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75화 (474/535)

한지원이 크게 기침하며 정신을 차 렸다.

“……크으윽. 대장님?”

한지원은 괴로운 얼굴로 그를 바라 보다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방심을……

“괜찮아. 쉬고 있어.”

유령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 다. 낯선 목소리. 마치 변조된 듯 기괴했다.

유령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이서준은 검을 꽉 쥐고는 말했다.

“그럼 시작한다.”

그 말과 동시에 이서준과 유아라의 육신에서 어마어마한 마력의 파동이 퍼져 나왔다.

이서준의 검에 눈 부신 빛이 번쩍 였고, 유아라의 머리 위에서는 거대 한 화염 구체가 떠올랐다.

이후 이서준은 유령을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유령은 곧바로 술식을 그려냈다.

바닥에서 수많은 사슬이 구현되며 이서준을 향해 쏘아졌다.

이서준은 검을 원형으로 휘두르며 다가오는 사슬들을 모두 튕겨냈다.

사슬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 한 유령은 술식을 취소하고는 곧바 로 전신에 마력을 담았다.

그 사이 이서준은 유령의 코앞까지 다가와 검을 휘둘렀다.

후우웅!

하지만 유령은 고개를 숙이며 그의 공격을 피해냈다.

보조계 마법사라고는 믿기 힘든 빠 른 반응 속도였다.

이후 유령은 다시 술식을 그려냈 다.

바닥에 마법진이 완성되고 보이지 않는 시야의 사각에서 사슬 하나가 이서준의 발을 묶었다.

“......큭!”

화르르륵!

그 순간 하늘 위에서 유아라가 방 출한 거대한 화염 구체가 떨어졌다.

유령은 곧바로 마력을 담아 장막을 구현했다.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

피어오른 연기 속에서 유령이 뒤로 점프했다.

이서준은 자신의 발을 묶은 사슬을 검으로 끊어내고는 외쳤다.

“지금이야!”

유령의 왼편, 나무들 틈 사이로 돌 연 마력의 기류가 소용돌이쳤다.

자연의 마력이 일그러지며 그 안에 서 투창 자세를 한 신영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창을 쥔 손을 휘둘렀다.

“……흐라아아압!”

일직선의 마력이 레이저처럼 유령 을 향해 쏘아졌다.

위기의 순간.

유령은 당황하지 않고 다시 한번 발끝에 마력을 담고는 투창을 피하 려 했다.

u..2”

그러나 그의 계획대로 되지 않았 다.

저적, 저저저적!

그가 서 있던 바닥이 얼어붙어 있 던 것이다.

바닥의 얼음은 순식간에 그의 발을 붙잡았고, 유령은 꼼짝도 할 수 없 는 상태가 되었다.

“......됐다!”

콰아아아아앙!

다시 한번 거대한 폭발이 터져 나 왔다.

투창은 신영준의 필살기.

단순 화력만 따지면 루키6에서도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다.

스으으..

그렇게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서서히 불어오는 바람에 연기가 서 서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서준은 긴장된 눈으로 정면을 바 라보았다.

그 안에 보이는 건, 피로 물들어진

오른팔을 뻗고 있는 유령의 모습이 었다.

“……뭐야. 저걸 막았다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유령이 아무리 강하다 한들, 이 연 계를 막아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 으니까.

“분명 제대로 들어갔었는데. 어떻 게 막은 거지?”

신영준이 식은땀을 홀리며 중얼거 리자 유아라가 말했다.

“장막을 펼쳤어.”

“……장막을?”

신영준은 눈을 찌푸렸다. 그 상황 에서 장막을 펼칠 틈이 있었던가?

그것도 나의 투창을 막아낼 정도의 장막을?

유령은 자신의 오른팔 상처를 지혈 하고는 마력을 이용해 자신의 발을 묶은 얼음을 깨트렸다.

유령이 고개를 돌리자 다른 나무 속에서 최서윤과 윤하영이 걸어왔 다.

그들을 바라보던 유령이 다시 고개 를 돌리자 이번에는 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식간에 루키6 전원이 유령 한

명을 둘러싼 형태가 되었다.

“……뭐, 예상 밖이지만 우리가 유 리한 건 여전해. 침착하게 해.”

이서준은 다시 마력을 끌어올렸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마력을 끌어올렸다.

“가자!”

먼저 앞으로 나선 건 릴리였다.

그녀는 손에 쥔 검을 이용해 유령 을 향해 달려들었다.

유령은 다시 술식을 만들어 사슬을 소환했다.

사슬은 순식간에 릴리의 검을 쥔

팔을 묶었다.

“큭!”

이어서 신영준이 유령의 코앞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바닥에 꽂힌 창을 뽑아내더니 그대로 크게 휘둘렀다.

그 순간 유령의 몸에서 마력이 폭 발하듯 파동쳤다.

이에 잠시 밀려난 신영준.

유령은 그 틈을 노려 허리춤에서 작은 막대를 꺼냈다. 그것은 곧 빛 의 광검이 되었다.

“......검?”

갑작스레 구현된 검에 신영준과 이 서준은 잠시 놀랐다.

유령의 부특기가 강화계 검술이란 소문은 알고 있었지만, 이 순간에 사용할 줄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 다.

유령은 곧 신영준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신영준은 창의 막대를 이용해 가까 스로 그 공격을 막아냈다.

“큭!”

이서준은 그 움직임에 묘한 이질감 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전투였기에 생각을 지우고는 유령에게 달려들었다.

유령은 순식간에 신영준을 밀쳐내 더니 뒤로 돌아 이서준을 상대했다.

두 빛의 검이 충돌하자 눈 부신 빛이 번쩍였다.

순간 유령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이서준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힘과 기술에서는 자신이 우위에 있 다는 것을.

자신감을 찾은 그는 곧바로 다음 검법을 전개했다.

그때 유령의 몸 전체에서 강한 빛 이 번쩍였다.

동시에 눈으로 좇기 힘들 만큼 빠 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8()1에서 유일하게 정체가 알려진 렌의 ‘순간 가속’과 도 같았다.

그 빠른 움직임에 이서준은 잠시 놀랐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고는 마력을 끌어모아 유령의 속도를 맞 춰갔다.

이후 유령이 휘몰아치듯 검법을 전 개했다.

이서준은 순간 당황했다.

유령에게서 느껴졌던 ‘이질감’의 정체를 알아냈기 때문이다.

순간 당황한 이서준은 뒷걸음질하 다 균형을 잃는 실수를 범했다.

유령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순식간에 이서준의 코앞까지 다가 가 손바닥을 펼쳤다.

그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유령이 그 뒤로 어떤 행동도 취하 지 않은 것이다.

유령의 돌발행동에 이서준은 잠시 놀랐지만 그 기회를 타고 빠르게 뒤 로 물러섰다.

“......뭐지?”

유령이 방금 보였던 손동작은 습관 적으로 나온 행동을 멈춘 것 같았 다.

자신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그 모 습은 마치 발현계 마법사의 ‘방출’ 자세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이서준과 같이 뒤로 물러선 신영준 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야. 방금 저 녀석이 사용한 검법. 내 착각 아니지?”

이서준은 뺨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백천 검법이야.”

검을 쥔 오른팔이 지끈 아려왔다.

신영준의 투창을 무리하게 막아낸 영향으로 근육과 뼈가 파열되어 제 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고통 내성’의 효과 덕에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전투가 길어질수록 이 상처는 내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고 초재생능력을 사용하자 니, 마인의 능력을 여기서 사용할

수도 없는 일이고.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나는 나를 둘러싼 이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이서준, 신영준, 유아라, 윤하영, 릴리, 최서윤…….

여기 모인 모두가 원작의 주요 등 장인물들이다.

마주칠 때마다 내심 반가움 마음도 들지만, 이렇게 경쟁을 위해 겨루게 된 상황이 오자 마음 한구석이 불편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웬만해서는 양보해주고 싶은 마음 도 있다.

이전 삶처럼 의문사 당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부모의 마음으로 영약과 아이템을 퍼주었던 나였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

합격할 수 있는 팀은 고작 9팀이 고, 동료 네 명은 흑견의 리더인 다 비트를 지키고 있다.

내가 이들에게 순순히 죽어준다면, 801이 탈락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고 저 구석에 쓰러져 있는 한지원을 버리고 도망칠 수 있는 것 도 아니고.

역시 남은 건 그 방법뿐인가?

……그렇게 혼자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그 검법.”

이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자 그는 경계에 찬 눈으 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저 감정은 경계보다는 혼란 인가?

“그 검법, 어떻게 익힌 거지?”

이서준은 내가 사용한 검법을 단숨 에 눈치챈 모양이다.

자신이 오랜 시간 갈고 닦은 검법

일 테니 당연한 결과겠지만.

나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백천 검법이 순간 가속처럼 일인 전승의 비기도 아니고 익히고 있는 자는 이서준 외에도 몇 있으니까.

내가 대답이 없자 이서준은 생각에 잠긴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단순한 우연인 건가.”

이서준은 작게 숨을 내쉬곤 마력을 끌어올렸다.

서늘한 기운이 공간에 퍼지고, 그 의 주변에 있던 동료들도 함께 마력 을 끌어올렸다.

나는 그런 그들을 보다가 따라서 마력을 끌어올렸다.

앞으로의 내 전략은 이렇다.

속전속결로 전투를 끝내고 나를 포 기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현실을 파악하게 만들어 빠 르게 2순위나 3순위로 시선을 돌리 게 하는 것.

번쩍!

그때 이서준의 육신이 번쩍이더니 순식간에 내 앞으로 모습을 드러냈

나는 빠르게 사슬을 구현하여 그의 접근을 막아내었다.

하지만 사슬이 눈에 익었는지 이서 준은 검으로 가볍게 그것들을 튕겨 냈다.

전보다 빨라진 것 같은 움직임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마력 광검을 휘두르며 그의 공격을 방어했다.

쾅!

!”

강한 마력의 빛이 주변에 크게 번 졌다.

이서준의 능력을 모방하여 백천 검 법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고는 하나 기술과 디테일, 노련함에서 부족함 이 크게 드러났다.

쳇.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급급히 방어하는 것뿐이었다.

‘……발현계만 사용할 수 있었어 도.’

아니면, 순간 가속을 한 번 더 사 용할 수 있었더라면.

그 순간 자연의 마력이 이서준의 검을 중심으로 소용돌이쳤다.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듯, 빛의 회오리가 그의 검에서 뿜어졌 다.

나는 저 능력이 무엇인지 눈치챘 다.

백천 검법의 비기, ‘백천 극섬’을 사용하려는 것이었다.

“……하아압!”

이서준은 검을 두 손을 꽉 쥐고는 나를 향해 크게 휘둘렀다.

우우우웅!

파아아앙!

검 끝에서 반달 형태의 빛의 파동 이 나를 향해 솟구쳤다.

나는 직감했다.

마력이 바닥을 보이는 지금, 이 공 격을 정면으로 받아내는 것은 무모 하다.

어쩔 수 없이 능력을 발동했다.

두근!

[지속 효과 ‘마력 반전’이 발동됩니다.]

[사용 효과 ‘대자연의 심장’을 발동 합니다.]

[사용 효과 ‘투쟁심’을 발동합니다.]

내 안에서 엄청난 양의 마나가 휘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심장을 중심으로 거대한 힘 이 내 온몸에 퍼져 나왔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양감을 느끼

다가, 손바닥을 펼쳐 빠르게 장막을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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