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74화 (473/535)

자연의 마나 속에서 미세한 뒤틀림

이 느껴졌다.

다른 마법사라면 느끼지 못할 그 미세한 변화.

하지만 예민한 감각을 지닌 한지원 은 감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느꼈다.

누군가가 이 주변을 빠르게 움직이 고 있는 것을.

“……설마 우리를 노리는?”

한지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군지는 몰라도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상당한 실력을 가진 녀석이 라는 뜻이다.

당장 이 사실을 유령에게 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그는 소환수를 소환 하려 했다.

바로 그때.

나무 사이에서 튀어나온 그림자가 빠른 속도로 자신을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눈 앞에서 강한 빛이 번쩍 였다.

사각!

“크으으윽!”

예상치 못한 공격, 한지원의 어깨 에 기다란 상처가 생겨났다.

어떻게든 반응해 피해 보려 했지

만, 빛처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 기에 공격을 피할 순 없었다.

그래도 늦게라도 반응했기에 다행 히 치명상은 피했다.

“너는......

한지원은 자신의 어깨를 움켜쥔 채 방금 자신을 공격한 자를 노려보았 다.

새하얗게 빛나는 백색의 검을 쥔 한 남성.

잘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루키6 소속의 리더.

“……이서준.”

이서준은 자신의 앞에 선 가면을 쓴 괴인을 바라보았다.

작은 체구와 갈색 머리, 그리고 어 깨에 생겨난 긴 상처.

그는 고통스러운 듯 어깨의 상처를 마력으로 지혈하고 있었다.

이서준은 그 모습을 보며 작은 아 쉬움을 느꼈다.

분명 완벽한 기회였고, 자신도 있 었다.

심지어 기척 역시 완벽하게 숨겼기 에 실패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의 반응이 예상보다 빨 랐다. 소환계 마법사답지 않은 빠른 움직임으로 치명상을 피한 것이다.

“……우리를 노리는 게 너희였군.”

어느덧 지혈을 마친 가면의 사내, 한지원이 그에게 물었다.

그 목소리에는 분노와 마력이 담겨 있었다.

이서준은 얕은 긴장감을 느꼈다.

상대는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8()1의 멤버.

8()1의 본체인 ‘유령’은 아니었지만 비행 소환수를 다루기에 8()1의 발 을 묶기 위해서는 반드시 처치해야 하는 녀석이었다.

“……후우.”

이서준은 짧게 심호흡하고는 자세 를 잡았다.

비록 예상과 다르게 일격에 끝내지 는 못했지만 상황은 우리에게 유리 하다.

상대는 소환계 마법사.

공중전만 피한다면 상성은 이쪽이 우위에 있으니까.

우우우웅!

그의 검에서 환한 빛의 마력이 구 현되 었다.

한지원은 그에 맞춰 마력을 끌어올 렸다.

동시에 그의 앞에 3마리의 푸른 빛을 뿜어내는 고양이가 소환되었다.

—캬아앙!

고양이가 달려들자 이서준의 육신 이 번쩍이더니 사라졌다.

동시에 새하얀 빛의 잔상이 공간에 퍼졌고, 고양이의 몸이 순식간에 절 단되 었다.

“……쳇!”

한지원은 두 팔을 벌리고 다시 고 양이를 소환했다.

이번엔 셋이 아닌 다섯 마리의 고 양이었다.

하지만 숫자가 늘어났음에도 이서 준은 침착하게 자신의 앞을 가로막 는 소환수들을 빠르게 처치해나갔 다.

순식간에 모든 소환수가 처치되자 한지원은 황당함을 느꼈다.

“……저게 22살이라고? 소문보다 더하잖아.”

이서준은 조금의 틈을 주지 않고 다시 앞으로 돌진했다.

“그렇다면……

한지원의 앞에 거대 뱀과 도마뱀이 소환되었다.

뱀은 소환되자마자 녹색의 마력을 입에 모아 이서준을 향해 방출했다.

파아아앙!

이서준은 빠르게 움직여 그 공격을

피했다.

그 짧은 틈 사이, 이번에는 도마뱀 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서준은 당황하지 않고 육체를 회 전하며 도마뱀을 지나쳤다.

그 후 빠르게 한지원을 향해 달려 들었다.

굳이 소환수를 상대하지 않고 본체 인 소환자를 노리려는 것이었다.

한지원은 당황했다.

“..막아!”

뱀은 이서준을 향해 녹색의 마력 포를 다시 방출했다.

어긋난 타이밍에 이서준은 그 공격 을 완전히 회피할 순 없었다.

결국 그는 회피가 아닌 마력 강기 를 이용한 방어를 해야 했다.

콰아앙!

“큭……

방어에 성공했음에도 전신에서 얕 은 고통이 느껴졌다.

만약 강기의 구현이 조금만 더 늦 었더라면 치명상을 입었겠지.

이후에도 뱀의 공격은 계속됐다.

하지만 이서준은 같은 공격에 두 번이나 당해주지 않았다.

상체를 숙여 공격을 피하곤 뱀을 지나쳐 한지원의 앞에 도달한 것이다.

한지원은 당황하며 마력을 끌어올 렸지만 상대는 강화계 마법사.

소환계 마법사인 그가 근접에서 대 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사각!

“크으으윽!”

한지원의 가슴에 기다란 상처가 생 겨났다.

소환자와 펼쳐진 근접전.

이서준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 다.

빠르게 검을 휘두르며 그의 육신에 새로운 상처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마지막 일격을 보내려는 그 순간.

우우우웅!

이서준의 날카로운 감각이, 등 뒤

의 살벌한 기운을 감지했다.

본능적인 위기를 느낀 그는 곧바로 발끝에 마력을 담아 크게 점프했다.

그 순간 자신이 서 있던 장소가 녹색 빛의 마력포에 부딪히며 크게 폭발했다.

콰아아앙

거대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이서준은 지 상에 착지하며 마력포가 쏘아진 곳 을 돌아보았다.

자신이 지나쳤던 뱀 소환수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이서준은 폭발이 일어난 연기로 시 선을 돌렸다.

저 연기에는 방금까지 가면의 괴인 이 서 있었다.

그 말은 즉, 자신이 공격을 피함으 로써 소환수가 주인을 공격해버린 상황이 된 것이다.

이서준은 승리를 확신했다.

저 정도의 공격을 받았으면 분명 녀석도 멀쩡하지 않을 터.

그때 였다.

후우우웅!

폭발로 일어난 연기 속에서 엄청난 바람이 일었다.

이후 그 안에서 거대한 새가 모습 을 드러내더니 날갯짓하며 떠올랐 다.

“……크윽. 이래서 강화계랑 싸우 기 싫다니까.”

새의 위에는 한지원이 올라타 있었다. 분명 마력포를 전통으로 맞았을

텐데 생각보다 멀쩡한 모습이었다.

한지원은 이서준을 내려보며 말했다.

“네가 이겼다. 그리고 다시는 마주 치지 말자. 그럼 안녕!”

그렇게 새가 다시 크게 날갯짓하던 그때.

우우웅!

하늘 위에 거대한 화염 구체가 떠 올랐다. 구체는 한지원을 향해 정확 히 떨어지고 있었다.

“......응?”

한지원은 멍하니 자신을 향해 떨어 지는 화염 구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콰아아앙!

공중에서 거대한 폭발이 터져 나왔 다.

그 여파로 새 소환수는 그대로 소 멸되었고, 한지원은 그대로 바닥으 로 추락했다.

쿵!

한지원은 이서준의 앞으로 떨어졌 다.

정신을 잃은 듯 다른 반응을 보이 지 않았다.

이서준은 자신의 앞에 떨어진 한지 원을 바라보다가 오른쪽 나무 틈으 로 시선을 돌렸다.

“수고했어.”

“네가 수고했지.”

유아라가 천천히 걸어왔다. 이내 한지원을 내려보았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언제 정신 차릴지 모르니 지금 처

치해야지. 유령 사냥은 그다음이야.”

이제 유령 혼자 남았다.

자신의 생각대로라면 그는 눈앞의 동료를 찾으러 이곳으로 모습을 드 러낼 터.

아마 다른 팀과 전투를 치렀으니 온전한 상태도 아닐 것이다.

함께 그를 노린다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

이서준의 손에 쥐어진 검에서 빛의 마력이 다시 구현되었다.

그렇게 한지원을 찌르려는 그때.

바닥에서 환한 빛이 뿜어졌다.

동시에 푸른 빛의 사슬 하나가 빠 르게 솟아오르더니 이서준의 팔을 묶었다.

이어서 어딘가에서 쏘아진 마력의 사슬이 기절한 한지원의 몸을 묶고 는 끌고 갔다.

“..?!”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에 이서준은 당황했다.

사슬에 끌려간 한지원은 순식간에 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다른 누군가 모습 을 드러냈다.

익숙한 얼굴, 이서준은 그를 바라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유령.”

정말 그 별명대로 그의 움직임은 마치 유령과 같았다.

발소리도, 심지어는 기척조차 느끼 지 못했다.

이서준은 긴장감을 느끼며 침을 꿀 꺽 삼켰다. 벌써 다른 팀을 사냥하 고 돌아온 건가?

유아라 역시 긴장된 얼굴로 유령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녀석은 보조계야. 계획대로라면

충분히 승산 있어.”

이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계획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상대의 주특기는 보조계.

단독 전투에 특화된 계열이 아니다.

그들이 힘을 발휘하는 건 어디까지 나 팀 단위 전투뿐이니까.

거기다 다른 팀를 상대한 직후라 마력 상태도 온전하지 않을 터.

물론 지난 3차 시험에서 유령의 강함을 확인했으니 방심은 금물이 다.

그때 이서준을 멍하니 바라보던 유 령이 상체를 숙이고는 쓰러진 한지 원을 바라보았다.

상처를 살피는가 싶더니 그의 심장 에 마력을 주입했다.

그러자.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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