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78화 (477/535)

이걸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내가 풀었다기보다는 ‘외부자의 혜 택’이 풀어버린 것이나 다름없어서 말이지.

그래도 나름 S등급 술식 마법사인 만큼 최대한 지식을 살려서 설명해 주기로 했다.

“14번 마력 회로에서 중간 열부터 풀면 돼.”

“아. 그건 생각 못 했네.”

엘린이 신기하다는 듯 술식을 내려 보더니 내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와. 근데 진짜 볼 때마다 신기하 네. 너 인간은 맞아?”

“그럼 동물이냐?”

“……아니, 점점 기계가 되는 거 같아서.”

기계라는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 다.

저번 시합에서 이서준 일행에게도 들었던 이야기였으니까.

술식 계산하는 기계.

전에는 긴가민가했지만 요즘은 서 서히 확신으로 기울고 있다.

내가 얻은 ‘인과율’에 비례해 [외부

자의 혜택]의 술식 능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심지어 술식 풀이 능력이 강화된 과거와 다르게, 최근엔 술식 계산 능력까지 상승하고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인과율 100의 능력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연관이 있는 건 아닐까.

잠깐, 생각해보니 데우스 엑스 마 키나도 기계라는 뜻인데…….

우연이겠지?

“마음대로 생각해. 인간 세계를 지 배하기 위한 기계 괴물이든 뭐든.”

“어우. 무서워라.”

그렇게 각자 입을 다물고 휴식을 하려 할 때.

다급하게 판타지 랜드 밖으로 나가 려는 누군가의 모습이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잠깐, 저 남성은……?

기자 신분으로 잠입한 자운의 요원 이었다.

이름은 윤지혁. 참고로 그가 맡은 역할은 이서준 일행의 감시였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뭔진 몰라도 그들에게서 무언가 심

각한 일이 터진 것 같았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나 잠깐 어디 좀 다녀올게.”

세인트 파크의 뒷골목.

목에 기자 신분증을 찬 자운의 비 밀 요원, 프레드는 식은땀을 흘리며 길을 걷고 있었다.

윗선의 명령대로 이서준과 그 일행 들을 감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들과 시선을 마주쳤다.

놀라서 피하기는 했지만, 당시 이 서준의 눈빛에 담겼던 감정은 분명 ‘의심’이었다.

프레드는 곧바로 통신 마도구를 사 용했다.

“아아. 들려?”

—어. 들려.

마도구에서 곧바로 답이 들려왔다.

자신과 함께 이서준을 감시하는 동 료, 윤지혁이었다.

“지금 어디야?”

—일단 밖으로 빠져나왔어. 너는?

“나도. 일단 나왔어.”

—……그나저나 진짜로 눈치챈 건 가? 아까 이서준이 내 쪽으로 시선 을 돌리긴 하던데.

“혹시 모르니까 윗선에 보고해.”

—알았어.

그렇게 윤지혁과 연결이 끊기고, 이어서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서준 위치 놓쳤어. 발견 즉시 연락할게.

이서준을 감시하는 또 다른 요원이 었다.

프레드는 입술을 깨물었다.

“……쓰읍. 귀찮게 됐네.”

갑자기 일이 꼬이고 있다.

이서준과 시선이 마주치고, 위치까 지 놓쳤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기에 그는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프레드는 자신을 향했던 최서윤의 시선을 다시 떠올렸다.

잠깐 동안 마주친 시선.

어떻게 된 일인지 그녀는 단번에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 같았다.

위에서 들은 정보에 따르면 눈치가 빨라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듣긴 했

는데.

설마 이서준도 아닌 최서윤에게 발 목을 잡힐 줄이야.

그때.

[안녕?]

웬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올리자 눈앞에 새하얀 빛을 뿜어내는 작은 무언가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작은 크기와 달리 그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은 심상치 않다.

그러니까 저건…….

“……빛의 정령?”

빛의 정령이 왜 여기에 있지?

잠깐, 그러고 보니 이서준이 최상 급 빛의 정령과 계약하지 않았나?

“설마.”

그 순간 빛의 정령이 한 바퀴 돌 더니 빛의 구체 하나가 구현되었다.

이내 구체는 빠르게 프레드의 어깨 에 방출되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그는 대처하지 못했다.

구체는 곧 그의 어깨를 관통했고

끔찍한 고통을 느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뒤에서 강한 마력이 느껴지더니 바 닥과 함께 그의 발이 얼어버린 것이다.

이후, 그의 목에 차가운 감촉이 느 껴졌다.

빛의 마력이 담긴 검이었다.

“우리를 감시하고 있던 이유가 뭐 지‘?”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

천천히 뒤를 돌자 이서준과 최서윤

이 굳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 었다.

“……감시라니, 무슨 의미인지 모 르겠는데.”

“다 알고 있어. 전부터 우리 주위 를 맴돌았잖아.”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했다.

프레드는 더 이상 속이는 게 불가 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소속을 말해. 살아서 협회에 잡혀 가고 싶으면.”

프레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검에 담긴 빛이 강해지고

그의 목에 작은 상처가 생겨났다.

여기서 죽는 것보다는 차라리 협회 에 잡혀가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내리고 대답했다.

“자, 자운이다. 제발 부탁이니까 검 의 마력은 치워줘.”

“..자운?”

이서준이 눈을 찌푸렸다.

자운.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깊은 혐오 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우리를 감시한 거지?”

“.…”그건.”

프레드가 말끝을 흐렸다.

잠시 잦아들었던 빛의 검기가 다시 커졌다.

“3년, 아니 5년 전부터다.”

5년 전?

생각보다 긴 시간이었다.

5년 전이면 마법사관학교에 입학하 기도 전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오래 감시했으면 지 금까지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는 데.

다시 의심의 눈빛을 보내자 프레드 가 다시 말했다.

“가, 감시 인력을 늘린 건 최근 들 어서야.”

“이유는?”

“널 보호하라는 윗선의 명령 때문 이다.”

나를 보호하려 한다니.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아서 이서준은 작은 분노를 느꼈다.

자신이 진천우의 혈육이기 때문이 겠지.

다른 인물도 아닌 최악의 범죄 집 단, 자운에게 보호받는다는 사실에 이서준은 더더욱 혐오감을 느꼈다.

그때 였다.

—프레드 들려?

프레드의 통신 마도구에서 목소리 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은 윤지혁.

당황한 프레드는 곧바로 통신 마도 구를 종료하려 했다.

그때 검의 빛이 더욱 강해졌다.

목숨의 위협을 느낀 프레드는 행동 을 멈추고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았 다.

그의 시선에는 통신에 대답하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어, 들려.”

—완전히 철수하는 게 좋을 거 같 아.

들려오는 말에 이서준과 최서윤이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 목소리의 주인은 자운의 부하 중한명일 터.

“……철수하라고? 무슨 일인데?”

—이서준의 위치를 완전히 놓쳤대. 어쩌면 우리를 추적하고 있을 가능 성이 있어.

“이서준이 우리를 추적 중이라니.

에이 설마…… 하하.”

프레드가 이서준의 얼굴을 빤히 바 라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혹시 모르니 조심해. 그럼 약속 장소에서 다시 만나자.

이후 마도구는 조용해졌다.

그때 였다.

“……컥!”

프레드가 자신의 목을 움켜쥐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이서준은 검을 거두었다.

최서윤은 그에게 다가가 그의 가슴

팍을 확인했다.

“……저주 술식이에요. 자운이 심 은 술식인 거 같아요.”

“저주 술식?”

이서준이 묻자 최서윤이 고개를 끄 덕였다.

대충 어떤 술식인지 알 것 같았다.

자운의 핵심 멤버들에게 각인된 피 의 맹세처럼, 부하들의 배신을 막기 위해 심어놓은 술식이겠지.

“사, 살려줘……

자신의 목을 움켜쥐던 프레드는 거 품을 물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

이서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보아하니 녀석은 자신에게 걸린 술 식의 존재조차 몰랐던 모양이다.

아직 제대로 된 정보도 얻지 못했 는데.

그때 그의 통신 마도구에서 목소리 가 들려왔다.

—……뭐야? 너 으악! 치지직…….

통신 마도구를 타고 들어오는 공포 섞인 목소리.

이후 통신 마도구가 끊겼다.

갑작스레 터진 상황에 이서준과 최

서윤은 당혹감을 느꼈다.

……저쪽에서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야외 휴식 센터에서 나온 나는 세 인트 파크 외곽 마을에 세워진 건물 의 옥상에 올랐다.

지상을 내려보자 드넓은 풍경이 눈 에 들어왔다.

촘촘하게 세워진 건물, 복잡하게 꼬여진 작은 골목길.

고요함이 느껴지는 그곳에서 나는 ‘제3의 눈’을 발동했다.

눈이 하늘 위로 떠 오르고, 시야가

한순간에 넓어졌다. 그리고 발견했다.

내 시야 끝에 통신 마도구를 쥔 채 달리는 윤지혁이 있었다.

“……찾았다.”

나는 곧바로 건물의 옥상을 넘으며 그를 향해 달려갔다.

윤지혁은 이서준을 감시하기 위해 자운이 심어둔 요원.

놈이 당황한 원인을 알게 된다면 런던 박물관 테러 당시 스카가 혼자 움직인 원인, 혹은 현 자운의 상황 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동하려던 그때, 윤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서준의 위치를 완전히 놓쳤대. 어쩌면 우리를 추적하고 있을 가능 성이 있어.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이서준이 놈들을 추적하고 있다고?

—혹시 모르니까 조심해. 그럼 약 속 장소에서 만나자.

윤지혁은 그렇게 말하고는 통신 마 도구를 종료했다. 이후 혼잣말로 중 얼거렸다.

—……하. 이서준한테 들킬 줄이야. 그나저나 저 녀석 말투가 이상하던 데. 설마 이서준한테 잡힌 건 아니 겠지?

아무래도 이서준은 자신이 감시당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다.

나는 곧바로 [제3의 눈]을 다시 움 직였다.

눈이 다시금 하늘 위로 떠 오르고 주변을 둘러보자 먼 곳에서 익숙한 무리를 발견했다.

이서준과 최서윤. 그리고 그 앞에 무릎을 꿇은 누군가…….

윤지혁의 말대로 이서준은 자신이 감시당한 것을 눈치채고, 자운의 수 하를 쫓아 잡는 데까지 성공한 것이 었다.

심지어 그의 옆에는 최서윤이 함께 있었다.

원작에서는 없었던 일이었기에 나 는 이 상황에 강한 의문을 느꼈다.

그때 윤지혁이 말했다.

—……괜히 걱정되네. 진짜 이서준 한테 잡힌 거면 곤란한데.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는가 싶더니 녀석이 작게 중얼거렸다.

—역시 지원 요청해야겠네.

윤지혁은 다시 통신 마도구를 손에 쥐었다.

나는 그 상황을 가만히 지켜볼 수 는 없었다.

‘진천우 부활 계획’의 시기가 가까 워지고, 그 계획에 필요한 이서준을 지키기 위해 수많은 자운의 요원들 이 그의 주변에 있었다.

만약 놈들이 몰려온다면 이서준과 함께 있는 최서윤에게 어떤 위험이 생길지 모르는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마력을 담아 다시 옥상을 뛰어넘었다.

이후 순식간에 녀석의 근처까지 다 가가 앞으로 착지했다.

“응? 뭐야? 너……

갑작스레 시야에 나타난 나의 모습 에 녀석이 흠칫 떨었다.

나는 곧바로 작은 마법 구체로 녀 석의 통신 마도구에 방출했다.

콰앙!

“..악!”

통신 마도구는 순식간에 파괴되었다.

한순간에 벌어진 상황에 윤지혁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유, 유령?”

윤지혁은 잠시 당황하는가 싶더니 빠르게 내가 적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이후 녀석은 허리춤에서 단검 하나

를 꺼냈다.

뭔가 평범한 무기는 아닌 거 같아 서 바라보자 정보가 떠올랐다.

[화산 독사의 단검 (A)]

설명 : 맹독이 발린 단검. 살짝이 라도 스치면 반드시 응급처치할 것. (독성 등급 : B)

(상대의 독성 저항 능력에 따라 효 과가 달라집니다.)

맹독이 발린 검이라.

독성 저항력이 높은 내게 크게 위 험한 무기는 아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조심해야겠네.

“흐아아압!”

윤지혁은 발끝에 마력을 담아 나를 향해 총알처럼 달려왔다.

나는 빠르게 검을 쥔 녀석의 손목 을 낚아채고는 오른 주먹에 마력을 담아 그대로 녀석의 머리를 내리찍 었다.

콰아앙!

“커어억!”

머리가 박힌 바닥 틈으로 고통이 담긴 신음이 흘려 들어왔다.

그때 였다.

_……치직, 치지직…… 당신…… 누굽니까?

바닥에 떨어진 통신 마도구에서 익 숙한 목소리가 홀려 들려왔다.

이 목소리는, 이서준이었다.

제대로 박살 냈다고 생각했는 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나는 당혹감을

느끼며 통신 마도구를 살폈다.

다행히 수신 기능만 작동되고 있을 뿐 발신 기능은 완전히 고장 난 상 태다.

내 목소리가 새어나갔올 일은 없다 는 거다.

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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