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70화 (469/535)

위저드 게임 본선 4차 합격자들을 위한 파티가 시작되었다.

18개의 팀. 총 108명의 참가자가 세인트 파크 호텔의 거대한 야외 테 라스에 모였다.

파티에 참가한 건 참가자들뿐이 아 니었다.

이 모습을 담기 위해 모인 기자들 과, 외부 인사 및 게임의 주최 측.

그리고 세인트 파크를 찾아온 관광 객들도 함께였다.

이렇게 많은 수의 사람이 모인 건 4차 시합 공지 외에도 모두가 참여 할 수 있는 행사 때문이겠지.

“인간들은 제법 재밌는 일들을 벌 이는구나. 음식이 이렇게나 많다니 너무나도 호사로운 게 아닌가……?”

구미호는 아까부터 신난 듯 주변을 둘러보며 흥분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주변에는 호화로운 음식과 아름다 운 조명, 듣기 좋은 음악이 가득했다.

인간의 문화를 잘 모르는 구미호는 이 모든 게 신기한 모양이다.

“편하게 즐겨. 사고만 치지 말고.”

“근데 대장님. 대장님은 왜 파티복 으로 안 입으셨어요?”

한지원이 획 내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현재 이곳에는 나를 제외한 모두가 주최 측에서 제공해준 파티복을 입 은 상태다.

가면을 덮어쓰기는 했지만 8()1의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는 후드를 뒤집어쓴 평소

의 복장 그대로다.

“괜한 단서를 남기고 싶지 않아 서.”

“단서요?”

“헤어 스타일이라던가 두상이라던 가. 후드를 벗으면 특정되는 게 있 을 거 아니야.”

아무래도 ‘김선우’가 워낙 유명했 다 보니 눈치챌 사람들이 많단 말이 지.

“아〜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 요. 그나저나 그런 것까지 신경 쓰 시는 거 보면 진짜 유명한 사람이시 긴 한가 보네요. 정말 궁금하단 말

이지.”

한지원이 턱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러더니 말을 이었다.

“그럼 룰 공지까지 아직 시간 남았 으니까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되죠?”

주최 측의 말에 따르면 파티의 목 적인 ‘4차 시합 공지’는 10시에 이 루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즉 3시간은 자유다.

“그래. 아까도 말했듯 사고만 치지 마.”

“넵!”

한지원은 내게 칼 경례를 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들뜬 모습이 조금 걱정되기는 하지 만 명령 자체는 잘 따르는 녀석이니 걱정 없겠지.

이후 엘린과 렌, 구미호도 각자 파 티를 즐기러 사라졌다.

선화는 파티에는 별 관심이 없는지 뒤에서 나를 조용히 따라다니기로 했다.

“......흐음.”

그럼 남은 시간 나는 뭘 해야 할 까.

—야야. 저기 유령이다.

—이야. 혼자 엄청 눈에 띄네.

그렇게 파티장 내부를 걷는데 여기 저기서 나를 향한 시선과 목소리가 들려왔다.

확실히 일반적인 복장이 아니다 보 니 유독 내가 눈에 띄는 모양이다.

“안녕하십니까. 유령님. 마법사 일 보 강문기라고 합니다. 혹시 인터뷰 할 수 있으실까요?”

심지어 몇몇 기자가 들러붙어 내게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다.

예전 같았으면 포인트 획득을 위해 수락했겠지만 지금은 신분을 숨길 필요가 있어 전부 거절했다.

이후 조용한 곳에 있고 싶어 5층 의 테라스로 이동했다.

난간에 몸을 기대자 화려한 파티장 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 다. 익숙한 얼굴도 몇 보인다.

루키6, 이서준 일행이었다.

—야야. 그거 들었어? 한 시간 뒤 에 불꽃놀이 한다는데 보러 가실?

—난 됐어.

—나도.

—나도 그닥.

—……뭐냐? 이제 성인이라고 나 빼고 동심을 잃은 거야?

나는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 다.

원작대로라면 이서준 일행은 이번 파티의 불꽃놀이 행사에 참가하는 게 정상적인 흐름이었다.

하지만 어떤 변화를 겪은 것인지 릴리를 제외한 모두 흥미가 없어 보

인다.

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행사란 행사는 죄다 참가하던 뜨거운 청춘 들이었는데.

—아직까지는 별일 없습니다.

그때 수많은 인파 속에서 낯선 음 성을 들었다.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시선을 집중 하자 이서준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서 기자 신분증을 목에 건 남성이 통신 마도구를 통해 누군가 대화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

저거.

—네. 특별한 일이 생기면 바로 보 고드리겠습니다.

나는 곧바로 [인물 간파]를 사용했다.

이름 : 윤지혁

나이 : 33 종족 : 인간

상태 : 긴장 마력 등급 : A+ 관심도 : 0

처음 보는 이름. 하지만 마력 등급 이 무려 A+다.

그 말은 즉 기자라는 위장 신분으 로 잠입한 마법사라는 거다.

그리고 아마 내 예상이 맞다면 저 녀석은 이서준의 감시와 보호를 위 해 심어둔 자운의 요원이겠지.

“……제거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그만두기로 했다.

이서준을 감시하는 녀석이 저놈 하 나만 있는 게 아닐뿐더러 괜히 쓸데 없는 짓을 하다가 내 정체를 의심받 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천천히 녀석의 얼굴을 외워두 었다.

조만간 녀석을 이용해 얻어야 할 정보가 있을 것 같아서.

시간이 흘러 9시 50분.

어느덧 위저드 게임의 4차 시합 발표까지 10분이 남았다.

사람들은 발표회가 열리는 중앙 무 대로 모여들었고, 나 역시 늦지 않 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띵.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나는 곧 바로 무대장으로 이동했다.

무대장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모 여 있었다. 참가자부터 시작해서 관 람객, 기자, 길드 관계자까지…….

아무래도 4차 시합 발표와 동시에 세인트 파크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작은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듯했다.

그리고 주최 측에서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일 것이라 생각 못 했는지 내부는 생각보다 혼잡한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무대장의 좌석으로 이동하기 위해 인파를 뚫고 지나가 야 한다.

요..쯔 ”

”X.

나는 짧게 혀를 차고는 인파를 비 집고 들어갔다.

—길 막지 말고 비켜봐요.

—참가자예요. 길 좀 비켜주세 요……

그렇게 인파 속에 낑겨 천천히 앞 으로 나아가던 그때.

내 뒤에서 작은 충격이 느껴졌다.

“……앗. 죄송합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천천히 뒤를 돌자 최서윤이 인파에 밀린 채 내 등에 찰싹 붙어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의 두 눈이 커 졌다.

“당신은……

그 순간 다시 인파가 쏠리며 그녀 의 몸이 크게 밀려났다.

어쩌다 보니 그녀가 내 품에 안기 는 형세가 되었다.

—거, 밀지 좀 맙시다!

—자자. 여러분. 참가자들부터 보내 줘요.

—비켜주세요! 마력으로 확 밀어버 릴까 보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잠시 당황했지 만 침착함을 되찾고는 그녀가 떨어

질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했다.

하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그녀는 내 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돌처럼 굳은 듯, 그 자세 그대로 서 있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듯 그녀가 내게 빠르게 떨어지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체에 약 간의 마력을 담아 천천히 앞으로 나 아갔다.

어느덧 우리는 숨 막히는 인파에서 벗어나 참가자들을 위한 좌석에 도 착할 수 있었다.

슬쩍 최서윤에게 시선을 돌리자 그 녀는 무언가 생각에 잠긴 눈으로 나 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여기저기서 우리를 향해 수많 은 셔터가 터져 나왔다.

—유령이 다.

—옆에는 최서윤이다. 찍어.

나는 그것들을 무시하고는 참가자 들이 모인 좌석을 향해 이동했다.

내 뒤를 따라 최서윤도 함께 이동

했다.

“대장님!”

안으로 들어서자 한지원이 밝은 얼 굴로 손을 흔들었다.

나를 제외한 모든 멤버들은 이미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앞으로 다가가자 한지원이 말했다.

“왜 이리 늦게 오셨어요? 지각이에 요.”

“아직 2분 남았어.”

그렇게 말하고는 좌석에 적힌 이름 을 보았다.

801.

“여기가 배정된 자리에요. 저기 빈 자리에 앉으시면 돼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 다.

그리고 힐끔 옆좌석에 시선을 옮기 자 이서준 일행이 모여 있었다.

무슨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바로 옆자리에 배정된 모양이었다.

그들도 그것을 의식했는지 힐끔힐 끔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서윤아. 왜 이리 늦었어?

—잠깐 호텔에 두고 온 게 있어서 급하게 다녀오느라 늦었어요.

이후 최서윤도 배정된 빈자리를 찾 아 앉았다. 하필 그 자리가 바로 내 옆자리 였다.

내 옆에 있던 엘린이 그것을 확인 하고는 속삭이듯 물어보았다.

“자리 바꿔줄까?”

“......됐어.”

최서윤은 내 옆에 앉았다.

나는 최대한 신경 쓰지 않기 위해 무대의 정면을 바라보았다.

묘한 기류가 흐르고,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들어 슬쩍 옆을 돌아보았다.

고개를 돌리자 최서윤은 이번에도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찰칵. 찰칵.

그리고 다시 새하얀 빛과 함께 나 를 향한 셔터가 터져 나왔다.

3차 시합의 중심이었던 만큼 기자 들이 계속해서 내 모습을 촬영하는 것이었다.

“……혹시 키가 어떻게 되세요?”

그때 최서윤이 뜬금없는 질문을 내

뱉었다.

뭔가 싶어서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 자 그녀가 다시 물었다.

“마법 경력은 어떻게 되세요? 가면 은 왜 쓰시는 거예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계속해 서 내게 질문했다.

이러다가는 끝도 없을 거 같아서 대답 대신 고개를 저었다.

확실한 거부 의사를 밝히자 그녀는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 이곤 무대의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 다.

이후로도 그녀는 중간중간 내게 시

선을 보냈다.

티를 안 내려는 것 같았지만 솔직 히 말해 바로 옆자리라 다 느껴졌 다.

……설마 내 정체를 눈치챈 건가?

아니다.

만약 내 정체를 눈치챘다면 그녀의 성격상 이렇게 가만히 있지는 않겠 지.

[바쁜 시간에 이렇게 모여주신 여 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행 사 진행에 미흡함을 보인 점, 진심 으로 사과드립니다.]

무대 위에서 사회자의 목소리가 들 려왔다.

[반갑습니다. 저는 위저드 게임의 진행을 맡은 진행요원 유입니다. 편 하게 R이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R은 자신을 간단하게 소개했다.

현란한 말솜씨에서 얼핏 전문 진행 자로 보이지만 그는 3대 길드 소속 의 꽤 실력 있는 마법사였다.

[오늘 여러분들을 모이게 한 건 여 러 이유가 있습니다. 앞서 공개했듯 4일 뒤에 치러질 4차 본선의 룰 설 명 외에 아직 밝히지 않은 이번 위 저드 게임의 개최 목적과 숨겨진 상 품을 설명해드리기 위함입니다.]

—……개최 목적?

—뭐냐? 그냥 국제 마법사 스포츠 아니었어?

R의 말에 여기저기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이 모든 것을 알고 참가했던 10대 길드 요원들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 지 않았다.

나는 그저 올 것이 왔구나 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뭐, 그것 외에도 이곳에 모여주신 모든 분을 위한 작은 행사도 준비되 어 있지만요.]

R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죽음의 섬’. 이제는 여기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허공에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검 은 섬. 그리고 그 주변으로 휘몰아 치는 폭풍과 파도, 그리고 크라켄이 헤엄치는 모습이 나왔다.

갑작스레 시작된 설명, 기자들은 놀란 표정이 되었지만, 카메라는 이 를 놓치지 않았다.

[저희는 죽음의 섬에 들어갈 수 있 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바로 3대 길드가 소유하고 있는 신비, 해상 열차를 이용하는 거죠.]

이후 바다를 달리는 해상 열차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리고 시뮬레이션이 시작됐다.

해상 열차가 죽음의 섬 주변에 일 어나는 폭풍과 파도를 견딘 채 빠르 게 달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거대한 문어 다리가 휘둘러지더니 그대로 해상 열차는 박살이 났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죽음의 섬은 재앙급 마수, 크라켄이 지키고 있습

니다. 아무리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해상 열차라도 섬에 입장하기 위해 서는 반드시 마수를 토벌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가 말을 이었다.

[저희는 이번 위저드 게임을 통해 3대 길드와 함께 죽음의 섬을 탐사 할 마법사들을 모을 생각입니다. 참 고로 토벌에 참가하는 모든 분에게 동등한 분배를 약속드리겠습니다. 물론 참가를 거부하셔도 괜찮습니다.]

—와. 미친.

—이거 특종 아니야? 죽음의 섬을 공략한다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엄청난 카 메라 플래시가 터져 나왔다.

이 사실을 모르던 다른 팀들도 놀 란 표정이 되어 바쁘게 귓속말을 나 누었다.

“결국 네 말대로 됐네.”

옆자리의 엘린이 중얼거리듯 작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서준의 반응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때 코앞에서 나를 향한 시선이 보였다.

이번에도 최서윤이 나를 빤히 바라 보고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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