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82화 (481/535)

죽음의 섬과 큰 연결고리가 없었던 루키6 역시 마찬가지.

협회를 통해 자운이 해상열차를 노 릴지도 모른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 었기 때문이겠지.

“우선 미리 공지했듯 결승전에 진 출하신 모든 분께 해상열차의 A클 래스 티켓이 지급될 예정입니다.”

유수철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결승전에서 우승한 팀에게 는 해상열차의 최고등급인 SS 클래 스 티켓이 주어질 예정입니다.”

SS 클래스 티켓이라는 말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때 투왕 길드의 리더, 빙혼검제 가 입을 열었다.

“티켓의 등급 차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유수철은 기다렸다는 듯 미소를 보 이고는 입을 열었다.

“해상열차에는 5가지 종류의 티켓

이 존재합니다. C, B, A, S, SS…… 등급이 높을수록 열차 내에서 이용 할 수 있는 혜택의 폭이 넓어지고, 죽음의 섬에서의 탐사와 몬스터 토 벌에 대한 우선권을 얻을 수 있습니다.”

“SS 클래스만 가진 특별한 혜택 같은 건 없나요?”

이번 질문은 최서윤의 것이었다.

유수철은 다시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당연히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 자면, SS 클래스는 열차의 ‘기관장’ 과 동일한 자격을 얻는다고 생각하

시면 편합니다.”

“……기관장?”

모두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쉽게 말해 열차 안의 모든 시설을 이용할 권리를 얻게 된다고 생각하 시면 됩니다.”

모든 시설 이용의 권리.

내가 SS 클래스의 탑승권을 노리 는 이유 중 하나였다.

SS 클래스 승객은 ‘기관장’과 동일 한 권한을 얻게 된다. 그리고 기관 장은 열차의 ‘머리’.

그 말은 즉, 열차의 탑승객 명단과 투숙하는 방까지 원하는 정보를 쉽 게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참고로 해상열차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며 승객 정원은 3천 명에 달 한다.

그 많은 인원 사이에 숨어든 자운 을 찾기 위해선 SS 클래스 티켓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기관장이라고 해서 열차 안 의 사람을 내쫓을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건 아닙니다. 기관장은 높은 권한을 가진 자일 뿐, 해상열 차의 주인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해

상열차는 3대 길드가 공동으로 소유 하고 있는 재산. 기관장은 길드의 고용인에 지나지 않거든요.”

“......흐음.”

빙혼검제는 생각에 잠겼다.

“아! 그리고 아까 말씀을 빼먹었는 데 티켓의 둥급마다 동승 인원이 달 라집니다.”

“동승 인원?”

최서윤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클래스가 높아질수록 동승 인원이 한 명씩 늘어납니다. C클래스는 4 명, B 클래스는 5명. 이렇게 해서 으으는 최대 8명의 인원을 탑승시킬

수 있습니다.”

내게 SS 클래스 티켓을 노리는 가 장 큰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라 할 수 있었다.

SS 클래스 티켓은 총 8명의 인원 을 데려갈 수 있다.

그리고 ‘801’에는 2명의 멤버가 더 존재한다.

정확히는 용병에 가깝지만, 어쨌든 진천우의 부활을 막기 위해 꼭 필요 한 자들이니만큼 그들을 데려가기 위해서는 SS 클래스 티켓이 필요했다.

이후 유수철은 해상열차에 대한 설

명을 이어갔다.

현재 확정된 참가 길드 명단, 죽음 의 섬에 대한 정보…….

지금까지 세상에 밝혀지지 않았던 특수한 정보들을 알게 되자 모두가 놀란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홀러.

“이것으로 해상열차의 설명은 모두 마치겠습니다. 결승전은 5일 뒤. 그 전까지 편안한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

유수철과의 만담을 마치고.

이서준 일행은 호텔 방으로 돌아왔 다.

모두의 육신에는 깊은 피로가 쌓인 상태였다.

오늘 있었던 시합이 있기도 했고, 이전과 다르게 가상 세계가 아닌 현 실에서 시험을 치뤘기 때문이었다.

“……흐아암. 으, 피곤해. 오늘은 훈련 못 하겠네.”

릴리는 침대에 드러눕더니 천장을 바라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시선을 돌리곤 다른 일행 의 얼굴을 살폈다.

“근데 너희 아까부터 왜 이리 말이 없냐?”

릴리를 제외한 모두가 말이 평소보 다줄었다.

어울리지 않게 다들 진지해졌다고 해야 할까.

“설마 8()1한테 져서 또 침울해진 거야?”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장난스레 한 말이었지만 순간 분위기가 더 침 울해졌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얘 들, 8()1만 만나면 뭔가 분위기가 이 상해진다.

이번에는 그 정도가 심하단 말이 지.

“……단순히 져서 그런 거 같지는 않은데. 야야 무슨 일인데 그래?”

릴리가 침대에 누운 채 발로 신영 준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아씨. 발 냄새가 나니까 치워.”

“뭐래. 샤워하고 와서 향기밖에 안 나거든?”

신영준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는

이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보다 이번 일, 너네는 어떻게 생각해?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수 상하던데.”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이서준을 향했다.

신영준의 물음에 담긴 의미를 모두 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령과 김선우의 공통점.

이서준은 가만히 자신을 향한 시선 을 마주하더니 입을 열었다.

“어디까지나 의심이지. 공통점이 몇 개 있다고 해서 수많은 차이점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비슷한 점이 분명 있지만 둘 사이 에는 다른 점이 훨씬 많았다.

“그 말도 맞아. 한두 가지가 비슷 하다고 해서 다른 수많은 차이를 무 시할 순 없는 거니까. 무엇보다

윤하영은 말끝을 흐리며 손에 들린 망가진 ‘인연의 나침반’을 매만졌다.

‘그’의 죽음은 이미 신비를 통해 중명되 었다.

생명의 힘을 감지하는 신비, 인연 의 나침반이 그것을 보증하고 있다.

신비를 속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살아있다면 그가 한 번의 죽 음을 겪고 부활했다는 기적에 가까 운 일이 벌어졌다는 것.

하지만 이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다.

‘진천우’를 부활시키기 위해 자운 이 얼마나 많은 악행을 저질러왔는 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 까.

거기다 그가 다루는 검술과 보조계 마법…….

짧은 시간 내에 습득했다고 하기에는 숙련도가 너무 높았다.

그 모습을 본 릴리가 고개를 갸웃 했다.

“너네 무슨 이야기 하는 거냐?”

이서준은 릴리의 말을 무시하며 말했다.

“서윤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나보 다 네가 더 지켜봤던 거 같은데.”

“......저는.”

최서윤은 말끝을 흐렸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정황은 늘어나 고, 의심도 따라 커진다.

하지만 분명 소수의 공통점이 있을 뿐 다른점이 훨씬 많은 것도 사실이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제가 지금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것인지 감정 적인 판단을 하는 것인지.”

그녀는 오랜 시간 생각했던 듯 담 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분명 그분을 생각나게 하는 부분 이 있어요. 공통점이 적다고는 하나 그게 일반적인 것이 아니니까요.”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단순히 같은 검술을 다룬다고 하면 이 정도까지 의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없는 그 만의 ‘특별

함’이 같다는 것이 문제였다.

“사실이든 아니든 천천히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약. 아주 만약 에. 정말로 그분이 맞고, 자신을 숨 기고 있는 거라면, 그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거니까요.”

자신들이 생각한 대로 정체가 정말 로 그라면, 정체를 숨기는 것에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참았다.

당장 달려가 추궁하고, 알아내고 싶었지만 어떻게든 참아냈다.

자신의 호기심으로 그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녀의 진심이 전해진 듯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 만약 동일 인물이라 면 숨기는 데엔 이유가 있을 거야.”

윤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디까지나 만약이니까. 괜히 기대하다가 실망하지는 말자고.”

이번엔 신영준이 피식 웃으며 말했 고, 이서준과 유아라가 고개를 끄덕 였다.

“그나저나 만약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가 뭘까?”

유아라가 갑자기 생각난 듯 물었

그러자 최서윤이 조심스레 대답했다.

“감시가 아닐까요?”

“감시?”

최서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창가 로 시선을 돌렸다.

깜깜한 밤.

세인트 파크의 화려한 야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관광객을 포함 한 수많은 인파가 눈에 들어왔다.

“자운이요. 지금도 어딘가에서 저

희를 감시하고 있을 거예요.”

최근 세인트 파크에서 이서준을 감 시하던 자운의 조직원을 발견해 잠 시 소란이 터졌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던 사건이었기에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정체를 숨긴 건 자운에게 정 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다?”

“그렇죠.”

“그럴싸하네. 그 녀석, 과감한 모습 을 자주 보여주긴 했어도 기본적으 로 조심성이 많은 녀석이니까.”

그렇게 대화가 무르익고, 조용히 지켜보던 릴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 야? 나 지금 따돌리냐?”

“자, 먹어라.”

세인트 파크 어딘가에 위치한 작은 집.

전신이 속박된 윤지혁에게 국 한 그릇을 내밀었다.

정신없어서 이틀 정도 굶겼는데 많 이 배고팠는지 볼이 홀쭉해졌다.

그보다 이 녀석을 어떻게 처리할지

가 고민이다.

약속대로 살려두기는 할 건데 밖으 로 내보내기엔 아직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남은 거 같아서.

“……구, 국밥?”

모락모락 따뜻한 연기가 피어오르 고, 윤지혁의 두 눈이 작게 떨려왔 다.

“순댓국?!”

“뭐해 안 먹고.”

윤지혁은 몸이 속박된 채로 덜컹덜 컹 움직였다. 그러더니 균형을 잃으 며 의자와 함께 옆으로 쓰러졌다.

“푸, 풀어줘……

“아, 안 풀었구나.”

나는 [대자연의 손아귀]를 발동하 여 녀석의 몸을 묶은 밧줄을 천천히 풀어냈다.

혹여 탈출의 위험이 있지만 힘도 없어 보이고 여차해도 내가 놓칠 일 이 없기에 잠시 풀어주기로 했다.

원거리에서 마력만을 이용해 밧줄 을 풀어내자 녀석의 두 눈이 크게 떨렸다.

“……뭐야. 어떻게 한 거야?”

“내 능력이야. 신경 쓰지 말고 먹

어.”

이후 녀석은 허겁지겁 순댓국을 퍼 먹기 시작했다.

안쓰러운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뒤 에서 문이 열렸다.

“뭐야. 먼저 와 있었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 굶었잖아. 밥은 먹여야지.”

정보를 캐내기 위해서는 채찍질만 할 게 아니라 당근도 줄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나는 다시 윤지혁과 시선을 마주하 고는 물었다.

“한 가지 질문 좀 하자.”

“......뭔데?”

시원하게 국을 들이켜던 윤지혁이 내 눈치를 살피더니 말했다.

“혹시 진의 행방은 알고 있나?”

런던에서 스카를 암살하던 당시, 통신 마도구를 통해 진의 목소리가 들려왔었다.

자운이 사막으로 떠났지만 진은 스 카와 함께 런던에 왔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내 물음에 윤지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진? 그건 모르는데.”

“얘는 아는 게 없네.”

거짓말로 보이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나한테 당한 게 있어 수 작을 부릴 기력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진…….

최근 들어 가장 신경 쓰이는 녀석 이었다.

스카가 임무 수행 중 제3의 세력 에게 암살당했다는 것을 유일하게 아는 존재이기도 하고, 자운의 ‘두 뇌’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니까.

동료애가 투철한 자운인 만큼 분명

움직이기는 할 텐데.

띠링.

그때 스마트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뉴스 속보가 뜨면 자동으로 알려주 는 시스템이었다.

뭔가 싶어서 곧바로 내용을 확인했다.

[런던 국립 신비 박물관 관계자 12 명 사망……』

“뭐야.”

런던 국립 박물관이라면 우리가 스 카를 납치했었던 장소인데.

“무슨 일인데?”

내 반응을 살피던 엘린이 내게 다 가왔다.

그리고 화면을 본 그녀 역시 표정 을 굳혔다.

[CCTV로 범인 얼굴 확보, 테러리 스트 단체, 자운의 ‘진’.]

화면 속에는 피를 손에 묻힌 채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진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얕은 긴장감 을 느꼈다.

“우리의 흔적을 추적하기 시작했 네.”

시간은 다시 빠르게 홀러, 위저드 게임의 마지막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와아아아!

이어지는 커다란 함성.

관중석을 둘러보자 진행요원의 목 소리가 울렸다.

[위저드 게임의 마지막 승자를 가 리는 결승전에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진행요원의 말에 다시 한번 커다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전 세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는 만 큼 주최측인 3대 길드는 이번 위저 드 게임으로 어마어마한 수익을 벌 어내 방긋 웃고 있을 것이다.

협회의 표현을 빌리자면 ‘돈만 되 면 합법 내에서 무슨 짓이라도 하는 놈들’이니까.

이후 축하 공연과 간단한 인사. 그 리고 각 팀의 소개가 시작되었다.

환호성은 점차 커지고, 마지막으로 결승전의 종목 설명이 시작되었다.

[결승전의 이름은 ‘위저드 게임’입 니다!]

위저드 게임.

시합의 이름이자 결승전 종목의 이 름이 었다.

이름 그대로 ‘마법사의 게임’을 의 미한다.

기본적인 구조는 ‘탈출’과 비슷하 며 게임식 스테이지 구조로 되어있 다.

마법사관학교에서 질리도록 훈련했 던 ‘스테이지 탈출’, ‘미로 탈출’과 비슷하지만 훨씬 어렵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사실 나도 이 시합이 어떻게 진행 될지는 자세히 모른다.

참가자마다 겪게 될 스테이지의 형 태가 다르기도 하고, 원작에서도 이 서준의 시점에서만 진행됐기 때문 에.

[참가자분들은 가상 세계, ‘위저드 게임’에 입장하게 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장 먼저 게임 에서 탈출한 팀원이 나오는 팀이 우 승하게 됩니다!]

나는 내 앞에 떠오른 균열을 바라 보았다. 차원이 만들어낸 공간.

이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결승전이 시작된다.

[그럼 우승자를 위한 상품을 공개 하겠습니다!]

우우우웅!

경기장 중앙에서 술식과 함께 새하 얀 빛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이내 그 안에서 고급스럽게 생긴 황금 제단이 생겨났다.

—하나는 트로피고…… 다른 것들 은 뭐지?

제단 위에는 우승자를 위한 작은 황금 트로피가 있었고, 그 주변에는 구슬과 마법 부여서 같은 신비한 물

건들이 놓여 있었다.

“저 종이는 마법 부여서고. 저 투 명한 구슬은 뭐냐?”

엘린이 중얼거리듯 내게 물었다.

“여백의 구.”

“여백의 구?”

생소한 이름이었는지 엘린이 고개 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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