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96화 (495/535)

“오전에도 말했지만 김창현이 열차 어딘가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 아.”

김창현이라는 이름이 들리자 깊은 침묵이 감돌았다.

명백히 목적이 드러난 자운과 다르 게, 김창현은 그 의도를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이번 계획의 변수가 있다면 그 녀 석이야. 계속 의식해.”

“알았어.”

그렇게 우리는 동시에 자리에서 일 어섰다.

“그럼 나가자.”

열차 밖으로 나오자 어두운 야외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하늘을 가득 채운 먹구름이 햇빛을 가렸고, 그 영향으로 싸늘한 기운이 온몸을 스쳤다.

[‘죽음의 섬’ 업적을 달성합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여기가 죽음의 섬인가. 이름 처럼 으스스하네.”

한지원이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 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가득 담 겨 있었는데, 나 역시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이 섬은, 공기부터가 불길하다.

—아우우우

어디선가 마수의 울음소리가 크게 울렸다. 동시에 모두가 놀라며 혹시 모를 기습에 대비했다.

죽음의 섬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은 기본적으로 A등급 이상의 힘을 지 니고 있다.

S등급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만 큼, 언제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그때 주변을 탐색하던 3대 길드원 의 대화가 들려왔다.

“소문 이상의 장소네요. 지금까지 수많은 지역을 다녀왔지만 이 정도 로 마나가 짙은 장소는 처음이에 요.”

“이런 마나 농도라면 희귀 자원이 많을 거예요. 던전이나 유적지도 흔 할 거고요.”

역시 돈올 좇는 길드답게 그들은 벌써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었다.

뭐, 원작에서도 죽음의 섬 탐사로

엄청난 돈을 만질 운명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들의 행동도 이해가 되 긴 한다.

그때 황금 사자의 마스터 백우종이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유령님? 혹시 어디부터 탐사할지 정하셨습니까?”

“정보가 없다 보니 일단 중앙 깊이 들어가 볼 생각입니다.”

내 말이 조금 의외였는지 백우종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음.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요? 재 앙급에 버금가는 마수들이 숨어 있 을지도 모르는데.”

그의 말대로 이 섬에는 재앙급에 버금가는 마수들이 서식하고 있기는 하다.

정보도 없이 무작정 탐사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는 거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때를 대비해 준 비한 ‘신비 폭탄’이 있다.

“위험한 일 없도록 조심히 움직일 생각입니다.”

백우종은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조심하시죠. 혹시 탐사 중에 괜찮은 걸 발견해서 도움이 필요하 시면 하늘 위로 붉은 마력 폭죽 하 나를 터트려 주세요. 바로 달려가겠

습니다. 후후.”

백우종이 자본주의의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런 그를 바라보다가 고 개를 끄덕였다.

“붉은 마력 폭죽. 한번 생각해보겠 습니다.”

해상열차가 죽음의 섬에 도착하고 약 한 시간이 흐른 시각.

이서준 일행은 작은 긴장감을 느끼 며 죽음의 섬을 탐사하고 있었다.

짙은 어둠과 불길한 마력.

중간중간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마 수 울음소리…….

지금까지 수많은 모험을 해왔던 그 에게도 이런 불길함이 느껴지는 지 역은 처음이었다.

“죽음의 섬이라는 이름. 누가 지었 는지는 몰라도 진짜 잘 지었네.”

신영준의 중얼거림에 모두가 공감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 섬에는 ‘죽음’의 냄새가 풍겨온다.

죽음의 냄새라는 게 정확히 무엇인 지는 자신도 잘 모르지만, 그게 아 니면 지금 느끼는 이 감각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제 어쩔 거야?”

유아라가 입을 열었다.

“둘 중 하나 하려는 거 아니야?

유령을 찾을지, 자운을 찾을지.”

“응? 유령을 왜 찾아? 우리 목표 는 자운 아니었어?”

이해하지 못한 릴리가 고개를 갸웃 하며 물었다.

“유령이 자운을 쫓고 있을 가능성 이 높거든.”

윤하영이 대신 대답하자 릴리는 눈 을 찌푸렸다.

“……유령이 자운을? 왜? 걔 특무 팀 비밀 요원이었어?”

잠시 침묵이 감돌더니 유아라가 한

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런 게 있어. 몰라도 돼.”

“아씨. 또 너네만 아는 얘기하네.”

그때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최서 윤이 끼어들었다.

“우선 협회에서 알려준 수칙대로 움직이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주변 탐사요.”

자운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협회에 도 이미 알려져 있다.

바로, ‘진천우의 부활’.

그리고 정보.팀의 의견에 따르면 죽 음의 섬에는 죽은 자를 살리기 위한

최적의 장소가 있을 것이라 했다.

“섬의 중앙에서 가장 가까운 유적 지를 찾아야 해요. 자운은 분명 그 곳을 향할 거예요.”

……그리고 유령도.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윤하영은 해 상열차에서 만났던 김선우와의 일을 떠올렸다.

당시 그는 우리의 도움이 필요 없 다고 했다.

일단은 알겠다고 했으나 그녀는 특 무 요원으로서 그에게 모든 것을 맡 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 서윤이 말대로 움직이는 게

좋을 거 같아. 누구를 쫓는다기보다 는 움직임을 예상해서 먼저 움직이 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미리 대기하여 함정을 설치해 기습 을 노린다면, 자운을 상대로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도 있고.

이서준은 섬 중앙의 깊은 어둠 속 으로 시선을 돌리곤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부터 유적지를 찾자.”

……섬에서 풍겨오는 불길한 마나 를 따라 이동한 지 1시간 30분.

점점 짙어지는 마나를 따라 걷다 보니 어느덧 섬의 중심에 도착하게 되었다.

마수의 울음은 끝없이 들려왔고 선 두를 걷던 나는 갑작스레 느껴지는 위협적인 기운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온다.”

“네?”

나는 곧바로 마력을 끌어올려 크게

점프했다.

동시에 내가 서 있던 자리에 검은 빛이 번쩍이더니 마력포가 지나갔 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한지원의 두 눈 이 휘둥그레졌다.

나는 마력을 끌어올리곤 검은 마력 이 쏘아진 방향으로 사슬을 방출했다.

파아앗!

그러나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무언 가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내 공격 을 피해냈다.

이내 놈은 순식간에 우리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과 비슷한 실루엣을 가진 검은 색의 이족보행 괴물이었다.

죽음의 섬에서만 서식하는 몬스터 였기에 이름도 없었다.

“공격해!”

렌과 엘린은 곧바로 놈을 향해 마 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놈의 몸에서 호신강기가 구 현되더니 모든 공격이 무로 돌아갔 다.

“아니, 무슨 이 섬의 마수들은 죄 다 호신강기를 써?!”

엘린이 황당함을 느낀 듯 소리를 질렀다.

확실히 이 섬의 몬스터들은 ‘인간 마법사’처럼 싸우는 특징이 있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놈들이 사 용하는 호신강기는 인간의 호신강기 보다 훨씬 더 단단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점점 상황이 복잡해지려 하 려는 그때, 나는 크게 외쳤다.

“한지원!”

“넵!”

한지원이 품 안에서 원형의 구슬을 꺼냈다.

나는 사슬을 새롭게 구현해 녀석의 한쪽 다리를 빠르게 묶었고, 한지원 은 그에 맞춰 놈에게 구슬을 던졌 다.

콰아아아앙!

—어어어어어어...|

구슬이 놈의 몸에 닿자 거대한 폭 발과 함께 주변을 울리는 비명이 터 져 나왔다.

일반적인 마력 혹은 화약에 의한

폭발이 아니었다.

신비의 기운이 담긴 폭발이었다.

그렇게 폭발로 생겨난 연기가 사라 지고, 그 안에서 호신강기가 사라진 놈의 모습이 드러났다.

시꺼멓던 놈의 육신이 새하얀 반점 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신비 폭탄에 의해 신비 열병에 걸 려 서서히 썩어가고 있던 것이었다.

—끼륵, 끼르륵…….

한참 비틀거리며 이상한 소리를 내 던 놈은 이내 바닥으로 툭 쓰러졌 다.

[‘섬의 검은 괴인’을 다섯 번 토벌 했습니다.]

[섬의 검은 괴인을 상대로 더 효율 적으로 전투할 수 있게 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와. 이번에도 한방이네요.”

한지원이 쓰러진 놈을 바라보며 감

탄한 듯 조용히 중얼거렸다.

죽음의 섬에서 신수 폭탄을 이용해 처치한 s등급 이상의 마수만 총 다 섯.

공통적인 건 모두 폭탄 한 방에 쓰러졌다는 것이다.

미리 준비하지 않았더라면 아직 섬 의 절반밖에 오지 못했겠지.

“이 신비 폭탄이라는 거, 효과가 엄청나긴 하네. 근데 이거 무슨 원 리로 마수한테만 통하는 거야? 인간 한테는 안 통한다며?”

엘린이 내게 물었다.

“마수의 높은 신비 친화력을 이용

한 거야. 친화력을 이용해 신비를 빠르게 중독시키는 거지.”

“친화력을 이용한다라…… 신기하 네. 그럼 재앙급 마수한테도 통해?”

“통하기는 하는데 폭탄의 개수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필요하지.”

나도 잘 모르지만 양태민의 설명에 의하면 그렇다고 한다.

이들 역시 쉽게 이해하진 못한 반 응이었지만 결국 수긍했다.

그렇게 마수를 토벌하고 어느덧 우리는 섬 중앙에 위치한 돌로 만들어 진 거대한 건물을 발견했다.

죽음의 섬에서 느껴지던 불길한 기

운과 다르게 건물에서는 신성한 기 운이 느껴졌다.

나는 그것을 올려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이곳이다.

이곳이 바로 원작 속에서 진천우의 부활이 이루어졌었던, 대격변의 중 심지다.

“세상에 이런 장소가 있다니.”

구미호는 건물에게서 느껴지는 기 운을 느낀 듯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흘렸다.

“뭔가 느껴져?”

“이 유적지를 중심으로 엄청난 운 명이 모이고 있다…… 모이다 못해 넘쳐홀러서 당장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이내 구미호가 내게 시선을 돌렸 다.

“좋지 않은 느낌이 든다. 이곳을 꼭 들어가야겠느냐?”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갈 순 없 지.”

나는 주변의 마력을 느끼며 미행하 고 있는 자가 없는지 확인해보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도 보이 지 않았다.

적어도 이 주변에는 김창현이 없다 는 거다.

……놈은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는 걸까? 죽음의 섬에서 목표가 있다면 놈도 이곳을 노릴 가능성이 높아 보 이는데.

나는 건물을 올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들어가자.”

우리는 천천히 유적지 안으로 들어

섰다.

안 그래도 어두웠던 야외에서 실내 로 들어가자 빛 하나 없어 눈앞이 깜깜했다.

[‘근원과 의지의 유적지’에 입장했 습니다.]

[인과율이 1 상승합니다.]

나는 빛의 구체를 구현하여 어둠을 밝혔다.

주변이 순식간에 밝아지며 실내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와. 이거 전부 술식인가?”

건물 입구는 수많은 술식으로 가득 했다.

원작에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부분이었기에 나는 천천히 그것들을 살폈다.

내 옆에서 술식을 살펴보던 최일현 이 입을 열었다.

“외차원에 대한 술식이군.”

최일현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한지원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 보곤 말했다.

“어? 방금 말했다.”

최일현은 그의 말을 무시하며 술식 을 자세히 살폈다.

나는 그런 그에게 물었다.

“외차원이면 김창현이 조사했던 술 식 아닙니까?”

“맞다. 놈은 오래전부터 차원을 연 구했었지.”

우리는 다시 유적지의 긴 통로를 걸었다.

분위기는 살벌하고, 공포스러웠지 만 다행히 몬스터나 마수와 마주치 지는 않았다.

다만 벽에 그려진 술식이 점차 늘 어나더니 이제는 난해한 벽화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일현도 이것들에 흥미가 있는지 평소보다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그때 그가 내게 말했다.

“이 술식, 해석할 수 있나?”

최일현의 앞에 세워진 거대한 벽.

그 앞에는 한 인간을 중심으로 복 잡한 술식이 원형으로 둘러싸여 있 었다.

그런데 그 이미지가, 왠지 모르게 낯이 익었다.

그러니까 이건.

……세계의 기록소?

내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그림은 ‘차원 관측’을 통해 다녀왔 던 세계의 기록소와 상당히 흡사했다.

나는 그림에 적힌 술식을 읽었다.

“다른 차원의 의지를 가진 존재를 소환하는 방법이 적힌 술식이에요.”

“다른 차원?”

나는 천천히 술식의 내용을 입으로 읽었다.

“의지를 가진 자의 소환은 반드시

대상과의 계약을 통해 이루어진 다……

소환계 마법의 기본 이론으로 나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마법에는 여러 가지 틀이 있는데, 소환계 마법은 ‘계약 마법’에 속한다.

그런데 이 내용 왠지 익숙한데.

나는 다음 내용을 읽었다.

“……이처럼 외차원의 존재를 소환 하는데 계약이 필요한 이유는 그 어 떤 힘도 ‘의지’가 가진 무한한 힘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의 지에 동의를 구하는 것, 그것이 소

환의 시작이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다른 차원의 의지를 가진 존재의 소환.

마치 진천우가 나를 소환한 방법을 적은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렇게 술식을 살펴보던 나는 이상함을 느꼈다.

다른 차원의 존재를 소환하기 위해 서는 ‘계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계약을 한 적이 없는 데?

...잠깐. 설마?

순간 내 머릿속에 원래 살던 세계 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김선우 씨는 출판사에서 진행하 는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당첨 상품은 특별한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여행권입니다. 수령 하시겠습니까?

“......미친.”

설마 그게 소환 계약서였다고?

나는 깊은 황당함을 느꼈다.

술김에 충동적으로 ‘예’를 눌러버 린 건 내 잘못은 맞지만, 고작 이런

것으로 계약이 성립되었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너 갑자기 왜 그래?”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의문을 느낀 엘린이 다가왔다.

“조용히 해봐. 집중 좀 하게.”

“어? 으응.”

나는 다음 내용을 확인했다.

“다른 차원의 존재를 소환하기 위 해서는 소환하려는 대상자가 소환되 는 세계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언뜻 보면 나는 이것에 해당되지 않을 것 같지만 원래의 세계에 살던

나는 이 세계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현대 마법사......

바로 소설을 통해서.

밀려오는 두통에 어지러움을 느꼈 지만 나는 이를 물고는 다음 내용을 읽었다.

“모종의 방법을 통해 소환하려는 대상과 접촉. 그리고, 대상에게 소환 의 허가를 구함으로써 계약이 성립 된다……

이후 중간 내용이 지워져 있어 더 읽을 수 없었다.

나는 지워진 부분을 넘어 다시 읽

을 수 있는 부분을 찾았다.

“……차원에는 크게 두 가지의 차 원이 존재한다. 큰 차원과 작은 차 원이다. 작은 차원은 중앙 차원과 연결된, 세계의 법칙으로 이어진 차 원올 말한다. 마계, 정령계, 경계 등 이 있다.”

나는 다음 내용을 읽었다.

“큰 차원은 세계의 법칙과 연결되 지 않은, 개념과 법칙이 완전히 다 른 차원을 말한다.”

큰 차원.

이건 내가 살던 세계의 차원을 말 하는 것이다.

이후 ‘큰 차원’에는 어떤 차원들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 었다.

종류는 다양했다. 지하 세계부터 시작해서, 원시 세계, 탑으로 된 세 계. 등등.

그렇게 쭉 읽다가 한 부분이 내 눈에 띄었다.

“……차원에 소속된 모든 생명체가 자유의 힘. 즉, ‘혼돈’을 지닌 차원 도 존재한다.”

바스락, 바스락…….

죽음의 섬 탐사가 시작되고 약 4 시간이 흐른 시각.

중앙 숲에 6명의 사람이 나란히 길을 걷고 있었다.

그들의 정체는 세계 최악의 테러리 스트라 불리는 자운.

해상열차에서 그들에게 주어진 토 벌 우선순위는 최하위였기에 출발이 상당히 늦어진 상태였다.

“서둘러. 생각보다 시간이 늦어졌 어.”

“알았어. 근데 이 주변 몬스터들, 죄다 S등급 이상인 거 같은데. 나만 그렇게 느끼냐?”

백은성은 주변을 둘러보며 작은 긴 장감을 느꼈다.

협회 앞에서도 언제나 겁 없는 모 습을 보이던 자운이었지만, 죽음의 섬에서 풍겨오는 특유의 불길한 마 력은 이들마저 긴장하게 했다.

“그러게. 그보다 김창현 그 녀석은 대체 어디에 숨은 거지? 분명 섬 어딘가에 숨어 있을 텐데.”

“어디선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지 도 모르지. 일지에 따르면 놈은 그 분이 이루어낸 모든 것을 노리고 있 다고 적혀 있었으니까.”

베르트가 네 번째 일지를 통해 보 았던 정보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다시 생각해도 네 번째 일지에 적 힌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세계에 숨겨진 불합리한 법칙.

그리고 그것을 고치기 위한 그분의 노력과 김창현이라는 숨겨진 흑막.

“근데 김창현은 그분의 실험체인데 왜 그분을 업적을 노리는 걸까?”

백은성의 물음에 베르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무나도 많은 권한을 얻게 되니 욕심이 생긴 거겠지.”

모두의 시선이 베르트를 향했다. 그녀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일의 처리를 위 해 노예에게 자유를 쥐어준 거야. 근데 자유의 맛을 봐버린 노예가 원 래의 삶으로 돌아가려 하겠어? 괜히 욕심만 커져서 주인의 것도 탐내 지?”

“아, 이해했어.”

“그분은 그것을 두려워했던 것 같

아. 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지 만.”

베르트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게 얼마나 길을 걸었을까? 그 들은 어느 장소에 도착했다.

스산한 음기가 느껴지는 숲의 중심 이었다.

그곳에는 거대한 유적지 하나가 우 뚝 솟아 있었다.

“……여기인가?”

백은성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 였다.

오랜 시간 준비하고 기다려왔던 자

운의 궁극의 목표.

‘그분’을 되살릴 장소였다.

베르트는 모두와 시선을 짧게 교환 하고는 천천히 입구로 걸어갔다.

입구 내부는 깔끔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술식이 벽에 가득 했지만, 그들은 모두 무시하고 내부 의 복도를 걸었다.

그렇게 유적지를 걷던 자운은 무언 가 이상함을 느꼈다.

“……안에 누가 먼저 와 있나?”

유적지 내부가 너무나도 깔끔했다.

설치된 함정은 전부 해체되어 있었

고, 바닥에는 죽은 지 얼마 되지 않 은 몬스터들의 사체가 있었다.

누군가가 이 길을 지났다는 증거였 다.

베르트는 작은 긴장감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우리보다 먼저 유적지 공략을 시도하고 있는 녀석이 있는 거 같네.”

콰아아앙!

폭발과 함께 눈앞에서 돌덩어리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나는 장막으로 파편을 막으며 눈앞 에서 서서히 쓰러지는 거대한 돌덩 어리를 바라보았다.

[‘근원과 의지의 유적지 수호자’를 토벌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유적지 중앙 제단의 보스 몬스터, 수호자를 처치하는 데 성공했다.

약 20분간 이어진 전투. 생각보다 토벌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놈의 공격이 위협적이지는 않았지 만 수호자 특유의 단단한 방어를 뚫 어내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쿠웅!

그렇게 수호자가 쓰러지고 나는 짧 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지원은 소환수의 소환을 해체하 더니 내게 말했다.

“와. 제가 본 수호자 중에 제일 단

단했어요.”

“나도 마찬가지야. 약점만 노렸는 데도 통하지가 않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것으로 원작의 중요 장소인 유적 지 공략에 성공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이곳으로 올 자운 과의 전투를 대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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