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지 중앙에 신비한 기운이 소용 돌이치듯 뭉쳐오기 시작했다.
따뜻한 생명의 기운.
마치 숲의 기운과 같은 녹색의 에 너지가 그곳에 모여들었다.
유적지에 남은 모두가 멍하니 눈앞 에 벌어지는 상황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뒤.
“……으. 머리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혀 이해되지 않은 상황에 모두의 정신이 멍해졌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이건 익숙해 지지가 않네.”
이서준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 을 바라보았다.
믿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다.
깊은 혼란을 느끼던 그가, 그의 이 름을 불렀다.
“……김선우?”
김선우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이서준과 그 주변 동료들의 얼굴을 발견하곤 눈을 깜빡였다.
“……뭐야. 특성이 바로 발동된 건 가?”
“……너, 어떻게?”
이서준의 물음에 김선우는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 그게 설명하자면 복잡……
그때 김선우가 말을 멈추었다.
자신을 향한 모두의 시선이 당혹으 로 물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최서윤과 윤하영은 얼굴이 시 뻘게져 두 눈이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아”
그리고 김선우는 뒤늦게 이 반응의 원인을 깨달았다. 그는 황급히 무형 의를 불러 몸에 걸쳤다.
“이제 슬슬 설명해줘. 어떻게 된 일이야?”
모든 상황이 끝나고.
무형의와 오브 등 바닥에 떨어진 각종 아이템을 챙긴 나에게 이서준 이 다가와 물었다.
고개를 돌리자 모두가 궁금한 눈빛 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미소 가 지어졌다.
대답을 갈구하는 눈빛들.
마치 마법사관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너희가 본 그대로야. 죽었다가 부 활한 거지.”
“……부활했다고?”
내 발언이 충격적이었는지 모두의 눈에 경악이 담겼다.
윤하영이 빠르게 끼어들며 내게 물 었다.
“선우야. 그럼 너 불사인 거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불사는 아니야. 가호 같은 능력인
데 이것도 제약이 있어.”
“제약? 무슨 제약인데?”
나는 잠시 고민했다. 이걸 모두에 게 말해도 되는 걸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들이라면 믿을 수 있으니까.
“이 능력은 1년에 한 번밖에 사용 할 수 없거든.”
“1년 내로 죽으면 어떻게 되는데?”
“……뭐, 부활하지 못하고 그대로 죽겠지?”
실내에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이어지는 걱정과 불안이 담긴 시선
순간 어이가 없었다. 누가 누구를 걱정하는 건지.
애초에 죽으면 부활하지 않는 게 정상이라고.
“하아…… 그래도 다행이다. 진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윤하영이 눈물을 글썽이더니 작게 미소를 지으며 내게 말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잘 돌아왔다는 듯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모두를 둘러보다가 최서윤과 눈이 마주쳤
모두가 안심하는 상황 속에서, 그 녀는 여전히 불안감이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 갑자기 사라진다거나 그러 는 건 아니죠?”
그녀의 목소리에는 지난 시간 동안 쌓인 마음고생이 담겨 있었다.
순간 미안한 마음에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그 질문을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당분간 이들을 떠나지 않을 거지 만,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된 이후에
내가 이 세계에 남게 될지는 나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불안해하는 그 녀를 안심시키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나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안 떠나.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리고. 그제서야 그녀는 나를 향 해 밝고 기분 좋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재회의 시간 동안 우리는 많은 이 야기를 나누었다.
크루아스와의 전투 이후 내가 겪었 던 일……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흑막인 김창현과 최초의 세계에서 온 진천우의 이야기까지.
“……그러니까. 김창현의 목적은 다른 시간의 진천우를 불러들이는 것이었고, 지금 김창현의 몸을 차지 한 건 다른 시간대의 진천우라는 거 야?”
“맞아. 정확해.”
“ 하아......
이서준은 이 상황이 답답한 듯 이
마를 매만졌다.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진천우가 자신의 사도인 김창현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이서준이 말을 이었다.
“진천우가 두려워했던 건 김창현이 아니라 그를 지배하고 있던 또 다른 자신이었구나.”
“맞아.”
과거 강령술을 통해 진천우의 영혼 에게 들었던 의문 모를 말들.
이제는 전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말 그대로 내 계획과 달라졌다. 사도가 내 통제를 벗어난 시점부터 예상은 했지만, 그럼 지금 이 세계 가 몇 번째이지……?
—……내 계획대로라면, 너는 지금 여기 있으면 안 됐다.
지금까지 진천우는 자신의 세계가 ‘최초의 세계’라는 가정하에 계획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통제를 벗어난 사도, 김창 현과 혼돈인 내 존재를 통해 이 세 계가 최초의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절망한 것이었다.
“……결국 선배님은 다른 세계의 진천우에게 이용당한 거였네요. 혼 돈을 이용해 운명을 바꾸는 게 진천 우의 목적이었잖아요.”
최서윤의 말에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셈이지.”
순간 모두가 슬픈 눈빛이 되었다.
그러더니 말.을 이었다.
“그런데 선배님이 가진 ‘혼돈’은 정확히 어떻게 하다가 생겨난 거예 요‘?”
“......그건.”
모든 걸 설명하고 싶지만 나에게는 발설의 제약이 걸려 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거짓을 말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설명해주기로 했다.
“자세히 설명할 순 없지만, 시간을 넘는 과정에서 얻게 됐다고 보면 돼.”
“으음…… 그렇구나.”
지난 시간 이들은 김창현을 쫓으면 서 세계의 이면을 알게 되었다.
세계의 법칙과 혼돈의 의미. 그래
서인지 그들은 쉽게 납득했다.
이후 나는 8()1의 멤버들과 대화를 나눴다.
801의 임무는 이제 다했기에 모두 가 가면을 벗고 대면했다.
그리고 801 멤버들의 정체를 확인 한 한지원은 아까부터 놀람을 감추 지 못하고 있었다.
“괴짜, 불의 마녀, 마인, 재앙급 마 수…… 거기다 마인의 왕까지. 내가 이런 파티에 끼어 있었다고……?”
꽤 충격이 컸는지 아까부터 계속 저 소리만 반복하고 있다.
뭐 생각해보면 당연한 반응이기는
하다. 내가 생각해도 평범한 팀원들 은 아니니까.
그때, 부활한 내 몸 상태를 확인하 던 선화가 말했다.
“……신체, 마나 모두 안정된 상태 입니다. 아니, 오히려 전보다 활력이 넘치는 상태입니다.”
“거봐. 멀쩡하다니까.”
선화는 뭔가 걱정되는 시선으로 나 를 바라보더니 말을 이었다.
“왕이시여.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 입니까?”
그 물음에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 했다.
진천우의 압도적인 강함을 직접 확 인했기에 그들도 그게 궁금했던 모 양이다.
나는 모두와 시선을 마주하다가 말했다.
“진천우가 되살아났으니 그에 따른 준비를 해야겠지.”
진천우는 강하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는 진천우를 상대할 준비가 되 어 있지 않았다.
놈 역시 아직 우리에게 모든 힘을 보여주지 않은 상황이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천우 를 상대할 준비였다.
최일현은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아까 말했듯 영감에게 이 사실을 전하는 게 우선일 것 같다.”
“영감? 그게 누구예요?”
한지원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김진철 회장이겠지.”
엘린의 말에 한지원은 입을 벌리더 니 말했다.
“아. 확실히 회장님이면 진천우를 상대할 수 있을지도……?”
내 생각에도 그렇다.
아니, 솔직히 말해 김진철이 누군 가에게 패배한다는 그림 자체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수십 가지의 원반격을 동시에 구현 하는 괴물을 무슨 수로 이긴단 말인 가.
최일현의 말대로 육지로 돌아가게 된다면 가장 먼저 김진철을 찾아갈 예정이다.
“자. 그럼 시간도 슬슬 된 거 같은 데. 이동하죠.”
내가 시선을 돌리자 모두가 의문에 찬 표정을 지었다.
“응? 무슨 시간?”
나는 대답 대신 유적지 내부로 발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엘린의 다급
한 외침이 들렸다.
“야. 어디가?!”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유적지 내부에서 신비한 기운이 느 껴지기 시작했다.
아니, 신비하다기보다는 신성한 기 운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도착한 곳은 처음 우리가 계획을 준비했던 유적지 중앙 제단 이었다.
그 중앙에는 황금빛이 뿜어지는 신 비로운 잔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보 는 것만으로도 몸의 활력이 돌았다.
“……대단하군.”
내 뒤에서 최일현의 떨리는 목소리 가 들려왔다.
“이게 그 완성된 신비의 결정체인 가‘?”
“네.”
나는 멍하니 눈앞에 떠오른 잔의 정보를 확인했다.
[황금 성배(성유물)]
분류 : 잔
설명 : 기적의 힘이 담긴 황금 잔.
[사용 효과]
►기적
세계의 모든 가능성을 끌어모아 확 률을 뒤집을 수 있다.
우여곡절 많은 일이 있었지만, 결 국 죽음의 섬에 있었던 사건이 모두
끝이 났다.
3대 길드는 죽음의 섬에서 느껴지 는 마력을 통해 우리를 찾아왔고, 유령의 정체가 ‘김선우’인 것을 알 게 되자 크게 놀랐다.
그들은 나에게 사건의 진상을 물었다. 나는 솔직하게 모든 것을 설명 했고 끝내 진천우가 부활했음을 알 려주었다.
그들은 처음에 그 말을 믿지 않았 다.
죽은 진천우가 되살아나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 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일현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들은 끝내 우리의 말을 믿게 되었다.
이후 3대 길드의 배려로 이서준 일행과 8()1은 먼저 해상 열차을 통 해 육지로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협회와 척을 지내는 3대 길드에게도 ‘진천우의 부활’은 심각 한 문제였으니까.
그렇게 소수의 인원을 태운 열차가 떠나고, 나는 바다의 풍경이 훤히 보이는 의자에 앉아 밀린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세계의 새로운 이면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래에 큰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인과율이 10 상승합니다.]
[당신에 의해 다른 차원의 존재가 세계에 개입했습니다.]
[인과율이 5 상승합니다.]
『차원 여행’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0포인트를 획득합
니다.]
[‘궁극의 술식’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술식 이해력(S)’의 숙련도가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
[‘두 번째 부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0포인트를 획득합 니다.]
『자폭’ 업적을 달성합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당신의 육체가 죽음에 적응합니다.]
[적응형 특성 ‘필사즉생(A)’을 획득 합니다.]
[적응형 특성 ‘고통 내성’의 등급이 으로 상승합니다!]
[‘체력 3’을 획득합니다.]
[‘감동의 재회’ 업적을 달성합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성배 제작’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10,000포인트를 획득합 니다.]
“……생각보다 엄청 많이 얻었네.”
지난번과 달리 이번엔 처치한 적이 없어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상당
히 많은 보상을 습득했다.
총 8만 3천 포인트를 획득했으며, 인과율은 15만큼 얻어냈다.
물론 인과율 30짜리 권능인 [차원 여행]을 사용했기에 결국 손해이긴 하지만.
[보유 인과율 : 75.5]
“……90을 어떻게 달성했는데.”
에휴.
절로 한숨이 터져 나온다. 이래서
언제 100까지 모으냐.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었지.”
한세연을 통해 신비에게 조언을 받 았던 건 신의 한 수였다.
만약 인과율을 아끼기 위해 [차원 여행]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영혼 전이의 술식’을 풀어낼 수 없었을 거고, 그럼 결국 진천우는 불사를 이루었을 테니까.
거기다 지금까지 답답했던 김창현 을 둘러싼 비밀들도 알게 되어 속 시원하고 말이야.
“......흐음.”
그때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내 예상이 맞다면 진천우의 최종 목표는 ‘신’이 되는 것이었다.
불사는 신이 되기 위한 과정일 뿐 이었고.
그렇다면 그는 왜 신이 되고 싶었 던 걸까?
“……어제 물어볼 걸 그랬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이번에 새 롭게 획득한 특성을 확인했다.
우선 S등급에 오른 고통 내성부터.
[고통 내성(S)]
분류 : 특성
설명 : 당신의 육체가 고통에 적응 합니다.
[지속 효과]
►고통 적응
고통이 40% 줄어듭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공격에 적중 시, 고통이 70% 줄어듭니다.
체력 회복 속도가 30% 상승합니다.
고통을 줄여주는 수치가 눈에 띄게 상승했다.
F등급일 때 15%인 걸 생각하면 거의 5배에 가까운 상승이었다.
“오. 이거 엄청 큰데?”
아무래도 폭주화를 통해 처맞으면 서(?) 싸우는 일이 잦아진 나에게는 분명 호재라 할 수 있었다.
체감되는지 느껴보기 위해 팔뚝을 슬쩍 꼬집었다.
“아얏.”
고통에 완전히 면역되는 게 아니라
여전히 아프다.
꼬집은 부위를 살살 문지르고는 다 음 특성을 확인했다.
[필사즉생 (A)]
분류 : 특성
설명 : 죽음을 각오한 전투 시 발 동됩니다.
[지속 효과]
►죽음의 각오
사용자가 죽음을 각오했을 때, 모 든 능력치가 2배 상승합니다.
‘필사즉생’이라는 이름을 통해 예 상했던 대로 조건부 발동 능력이었다.
효과는 내 예상보다 좋았다.
죽음을 각오할 때 모든 능력치가 2배 상승한다.
진천우도 달의 가호를 사용하고 있 어 의지할 특성이 줄어든 나에게는 꽤 만족스러운 특성이었다.
불멸과 함께 사용한다면 꽤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겠지.
“……근데 아직 1년 남았는데.”
불멸의 재사용 대기시간은 1년이 다.
그리고 내 목적은 진천우가 회복되 기 전에 최대한 이른 시일 내로 놈 을 찾아 없애는 것.
내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 았다.
그렇다고 1년을 또 기다리자니, 진 천우가 가진 ‘생환의 가호’도 함께 돌아 귀찮아질 것이고.
“쯧.”
……나에게는 의미 없는 능력이 되 어 버렸다.
능력치 2배 효과라면 보통 마음가 짐으로는 절대 발동되지 않을 테니 까.
나는 나를 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