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르르!
이후 마수들은 진천우를 둥글게 포 위했다. 마치 주인을 지키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크윽!”
나는 손바닥 위로 마력을 끌어모았 다. 놈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 지만, 내 직감이 막아야 한다고 외 치고 있었다.
금빛의 마나가 손바닥 위에 피어오 르고, 그것은 구체의 형태가 되었다.
파아아앙!
이내 놈을 향해 방출되는 마법. 그 러나 마법은 진천우에게 닿지 않았
놈이 구현한 황금 방벽에 의해 공 격이 막힌 것이다.
우우우웅!
이후 허공이 일그러지더니 거대한 소용돌이 같은 것이 생겨났다.
심상치 않은 에너지. 외부자의 혜 택으로 보자 그것은 하나의 술식이 었다.
지상의 모든 에너지를 빨아들이도 록 설계된 술식.
소용돌이는 빠르게 회전하더니 지 상의 모든 마력을 빨아들이기 시작 했다.
“......웃?r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소용돌이에 의해 신체의 마력이 급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이 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 었다.
나는 젖 먹던 힘을 다해 놈을 향 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크으으으응!]
구미호가 살기에 젖은 눈으로 내 앞길을 막아섰다.
“구미호?”
내 부름에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 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더니 나 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아앙!]
나는 크게 점프해 구미호의 공격을 겨우 피해냈다.
공격이 빗나가자 구미호는 곧바로 검은 구체를 구현하더니 나를 향해 방출했다.
나는 그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냈다.
[……이, 앞은, 지나갈, 수…… 없 다.]
설마 마수를 조종하는 능력도
있는 건가?”
그게 가능해?
마수를 조종하는 능력이 이상한 건 아니지만 상대는 재앙급 마수인 구 미호.
이건 정도를 넘어선 게 아닌가?
여러 의문에 빠진 그때 구미호가 다시 말했다.
[나의, 운명은 ……신비를 지키는 것…… 나는, 그분의 사도이다…….]
신비의 사도.”
나는 구미호 뒤에 서 있는 진천우 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마수를 조종하는 건 소수 일족의 능력이 아닌 것 같았다.
구미호는 진천우를 ‘신비’로 인식 해 움직이는 것 같았으니까.
그때 내 머릿속에 과거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너는 정말 혼돈 그 자체라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고, 텅 비어있는데. 걔한테는 조금 우리한테 친근한 느 낌이 들거든.
—저, 아이, 는, 소수 일족인 유성 일족의 생존자, 그리고 우리의, 실험 으로 끅! 인위로 신비가 주입된, 인 간.
……신비가 했던 이야기.
그리고 선현가의 실험실에서 들었 던 이야기.
아무래도 김창현의 몸 안에 흐르는 신비의 힘이 원인인 것 같았다.
진천우는 그 신비의 힘조차 이용할 수 있는 것이었고.
……무슨 이런 끔찍한 혼종이 다 있지?
“..읏?”
그 순간 현기증이 일며 육체의 균 형이 무너졌다.
“허억.”
소용돌이가 흡수하는 마력의 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나는 가쁜 숨을 내쉬고는 눈앞의 구미호를 노려보았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구미호와 싸 우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소용돌이는 계속해서 마력을 흡수
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내 힘이 버티지 못할 테니까.
……그렇다면.
나는 구미호의 목에 걸린 목줄, ‘언령의 봉인구’에 의지를 넣었다.
[……크읏?!]
효과가 있었는지 구미호가 격한 반 응을 보였다.
이내 푸른빛으로 물들던 구미호의 눈이 서서히 원래 색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 ] : ? [ 지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
“......됐다.”
다행히 언령의 봉인구를 통해 구미 호의 세뇌를 풀어낼 수 있었다.
그때 다시 현기증이 일며 나는 바 닥에 주저앉았다.
소용돌이에 의해 몸의 에너지가 바 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이미 몇몇 사람들 은 소용돌이에 의해 정신을 잃은 상
태였다.
최일현 역시 버티기 힘든지 무릎을 꿇은 상태였고.
진천우는 소용돌이의 영향을 받지 않는지 평온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 보더니 말했다.
“그럼 다시 시작해볼까.”
그는 이서준을 향해 다시 걸어갔 다.
이서준은 정신을 차리기 힘든 듯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우우웅…….
진천우의 손 위로 술식이 구현되었
다.
……영혼 전이의 술식.
아까와 같이 하늘 전체를 뒤덮는 크기는 아니었지만 이서준 단 한 명 에게 사용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주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안돼. 서, 서준아.”
윤하영의 떨리는 목소리.
“……마, 막아야 해.”
“크윽. 몸이 안 움직여…… 야…… 이서준……! 도망쳐!”
“서, 선배님……!”
진천우의 목적이 불사라는 것은 이 곳 모두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재료가 이서준인 것 역 시 모두 잘 알고 있었고.
진천우가 이서준에게 가까이 갈수 록 그들의 얼굴은 점차 절망으로 물 들었다.
나는 혼미해지는 정신을 붙잡고는 진천우를 노려보았다.
……막아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 라도 불사만큼은 막아야 한다.
“……크으윽!”
점차 텅 비어가는 내 육신 안에서
새로운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크으윽!”
진천우는 어느새 이서준의 코앞까 지 다가갔다.
그는 술식이 담긴 손을 이서준을 향해 뻗었다.
그렇게 술식이 몸에 닿으려는 그 순간.
눈앞이 흐려지며 검은 기운이 내 몸 안에서 폭발하듯 터져나왔다.
그 기운을 느낀 듯 진천우의 시선 이 빠르게 나를 향했다.
나는 손바닥 위로 검은 기운을 응 축해 그대로 방출했다.
파아아아앙一!
검은 기운은 곧 진천우의 팔을 관 통했다.
“……큭!”
놈은 빠르게 강기를 발동하여 자신 의 팔을 보호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놈의 팔은 순식간에 박살 나며 형 태가 일그러졌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부분 폭주화’를 발동합니다.]
“……마기?”
진천우의 두 눈에 의문이 깃들었다.
나는 숨을 내쉬며 내 안에 터져나 오는 힘을 느꼈다.
오랜만에 사용한 폭주화.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이 힘은 위 험하고 강하다.
그때 진천우를 지키던 검은 마수들 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는 빠르게 움직이며 마기를 넓게 휘둘렀다.
마기는 곧 채찍처럼 넓게 휘둘러지 며 수많은 마수를 단번에 절단했다.
그 공격이 놀라운 듯 진천우의 두 눈이 잠시 커졌다.
나는 그런 그를 노려보며 다시 앞
으로 달려갔다.
“이건 쉽지 않겠군.”
진천우는 이서준에게 떨어지고선 내게 흑천을 휘둘렀다.
그의 검기는 초승달처럼 쏘아지며 내 가슴에 깊은 상처를 만들어냈다.
“큭!”
눈이 찌푸려지는 강한 고통.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초재생능력에 의해 내 몸이 순식간 에 재생되었다.
진천우는 그것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초재생능력……?”
나는 놈을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내 손 위에 검은 구체가 구현되고 그대로 놈을 향해 방출했다.
그러나 진천우는 그 공격을 가볍게 피했다.
하지만 내가 노린 것이 바로 그것 이었다.
어느새 검은 마기로 물든 오브가 진천우의 등을 노렸다.
쿠웅!
“..r
묵직한 공격이 이어지자 진천우의 육신이 잠시 균형을 잃었다.
‘이겼다!’
나는 다시 한번 끝없는 마기를 손 바닥에 압축했고 그대로 녀석의 배 를 향해 방출했다.
콰아아앙一!
거대한 폭발. 그 충격으로 내 몸이 뒤로 크게 밀려났다.
나는 잠시 떨어져서 놈을 노려보았 다. 제대로 공격이 적중했으니 놈도
몸이 성하지는 않을 터.
“……후.”
……하지만 진천우는 아무런 피해 를 입지 않은 멀쩡한 상태였다.
아랑 일족의 검은 연기.
3분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돌아와 내 공격을 무효화한 것이었다.
“재밌군.”
어느덧 모두의 몸을 속박하던 룬의 속박이 풀려났다.
지상의 모든 마력을 빨아들이던 소 용돌이는 강한 빛을 뿜어내더니 진 천우의 몸에 흡수되었다.
동시에 진천우에게서 느껴지는 불 길한 마력이 더욱 강해졌다.
그는 잠시 그 힘을 느끼는가 싶더 니 눈에 보이지 않을 빠른 속도로 내게 흑천을 휘둘렀다.
후우웅!
검에서 쏘아지는 검기는 순식간에 내 몸을 베었다.
“크으윽!”
검은 피가 바닥에 뚝 떨어지고, 강 한 고통이 느껴졌다.
진천우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검기는 계속해서 나를 향해 쏘아졌 고, 나는 초재생능력으로 겨우겨우 버텼다.
“크으으윽!”
하지만 그것에도 한계가 있다.
왕의 초재생능력은 한계가 보이지 않을 만큼 강한 힘을 지니고 있지 만, 그것이 ‘불사’는 아니기 때문이 다.
그때 더 이상의 공격이 의미없다고 생각했는지 진천우가 움직임을 멈추 었다.
이후 두 눈을 푸른빛으로 물들이곤 주변에 커다란 파동을 퍼트렸다.
—까아아아악!
어디선가 마수의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
하늘에는 거대한 날개를 휘젓는 거 대한 가고일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것들은 하늘을 덮어 씌었다.
그것을 본 나는 깨달았다.
최초의 세계의 진천우. 그리고 김 창현의 힘을 흡수한 그는, 지금의
우리로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지금의 우리는, 그를 상대할 준비 가 되어있지 않다고.
원작의 최종 보스인 진천우는, 소 수 일족의 능력을 사용하고, 거기다 신비의 힘까지 얻었다.
놈을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김선우.”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올리자 최일현이 내 앞에 등을 보이고 있었다.
“모두를 데리고 도망쳐라.”
“......네?”
“놈은 인간을 벗어났다. 지금의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최일현은 고개를 돌리곤 이서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만약 놈이 이서준을 통해 불사를 이루게 된다면, 희망은 더더욱 사라지겠지.”
이후 그가 다시 진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협회로 돌아가 회장님께 이 상황 을 전해라. 그리고 어떻게서든 놈을 저지할 방법을 찾아내. 여긴 어떻게 서든 내가 막아볼 테니.”
그 말에 모두가 멍한 표정을 지었
세계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실력 자인 그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상황 은 최악이라 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이 상황을 용납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