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97화 (496/535)

“이제 자운의 환영식만 준비하면 될 거 같은데…… 유적지가 생각보 다 너무 넓어서 잘 될지 모르겠네.”

엘린이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 다. 나 역시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

유적지의 넓이가 내 예상보다 훨씬 넓 었다.

이래서는 자운을 위한 함정 술식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다.

“잘 준비해봐야지. 성배의 제작도 준비도 해야 하고.”

나는 이곳에서 느껴지는 마력을 느 꼈다.

원작에서도 중요했던 장소인 만큼 이 안에서 엄청난 마나가 느껴졌다.

마나에 중독되어 숨을 쉬기 힘들다 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운이 진천우의 부활 장소로 왜

이곳을 꼽았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근데 여기도 술식이 엄청 많네 요?”

한지원이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 렸다.

그의 말대로 유적지의 제단의 벽에 엄청난 양의 술식이 가득 적혀 있었다.

내용은 입구에서 보았던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차원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소환 방법 둥둥…….

그 외 세계의 법칙에 대한 설명이

이어져 있었다.

물론 유적지의 마지막 방인 만큼 못 보던 특별한 정보도 있었다.

나는 눈앞에 그려진 거대한 술식을 천천히 읽었다.

‘각 차원에는 세계라는 이름의 신 이 존재한다.’

‘모든 세계는 무한한 의지라는 초 월적 존재의 아래에 있다.’

‘큰 차원을 넘는 혼돈은, 그 과정 에서 세계의 기록에 접촉해 인과의 진리를 깨닫는다.’

‘진리란 무한한 의지가 선사하는 은혜이자 특별한 혜택이며, 신의 재

목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다.’

짧은 여러 정보가 적혀 있었다.

조금은 난해했지만 내 나름의 추리 를 통해 어렴풋이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세계의 위에 초월적 신이 존재하 며, 나처럼 큰 차원을 넘은 자에게 는 어떤 ‘혜택’이 주어진다는 것.

그리고 나는 그 ‘혜택’의 정체를 눈치챌 수 있었다.

바로 외부자의 혜택이다.

“쓰읍.”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한순간에 너무나도 많은 정보를 얻 다 보니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 다.

그러다 문득 아까 보았던 술식이 떠오르며 작은 의문이 들었다.

소설 ‘현대 마법사’는 진천우가 나 를 소환하기 위한 매개체로 이용했 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그 소설은 대체 누가 쓴 것일까?

김창현? 진천우?

으음. 이들이 썼다고 생각하기에는 이미지가 잘 그려지지 않는데…….

역시 [차원 여행]올 사용해야 의문 이 풀리려나?

“……하아.”

나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이곳, 유적지 중앙 제단에서 홀러 나오는 마나라면 [차원 여행]에 필 요한 마력을 수급할 수 있을 것이다.

차원 여행을 통해 당장 모든 의문 을 풀고 싶었지만 걱정되는 것이 하 나 있었다.

피코의 말에 의하면 차원 여행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2시간 의 현실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 줄 알고 차원 여행을 사용한단 말인 가?

그런 고민을 하던 그때, 최일현과 시선이 마주쳤다.

“성배 제작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 리지?”

“꽤 시간이 걸릴 거에요.”

못해도 12시간 이상.

아마 성배가 완성되는 시점은 죽음

의 섬에서 벌어질 모든 사건이 지나 간 뒤일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성배를 제작하려는 것은, 혹시 모를 미래에 생겨날 변 수를 막기 위해서였다.

최일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운을 위한 함정 술식은 내가 설 치하마. 너는 성배 제작을 준비해 라.”

“혼자서 하실 수 있겠어요?”

자운의 말살을 위해 준비한 술식은 공간 차단의 술식이다.

그들이 가진 비상 탈출의 신비를 발동하지 못 하게 하여 말살시키려

는 계획이었다.

“홍. 날 아직도 못 믿는 거냐?”

최일현의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하긴, 세계에서 두 손가락 안에 드 는 괴물인데.

괜한 걱정인가.

“문제는 유적지의 제단이 워낙 넓 어서 놈들이 어느 구멍으로 들어올 지 알 수 없다는 거지만…… 최대한 힘을 써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일현을 이곳에 데려오기를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내 일이 하나 줄었으니까.

나는 안도감을 느끼며 성배 제작을 위한 술식을 천천히 구현했다.

그렇게 약 20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성배 제작에 필요한 기초 술 식을 완성했으며, 그 위에 성배의 재료인 근원의 씨앗과 생명의 잔. 그리고 마법 가루를 올려놓았다.

“……이게 그 성배 재료구나. 이런 건 대체 어디서 구했대?”

어느 틈에 내 주위로 동료들이 몰 려들었다.

대답할 시간도 없었기에 곧바로 술 식을 구현했다.

우우웅!

곧 술식에 엄청난 빛이 번지더니 유적지 내부에 흘러나오는 모든 마 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마력은 생명의 잔에 모 여들기 시작했다.

이후 느껴지는 신성한 기운.

나는 그 기운을 느끼며 작게 감탄 했다.

시작부터 이 정도의 힘이라면, 성 배의 완성품은 대체 어느 정도인 거 지?

“이제 가만히 놔두면 자연스럽게 성배가 완성될 거야.”

“……이렇게 제작되는 거구나. 신 기하다.”

엘린이 홀린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 렸다.

이후 나는 미리 그려놨던 또 다른 술식을 발동했다.

반투명한 마력의 장막이 구현되더 니 성배 제작의 술식을 둥글게 감쌌 다.

동시에 성배에서 외부로 퍼져 나오 던 마나가 차단됐다.

“어? 갑자기 마나가 안 느껴지네?”

모두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 피식 웃었다.

마력 차단의 장막.

경계의 세계에서 배운 설계자의 비 전 술식 중 하나였다.

작은 범위로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것으로 그 누구도 이곳에서 성배가 제작되고 있는 것 을 눈.치채지 못하겠지.

이후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최 일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술식 완성까지는 얼마나 걸릴 거 같습니까?”

“아마 한 시간 정도 더 걸릴 거 같 다. 생각보다 유적지가 넓어서 이것 도 완전하진 않아.”

최일현은 술식을 그리던 마력을 멈 추지 않은 채 내게 대답했다.

한 시간이라.

자운이 이곳에 도착하는 예정 시간 이 약 2시간 뒤니 여유가 있으면서 도 조금 아슬아슬한 시간이다.

“일단 알겠습니다. 그럼 전에 말씀 드렸듯 따로 준비할 일이 있어서 가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이제 내게 남은 일은 [차원 여행] 을 발동하는 것이다.

차원 여행이라는 권능을 모두에게 설명할 수 없기에, 동료들에게는 자 운과의 대결 전 따로 완성해야 할 훈련이 있다는 핑계를 댔다.

모두가 순간 궁금해했지만 이내 수 긍했다.

“2시간 정도 걸릴 거야. 너무 걱정 하진 마.”

“근데 그 훈련을 꼭 지금 해야

해?”

“어. 반드시.”

진지한 내 대답에 모두가 입을 다 물었다.

구미호는 내가 무엇을 할지 어렴풋 이 아는 듯 입을 열었다.

“짧은 시간이라도 깨달음을 얻게 된다면 단번에 강한 힘을 얻을 수 있는 법이지.”

엘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결국 고개를 저었다.

“……뭐,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

지.”

나는 모두를 둘러보았다.

이제 준비를 모두 마쳤으니 차원 여행을 발동할 차례.

하지만 김창현이 개입된 지금 상황 에서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알 수 없었기에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믿고 다녀오거라. 김창현이라는 놈이 나타나면 내 힘을 전부 드러내 서라도 막아보겠다.”

구미호가 자신감에 찬 듯 허리에 손올 얹으며 말했다.

처음으로 든든하다는 감정이 느껴 져 괜히 웃음이 나왔다.

“그럼 다녀올게. 2시간 뒤에 보 자.”

“어어. 우리한테 맡겨.”

나는 천천히 마력을 끌어올려 주변 에 마법진을 발동했다.

마법진은 곧 검은 장막을 만들었다.

시야 차단의 마법.

위저드 게임의 미로에서 외부의 시 선을 피하기 위해 펼쳤던 보안 마법 이었다.

참고로 이 마법을 발동한 건, 내게 걸린 ‘발설 금지’를 피하기 위한 편

법이다.

주변의 시야가 깜깜해지고, 나는 곧바로 권능을 발동했다.

[인과율 30을 소모합니다.]

[권능 ‘차원 여행’을 발동합니다.]

우우우웅!

권능을 사용하자 엄청난 에너지가 내 몸을 통해 퍼져 나왔다.

동시에 몸 안의 마나가 엄청난 속

도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큭!”

나는 이를 악물고는 유적지 내부에 흐르는 자연의 마나를 움직였다.

자연의 마나는 곧 텅 비어가는 내 몸 안의 마나를 빠르게 채우기 시작 했다.

우우웅!

이어서 퍼져나오는 마나의 파동.

[‘차원 여행’에 필요한 조건이 모두 충족되었습니다!]

번쩍!

정신을 차려보니 눈앞의 풍경이 바 뀌어 있었다.

우주를 연상시키는 검은 공간.

그리고 그 주변을 가득 채우는 푸 른 빛의 술식…….

과거, 차원 관측을 통해 다녀온 장 소였기에 놀라지는 않았다.

[‘세계의 기록소’에 입장했습니다.]

“여긴 변함이 없네.”

다시 찾아오게 된 ‘세계의 기록소’ 의 풍경은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처음 이곳에 방문했을 때는 아무것 도 몰랐던 나였지만, 지금의 나는 세계의 이면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 이 쌓여 있었기에 지금 느껴지는 감 정은 그때와 사뭇 달랐다.

“......후우.”

나는 짧게 숨을 내쉬고는 주변을

가득 채운 거대한 술식을 바라보았 다.

세계의 기록.

모든 시간을 기록한 역사이며, 내 가 경험한 모든 것이 이 안에 담겨 있었다.

참고로 술식 위에 새로운 술식이 덧씌워진 것처럼 되어 있는데, 이건 기존의 미래가 나의 개입으로 바뀌 었기에 이렇게 변한 것이다.

나는 천천히 기록된 나의 역사를 읽었다.

마법사관학교 2학년부터 시작해서 크루아스 토벌, 경계의 대정령 토

벌…….

물론 나의 역사를 제외하고도 다른 사람들의 시간도 함께 기록되어 있 었다.

참 신기한 술식이다.

이 정도의 술식으로 이렇게 방대한 정보를 담을 수 있다니.

잠시 세계의 역사를 읽으며 추억에 잠기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시선을 멈추었다.

“……죽음의 섬에 도착한 것까지 적혀 있네.”

그 뒤로는 읽을 수 없다.

현재가 아닌 미래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다음으로 이전 생의 역사가 기록된 술식을 살폈다.

이건 과거, ‘차원 관측’ 때 보았던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내가 경험한 모든 역사가 담겼으 며, 이서준의 죽음 이후로는 읽을 수 없었다.

그렇게 술식을 살피던 나는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이서준의 죽음 뒤에 이 세계는 어떻게 됐을까?

*..으 99

..

많은 의문이 들었지만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돌려 다음 세계의 술 식을 확인했다.

이곳, 세계의 기록소에는 총 3개의 기록이 담겨있다.

내가 겪은 1회차와 2회차 세계 외 에 숨겨진 세계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멋도 모르고 다음 회차의 세계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지금 의 나는 이 세계의 정체를 알고 있 었다.

“……최초의 세계.”

그렇다.

눈앞에 그려진 이 역사는, 내가 경 험하지 못한 최초의 세계였다.

이 최초의 세계에서 김창현이 회귀 자가 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이 며, 그 이후에 만들어진 세계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나는 짧게 숨을 내쉬고는 최초의 세계를 바라보았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세계였기에 술

식을 읽을 수 없어야 했지만, 어째 서인지 지금의 나는 단편적인 기록 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서준의 죽음.”

최초의 세계에서도 이서준은 크루 아스에게 죽음을 맞이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 최초의 세 계는, 이서준의 죽음 이후의 기록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부활한 진천우와 협회와의 전쟁.

전 세계에 자신의 영향력을 끼치는 진천우…….

다만 최초의 세계에도 기록이 끊기 는 구간이 있었다.

2044년 겨울…….

이날을 기점으로 그 어떤 기록도 읽을 수 없었다.

지금이 2037년이니까 2044년이면 7년 뒤인데.

그런데 왜 2044년 이후로 모든 기 록이 끊긴 거지?

그때 머릿속에 의지가 들려왔다.

[현재 관측 가능한 차원은 총 ‘세 개’입니다.]

[술식에 손을 대면 원하는 시점의 3년을 자유롭게 관측할 수 있습니

다.]

“3년을 관측할 수 있다고?”

인과율이 30이나 드는 권능이라 그런지 확실히 차원 관측과는 다르 긴 하네.

그러니까 2042년 시점으로 이동한다면 2044년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어느 시간을 선택해야 할까?

이서준이 죽는 시점? 아니면, 최초 의 세계가 끝나는 2044년?

고민은 길지 않았다.

최초의 시간대가 어떻게 끝나는지, 그것을 확인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차원 여행을 발동한 건 어디 까지나 ‘김창현’의 목적을 알아내기 위함이니까.

나는 곧바로 2042년에 손을 대었다.

그 순간.

우우우우웅!

술식에서 강한 빛이 퍼지더니 그대 로 눈앞이 새하얗게 번쩍였다.

“……얘는 대체 무슨 훈련을 하는 거야?”

김선우가 훈련을 하겠다며 검은 장 막 속으로 모습을 감춘 이후, 그를 중심으로 엄청난 신비의 기운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운이었기에 엘린은 강한 의구심을 느꼈다.

“알려고 하지 말거라. 어차피 네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구미호의 말에 엘린이 눈을 찌푸렸 다.

“……뭐래. 나 머리 좋거든? 그리 고 협회 연구에 따르면 보조계 마법 사가 가장 똑똑하다는 결과도 있 어.”

“나는 그저 진실을 말한 것일 뿐이 다.”

구미호는 그렇게 대답하더니 바닥 에 술식을 그리는 가면 쓴 남성, 최 일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아까부터 말없이 자운을 위한 함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전에도 느꼈지만 술식 이해력이 대단한 사내다. 저런 복잡한 술식을 이토록 쉽게 만들어 내다니.”

그 말에 엘린도 공감했다.

아직 제대로 된 실력을 보진 못했 지만, 그가 가진 마법적 지식은 분 명 보통이 아니었다.

“정체가 뭘까? 전혀 예상이 안 되 는데.”

이후 그녀는 8()1의 또 다른 숨겨 진 여성 멤버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 사람은 누군지 알 거 같은 데 말이야.”

그때 였다.

“술식을 완성했다.”

최일현의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벌써요‘?”

한지원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끄덕 였다.

“마력 파동을 일으켜 공간 이동 마 법에 필요한 좌표를 흩트리는 술식 이다. 유적지의 마력을 이용해 다른 공간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마력 파동을 이렇게도 이용할

수도 있구나.”

엘린은 감탄했다.

보조계에 오랜 시간 발을 담근 그 녀에게도 최일현의 술식은 신선한 방법이었다.

“그럼 이제 여기만 지키면 되는 건 가?”

“그렇지.”

“……하아. 잘 되려나 모르겠네.”

엘린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중얼거 렸다.

여기 모두가 강한 힘을 지니고 있 기에 아무리 상대가 자운이라 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김창현이 개입되었다는 이 야기를 듣자 괜히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김창현은 협회에서도 정체를 밝히 지 못한 수수께끼의 인물이었으니 까.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전략은 완벽하니까.”

엘린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듯, 최 일현이 말했다.

“……설령 진천우가 부활한다 해도 그건 변하지 않아.”

그러자 한지원이 끼어들었다.

“에。], 그래도 진천우가 부활하게 된다면 조금 힘들어지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세계 최악의 마 법사라 불리는 진천우인데.”

그때 였다.

우우우우웅!

멀지 않은 어딘가에서 낯선 기운이 폭발하듯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유적지에 흐르는 깊은 마력이 크게 요동치고, 땅은 지진이라도 난 것같 이 크게 흔들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자 모두 가 놀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 뭐야?! 무슨 일이야?!”

쿠우우웅!

유적지의 천장이 부서지고 있었다.

하늘 위에서는 강한 돌풍이 불며 천장의 파편을 빨아들였다.

최일현은 떨리는 눈으로 천장이 사 라진 밤하늘을 올려보았다.

거대한 보랏빛의 기둥 하나가 하늘 을 향해 쏘아지고 있었다.

“……저게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거지?”

엄청난 에너지.

그 힘은 유적지의 천장뿐만 아니라 밤하늘에까지 균열을 만들어 냈다.

최일현은 그것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차원 균열?”

으음.”

시야를 가리던 강한 빛이 사그라들 고, 달라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눈 부신 햇살, 푸른 하늘 아래에서 도로를 걷는 사람들…….

고개를 들어 올리자 높은 빌딩의 전광판 앞에 문구가 적혀 있었다.

「행적을 감춘 진천우. 그는 어디 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후 화면 너머에서 진천우의 얼굴 이 떠올랐다.

죽음에서 부활한 그의 모습.

내가 아는 원작의 시간대와는 다른 상황이었다.

[2042년에 도착했습니다.]

2042년은 ‘현대 마법사’의 엔딩 이 후의 시간이다.

하지만 진천우는 여전히 살아 있으 며, 이서준은 크루아스에게 죽어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나는 시작부터 머리가 복잡해짐을

느꼈다.

원작의 세계로 예상되던 ‘최초의 세계’는 내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회귀하기 전 세계의 미래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나, ‘김선우’만 없을 뿐이지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내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죽음의 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으니 빠르게 정보를 얻고 돌아가야 한다.

“근데 여기서 정보를 어떻게 얻으

라는 거야?”

그때,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차원 여행 중에는 2시간마다 시공 간 도약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시공간 도약?”

그 순간 메시지의 앞에 작은 빛이 떠오르더니 내 몸 안에 스며들었다.

동시에 ‘시공간 도약’의 방법이 자 연스럽게 습득되었다.

능력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2042년부터 2044년까지 원하는 시 간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찾고자 하는 대상에 게 이동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거라면 금방 정보를 얻을 수 있겠네.”

그럼 누구에게 먼저 도약을 시도해 볼까.

우선 이서준이 정말로 죽은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그에게 ‘시공간 도 약’을 발동했다.

하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 다.

이 세계에는, 정말 이서준이 존재 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잠시 씁쓸함을 느꼈다.

역시 이서준은 죽은 건가…….

“……쯧.”

금방 생각을 털어내고는 다음 도약 상대를 떠올렸다.

시공간 도약의 재사용 시간은 2시 간.

꽤 긴 시간이었기에 신중하게 사용 해야 한다.

“역시 그놈이 좋겠지.”

나는 다시 능력을 발동했다.

번쩍!

강한 빛이 번쩍이더니 눈앞의 풍경 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주변은 깊은 어둠에 아무것도 보이 지 않았고, 내 앞에는 계단을 오르 는 한 남성의 뒷모습이 보였다.

“……김창현.”

내가 찾은 인물은 2042년의 김창 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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