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69화 (468/535)

알 수 없는 마력의 힘이 그를 밀 어내었다.

예상치 못한 힘에 길이 막히자 알 랭은 당황하며 한 발짝 물러섰다.

“……결계? 귀여운 생각을 했군.”

알랭은 피식 웃으며 창을 쥐었다.

제대로 된 결계를 구현하기 위해서 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시합이 시작된 지 겨우 4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급조된 결계가 분 명할 터.

“이 정도는 쉽게 부술 수 있지. 결 계 파괴가 내 전문인지라.”

알랭은 자세를 낮추고는 창끝의 작 은 점에 마력을 집중했다.

그리고 빠르게 앞으로 달려 결계를 향해 창을 찔렀다.

파아아앙!

하지만 그 강력한 공격에도 결계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단단함에 알랭은 당황 하며 뒤로 물러섰다.

“......음?”

그리고 모두의 시선이 알랭을 향했다. 알랭은 민망함을 느끼며 헛기침 했다.

“흠흠. 손에 땀이 차서 잠깐 실수 했군.”

그는 손의 땀을 닦아내고는 다시 창끝에 마력을 집중했다.

그의 창끝이 빛나고, 전보다 많은 마력이 담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절대 실수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전력을 다한 찌르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콰아앙!

결계는 여전히 꿈적도 하지 않았 다.

오히려 공격 실패의 여파로 창을 쥔 그의 두 손이 찡하게 울리며 고

통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른 흑견의 멤버들도 당황 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방금 보았던 찌르기에는 알랭의 전 력이 담겨 있단 것을 알고 있었으니 까.

“……뭐야. 저 결계.”

이후 심상치 않음을 느낀 흑견의 다른 멤버들도 돌아가면서 결계를 향해 마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계속된 공격에도 결계는 꿈 적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약 10분의 시간이 흐르고.

혹견의 멤버들은 당황한 얼굴로 결 계를 바라봤다.

“……꿈쩍도 안 하는뎁쇼?”

“뭐지?”

이곳에 있는 모두가 S등급, 혹은 S 등급에 가까운 자들이었다.

이 정도의 공격을 했으면 충격이 누적되어 무언가 변화라도 보여야 정상일 터.

하지만 결계는 처음 그대로의 형태 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지켜보던 다비트가 혼 잣말하듯 말했다.

“……일반적인 결계가 아니군.”

그는 턱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보아하니 물리적인 간섭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계된 결계인 것 같 다.”

“……물리적 간섭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요? 그런 결계가 존재합니 까?”

모두가 놀란 표정이 되었다.

여기 모두가 보조계 마법사는 아니 었지만 어느 정도의 술식 이해력을 지니고 있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이런 결계는 처음 본다. 그 것도 놀라운데 이런 결계를 단 4시 간 만에 구현했다니.”

그러면서 결계 너머 여유로운 모습 으로 서 있는 유령에게 시선을 돌렸 다.

“……가면 속에 숨은 정체가 더더 욱 궁금해지는군.”

그러고선 다비트가 앞으로 나섰다.

“내가 풀어내겠다. 결계 자체는 완 벽에 가깝지만 어디까지나 급조된 결계. 시간만 주면 풀어낼 수 있다.”

같은 시각, 위저드 게임의 관중석 에서는 수군거리는 소리가 끊이질 알고 있었다.

경기를 중계하는 전광판은 어느덧 16충을 집중 조명하고 있었고, 그 안에는 흑견의 팀장 다비트가 결계 를 해체하는 모습이 보였다.

—와…… 저거 무슨 결계지? 어떻 게 4시간 만에 저런 결계를 만드 냐?

—그러게. 확실히 소문처럼 거품은 아니네.

이서준은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목 소리를 들으며 화면을 올려보았다.

현재 상황은 8()1에게 아주 유리하 게 흘러가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층을 정복하던 혹견은 16층의 결계에 막혀 발이 완전히 묶였고, 8()1은 어느덧 15층을 넘어 12층 공략을 시도하고 있었다.

“유령, 저 사람 정체가 뭘까?”

그때 이서준의 옆에서 유아라가 혼

잣말하듯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모두가 깊은 생 각에 잠겼다.

“저 정도 능력이면 엄청 유명한 마 법사겠지. 가면을 쓴 건 자신의 유 명세를 숨기기 위해서고.”

신영준이 대답하자 이서준도 고개 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 보이는 유령의 능력은 일반적인 보조계 마법사라 볼 수 없 었다.

아마 보조계열에서도 상당한 이름 을 날린 마법사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때의 위화감은.’

이서준은 혼자 생각했다.

유령을 가까이에서 만났을 때 느꼈 던 위화감.

그 느낌은 마치 자신이 잘 아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다.

물론 단순한 기분 탓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유령은 보조계를 주특기로 사용하 며, 소문에 의하면 부특기조차 검을 사용하는 강화계 마법사였기 때문이 다.

자신이 아는 ‘그 사람’과는 완전히 상반된 스타일이다.

‘……애초에 이 세상에 없는 사람 이기도 하고.’

이서준은 씁쓸함을 느끼며 경기 화 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최서윤과 윤하영 역시 이서 준과 같은 기분을 느끼며 화면을 바 라보고 있었다.

그들 역시 유령에게서 아주 미세하 지만 그 사람과 비슷한 분위기를 느 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만, 저 유령의 정체가 내심 그 사람 이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그의 전투를 보며 그

생각이 완전히 무너졌다.

작은 희망이 짓밟힌 기분이었다.

어느덧 화면 속의 다비트는 빠르게 결계의 술식을 해체하고 있었다.

꽤 복잡한 술식이었지만 다비트 역 시 술식에 뛰어난 이해력을 지니고 있었고, 또 4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에 만든 술식이었기에 느리지만 조 금씩 결계가 흔들리는 게 보였다.

이것으로 이번 시합의 운명이 정해 졌다.

저 결계를 해체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갈리게 될 것이다.

만약 16층이 뚫리게 된다면, 흑견

은 순식간에 8()1이 비워둔 12층까 지 정복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1 등은 혹견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어? 풀린다!”

위저드 게임 3차 본선, ‘탑 따먹기’ 가 진행되는 16층.

다비트가 결계 해체를 시도한 지 4시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입구를 가로막던 결계, ‘경계의 문’이 서서 히 형태를 잃으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조금

놀랐다.

급조해서 만든 결계라고는 하나 정 말로 녀석이 결계를 해체해버릴 줄 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발현계 마법사로 알고 있는데, 술 식 이해력이 상당한가 보네.

물론 4시간이나 걸리기는 했지만.

[당신의 술식이 파훼 되었습니다.]

[실패로 작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술식 이해력(S)의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실패의 깨달음’ 업적을 달성합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드디어……

내 앞의 ‘흑견’의 멤버들은 감격과 분노가 섞인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 다.

4시간이나 결계 앞에서 꼼짝도 못 하고 있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 응이 었다.

나 같아도 농락당했다는 생각에 화

가 날 거 같긴 하거든.

“보아하니 동료들도 없는 거 같고. 귀찮은 방법으로 시간을 잘 끌었지만 네놈도 여기까지다.”

알랭이 실내로 들어서며 내게 말했다.

그 후 그의 뒤에 있던 흑견의 멤 버들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확실히 S등급 마법사들이 동시에 마력을 끌어올리니 나도 모르게 조 금은 움찔하게 된다.

2년이라는 세월 동안 성장했다 하 더라도 혼자서 저들을 동시에 상대 하는 건 무리였으니까.

달의 가호가 발동된 상태라면 또 모를까.

……뭐, 그래도 대세에는 지장이 없으니 크게 상관없긴 하지만.

스으으

그 순간 창을 쥔 알랭의 발끝에 강한 마력이 담겼다.

땅이 움푹 파이고, 심상치 않은 기 류가 공간에 흘렀다.

그렇게 녀석이 나를 향해 돌진하려 는 그때.

[3차 본선, ‘탑 따먹기’ 시합이 종 료되었습니다!]

“......응?”

공간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사회자 의 음성에 알랭의 마력이 서서히 흩 어 졌다.

8시간이 지나 시험이 종료된 것이 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듯 흑 견의 멤버들은 당황한 얼굴이 되었다.

“이게 무슨’

3차 시험이 끝난 뒤.

나를 포함한 동료들은 가상 탑에서 빠져나와 위저드 게임의 경기장으로 돌아왔다.

관중석에서는 시합에 통과한 사람 들을 축하하듯 커다란 함성이 들려 왔다.

시합이 시작하기 전만 해도 나의 실패를 바라던 관중들의 시선은 어

느새 기대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유령 대단하네.

—그러게. 혼자서 흑견을 틀어막아 버릴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수많은 사람이 당신에게 강한 기 대를 품습니다.]

[‘이미지 반전’ 업적을 달성합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나는 멍하니 관중석을 바라보다가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시합 중에 특별한 일은 없었어?”

“무난했어. 다들 생각보다 약하더 라고.”

엘린이 어깨를 으쓱이며 내게 말했다.

확실히 801 멤버들 하나하나가 상 당한 능력자들이었기에 당연한 결과 였다.

애초에 ‘혹견’을 제외하면 딱히 견 제할만한 팀이 없기도 했고.

[1 그룹의 시험 결과를 바로 공개하 겠습니다!]

동시에 하늘에 떠오른 전광판이 번 쩍 였다.

十1그룹 결과 안내+

[1 위 - 801 (총 7층 정복)]

[본선 4차 진출 팀 : 혹견, 정의의 검, 메두사, 적익, 레드 드래곤]

“역시 1등이네.”

전광판을 올려본 엘린이 만족스러 운 말투로 말했다.

나 역시 그것을 보며 깊은 만족감 을 느꼈다.

설계한 계획이 성공했을 때의 짜릿 함은 언제나 새롭기 때문이다.

[‘위저드 게임 본선 3차 1위’ 업적 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궁금한 게 생겼는데 꼭 1등을 해

야 할 필요가 있었어? 그 결계, 네 비장의 수 중 하나였던 거 같은데.”

엘린이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역시 같은 보조계를 주특기로 삼은 그녀답게 ‘경계의 문’이라는 결계가 가진 신비한 힘을 눈치챈 모양이다.

“딱히 비장의 수는 아니야. 그리고 이번 1등은 꽤 중요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뭐야. 그게 비장의 수가 아니 라고?”

엘린이 황당함에 찬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한 가지 더 물어봐도 돼?”

“뭔데?”

엘린은 주변의 는치를 살피곤 작게 말했다.

“너 주특기 발현계라며. 어떻게 2 년 사이에 보조계를 그 정도씩이나 다룰 수 있게 된 거야?”

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글쎄.”

확실히 나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다.

보조계 분야에서 내 성장 속도는 확실히 정상이 아니었으니까.

단순히 보조계에 대한 재능이 뛰어

나다고 하기에는 정도를 넘어섰다고 해야 할까.

한 가지 더 이상한 건 회귀 전에 도 보조계 마법을 익혀보려 시도했 었는데 그때는 이 정도의 습득 능력 이 없었다는 것이다.

무엇의 차이일까.

굳이 따져보자면 의심되는 것이 하 나 있기는 하다.

바로 ‘외부자의 혜택’이 가진 술식 해석 능력의 차이이다.

내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외부자의 혜택의

술식 해석 능력이 강화됐다는 느낌 을 받았다.

이것의 원인이 내 마법 능력의 상 승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 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쌓인 인과율에 비례해 외부자의 혜 택의 힘이 증폭되는 걸지도 모르고.

“갑자기 무슨 생각해?”

그때 엘린의 물음에 번득 정신을 차렸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고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3그룹의 시험을 끝으로 어느새 3 차 본선 시합이 모두 끝이 났다.

총 18개의 팀이 4차 본선에 진출 했으며 남은 42개의 팀은 별도의 추가 합격 없이 탈락해 집으로 돌아 가게 되었다.

2그룹에 속해있던 이서준의 팀, 루 키6은 최종 2등을 하게 됐다.

시작 지점을 잘못 잡기도 했고 10 대 길드인 투왕, 멸화의 검과 같은

그룹이 되어, 일명 ‘죽음의 조’에 속 해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아직 신인인 그들이 그런 괴 물들 사이에서 2등을 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본선 4차는 5일 뒤였기에 우리는 호텔에서 편안한 휴식을 하고 있었다.

인지도가 없는 구미호와 한지원은 가면을 벗고-어차피 못 알아보기에 - 근처의 유명 레스토랑으로 떠났 고, 엘린과 렌은 호텔 지하에 위치 한 종합 훈련장으로 떠났다.

선화는 잘 모르겠다.

마인회와 관련하여 하령과 잠깐 이 야기를 나누고 온다던데.

[801 의 리더, ‘유령’의 정체에 대한 의혹 증폭…… 누구일까?]

[흑견의 발을 묶은 유령의 결계, 술식의 신비로움에 대해.]

그리고 나는 아무도 없는 호텔 침 대에 누워 인터넷 기사들을 확인하 고 있었다.

예상대로 8()1의 첫 공식 활동 데

뷔였기에 꽤 많은 기사가 쌓여 있었다.

나의 정체에 대한 추측은 물론이 고, 다른 멤버들의 정체에 관한 추 리 기사도 상당히 많았다.

[801…… 10대 길드 못지않은 뛰 어난 활약으로 ‘탑 따먹기’에서 1등. ‘떠오르는 우승 후보’]

“확실히 이런 큼지막한 이벤트가 좋기는 하네.”

이것저것 일을 벌였더니 하루 만에 3만 포인트를 획득했다.

업적도 좋지만 역시 사람들의 관심 을 받는 판이 포인트를 모으기가 쉽 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된다.

이 포인트들은 아껴두었다가 진천 우의 부활과 깊은 연관이 있는 ‘해 상 열차’ 에피소드 전에 사용할 예 정이다.

그때.

우우웅…….

스마트 폰에서 전화 알람이 울렸 다.

나는 멍하니 폰에 떠오른 이름을 바라보다가 통화를 눌렀다.

“네, 여보세요?”

[아, 진…… 아니 선우 씨. 죄송해 요. 입에 붙어서 계속 실수하네요. 벌써 몇 달이나 지났는데…….]

상대는 다름 아닌 한세연이었다.

한성가의 가주에 오른 이후, 매일 이 바빠 낮에는 연락이 힘들었는데 웬일로 먼저 연락을 줬다.

나는 곧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넓은

창가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세인트파 크의 화려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 다.

“괜찮습니다. 편하신 대로 불러도 상관없어요.”

[아뇨. 저는 진짜 이름으로 부르고 싶어서요. 선 우 씨.]

왠지 모르게 신념이 느껴지는 대답 이다.

잠시 할 말을 잃었다가 물었다.

“근데 웬일이세요? 바쁘실 텐데.”

[이번 위저드 게임 활약상에 대해 축하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은 것도 있고…… 또 저번에 이야기해주셨던 일에 대해 말씀드릴 것도 있어서 요.]

저번에 이야기했던 일이라면…….

“혹시 성배 제작 말씀하시는 겁니 까?”

[네. 맞아요.]

나는 과거 한세연에게 기적을 일으 키는 성유물, ‘성배’를 제작하려 한다는 것을 알려주었었다.

다른 사람에게 말 못 한 비밀을 공유한 이유는 그녀가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내 모든 것을 터놓을 수 있는 상대였기 때문이다.

[저 나름대로 조사를 해 봤어요.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성배의 제 작 설계도라는 게 존재해요.]

성배의 제작 설계도.

‘성배’에 관한 건 원작에서도 자운 의 시점에서 진행된 만큼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다.

뭐, 신비를 제작해야 하는 상황이 었으니 설계도가 필요한 건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설계도라…… 그럼 혹시 어디에 있는지도 알아내셨나요?”

[……으음.]

한세연이 잠시 말끝을 흐렸다.

무언가 말하기 곤란한 듯한 뉘앙스 에 나는 의문을 느꼈다.

[설계도는 실체 하지 않아요.]

“실체 하지 않는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지?

[쉽게 말해서, 언어나 이미지로 표 현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서 지식의 형태로만 존재한다고 해요.]

“아.”

나는 단번에 그녀의 말을 이해했다.

수많은 신비를 만나오고, 술식을 연구하면서 인간의 언어로는 쉽게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지식은 신비를 통해 얻 어야 해요.]

결국 해답은 또 신비에게 있는 건 가.

하아.

짧은 한숨이 나왔다.

신비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 러 그들에게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막대한 대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이 귀찮아지는데.

“일단 알겠습니다. 항상 도와주셔 서 감사해요. 바쁘실 텐데 항상 미 안하네요.”

[아니에요. 선우 씨를 돕는 건 성 배에 대해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도 했고 또…….]

한세연이 수상하게 말끝을 흐렸다.

그녀답지 않은 모습에 내가 물었다.

“궁금하기도 했고?”

[다른 사심도 있거든요. 거대한 계 획을 위한 큰 그림이라고 해야 할까 요?]

뜬금없는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거대한 계획을 위한 큰 그림이라

고?

[한성가의 피가 흐르는 사람들은 갖고 싶은 게 생기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손에 넣어요. 선우 씨도 알죠? 저 엄청난 욕심쟁 이인 거.]

잘 알고 있다.

한성가의 피에 흐르는 강한 ‘탐욕’.

이들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원하는 게 생기면 범죄를 저질러서라도 반 드시 손에 넣는다.

한성가가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도 바로 이러한 탐욕 덕분이고.

[정말 갖고 싶은 게 생겼는데 한번 노력해보려고요. 아, 그렇다고 성배 를 갖고 싶다는 건 아니니까 오해는 하지 마요?]

그게 무슨.”

[저 이만 일 때문에 끊어야 할 것 같아요. 새로운 방법을 찾게 되면 다시 연락드릴게요.]

이후 그녀는 순식간에 전화를 끊었다.

갑작스러우면서 이해되지 않은 그 녀의 행동에 나는 잠시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뭐지?”

그때 스마트 폰에서 메시지 알람이 울렸다.

[내일 저녁 7시, 본선 4차 합격자 들을 위한 작은 파티가 있습니다. 4 차 시합의 룰도 함께 공지할 예정이

니 모두 참가해주시길 바랍니다.]

저녁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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