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73화 (472/535)

녀석은 순수하게 감탄한 듯한 반응 을 보였다.

다만 이전만큼 여유롭지는 않은지 녀석의 목소리에는 작은 긴장감이 어려 있었다.

나는 대답 대신 마력을 끌어올렸 다.

이제 내 앞에 남은 상대는 다비트 하나.

물론 주변 곳곳에 녀석의 부하들이 남아 있지만 그들은 내 동료들이 상 대하고 있기에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나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상대는 10대 길드의 부마스터이자 수많은 마수를 토벌해 온 진짜 강자 다.

쉽지 않은 상대인 만큼 이번에는 나도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우우우웅!

“그래, 어디 한번 결판을 내보자!”

다비트의 짧은 외침과 함께 뇌기가 흐르는 검이 수십 개 구현되었다.

허공에 떠오른 검은 곧 일직선의 잔상을 남기며 나에게 쏘아졌다.

확실히 10대 길드의 리더답게 지

금까지 겨뤄온 자들과는 수준이 달 랐다.

하지만 이곳은 신비가 만들어낸 가 상 세계.

[비현실의 가히 버프를 받은 나의 컨디션은 최상이라 할 수 있었다.

나는 발끝에 마력을 집중하고는 크게 점프했다.

뇌기의 검은 내가 서 있던 곳을 지나며 허공에 박혀 폭발했다.

콰아앙!

공격이 무로 돌아갔지만 다비트는 당황하지 않았다. 곧바로 새롭게 전 기의 검을 구현하여 다음 공격을 준 비했다.

모든 상황을 계산했다는 듯, 움직 임에는 일체의 망설임이 없었다.

나는 공중에 떠오른 상태에서 속박 마법을 전개했다.

이후 바닥에서 술식의 빛이 번쩍이 더니 마력의 사슬이 다비트를 향해 쏘아졌다.

“홍!”

그러나 녀석은 쉽게 당해주지 않았 다.

주변에 떠오른 뇌기의 검을 조종해 사슬의 접근을 모두 차단했다.

능숙한 공수 변환에 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전기 속성 마법사는 공격적인 성향 이 강한 게 일반적.

하지만 녀석은 수비에도 상당한 일 가견이 있었다.

이후 녀석은 수비용으로 사용했던 뇌기의 검을 다시 나에게 방출했다.

파지지 직一!

나는 다시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며 녀석의 공격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끝없이 퍼부어지는 공격에 모든 것을 회피하기는 한계가 있었 고, 결국 어쩔 수 없이 몇 가지 공 격을 허용했다.

신체 곳곳에서 느껴지는 작은 고통 에 이를 악물며 지상에 착지했다.

구석구석에서 피가 흘렀다.

과연 소문난 강자답게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만약 원반격이라던가 다른 스킬들

을 사용할 수 있다면 이런 상황까지 는 오지 않았을 텐데.

……역시 보조계만 이용해서 상대 하는 건 한계가 있는 건가?

보조계 마법사는 상대의 방심을 이 용하여 전투한다.

하지만 녀석은 절대로 방심하지 않 는다.

그 말은 즉, 앞으로도 보조계를 중 심으로 한 공격이 먹힐 가능성이 매 우 낮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전투 스타일을 버 리고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할 때.

나는 멍하니 내 오른쪽 손바닥을 내려 보았다.

만약 여기서 발현계 마법을 사용한다면 분명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을 것이다.

1:1 전투에서는 보조계와 비교할 수 없는 이점을 지니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 전투 현장은 외부에서 중계되고 있다.

섣불리 발현계 마법을 사용하다간 내 정체를 의심받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게 남은 방법은 하 나뿐인가?

“나를 앞에 두고 정신이 팔린 건 가?”

가만히 생각하던 그때 다비트가 내 게 말했다. 내가 여유를 부린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가면으로 얼굴이 가려져 있으니 그 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지.

“......후우.”

나는 짧게 숨을 내쉬고는 발끝에 마력을 담았다. 역시 이 방법밖에는 없다.

강자를 상대로 너무 많은 힘을 아 끼는 것도 오만한 생각.

나는 바닥을 박차며 녀석을 향해 빠르게 돌진했다.

파앗!

내 몸이 총알같이 앞으로 쏘아지자 녀석은 잠시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녀석 입장에서는 예상하기 힘들었 을 것이다.

보조계 마법사가 근접전을 유도한다니.

“……나를 얼마나 얕잡아 본 거

냐!”

다비트는 뇌기의 검을 방출했다.

녀석의 공격을 피하고 막는 데 집 중했지만, 역시 s등급의 마법사였기 에 모든 것을 막아낼 순 없었다.

몸 사이사이에서 작은 생채기가 생 기며 작은 고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정도는 괜찮다.

애초에 녀석을 상대로 완벽한 승리 는 바라지도 않았으니.

“......큭!”

순식간에 거리가 코앞까지 좁혀지 자 녀석은 자신의 옆에 구현된 뇌기 의 검을 손으로 집었다.

파지지직!

검에서 강력한 전기가 쏟아져 나오 고, 동시에 나를 향해 휘둘러졌다.

중간중간 몇 번의 공격을 허용하기 는 했지만 근접전에서까지 맞아줄 생각은 없었다.

나는 곧바로 능력을 발동했다.

[사용 효과, ‘순간 가속’을 발동합 니다.]

동시에 체감되는 시간이 느려졌다.

허리춤에서 마력 광검을 뽑고는 마

력을 주입했다.

느려진 시간 속. 나는 나를 향해 휘둘러지는 뇌기의 검을 바라보며 마력 광검을 동시에 휘둘렀다.

번쩍!

따뜻한 액체가 내 뺨에 닿았다.

이어서 코끝에 느껴지는 비릿한 냄 새.

그리고 잠시 뒤.

“……크아아악!”

다비트의 비명이 귓가에 울렸다.

뒤를 돌자 녀석은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 자신의 어깨를 움켜 쥐고 있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순간 가속의 지속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이후 빠르게 몸을 회전해 다시 한 번 마력 광검을 휘둘렀다.

사각!

녀석의 가슴에 기다란 검상이 길게 그어졌다.

동시에 눈앞에서 메시지가 떠올랐 다.

[검을 이용하여 강자에게서 승리했 습니다!]

[백천 검법의 숙련도가 크게 상승 합니다.]

[전력을 다하지 않고 강자에게 승 리했습니다!]

[‘힘의 배분’ 업적을 달성합니다.]

[마력 제어술의 숙련도가 소폭 상 승합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미래에 작은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인과율이 0.7 상승합니다.]

“후우……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자 내가 승리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다비트는 그대로 정신을 잃으며 바 닥에 쓰러졌고, 나는 쓰러지는 녀석 을 바라보며 광검을 허리춤에 넣었

‘순간 가속’과 ‘강화계 검술’의 조 합.

아직 검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도 꽤 강력한 힘이 되어주는 기술이다.

“크어 억!”

“크윽!”

그리고 다비트의 패배를 시작으로 흑견의 다른 멤버들도 하나둘씩 먼 지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801의 멤버들이 하나둘씩 정리를 시작한 것이다.

“제, 젠장……r

결국 다비트를 제외한 모든 흑견의 멤버가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이들 은 30분 뒤 어딘가에서 다시 되살 아 날 것이다.

“후우. 쉽지 않네.”

“크으. 그래도 목표는 달성했네요.”

전투를 마친 동료들은 내게 다가왔 다.

다들 땀을 흘리며 쉽지 않은 전투 였다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몇몇 이들은 나처럼 능력을 제한해 야 했기에 아마 쉽지만은 않았겠지.

그래도 깔끔하게 승리했으니 상당 히 만족스러운 결과다.

“그래서, 이놈은 살려두는 거야?”

엘린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다비트 를 바라보며 물었다.

흑견의 멤버들은 모두 사라졌지만 놈들의 리더인 녀석만큼은 죽이지 않고 살려두었다.

나는 미리 준비한 속박 마도구를 녀석의 팔에 끼우고는 말했다.

“어. 살려둘 거야. 괜히 죽였다가 되살아나면 더 귀찮아져.”

이번 시험에서의 내 목표는 흑견의

탈락이다.

괜히 다비트를 처치해 되살려서 추 적하는 것보다 이렇게 살려두어서 점수를 얻지 못 하게 하는 게 더 안전한 방법이다.

“……너 진짜 악랄하네.”

그때 한지원이 손을 번쩍 들며 내 게 말했다.

“대장님. 근데 이렇게 되면 우리도 점수를 못 얻는 거 아니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 녀석은 시합 종료 직전 에 처치할 거야. 남은 시간 동안은 2순위와 3순위 암살 대상을 노려서

점수를 수급하고.”

“......아하.”

한지원이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엘린은 조용히 팔짱을 끼다가 중얼 거리듯 말했다.

“……확실히 목표가 1등이 아니니 이 방법도 괜찮기는 하네. 수법이 조금 악랄하긴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의 말을 가만히 들 으며 작게 웃고는 모두를 둘러보았 다.

“자. 그럼 첫 번째 계획에 성공했 으니 다음 계획을 설명해줄게.”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우선 장소를 옮기고 네 명은 남아 서 다비트를 지킬 거야.”

그렇게 말하고는 나는 한지원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한지원과 나는 따로 움직 여서 암살 2순위와 3순위를 노릴 거고.”

사실 나 혼자 움직여도 상관은 없 지만 한지원은 비행 소환수를 다룰 수 있다.

효율적인 이동을 위해서 함께하는 게 좋다.

“뭐, 괜찮기는 한데. 둘은 조금 위 험한 거 아니야? 너를 노리는 녀석 들도 있을 텐데.”

엘린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그건 걱정 마. 투왕이나 멸화의 검이 상대여도 질 자신은 없으니 까.”

물론 능력에 제약을 둔 채 여섯 명올 동시에 상대 해야 하니 이길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

후우우웅!

나와 한지원을 태운 거대한 마력의 새가 하늘을 비행했다.

한번 날개를 휘저을 때마다 강한 바람이 느껴진다.

“확실히 비행 소환수가 있으면 편 리하긴 하네.”

나는 고개를 숙여 지상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과거에도 느꼈지만, 확실히 비행 소환수를 다룰 수 있는 녀석이 팀에 있으면 여러 가지 이점이 많다.

나와 특별한 교류가 없던 한지원을

무리하게 팀에 넣은 것도 이러한 이 유 때문이었다.

“……동료들은 편리하겠죠. 마력 소모가 상당해서 소환사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지만요.”

내 앞에 올라탄 한지원이 불만에 찬 말투로 대답했다.

나는 피식 웃고는 스마트 배지의 화살표를 확인했다.

“저쪽이야. 거의 다 왔어.”

휘이이 잉!

소환수는 손가락의 방향을 따라 빠 르게 하강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소환수는 그대 로 소멸되었다.

지상에 내려온 나는 배지를 통해 암살 2순위의 방향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고생했어. 마나 여유는 있어?”

“음. 당장 전투하는 데 큰 문제는 없어요. 전투가 길어지면 또 모르겠 지만요.”

한지원이 걱정된다는 듯 말했지만, 전투가 길어질 일은 없을 거다.

8()1의 암살 2순위의 평균 전력은 B와 A등급 사이.

나 혼자서도 손쉽게 상대할 수 있 는 수준이다.

“그럼 나 혼자 다녀올게. 오늘 바 쁘게 움직여야 하니까 근처에 숨어 서 마나 채우고 있어.”

“……무슨 충전식 이동 수단 취급 을 하시네.”

나는 피식 웃으며 주변을 잠시 둘 러보았다.

다른 곳도 그렇지만 이곳 히트맨 게임이 치러지는 장소는 온통 숲으 로 둘러싸여 있다.

거기다 자연의 마력이 강해 다른 이들의 마력을 감지하기 쉽지 않고.

“기습 조심해. 언제 갑자기 공격당 할지 몰라.”

“네네. 저는 걱정마시고 다녀오세 요.”

나는 한지원을 흘겨보고는 스마트 배지의 화살표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흐아암.”

유령이 떠나고.

혼자 남은 한지원은 크게 하품하며

근처의 바위에 앉았다.

장시간 소환수로 비행했더니 졸음 이 몰려왔다. 마음 같아서는 잠깐 눈을 붙이고 싶었지만 안전한 지역 이 아니었기에 그럴 수는 없었다.

“남은 시간 동안 뭐하지……

유령의 실력을 생각하면 아마 그리 긴 시간은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혼자서 여섯을 상대 해야 된다는 점.

어쩌면 30분 이상 걸릴지도 몰랐 다. 그리고 한지원은 그 시간 동안 이렇게 멍하니 있을 자신이 없었다.

“아, 그냥 따라갈걸.”

뒤늦은 후회가 몰려왔지만 이미 늦 었다.

지나간 일은 잊는다.

그게 나의 철학이다.

“그나저나 이 숲. 진짜 기분 나쁘 네.”

자연의 마력이 가득해서 다른 이들 의 마력을 감지하기가 쉽지 않다.

덕분에 감각 하나를 잃은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바로 그때였다.

A O O O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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