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67화 (466/535)

그때 박인환의 뒤, 보이지 않는 어 둠 속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인환은 몸을 움찔하며 행동을 멈 추었다. 그답지 않은 겁에 질린 얼 굴이었다.

뚜벅 뚜벅…….

이내 어둠 속에서 두 사내가 모습 을 드러냈다.

두 사람 모두 검은 옷을 걸치고 있었다.

박인환은 마법을 거두곤 그들에게 작게 고개를 숙였다.

“다비트 님.”

다비트?

이서준은 순간 놀랐다.

잘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황색 광견’이라는 이명을 가진 네 임드 마법사이자, 세계 10대 길드 중 하나인 흑견의 부마스터였으니 까.

그리고 이서준은 박인환의 옷에 그 려진 검은 개의 문양을 발견했다.

왜 이곳에 있나 싶었는데 흑견 소

속의 마법사로 위저드 게임에 참가 한 것이었다.

“박인환. 이게 무슨 소란이지?”

“……죄송합니다. 잠시 옛 동창을 만나서 인사를 나눴습니다.”

“동창?”

다비트가 이서준에게 시선을 돌렸 다. 이내 그의 두 눈에 깊은 흥미가 떠올랐다.

“호오. 이서준인가? 오늘 경기는 잘 봤다. 소문대로 압도적인 재능을 가졌더군.”

“음?”

그때 다비트의 옆에 선 한 남성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거 설마 유령인가?”

“알랭. 그게 무슨 말이지?”

알랭이라는 불린 사내를 따라 다비 트가 유령에게 시선을 돌렸다.

“최근 유명세를 펼치는 8()1은 알 고 계신지요?”

“물론 알고 있다.”

“저자는 8()1의 수장으로 유령이라 는 이명을 가진 자입니다.”

“최근 그런 이명을 가진 자가 있다

고 듣긴 했었는데. 그게 8()1의 수장 이었군.”

다비트가 유령을 바라보며 피식 미 소를 지었다.

“그런데 소문과 달리 별거 없어 보 이는데?”

조롱이 담긴 무례한 말이었지만 유 령은 그 어떤 반웅도 보이지 않았 다.

그저 가만히 이 상황을 지켜볼 뿐.

“박인환.”

“네. 다비트 님.”

“네 팔. 혹시 저 유령이라는 자가

한 짓이냐?”

박인환의 팔은 어느덧 붉게 부어올 라 있었다.

유령의 악력에 근육이 파열된 것이 었다.

그는 팔의 욱신거림을 느끼다가 고 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알랭. 이건 저 유령이라는 자가 우리 흑견에 선전포고한 것으로 받 아들여도 되는 건가?”

알랭이라 불리는 남성은 고개를 끄 덕이곤 낮게 웃었다.

“물론입니다. 유령의 처분은 저에 게 맡겨주시지요……

알랭은 마력을 끌어올리며 앞으로 걸어왔다.

옷 속에 숨어있던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그는 등 뒤에서 긴 장창을 손에 쥐었다.

동시에 공간 안에 강한 마력의 기 운이 무겁게 내리 앉았다. 상당한 실력을 가진 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신생 길드 주제에 겁도 없이 혹견 을 공격하다니.”

그렇게 알랭이 발끝에 마력을 집중

해 달려 나가려던 그 순간.

바닥에서 마법진이 구현되더니 푸 른 빛의 사슬이 그의 한쪽 다리를 잡아끌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알랭은 순식 간에 몸의 균형을 잃고는 바닥에 엎 어져 버렸다.

“......악!”

털썩. 알랭의 얼굴이 땅바닥에 파 묻혔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다비트는 놀란 눈으로 알랭을 내려보았다.

“뭐지?”

자신도 눈치채기 힘들 만큼 빠른 속도의 속박 마법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보조계 마법사를 만나왔지만 눈앞의 상대는 그중에서 도 손꼽히는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단한 술식 구현 능력이군. 헛소문은 아니라는 건가?”

다비트는 흥미, 경계, 놀라움. 등 다양한 감정이 담긴 눈으로 유령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알랭. 당장 일어나라.”

“넵!”

알랭이 헐레벌떡 일어섰다.

얼굴이 바닥에 세게 찧어졌는지 코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구경꾼이 몰려오고 있다. 흑견의 이름에 그만 먹칠하고 돌아가자.”

알랭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말대로 소란을 느낀 사람들이 모여 들고 있었다.

다비트는 유령에게 다시 시선을 돌 리곤 말했다.

“이 빚은 위저드 게임 본선에서 갚 도록 하지.”

이후 흑견은 발걸음을 옮기며 사라

졌다.

그들이 사라지자 바닥에 쓰러져 있 던 사람이 유령에게 말했다.

“……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령은 말없이 바닥에 쓰러진 사람 을 내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뒤 그 역시 어디론가 사라졌다.

모두가 사라지고 이서준 일행만이 그 자리에 남았다.

“와…… 기 싸움 장난 아니네.”

신영준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야야. 아까 유령. 황색 광견한테

안 밀리는 거 봤냐?”

이서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방금 보았던 유령의 모습은 상상 이상이긴 했다.

마법사들 사이에서 그의 정체에 대 한 추측과 능력에 대해 많은 이야기 가 오갔지만 두 눈으로 직접 본 그 의 능력은 소문 이상이었다.

고속 술식 구현에 성공했다는 건 S등급 이상의 보조계 마법사라는 증 거였으니까.

그때 이서준은 입을 다물고 있는 옆자리를 돌아보았다.

최서윤과 윤하영이 입을 다문 채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너네 무슨 생각해?”

“으응?”

윤하영이 화들짝 놀랐다.

“아, 아니야. 그냥 갑자기 옛날 생 각이 나서.”

이서준은 그 말을 이해했다. 그들 역시 방금 유령을 보고 자신과 비슷 한 감정을 느낀 듯했다.

이서준은 입을 다물고는 이번에는 최서윤에게 시선을 돌렸다.

최서윤은 그런 그의 시선을 마주하

곤 작게 웃었다.

“이만 돌아가죠.”

자정이 되어서 호텔로 돌아왔다.

문이 열리자 깊은 어둠과 함께 새 근대는 작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구미호와 엘렌, 한지원, 렌은 이미 잠든 모양이다.

그 평화로운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 자 구석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오셨습니까?”

목소리의 주인은 선화였다.

마인도 수면을 하기는 하지만 보통 ‘피’를 통해 피로를 회복하기에 인 간에 비하면 적게 잔다.

듣기로는 하루 3시간 정도면 충분 하다던데.

“별일 없었어?”

“네,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의 내부 를 둘러보았다. 테이블 위에 어질러 진 음식들이 쌓여 있었다.

룸서비스를 이용해 안에서 식사한

모양인데 이것들이 먹고 치우지도 않았다.

어우. 냄새. 아침에 한마디 해야지.

“왕이시여.”

음식 뒤처리를 하려는데 선화가 나 지막이 나를 불렀다.

“왜?”

“밖의 소란을 들었습니다. 잠깐의

충돌이 있었더군요.”

“뭐, 어쩌다 그렇게 됐네.”

나는 당시의 일을 떠올렸다.

박인환과 이번 에피소드의 ‘빌런’ 포지션을 하고 있는 흑견.

그리고 이서준을 포함한 주요 등장 인물들…….

그 짧은 시간 동안 ‘위저드 게임’ 에피소드의 주요 세력들이 한자리에 모였었다.

물론 그들 외에도 ‘투왕’이라던가 유력한 우승 후보 길드도 몇 있긴 하지만.

“……그 아이들에게는 계속 숨기실 생각입니까?”

선화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언제까지 숨길 거냐라.

나도 잘 모르겠다. 언제까지 이렇

게 지내야 하는 것인지.

순간 반가움에 밝히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지만 나에게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당장 이번 위저드 게임이 지나가면 진천우의 부활과 깊게 연관된 해상 열차와 죽음의 섬 에피소드가 시작 되니까.

……그때까지만. 그때까지만 참으 면 된다.

“언젠간 밝혀야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

일주일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동안 있었던 일을 요약하자면 위 저드 게임에 참가하는 길드 명단과 특무팀 특급 신인들의 합류가 입소 문을 타면서 대중들의 엄청난 관심 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그 여파로 단순한 마법사들 만을 위한 작은 축제였던 위저드 게 임이,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 게 된 것이다.

[루키6, 이서준의 뛰어난 활약으로 본선 1차 만점 독주.]

[밝혀진 특별 참가자 명단에 관심 급증……투왕, 흑견, 801 참가.]

[이서준, 본선 2차에서도 완벽한 성적으로 독주…….]

[세인트 파크 관광객 급증. 소문의 중심, 801의 첫 공개 활동에 기대 감]

그리고 3차 시험이 치러지는 위저 드 게임의 경기장.

나는 팀 대기실에서 스마트 폰으로 기사를 읽고 있었다.

[댓글]

[이서준 진짜 어마어마하네 거거 22살 맞냐? 추천 : 8012 비추천 : 25]

i-[본선 2차까지는 허수임. 3차부 터가 진짜인데 적당히 빨아라 공감 : 233 비추천 : 211]

丄[김선우가 없으니 이서준이 왕처 럼 군림하네… 추천 : 522 비추천 : 726]

[이번에 801 거품 좀 빼자거그 거 가면 컨셉질 역함. 추천 : 4416 비 추천 : 116]

i-[털리는 거 기대중킈커긔오늘 3 차 본선 참가한다던데긔 추천 : 687 비추천 : 95]

“뭘 그렇게 봐?”

그렇게 멍하니 기사를 읽고 있는데 엘린이 옆으로 다가오더니 화면을 슬쩍 보았다.

“기사? 어우. 그런 거 왜 보냐? 저 번에 보니까 악플 밖에 없던데.”

엘린이 혀를 쯧쯧 차자 나는 피식 웃었다.

“나는 크게 신경 안 써.”

이런 관심도 나에게는 도움이 되거 든.

오히려 환영이라고 해야 할까.

[수많은 사람이 당신의 실패를 기 원하고 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미래에 작은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인과율이 0.5 상승합니다.]

이렇게 말이지.

“어쨌든 우리가 실패하길 바라는 애들이 많긴 하더라. 어떤 댓글은 ‘가면 컨셉 비호감’이게 추천 만 개 를 받았다니까?”

엘린이 눈올 찌푸리며 말하자 한지 원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거 절반은 길드 댓글 알바에요. 신경 쓰지 마요.”

“길드가 댓글 알바도 써?”

“길드 평판도 등급에 꽤 중요한 요 소니까요. 새싹이 커지기 전에 밟아 누르려는 거죠.”

“뭐, 어찌 됐든 기분이 나쁜 건 마 찬가지야. 우리가 과소평가 되는 건 사실이니까.”

엘린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 다.

그때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 다.

[이제 곧 3차 본선이 시작됩니다.]

[본선에 참가하는 모든 팀은 입장 해주시길 바랍니다.]

우우우웅‘

어디선가 땅의 울림이 느껴졌다. 동시에 외부에서 거대한 함성 같은 것이 들려왔다.

엘린은 가만히 그 함성을 듣더니 내게 말했다.

“그럼 화려하게 데뷔전을 치르러 가보자고.”

와아아아아!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자 땅이 울리 듯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주변을 둘러보자 원형의 관중석에 서 수많은 사람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엄청 몰려왔네. 위저드 게임이 원래 이 정도로 인기 있지는 않은데……

뜨거운 열기에 내 뒤에서 엘린이

멍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내 그녀는 내 등을 톡톡 건들더 니 말했다.

“야. 나 갑자기 긴장되는데 어떡 해? 이번에 10대 길드들도 참가한다며?”

나는 피식 웃었다.

대기실에서는 그렇게 자신감 넘치 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와서 저러 네.

“편하게 생각해. 여기서 우리가 제 일 강하니까.”

자신감을 얻으라는 의미에서 한 말 이었지만 그녀는 그 말이 진심으로

들린 듯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리가 제일 강하다라……

이내 엘린이 작게 웃었다.

“뭐, 그렇긴 하지. 온갖 괴물들을 모아놨으니까.”

그렇게 한 명의 긴장을 풀어주자 이번에는 옆에서 앓는 소리가 들려 왔다.

“어쩌다 인간들의 구경거리 신세가 되었는가…… 이 목에 걸린 족쇄만 아니었다면…… 큭.”

목소리의 주인은 구미호였다.

대기실 때부터 계속 한숨을 푹푹

내쉬며 ‘하기 싫다. 하기 싫다.’를 연발하더니 시작도 전에 의욕이 꺾 여 있다.

“조금만 참아. 2주만 고생하면 되 니까.”

“네 명령이라 어쩔 수 없이 따르고 있지만 나는 달을 수호하는 고귀한 요괴. 이번 일은 나에게는 너무나도 굴욕적이다……

어휴. 저 징징이. 끝이 없구만.

“이번 일 끝나면 3개월 정도 푹 쉬게 해줄게.”

어차피 이번 일이 끝나면 [해상 열 차] 에피소드까지 약 1년가량 시간

이 생길 예정이다.

3개월 정도의 휴가는 충분히 줄 수 있었다.

“그게 정말이냐?”

구미호가 휙 나를 돌아보았다.

가면이 씌어져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특유의 동그랗게 뜬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어. 그니까 열심히 해. 마수인 거 안 들키게 조심하고.”

그렇게 말하며 슬쩍 선화에게 시선 을 돌렸다. 이 말은 마인인 그녀에 게도 하는 말이었다.

마인이라고 마기만 사용할 수 있는 건 또 아니거든.

물론 ‘마나’를 사용하면 본 힘의 60% 정도밖에 낼 수 없겠지만.

뭐, 그녀라면 알아서 잘할 테니까 크게 걱정은 없다.

[위저드 게임 3차 본선을 위해 총 60팀이 모였습니다! 이 중에는 게임 의 초대를 받은 13개의 특별 참가 팀이 포함되었습니다!]

지정된 자리에 서자 사회자의 목소

리가 들려왔다.

그의 말대로 본선 3차 시험은 나 와 같이 주최측의 초대를 받은 ‘특 별 참가팀’이 합류한다.

‘투왕’을 시작으로 ‘혹견’, ‘멸화의 검’과 같은 10대 길드부터 그 외에 도 뛰어난 여력을 지닌 대형 길드까 지.

모두 경쟁 상대가 되었다는 뜻이 다.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미 신경전이 시작된 듯 각 팀은 서로를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를 향한 시선도 상당히 많다.

우선 노골적으로 적의를 보이고 있 는 혹견 길드.

그중 박인환은 특유의 비열함이 담 긴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다비트 역시 나를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바 라보고 있었고.

나는 그들의 시선을 가볍게 무시하 곤 다시 주변을 둘러봤다.

—와. 이서준이다.

—유아라, 최서윤, 릴리 로즈

이야. 저 팀은 무슨 혼성 아이돌 그 룹 같네.

-큭.큭. 그러게.

그때 가까운 관중석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이서준이 여기 어딘가 에 있을 텐데.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자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이서준을 발견했다.

이서준은 이미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선 최서윤 역시 무언가 생각이 잠긴 눈으로 나를 바 라보고 있었다.

가만히 그 시선을 마주하다가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어 시선을 피했다.

[자! 그럼 지금부터 3차 시험의 진 행 방식을 설명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관중석에서 다시 작 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번 시험부터 ‘특별 참가팀’을 포

함해 총 60팀이 참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번 시험을 통해 총 42팀 이 탈락하게 됩니다.]

“......42팀?”

절반 이상이 되는 인원이 대거 탈 락한다는 말에 여기저기서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험은 20팀씩 3그룹을 나누어서 진행됩니다. 그리고 각 그룹당 상위 6팀이 4차 시험에 진출할 권한을 얻게 됩니다.]

“20팀 중 6위라. 너무 쉬운데요?”

한지원이 피식 웃으며 내게 말했다.

자신감에 찬 모습은 마음에 들지만 너무 자만하는 건 아닌가 조금 걱정 도 든다.

[그럼 3차 시험의 룰을 설명하겠습니다. 3차 시험의 이름은 ‘탑 따먹 기’입니다!]

—……탑 따먹기?

—그게 뭐지? 땅따먹기 같은 건

가?

관중석에서 의문에 찬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각 팀은 20층으로 이루어진 가상 의 탑에 입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입장 순서대로 원하는 층의 주인이 될 권한을 얻습니다.]

사회자의 설명이 이어지자 이해하 지 못한 엘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원하는 층의 주인?”

[각 층에는 층의 주인을 상징하는 특수한 보석이 있습니다. 다른 층에 침투해 보석에 마력을 주입하면 그 층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 게 8시간 동안 가장 많은 층을 확 보한 상위 6개의 팀에게 4차 시험 의 진출권이 주어집니다.]

“아. 이해했다. 그럼 맨 아래층이나 맨 위층으로 시작하는 게 유리하겠 네.”

엘린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 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맨 위층이나 맨 아래층을 배정받는 것이 가장 안 정적으로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방 법은 맞다.

다른 층과 달리 한 곳에만 힘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정적인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각 그룹에서 1위를 달성한 팀에게 는 특별한 상품이 주어집니다.]

바로 1등 시 주어지는 특별한 상

품때문이다.

만약 1등을 노린다면 안정적인 방 법보다는 빠른 확장을 위한 도박수 를 던지는 게 더 가능성이 높을 수 도 있다.

물론 그만큼 위험성이 따라오는 방 법이지만.

[참고로 1등 상품은 4차 시험에 주 어질 작은 혜택입니다. 이 상품에 대한 정보는 4차 시험 때 공개됩니다.]

상품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지

않자 아쉬운 반응이 터져 나왔다.

[자세한 룰은 탑 안에서 확인해주 시길 바랍니다. 그럼. 지금부터 3개 의 그룹 명단을 공개하겠습니다!]

번쩍!

하늘 위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전광 판에 불이 들어왔다.

이내 3개로 나누어진 60개의 팀 명단이 떠올랐다.

우리는 멍하니 그것을 올려보았다.

“우리는 1그룹이네요?”

한지원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명단을 계속 보았다.

우리는 1그룹에 배정되었다. 이서 준이 속한 루키6은 2그룹.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서로 다른 그룹이 되었다.

이후 나는 1그룹의 위험 요소가 될 만한 팀이 있나 찾아보았다.

[1 그룹]

801

혹견

“......흑견.”

10대 길드 중 하나이자 이번 위저 드 게임의 빌런이 될 혹견이 같은 그룹으로 배정되었다.

가능하다면 녀석들을 이번에 탈락 시키는 게 베스트겠지만, 상위 6팀 이 합격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자칫하다가 시간이 끌려 서로 멸망

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고개를 돌리자 혹견 역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만만한 표정. 나는 가만히 그 들의 시선을 마주하다가 고개를 돌 렸다.

[그럼 1그룹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포탈을 통해 탑에 입장해주시길 바 랍니다. 말씀드렸듯 입장 순서에 따 라 원하는 층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각 팀이 선 바닥에서 새하얀 빛과

함께 포탈 마법진이 떠올랐다.

아니, 완전한 포탈 마법진은 아니다.

미완성된 포탈 마법진이었다.

—……뭐야. 이러면 입장할 수가 없잖아.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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