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재료야.”
사실 자세한 성능은 나도 잘 모른 다.
원작 속 위저드 게임의 우승자는 이서준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하고 제 단 위의 물건을 바라봤다.
[여백의 구(s)]
분류 ‘ 재료
설명 : 오랜 시간 마력을 불어 넣 으면 구체가 서서히 주인의 색으로 물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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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정보를 담을 수 있습니다. 한 번 담긴 정보는 사라지지 않
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소지자의 정보를 담아, 그 사람에게 특화된 무기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재료이다.
무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강화계 마법사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물건이 었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는 투왕 길드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빙혼검제는 시합을 앞두고 편하게 몸을 풀고 있었다.
원작에서 위저드 게임의 우승자는 바로 저 빙혼검제였다.
그녀는 [여백의 구]를 이용해 ‘빙 혼검’이라는 명검을 만들어냈고, 그 것을 통해 엄청난 명성을 얻었다.
물론 내가 개입한 이상 그렇게 되 진 않을 거다.
이번 위저드 게임의 우승자는 내가 될 거니까.
그때 그녀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는 생각을 알 수 없는 차가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둥골에 서늘함이 느껴졌다.
저 괴물을 상대로 내가 잘해나갈 수 있을까.
[자! 그럼 지금부터! 시합을 시자 아아아아악〜하겠습니다!]
[‘위저드 게임’에 입장했습니다.]
[‘비현실의 가호’가 발동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30% 상승합니다.]
눈을 뜨자 새하얀 공간이 눈에 들 어왔다.
벽으로 이루어진 장소라기보다는 빛으로 이루어진 ‘신비의 공간’과 비슷한 느낌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성무제 최종 시험 이었던 ‘꿈의 세계’랑 비슷한 느낌 이 든다고 해야 할까?
“흐음.”
‘위저드 게임’은 팀전으로 분류되 어 있지만 기본적으로 팀의 에이스 의 개인 기량이 중요한 시합이다.
팀원과의 합류가 힘들뿐더러, 한 명이라도 1등으로 탈출하게 된다면 결국 팀 전체가 우승하기 때문이다.
팀의 기량만 보면 8()1이 최고라 자부하지만, 팀 ‘에이스’의 기량을 생각하면 다른 팀도 크게 밀리지 않 기에 그 부분은 조금 걱정이다.
……그보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 데.
이제 슬슬 ‘그것’이 나타날 터.
그렇게 약 30초 정도 시간이 지나 자 변화가 생겨났다.
우우웅!
눈앞의 공간이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공간은 곧 차원의 문이 되었다.
첫 스테이지로 향하는 문.
나는 곧바로 문을 향해 걸어갔다.
번쩍!
정신을 차려보니 새로운 공간에 도 착해 있었다.
형태를 보면 서울의 도시와 흡사했다.
수많은 빌딩, 도로, 신호등…….
“ 꺗!”
그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 다.
뒤를 돌자 빈공간이 열리며 작은 무언가가 나를 향해 빠르게 튀어 나 갔다.
순간 기습공격인 줄 알고 반격할 뻔했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 고는 안전하게 무언가를 받아냈다.
“……으으. 깜짝 놀랐네.”
내게 안긴 무언가가 작게 중얼거렸 다.
익숙한 목소리.
그 정체는 윤하영이었다.
“……여긴 어디지?”
내게 안긴 윤하영은 멍하니 중얼거 리더니 나를 올려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의 두 눈이 작 게 떨렸다.
“유, 유령?”
그녀는 내게서 빠르게 떨어졌다.
혼란스러운 눈으로 나를 한참 바라 보더니 어찌할 줄 모르겠다는 반응
을 보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자 피식 웃 음이 나왔다.
모두가 경외하는 특무팀 소속의 마 법사가 됐지만 허둥대는 모습이 여 전하다.
“경계할 필요 없다.”
«..2”
위저드 게임에서는 적팀과 조우 시 전투를 통해 상대를 탈락시키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지금은 예외다.
“여기서는 협동해야 할 거 같다.”
“협동?”
그제야 윤하영은 경계의 자세를 풀 었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들어 올렸다.
신호등 옆에 작은 표지판이 하나 있었다.
[위저드 게임 - 시티 디펜스]
[1. 도시에 범람하는 괴물들로부터 살아남으십시오.]
[2. 100마리 이상의 괴수를 처치하 십시오.]
[3. 괴수왕을 처치하십시오.]
[4. 운석을 파괴하십시오.]
[제한 시간 : 3시간]
[보상 : 소속 팀원 전체 능력 15%
상승]
[실패 시 : 탈락, 소속 팀원 전체
능력 10% 감소]
[실패 조건 : 팀원 사망, 도시 함
락]
“……이게 뭐지?”
윤하영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나를 바라본다.
“유령과 팀이라고?”
“그렇게 된 거 같다.”
팀원이 된 건 일시적인 현상이다.
게임을 클리어하고 다음 스테이지 로 넘어가면 적이 될지, 아니면 이 대로 이별할지, 또다시 팀이 될지는 모르는 거니까.
그때 였다.
화르르르륵!
하늘에서 거대한 불덩이 하나가 지 상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을 발견한 윤하영의 두 눈이
작게 떨렸다.
“뭐, 뭐야?!”
이내.
콰아아아아앙—!
운석이 지상을 타격하며 거대한 파 동을 일으켰다.
그 여파로 우리의 몸이 크게 뒤로 밀려나고, 솟아오른 건물들은 하나 둘씩 힘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시간이 지나 파동은 점차 사라졌 다.
고개를 돌리자 윤하영은 내 옆에 엉덩방아를 찧은 채 넘어져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녀에게 손을 내 밀었다.
순간 아차 싶었지만 그녀는 별 생 각 없이 내 손을 잡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고맙습니 다아.”
몸을 일으킨 그녀는 내게 예의 바 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가만 히 내 얼굴을 빤히 응시할 뿐.
“……손 좀 놔줬으면 하는데.”
“아, 네.”
스으으...
그때 운석이 떨어진 자리에서 검은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다.
실루엣은 곧, 괴수 군단의 모습으 로 바뀌었다.
그것을 본 윤하영은 눈을 찌푸렸 다.
—크으으
“설마 저것들을 전부 상대해야 하 는 건가?”
“아마 그래야겠지.”
괴수의 수가 상당히 많다.
하급 괴물도 아니고, 하나하나가 상당한 힘을 가진 괴물들.
얕볼 상대들이 아니다.
그때 괴수 하나가 빠른 속도로 달 려오더니 윤하영을 향해 튀어 나갔 다.
나는 빠르게 사슬을 구현하여 괴수 의 몸통을 잡아 터트렸다.
“오……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에 윤하영은 놀란 표정이 되었다.
그때 괴수 하나가 크게 소리를 내 질렀다.
맨 뒤에 서 있는 거인 괴수였다. 이내 녀석의 등에서 거대한 날개가 솟아오르더니 공중 위로 크게 날아 올랐다.
엄청난 위압감이다.
나는 본능적으로 놈이 이번 게임의 보스인 괴수왕이라는 것을 눈치챘 다.
“악마종이야.”
내 말에 윤하영이 멍하니 괴수왕을 올려 보았다.
“악마종이라......
이내 그녀가 내게 말했다.
“시간 좀 벌어줘요. 악마 처치. 제 전문이거든요.”
윤하영의 머리 위로 새하얀 빛의 마력이 구현되었다.
그 힘에는 곧 [멸마]가 담기기 시 작했다.
약 1시간 30분에 걸친 괴수와의 전투가 모두 끝이 났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온갖 결계 마법과 속박 마법.
그리고 강화계 검술을 사용해서 최 대한 시간을 끌었고, 윤하영은 멸마 의 화살을 구현하여 괴수왕을 단발 에 토벌했다.
마법사관학교 때만 해도 마인이나 악마형 몬스터 상대로 자주 했던 포 지션이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으〜! 고생하셨어요. 덕분에 잘 마
무리할 수 있었네요.”
수많은 괴수가 깔린 지상에서 윤하 영이 깊게 한숨을 내쉬며 내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둘러 보았다.
혹시 주변에 숨겨진 위협이 숨어 있지 않을까 싶어서.
힐끔 윤하영에게 시선을 돌리자 그 녀는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요?”
그녀가 내게 물었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나는 침착하게 그런 그녀를 바라보 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면을 쓰는 건 사연이 있어서 그 런 거예요?”
지난번 최서윤에게도 받았던 질문 이었다.
평범한 질문임에도 전과 같이 다른 속뜻이 담긴 것처럼 느껴진다.
이번에도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윤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닥 에 떨어진 거대한 운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제 저 운석만 파괴하면 끝이네 요. 가죠!”
윤하영은 씩씩하게 앞으로 걸었다.
나는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와아.”
눈앞에서 본 운석은 거대했다.
신비한 마력이 느껴지고, 그 주변 에는 살아남은 몇몇 괴수가 그것을 지키고 있었다.
크르르릉!
괴수는 곧 우리를 향해 빠르게 달 려들었다.
동시에 나는 허리춤에서 마력 광검 을 꺼내 휘둘렀다.
사각!
[‘백천 검법’의 숙련도가 소폭 상승 합니다.]
눈앞의 몬스터가 깔끔하게 절단되 자 윤하영은 나를 힐끔 바라보더니
물었다.
“검술은 어디서 배웠어요? 부특기 치고 상당히 잘 다루시는데.”
“독학이다.”
“독학이요? 그쪽이 다루시는 거 백 천 검법인가 그거 아니에요?”
“책으로도 충분히 익힐 수 있다. 비전서의 복제본이 존재하거든.”
“..책?”
내 말에 윤하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으음. 아닌가?”
“뭐가 아니라는 거지?”
윤하영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후 윤하영은 거대한 운석으로 시 선을 돌렸다.
“이건 발현계인 제가 파괴할게요.”
우우우웅!
그녀의 머리 위로 공기가 얼어붙더 니 거대한 얼음 화살이 되었다.
화살은 곧 운석을 향해 쏘아졌다.
하지만.
콰앙!
운석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그녀는 당황하 며 뒤로 물러섰다.
“어라?”
나 역시 신기함을 느끼며 운석을 바라봤다.
윤하영의 마법엔 충분한 파괴력이 있다. 그럼에도 흠집 하나 내지 못 했다는 건 일반적인 운석과는 다르 다는 증거다.
외부 마력의 충격을 차단하는 효과 를 지닌 건가?
“충격으로는 파괴되지 않는 것 같 다.”
“그럼 어떻게 해요?”
윤하영이 내게 물었다.
“내부에서 파괴하는 수밖에.”
이후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했다.
운석에 숨겨진 구조가 눈에 들어오 고, 숨겨진 입구를 찾아냈다.
나는 손바닥을 펼치고 운석에 마력 을 주입했다.
동시에 운석이 크게 떨리더니 작은 차원의 문이 생겨났다.
그것을 본 윤하영은 작게 입을 벌
리더니 내게 시선을 돌렸다.
“……진짠가?”
다시 시작된 뜬금없는 말에 나는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무슨 말이지?”
윤하영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목표물이었던 운석을 파괴하고, 그 뒤 새로운 스테이지가 시작되었다.
[위저드 게임 - 시티 디펜스2]
[24시간 동안 괴수로부터 생존하십 시오.]
새로운 스테이지라기보다는 이전의 연장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이전 스테이지보다 생존에 필요한 시간이 훨씬 길어지 고 난이도가 크게 상승했다는 점일 까.
어찌 됐든 나는 윤하영과 함께 괴 수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싸웠다.
그녀와 호홉은 오래전부터 맞춰왔 기에 큰 위기는 없었지만 육신의 피 로는 점차 쌓여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후우.”
전투를 마친 나는 도시 외곽에 자 리 잡은 건물 옥상에 앉아 지상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투의 여파로 황폐진 도시.
하늘은 붉은 노을이 지고 있고 내 앞에는 작은 모닥불 하나가 피어오 르고 있었다.
나름의 감성이 느껴졌다.
아포칼립스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침공은 잠시 멈춘 거 같죠?”
그때 주변 순찰을 다녀온 윤하영이 내게 다가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모닥불 위에 올려진 그릇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원기 회복의 죽]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한다.]
[편안한 기분에 빠진다.]
미니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얻은 보상이었다.
‘게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스테 이지를 클리어할 때마다 이런 특이 한 보상이 지급된다.
“뜨거우니 조심해.”
“네에.”
윤하영은 조심스레 그릇을 받았더 니 화들짝 놀랐다.
“앗, 뜨거!”
순간 그릇을 떨어트릴 뻔한 윤하영 은 민망한 웃음을 흘리며 내 옆에 앉았다.
“그쪽은 안 드세요?”
“난 이미 먹었다.”
외부에 중계될 것을 고려해 환영 장막까지 펼쳐서 말이지.
“앗. 왜 혼자 드세요? 가면 벗은 거 안 보여주려고 먼저 먹었죠? 그
쵸?”
나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윤하영은 죽을 홀짝 마시더니 작게 감탄했다.
“와. 맛있다. 유령 씨 요리 잘하시 네요?”
“난 끓이기만 했다.”
“아 맞다. 그럼 잘 끓이시네요?”
윤하영은 다시 죽을 홀짝 마시고는 눈앞의 풍경을 감상했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는데 그쪽이 랑 있으면 왠지 편안한 기분이 드는
거 같아요.”
뜬금없는 말에 나는 그녀에게 시선 을 돌렸다.
저무는 노을 때문인지 그녀의 얼굴 에는 옅은 붉은 빛이 감돌고 있었다.
“편한 친구랑 함께 있는 거 같다고 해야 하나…… 이게 설명하기 힘들 긴 한데.”
“죽의 효과다. 기분을 편안하게 해 주거든.”
“아뇨. 죽 먹기 전부터요.”
윤하영이 내게 시선을 돌렸다.
나는 가만히 그녀의 시선을 마주했다.
그녀가 말하는 편안함의 정체는 아 마 [인연의 가히 때문일 것이다.
인연으로 이어진 사람과 거리가 가 까워질수록 몸에 활력이 도는 효과 가 숨겨져 있으니까.
그 차이가 워낙 미세하기에 체감하 기는 힘들지만, 그녀는 어렴풋이 느 낀 모양이다.
“아. 궁금한 게 있는데 혹시 그쪽 도 친구 있어요?”
그렇게 질문한 그녀가 입을 벌리더 니 황급히 말을 덧붙였다.
“아, 사교성을 비꼬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궁금해서요.”
친구라…….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있어.”
나는 그녀의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 했다.
“흐음. 그렇구나……
윤하영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죽을 홀짝이며 힐끔 내게 시선을 보 냈다.
“……몇 명 있는데요?”
“꽤 많아.”
“그니까 몇 명이요? 그냥 아는 친 구 말고, 진짜 친한 친구 기준이요.”
“열다섯은 될걸.”
원래 살던 세계의 친구들까지 모두 합하면 말이지.
그리고 순간 윤하영의 표정에 의문 이 깃들었다.
“……열다섯이요?”
왠지 모르겠지만 윤하영은 그 대답 이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그때 그녀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벌리더니 입 모양으로 작게 중 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무의식에서 예전 친구도 있었는데. 그건가?’
“뭐라고 했지?”
내 물음에 윤하영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왠지 모르게 수상한 모습에 나는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나저나 은근 인싸시네.”
그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인싸까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에는
사교성이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었다.
소설 속 세계로 넘어오면서 나도 모르게 인간관계에 벽을 세운 감은 없잖아 있지만.
내가 대답이 없자 그녀가 피식 웃 으며 말했다.
“아, 근데 혹시 그거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