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99화 (498/535)

저저저저적!

허공에 수많은 균열이 생겨나며 공 간이 갈라졌다.

갑작스레 일어난 차원 균열 현상에 자운의 앞길이 막혔고, 베르트는 밤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보랏빛 기둥 으로 시선을 돌렸다.

“……김창현. 대체 무슨 짓을 저지 르려는 거지?”

베르트는 직감적으로 지금 발생하

는 모든 현상이 김창현의 짓임을 눈 치 챘다.

하지만 균열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 지 예상할 수 없었기에 그 어떤 대 처도 할 수 없었다.

“베르트, 이제 어쩔 거야? 저거 저 대로 놔둘 거야?”

백은성의 물음에 베르트는 입을 다 물었다.

식은땀이 그녀의 뺨을 흐르고 끝내 입을 열었다.

“그분의 부활을 우선으로 하자.”

“엥? 김창현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고?”

“어차피 균열 때문에 접근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방법이 없다고.”

베르트도 마음 같아서는 당장 저 보랏빛 기둥의 정체를 파악하고 싶 었다.

하지만 유적지의 균열로 인해 움직 임에 제약이 걸린 상황.

그렇다면 한시라도 빨리 그분을 살 려내어 도움을 받는 게 맞았다.

베르트는 눈을 감고 피부를 스치는 마나를 느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유적지의 중앙

제단에서 그분의 부활을 준비하는 것이 정상적인 흐름…….

하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이곳에서 도 그분의 부활을 준비해도 큰 문제 가 없다.

“여기서 계획을 실행하자.”

“여기서?”

“차원 균열로 엄청난 양의 마나가 홀러나오고 있어. 마나의 핵을 이용 한다면 그분을 되살리는 데 필요한 마나를 공급할 수 있을 거야.”

베르트의 말에 모두가 잠시 표정을 굳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설프게 놈을 쫓는 것보다

그분을 먼저 되살리는 게 맞아.”

“그럼 바로 시작하자.”

이들은 부활에 필요한 재료들을 바 닥에 내려놓았다.

영혼을 담은 상자와 육체를 구성할 각종 신비 재료들.

지금까지 테러를 저지르며 훔쳐 왔 던 신비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후 베르트는 그 중심에 거대한 술식을 그렸다.

부활의 주문.

과거, 그분께서 이날을 위해 남겨 주었던 금단의 술식이 서서히 완성

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됐다.”

술식이 완성되었다. 이제 남은 건 술식에 마력을 주입하는 것.

곧 자운의 신이 돌아온다.

꿈꾸던 순간이 찾아온다는 생각에 이들은 깊은 감격을 느꼈다.

“시작하자.”

“응.”

자운은 술식을 중심으로 육각형의 꼭짓점에 섰다.

각자 마력을 끌어올리고는 술식에 마력을 주입했다.

우우우웅!

동시에 엄청난 마력의 기운이 회오 리치듯 주변에 크게 번졌다.

술식 중앙에 놓여 있던 영혼을 담 은 상자가 열리고 그 위에서 신비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베르트는 그것을 바라보며 두 눈을 크게 떨었다.

*

균열을 따라 이동하던 이서준 일행 은 주변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마력 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번엔 또 뭐야?”

지금 느껴지는 이 마력.

정체불명의 보랏빛 기둥이 아닌 다 른 방향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느껴지는 마력의 위치는 비 교적 이곳과 가까웠다.

그때.

우우우응!

“......으윽!”

이서준이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고 는 무릎을 꿇었다.

“……이서준?”

“선배님!”

갑작스럽게 이서준이 고통을 호소 하자 모두가 그에게 다가갔다.

“왜 그래? 서준아 갑자기 무슨 일 이야?!”

윤하영이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하지만 이서준은 그 어떤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 가쁜 숨을 토해낼 뿐이었다.

그때 그의 몸에서 새하얀 연기가 서서히 피어올랐다.

그 연기는 정체 모를 에너지가 담 긴 덩어리가 되었다.

“……저건 뭐지?”

에너지 덩어리는 곧 어딘가를 향해 빠르게 쏘아졌다.

에너지가 사라지자 겨우 진정이 됐 는지 이서준은 식은땀을 홀리며 몸

을 일으켰다.

“선배님 괜찮아요?”

“어. 괜찮아……

“방금 그건 뭐예요?”

최서윤이 묻자 이서준은 입을 다물 었다.

자신도 모른다.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현상이었으니 까.

다만 그는 마치 영혼의 일부가 찢 어진 듯한 기분을 느꼈었다.

한참 생각에 잠기던 이서준이 나지 막이 말했다.

“……진천우.”

“응?”

이서준은 기운이 쏘아진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진천우의 부활이 시작되고 있어.”

우우우웅!

기계의 중심에 달린 구체가 빠르게 회전하며 화려한 빛을 뿜어냈다.

그 앞에 선 진천우는 멍하니 그것

을 바라보더니 혼잣말하듯 중얼거렸 다.

“……드디어 완성했다.”

2044년.

내가 관측할 수 있는 ‘최초의 세 계’의 마지막.

나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바 라보며 꽤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이 세계에 소환된 과정과 소 설 ‘현대 마법人}’의 실체…….

나를 둘러싼 비밀의 진실들이 서서 히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옆에서 다른 신비의 기계를

살피던 베르너가 무언가를 발견하며 말했다.

“신이시여. 혼돈으로부터 답이 왔 습니다.”

그 말에 진천우가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베르너는 그의 눈을 마주치 다가 다시 말했다.

“혼돈이 소환에 웅했습니다.”

“……그런가.”

진천우는 다시 기계로 시선을 돌렸 다.

기계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내가 봐 왔던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 는 신비로움이 담겨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저 기계 장치가 인간이 만들어낸 작은 ‘신’。] 아닐 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혼돈에게 모든 걸 맡겨야겠 군. 낯선 차원에서 과연 잘 적응해 나갈지……

“모든 차원의 혼돈 중 우리 세계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자입니다. 그러니 적응에 문제는 없을 겁니다.”

“……그건 모른다. 혼돈의 세계는 마법도, 신비도 없는 세계가 아닌 가?”

진천우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말

을 이었다.

“그래도 큰 차원을 넘는 자에게는 ‘무한한 의지’의 축복을 주어질 테 니 잘 해낼 거라 믿는 수밖에.”

우우우응!

기계에서 다시 빛이 뿜어졌다.

진천우는 그것을 바라보며 입을 열 었다.

“30년이 넘는 준비를 걸쳐 드디어 시작점에 오르게 되었다. 정말 긴 시간이었어. 운명의 제약…… ‘세계 의 허점’을 몰랐다면 절대로 이루어 낼 수 없었겠지.”

세계의 허점.

과거 성무제에서 ‘관측의 사도’로 부터 들었던 이론이다.

혼돈을 제외하고 정해진 운명으로 부터 잠시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 법.

진천우는 이 허점을 이용해 ‘김창 현’과 ‘네 번째 일지’를 만들어냈으 며 결국 혼돈 소환 계획도 성공해냈 다.

그 말에 뒤에서 지켜보던 김창현이 말했다.

“이제 회귀가 시작되는 겁니까?”

“그래. 정확히 말하자면 회귀가 아 닌 평행세계로의 이동이지만.”

평행세계?

그러자 베르너가 진천우에게 물었다.

“근데 왜 회귀가 아니라 평행세계 라는 겁니까?”

“세계의 기록소에 기록된 역사는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찾아낸 방 법이 역사의 분열이지.”

“……시뮬레이션 같은 겁니까?”

진천우는 고개를 저었다.

“시뮬레이션은 가상이지만 이건 실 제 세계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던 ‘혼돈’의 존재를 덮어씌우려면 이

방법이 가장 안전해.”

진천우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말 을 이었다.

“만약, 혼돈의 실패로 이서준이 죽 음을 맞이하게 되어도 이 방법이라 면 모든 것을 리셋하고 처음부터 다 시 시작할 수 있지.”

이후 그는 다시 김창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해주겠 다.”

*

이서준 일행은 에너지가 움직인 방 향을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

갈라진 차원을 넘자 수상한 기운은 점차 강해졌다.

“저기다!”

어느덧 그들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들의 앞에는 6명의 사람과 거대 한 빛의 마력 덩어리가 뭉게뭉게 피 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 눈이 마주쳤다.

“……이서준인가?”

그들은 해상열차에서 마주쳤었던

정체불명의 사람들이었다.

낯선 외모였지만 이서준은 그들의 정체를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자운.”

“후후. 역시 바로 알아차리네. 정답 이야.”

한 남성이 자신의 얼굴을 잡아 뜯 었다.

동시에 숨겨져 있던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다.

자운의 핵심 멤버 중 하나인 백은 성이었다.

상대가 자운인 것이 드러나자 이서

준은 곧바로 자세를 낮추곤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의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운은 전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강 자들이 모인 집단.

거기다 수많은 살육으로 쌓인 그들 의 실전 경험을 생각하면 긴장의 끈 을 놓아선 안 된다.

그리고 자운의 다른 멤버들도 하나 둘씩 본인의 얼굴을 드러냈다.

베르트는 이서준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어쩐지 영혼의 이동이 빠르다 싶 더니…… 너도 이 유적지에 있었구

나.”

이서준은 그들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지?”

그 물음에 베르트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별거 없어. 그분이 네게 심어두었 던 영혼의 조각을 회수한 것뿐이니 까. 부활…… 그리고 그 뒤에 있을 위대한 계획의 과정 중 하나라고 해 야 할까.”

이서준은 자운의 중앙에 떠오른 에 너지 덩어리로 시선을 돌렸다.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저건 진천우 의 영혼이 분명했다.

영혼의 바닥에는 웬 나무가 서서히 자라나고 있었는데 이서준은 그 나 무의 정체도 단번에 깨달았다.

“……신목혈.”

파리 VIP 경매장에서 도난당한 물 건이었다.

협회의 말에 의하면 신목혈은 죽은 자가 부활할 때 육체의 역할을 대신 하는 신비라 했다.

“모두 준비해.”

이서준은 백천에 마력을 담았다.

지금,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 던 세계 최악의 마법사, 진천우가 부활하려 하고 있다.

협회 특무 요원으로서 그의 부활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물론 전력은 밀릴 수 있겠지 만, 승산이 없는 건 아니다.

이 검, ‘백천’이라면 그 가능성을 더욱 높여줄 테니까.

이서준의 말과 동시에 그 동료들은 마력을 끌어올렸다.

자운 역시 앞으로 나서며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섰다.

파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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