 공격하고, 뒤에서 유아 라가 그 둘을 보조했다.

뒤의 도움은 불필요하다는 듯 그 셋은 요새 내부의 추종자들을 빠르 게 처치해 나갔다.

“……쟤네 호흡 뭐냐?”

그들의 뒤를 따라가던 모두가 멍하 니 중얼거렸다.

이들의 움직임은 마치 오래 합을 맞춘 것처럼 보였으니까.

윤하영과 신영준. 그리고 최서윤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웃었다.

“저 광경. 오랜만에 보네.”

“그러게. 마법사관학교 최강 파티 였는데.”

신영준은 짧게 숨을 내쉬고는 자신 의 창에 마력을 끌어올렸다.

“우리도 가자!”

“응!”

콰아앙!

검은 마기와 푸른 마력이 번쩍이더 니 거대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지는 폭발과 공포에 질린 추종 자들의 비명.

나는 짧게 숨을 내쉬며 주변의 풍 경을 둘러보았다.

오늘의 목표였던 ‘추종자들의 요새 공략’이 서서히 마무리되어 가고 있 었다.

요새를 지키던 수백 명의 추종자는 전의를 상실했으며 특무 요원과 마 인들은 도망치는 자들을 추격했다.

역사에 기록될 협회와 마인의 첫 연합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띠링!

[광역 마법으로 요새를 괴멸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오랜 동료와의 협동’ 업적을 달성 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추종자의 요새’를 공략했습니다.]

[인과율이 2 상승합니다.]

“후우. 거의 마무리 된 거 같은 데?”

어느새 다가온 이서준이 이마의 땀 을 훔치며 말했다.

“응. 그런 거 같네.”

“그보다 여기에 정말 뭔가가 숨겨 져 있는 건가? 딱히 이상한 건 보 이지 않는데.”

정보팀의 말에 의하면 이 요새가 지어진 데에는 특별한 목적이 있을 거라 말했다.

하지만 이서준의 말대로 별다른 무 언가가 보이지 않는다.

겉으로만 봐서는 요새보다는 무슨 실험실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그냥 추종자들이 생활하기 위해 만들어진 요새 아니야?”

“아니. 그건 아닐 거야.”

이 요새를 공략하고 인과율을 2나 획득했다.

이 요새 내부에 내가 모르는 무언 가가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리고 진천우와 자운 성격상 이런 요새를 이유 없이 지었을 리도 없 고.

나는 바닥에 쓰러진 추종자를 향해 걸어갔다. 내가 다가가자 놈은 겁에 질렸다.

“히 익!”

나는 놈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 요새에 뭐가 숨겨져 있는 거 지?”

“그, 그건……

그때 였다.

우우우웅!

어디선가 불쾌한 마력이 퍼져 나왔 다.

동시에 모두의 표정이 굳으며 마력 이 느껴진 방향으로 고개가 돌아갔 다.

요새 안에 숨겨진 거대한 건물에서 나오는 마력이었다.

순간 눈이 찌푸려졌다.

“..이 마력은?”

나는 추종자를 놓고는 곧바로 건물 로 달려갔다.

안으로 들어서자 예상치 못한 풍경 이 눈에 들어왔다.

수많은 철장.

그 안에는 수많은 마수가 푸른 빛 의 눈을 뿜어내며 살벌한 마력을 흘 리고 있었다.

“……이게 뭐야.”

쿵! 쿵! 쿵! 쿵!

그리고 잠시 뒤, 그들의 마력을 버 티지 못한 듯 철장 문 하나가 부서 지더니 날개 날린 사자 마수가 튀어 나왔다.

크어어엉!

놈은 빠르게 바닥을 박차며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잠시 당황했지만 금세 침착함을 되 찾곤 마법 구체로 놈의 머리를 꿰뚫 었다.

커어엉!

마수는 그대로 쓰러졌다.

혹시 다른 마수들도 튀어나오지 않 을까 싶어 대비했는데 다른 철장들 은 부서지지 않았다.

“김선우!”

뒤늦게 내 뒤를 따라온 이서준은 내부의 풍경을 보곤 표정을 굳혔다.

“마수? 잠깐, 저 눈 설마……?”

“맞아.”

죽음의 섬에서 진천우에게 조종당 하던 마수들에게 보였었던 눈이었다.

순간 헛웃음이 나왔다.

이 요새가 지어진 진짜 목적을 깨 달았으니까.

“진천우에게 조종당하는 마수들을 이 요새에 모아두고 있던 거야.”

마법사 협회 최상층 ‘회장실’.

김진철은 의자에 앉아 임무에서 복

귀한 김덕현의 서류를 확인하고 있 었다.

그의 얼굴에는 그 어느 때보다 심 각함이 흐르고 있었다.

“어이가 없군. 자신의 의지로 움직 이는 마수 군단을 만들 생각을 하다 니.”

김진철은 황당함을 느꼈다.

마수를 자신의 의지로 조종하다니. 인간의 힘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다른 생명체를 조종하는 건 신. 혹 은 신비에게나 허락된 권능일 테니 까.

“이게 김창현의 실험으로 이뤄낸 결과인가.”

“김선우의 말에 따르면 진천우는 재앙급 마수조차 사도로 만들 수 있 을 거라고 합니다.”

“좋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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