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고민도 없는 칼 같은 대답
이었다.
얘는 무슨 생각으로 나를 이렇게
신뢰하고 있는 거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나
를 따라 내 시선을 마주했다.
그 시선이 왠지 부담스러워 내가
먼저 피했다.
“.…”가자.”
『시간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미로의 형태가 바꿥니다.]
[시간의 길을 건너면 3개의 스테이 지를 건너뛸 수 있습니다.]
“……3개의 스테이지?”
눈앞에 메시지가 떠오른 메시지를 보며 최서윤이 놀란 반응을 보였다.
동시에 미로의 길이 바뀌며 스산한 안개가 깔리기 시작했다.
얕은 긴장감을 느낀 듯 최서윤은 가만히 멈춰서서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응시했다.
나는 알고 있다.
저 안개 역시 환영이라는 것을.
우리는 천천히 환영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깊은 안개로 인해, 길을 찾기가 전 보다 더 어려워졌다.
보이지 않는 시야와, 종종 나타나 는 환영들이 거짓된 길로 우리를 안 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내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에게는 [외부자의 혜택]과 원작 의 정보가 있으니까.
……그렇게 최서윤과 함께 안개 속 을 걸은 지 20분.
우리는 끝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미로의 끝.
환영의 미로의 결승점이라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었다.
이곳 어딘가에 위저드 게임의 승자 를 가릴 ‘특별한 길’。] 숨겨져 있겠 지.
하지만 짙은 안개로 인해 바로 옆 에 있는 최서윤의 얼굴도 제대로 보 이지 않았다.
심지어 안개의 마력에 의해 주변의 마력도 제대로 감지되지 않았다.
“으음. 출구를 찾아야 하는데 아무 것도 보이지 않네.”
옆에서 최서윤이 조용히 중얼거렸 다. 그녀의 말에 공감하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말했다.
“여기서부터 각자 움직이는 게 좋 을 것 같다.”
“……왜요?”
최서윤이 의문에 찬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앞에 떠오른 문구 를 올려보았다.
내 시선을 따라 최서윤도 시선을 올렸다.
[길을 건널 수 있는 자는 단 하나]
[피로 안개를 지워라]
“……피로 안개를 지워라. 설마?”
“여기서 전투가 벌어질 거다. 붙어 있으면 위치를 들킬 가능성이 커
져.”
안개 속에는 이미 몇몇 참가자가 숨어 상대의 뒤를 노리고 있다.
이곳이 우승자를 가리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 었다.
그때 였다.
어디선가 살벌한 기운과 함께 마력 이 우리를 향해 쏘아졌다.
워낙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이었기 에 최서윤은 반응하지 못했다.
그리고, 마법은 그녀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어‘?”
최서윤은 눈을 깜빡이며 마법이 통 과한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몸이 멀쩡했다.
“......환영?”
이곳이 무서운 이유, 섬뜩한 기운 도 마법의 구체도 모두 환영이다.
우승하기 위해서는 진짜와 환영을 잘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우우웅!
이번에도 미세한 마력의 기운과 함 께 마법 하나가 우리를 향해 쏘아졌
마력은 다시 최서윤을 향해 쏘아졌 다.
나는 본능적으로 장막을 펼쳐 공격 을 막아냈다.
콰아아앙!
뜨거운 화염의 창이 장막에 막혀 폭발했다. 최서윤은 놀란 표정이 되 었다.
이번에는 환영이 아닌 진짜 마법이
었기 때문이다.
나는 마법이 날아온 안개 속을 응 시했다.
마력을 눈에 담아 집중하자 한 남 성의 실루엣이 미세하게 보였다.
멸화의 검 소속의 마법사였다.
놈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안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 다니. 소문대로군.”
화르륵!
녀석의 손바닥 위에서 화염의 창이 다시 구현되었다.
가만히 당해줄 생각은 없었기에 곧 바로 사슬을 구현해 놈을 향해 쏘아 냈다.
사르르륵!
사슬은 빠르게 녀석의 육신을 향해 쏘아졌다.
놈은 그것을 화염의 창을 방출해 막았다.
콰아앙!
두 마법이 허공에 닿으며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나는 곧바로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그때 내 뒤에서 강한 마력과 함께 얼음의 창 하나가 놈을 향해 쏘아졌 다.
창은 곧 녀석의 어깨를 관통했다.
내게 모든 신경이 팔린 틈을 노려 최서윤이 공격한 것이었다.
“크아아악!”
그렇게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그 때.
우우웅!
이때를 노렸다는 듯 다른 어딘가에 서 살기가 느껴졌다.
바닥을 박차며 몸을 움직이자 내가 서 있던 자리에 뇌기가 흐르는 구체 가 지나갔다.
마법이 쏘아진 방향을 응시하자 그 곳에 다른 녀석이 하나 더 있었다.
투왕 길드 소속의 마법사였다.
비록 팀의 에이스인 빙혼검제는 탈 락했지만 나머지 인원은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제가 투왕 쪽을 맡을게요!”
최서윤이 내게 큰소리로 외쳤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멸화의 검 의 마법사에게 시선을 돌렸다.
녀석은 최서윤에게 당한 상처를 치 료하다가 이를 악물고는 화염의 창 을 다시 구현했다.
나는 곧바로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발현계 마법사 상대로는 근접전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앞으로 달리자 화염의 창이 다시 나를 향해 쏘아졌다.
화르르륵!
나는 앞으로 달림과 동시에 사슬을 휘둘러 그 공격을 튕겨내었다.
사슬을 통해 방어할 것을 예상하지 못한 듯, 놈은 놀란 표정이 되었다.
이후 나는 마력 광검을 꺼내고는 안개 속으로 몸을 숨겼다.
시야에서 내가 사라지자 녀석은 당 황한 반응을 보였다.
“……어디 갔지?”
나는 [은밀한 발걸음]을 이용해 순 식간에 녀석의 뒤를 노렸다.
나를 발견한 녀석은 당황하며 반격 을 시도했지만 나는 부드럽게 녀석 의 공격을 회피하고는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사각!
“악!”
녀석의 몸이 서서히 소멸되었다.
동시에 눈 앞을 가리던 안개가 서 서히 얕아졌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안개의 힘이 약 해진 것이었다.
아직도 시야가 답답하지만 전보다 는 훨씬 낫다.
이후 최서윤 쪽으로 빠르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S등급의 마법사 상대로 나 름 비등비등한 전투를 펼치고 있었다.
환경의 유리함이 있었다.
안개 지형은 기본적으로 빙속성 마 법사에게 큰 이점이 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전투 경험 으로 인해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투왕의 공격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최서윤은 그것을 막아내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나는 안개 속을 응시한 채 천천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녀와의 임시 동맹은 깨졌지만 결 국 안개를 지우기 위해서는 적의 숫 자를 줄일 필요가 있다.
그때 였다.
파지지직!
놈이 육신 전체에서 강한 뇌기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베르트의 속성화를 보는 듯 강한 전류가 주변을 휩쓸기 시작했다.
이내 놈은 번개와 같이 엄청난 속 도로 최서윤에게 접근했다.
“읏!”
위기의 순간.
나는 그녀를 돕기 위해 빠르게 술 식을 구현해 방출했다.
하지만 움직임이 워낙 빨랐기에 한 발짝 늦은 상황이었다.
그렇게 놈의 마법이 최서윤에게 쏘
아지려는 그 순간.
놈의 뒤에서 강한 빛이 번쩍였다.
놈도 그것을 느낀 듯 당황한 얼굴 로 뒤를 돌았다.
“응?”
사각!
이내 녀석의 몸이 서서히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짙은 안개는 다시 옅어지며 주변의 풍경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멍하니 방금 공격한 녀석을 바라보았다.
녀석 역시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놈의 정체는 이서준이었다.
“……선배님.”
최서윤의 부름에 이서준은 그녀에 게 시선을 돌리곤 작게 웃었다.
“괜찮아?”
“아, 네. 저는 괜찮아요.”
이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내 게 시선을 돌렸다.
여러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유령.”
그는 그렇게 조용히 중얼거리더니 옅어진 안개 속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2명의 참가자가 처치되며 이곳에 숨겨져 있던 길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저 길만 통과하면 3개의 스테이지 를 건너뛸 수 있다.
그 말은 즉 저길 통과하는 쪽이 우승에 가까워진다는 의미였다.
이서준 역시 그것을 눈치챈 듯 마
력을 끌어올리더니 전신이 빛으로 감돌았다.
속성화를 발동한 것이었다.
이후 그는 숨겨진 길을 향해 빠르 게 앞으로 달려 나갔다.
“……큭!”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서준의 현재 신체 능력은 S등급 중에서도 상위권.
심지어 빛의 마력을 사용하기에 그 를 따라잡는 것은 아무리 나라도 한 계가 있었다.
물론 ‘순간 가속’을 발동한 상황이
라면 짧게나마 속도에서 우위를 점
할 수 있지만 지속시간은 고작 3초.
결국 순수 속도에서는 이서준을 이
기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순 없지.
나는 앞으로 달리는 이서준의 뒤를 쫓아갔다.
[사용 효과 ‘순간 가속’을 발동합니다.]
체감되는 시간이 느려지며 내 움직 임이 폭발하듯 빨라졌다.
짧은 시간 이서준의 뒤를 바짝 쫓 을 수 있게 되었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지자 이서준 은 잠시 당황한 얼굴로 뒤를 돌았 다.
거리가 좁혀온 상태에서 나는 사슬 을 구현했다.
사슬은 곧 이서준을 향해 빠르게 쏘아졌다. 하지만 이서준은 검을 휘 두르며 사슬의 속박을 튕겨냈고, 다 시 발끝에 마력을 담아 앞으로 달렸 다.
그리고, 순간 가속의 지속시간이 끝이 나며 다시 이서준과의 거리가
벌어졌다.
“..큭”
한 번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아직 방법은 남아 있다.
……이 방법만큼은 사용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용 효과 ‘특성 반전’을 발동합니
다.]
[사용 효과 ‘순간 가속’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초기화되었습니다.]
[사용 효과 ‘순간 가속’을 발동합니
다.]
특성 반전. 원하는 특성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30일 감소시켜주는 능 력이 었다.
순간 가속에 사용하는 게 조금 아 까뭤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쩔 수 없다.
이후 나는 순간 가속을 이용해 다 시 이서준과 거리를 좁혔다.
거리가 순식간에 가까워진 그때, 나는 다음 능력을 발동했다.
[사용 효과 ‘필중’을 발동합니다.]
이후 술식을 구현하여 여러 개의 사슬을 소환했다.
사슬은 빠른 속도로 이서준을 향해 정확히 쏘아졌다.
하지만 이서준은 검을 휘두르며 그 것을 여유롭게 막아냈다.
예상된 흐름이었기에 실망하지 않 았다.
이 상황 자체가 계획의 일부였으니 까.
이서준이 사슬을 방어한 그 찰나의 순간 나는 다음 마법을 준비했다.
이번 위저드 게임에서 웬만하면 사 용하지 않으려 했던 비장의 수를.
나는 바닥에 손을 짚어 술식을 빠 르게 그려냈다.
내 움직임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그 의 두 눈에 당황이 깃들었다.
“……이건?”
이후 술식에 강한 빛이 번쩍이더니 나와 이서준 사이에 암흑의 결계가 펼쳐졌다.
이서준은 갑작스레 펼쳐진 결계를 바라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보안 마법?”
그의 말대로 이 결계는 외부 시야 를 차단하는 보안 마법이었다.
급하게 만들었기에 유지 시간은 5 초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그거면 충 분하다.
내가 이 결계를 발동한 이유는 단 하나.
위저드 게임, 외부 중계의 눈을 피 하기 위해서니까.
이후 나는 빠르게 마력을 끌어올렸 다.
동시에 내 손바닥 위에서 발현계 마법이 구현되었다.
세인트파크의 텅 빈 경기장.
강한 빛이 번쩍이더니 그곳에서 후 드를 뒤집어쓴 남성이 모습을 드러 냈다.
그의 등장과 함께 관중석에서 뜨거 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
[지금! 8()1의 유령이 마지막 스테 이지 공략에 성공하며 위저드 게임 의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챔피언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펑!
폭죽이 터져 나왔다.
여러 개의 눈부신 마력의 줄기가 하늘 위로 치솟으며 아름다운 광경 을 자아냈다.
관중석의 모두가 크게 외쳤다.
-유령! 유령! 유령! 유령!
위저드 게임의 우승자가 탄생했다.
게임의 시작과 동시에 엄청난 활약 으로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정체불 명의 길드, 801이 바로 그 주인공이 었다.
유령은 경기장 중앙에 홀로 서서 자신을 향해 외치는 관중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기뻐할 순간에도 그는 그 어떤 감 정의 표현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사회자의 힘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위저드 게임의 우승팀은, 8()1입니 디—!]
약 한 달간 진행되었던 위저드 게 임이 막을 내렸다.
계획했던 대로 8()1이 우승을 차지 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 다.
몇 번 위기의 순간도 있었고, 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예정보다 더
많은 능력을 사용하기도 했으니까.
특히 우승의 중요한 분기점이었던 ‘환영의 미로’에서는…….
당시의 일이 잠시 머릿속에 떠올랐 지만 금세 지웠다.
과정이 어찌 됐든 목적을 이뤄 후 련한 마음이 컸다.
물론 위저드 게임이 끝났다 해서 앞으로의 여정이 끝난 건 아니기에 긴장을 풀어선 안 된다.
이제 시작점에 오른 것이니까.
“우승을 축하드립니다. 기대는 했 지만 설마 이 정도의 활약을 보여주 실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세인트 파크 경기장의 풍경이 보이 는 개인실.
위저드 게임의 주최측인 유수철이 내게 차를 건네며 맞은편에 앉았다.
나는 가만히 차를 바라보다가 그에 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가면을 벗으라는 의미로 차를 건넨 거지만 그의 뜻대로 해줄 생각은 없 었으니까.
눈이 마주치자 그는 나를 향해 빙 긋 미소를 지었다.
“위저드 게임의 우승팀인 8()1은 해상열차에서 저희 3대 길드와 동등 한 탑승 권한을 얻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죽음의 섬에 대해 알고 싶은 정보가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시 면 됩니다.”
나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출항 날짜는 언제입니까?”
“내년쯤으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저희에게도 꽤 중요한 사업이라 죽 음의 섬에 대한 정보가 더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죠. 뭐, 그것 외에도 추가 탑승객을 찾아야 하기도 하고 요.”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요약하자면 해상열차를 이용해 뽑아 먹어야 할
돈이 더 남아 있다는 거다.
돈만 되면 합법 내에서 무슨 짓이 든 하는 3대 길드다운 대답이었다.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돈과 관련해 이 분야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한세연’에 비하면 귀엽 게 느껴지니까.
“SS 탑승객의 권한으로 요구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내 말에 유수철이 궁금증에 담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말씀하시죠.”
“해상열차 탑승객의 명단이 필요합
니다. 앞으로 받을 추가 탑승객을 포함해서 모두.”
해상열차 안에 정체를 숨긴 자운이 숨어들 것이다.
명단을 확보할 수 있다면 신분을 숨긴 그들을 찾는 게 조금 더 수월 해질 것이다.
거기다 예상하지 못한 원작과의 변 화가 생긴다면 그것을 통해 미리 대 비할 수 있을 거고.
“그리고 죽음의 섬의 토벌 순서. 조율에 참여할 권한을 주셨으면 합 니다.”
“네,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건 길드
와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부탁하신 명단도 완성되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저희와 동등한 권한을 갖고 계시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이야기도 마쳤으니 이만 가 보겠습니다.”
유수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 자 리에서 일어섰다.
그렇게 문밖으로 나가려는 그때.
“환영의 미로.”
뒤에서 들려오는 유수철의 말에 나 는 발걸음을 멈췄다.
“환영의 미로 마지막 출구에서 보 안 결계를 펼치시는 건 잘 봤습니다. 혹시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 는지 알 수 있을까요?”
유수철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 뒤로 이서준 씨의 표정이 영 좋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죠.”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대답 대신 가볍게 고개를 숙이곤 밖으로 나갔다.
……환영의 미로 마지막 순간.
외부의 시야를 가리는 검은 결계와 함께 유령은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의 손바닥 위에 떠 오른 것은 익숙한 형태의 무속성 구체.
그것은 분명 ‘발현계 마법’이었다.
그것도 보조계를 주특기로 다루는 마법사가 구현한 마법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의 뛰어난 완성도를 지닌 마법 구체였다.
이후 유령은 마법을 방출함과 동시 에 자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익숙한 패턴.
속사된 마법 구체를 검을 휘둘러 튕겨내자 그는 순식간에 자신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의 손바닥 위에는 금빛의 마법 구체가 새롭게 구현되어 있었다.
본능적으로 몸을 움직여 그의 움직 임을 피했다.
하지만 그건 페이크였다.
어느새 시야의 사각에 새로운 마법 구체가 구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였다면 대처할 수 있는 공격이 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갑작스레 변화된 유령의 스
타일에 너무나도 놀란 상태였고, 그 영향으로 전투의 집중력이 흐트러진 상태였다.
발현계 마법을 이용한 근접 전투.
그것은 분명…… 김선우가 주로 다 루는 스타일이었으니까.
결국 뒤늦게 마력 강기를 이용해 빠르게 몸을 보호했다.
이후 사각에서 날아온 마법 구체가 몸에 닿으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 고 육신은 그대로 바닥을 굴렸다.
유령은 빠르게 다가와 손바닥을 펼 쳤다.
마지막 일격의 순간.
……하지만 공격은 이어지지 않았 다.
그는 손바닥을 펼친 채 가만히 응 시하더니 손을 거두었다.
잠시 후 주변의 시야를 차단한 결 계가 사라졌다.
그는 뒤를 돌아 미로의 출구를 향 해 유유히....
“서준아.”
선명한 목소리에 이서준은 번득 정 신을 차렸다.
고개를 돌리자 호텔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에서는 서울 복귀를 위해 짐을 싸는 동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윤하영이 자신 을 바라보고 있었다.
“짐 안 싸고 뭐 해?”
“아, 이제부터 싸야지.”
이서준은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윤하영은 잠시 걱정되는 눈으로 그 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