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65화 (464/535)

그는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우리를 위협할 어떤 존재를.

그 정체가 무엇이길래 이토록…….

“……당장 모두에게 알려야 해.”

하지만 다른 동료들은 네 번째 일 지를 찾기 위해 아프리카 사막, 신 기루가 만들어낸 가상 세계로 떠났 다.

당연하겠지만 가상 세계에는 연락 이 불가능하다.

다른 동료들에게 알릴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었다.

“젠장!”

콰아앙!

진은 마력을 담아 주먹으로 벽을 내리쳤다.

한순간에 벽이 무너지고 그 작은 소란을 눈치챈 요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뭐지?

하지만 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에게 당했다 는 패배감, 소중한 동료를 잃었다는 슬픔과 분노.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섞여 괴로울 뿐이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반드시 찾아 죽여주마.”

진은 살벌한 목소리와 함께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

3주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 수많은 마법사의 관심을 받던 작은 축제, 위저드 게임의 개최 당일이 되었다.

이서준 일행은 올해 위저드 게임이 개최되는 지역인 지중해의 섬 중 하 나인 ‘세인트 파크’에 도착했다.

“우와.”

마법사의 관광지, 그리고 스포츠의 성지로 유명한 세인트 파크의 풍경 은 화려했다.

높게 솟아오른 수많은 고급 호텔

들. 그리고 하늘 위를 부유하고 있 는 종목별 수많은 경기장.

그 아래로 수많은 관광객이 미소를 지은 채 걸어 다니고 있었다.

“생각보다 엄청 넓네.”

“그러게.”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그때 어디 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저거 이서준 아니야?

—맞는 거 같은데. 옆에는 협회 신 성들이네.

—이번에 S등급 심사 때문에 참가

할 거라는 이야기가 들리긴 하던데 진짜였네.

들려오는 말에 신영준은 피식 웃으 며 이서준의 옆구리를 찔렀다.

“야야. 사람들이 너 얘기한다.”

“……신경 안 써.”

“그나저나 어디로 가야 해? 참가 신청부터 넣어야 하잖아.”

윤하영이 묻자 릴리가 어딘가를 손 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네.”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그녀의 손가

락 끝을 향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원형의 빌딩.

경기장과 호텔이 합쳐진 특이한 형 태로 잘 알려진 건물이다.

그리고 1층의 입구를 시작으로 엄 청나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고 있었다.

신영준은 그것을 보며 뜨악하는 표 정을 지었다.

“설마 저 사람들 전부 참가 신청자 들이야?”

“……어, 아마도? 관광객 줄은 뒤 쪽이니까.”

릴리조차 사람이 이 정도로 몰릴 줄은 예상 못 했는지 볼을 손가락으 로 매만졌다.

그때 어디선가 작은 소란이 일었다.

—야. 저기 투왕 길드다!

누군가의 외침에 줄을 선 사람들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

거대한 방패를 가로지르는 검의 문 양.

3대 길드 아래, 10대 길드 중 하나

로 불리는 ‘투왕’ 길드의 여섯 간부 가 길을 걷고 있었다.

—10 대 길드도 참가하는구나. 와…… 저 여성분은 빙혼검제인가?

—신인들 위주라더니 경쟁 장난 아 니겠네.

그들은 이내 건물의 다른 문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본 윤하영이 물었다.

“근데 저 사람들은 왜 줄 안 서는

거야? 같은 참가자 아니야?”

“우리는 신청자지만 저 사람들은 주최측에 정식 초대를 받았거든.”

릴리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이었다.

“참고로 초대를 받은 사람들은 참 가 시험은 물론 본선 3차까지도 자 동 패스야. 또 호텔 숙박 외에도 혜 택이 많다고 했는데 그건 잘 기억이 안 나네.”

위저드 게임은 기초 능력 테스트를 위한 간단한 선별 시험을 거친다.

이서준 일행은 ‘신청자’ 입장이었 기에 이러한 과정을 모두 거쳐야 한

시간이 흘러 줄이 줄어들고 이서준 일행의 차례가 되었다.

안내 직원에게 신분중을 확인시키 고는 참가 신청서를 작성했다.

여러 종목과 개인, 팀.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 많은 내용이 담겨 있 었다.

그들은 당연하게도 위저드 게임의 꽃인 팀전을 선택했다.

“신청서 확인했습니다.”

직원은 서류를 확인하고는 말했다.

“팀명 ‘루키6’. 맞으신가요?”

“네.”

이름은 별생각 없이 지었다.

릴리와 신영준이 ‘릴리 팬클럽’, ‘이서준의 로열패밀리’ 등 몇몇 팀 이름을 제안하긴 했으나, 하나같이 정상적인 이름이 아니었기에 전부 기각하고 ‘루키6’이라는 무난한 이 름을 선택했다.

참고로 뜻은 말 그대로 루키 6명 이라는 뜻이다.

“완료되었습니다. 팀 번호는 48번 입니다. 우측의 심사 대기실로 이동 해주시면 됩니다.”

일행들은 직원으로부터 [48번, 루

키6] 이라고 적힌 카드를 받았다.

복잡한 술식이 담겨 세인트 파크의 호텔, 상점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최 첨단 카드였다.

그렇게 심사 대기실로 이동하려는 그때.

또다시 어디선가 작은 소란이 들려 왔다.

이서준 일행은 자연스레 소란의 방 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야야. 저기 저 사람들.

—……801이네? 뭐야. 이번에 초대

장을 많이 뿌렸다고 듣기는 했는데. 8()1까지 올 줄은 몰랐네.

새하얀 후드를 뒤집어쓴 검은 가면 의 누군가가 길을 걷고 있었다.

그 뒤로, 마찬가지로 가면을 쓴 다 섯 인영이 따라 걷고 있었다.

—이야. 전부 가면 쓴 거 컨셉 뭐 냐? 근데 맨 앞이 유령 맞지?

—어어. 그리고 저기 맨 뒤에가 렌 인가보네.

이서준은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았 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자연스레 그들에게 시선이 끌렸다.

이서준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동료들 역시 8()1의 맨 앞에 선, ‘유령’에게 왠지 모를 이상한 기 분을 느꼈다.

그와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미세 하게 몸의 활력이 돈다고 해야 하 나?

하지만 워낙 변화가 미세해 아무도 이에 대해 눈치채지 못했다.

그때 이들의 시선을 눈치챈 듯 유 령이 이서준 일행을 향해 고개를 돌

렸다.

잠깐의 마주침.

가면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시선이 자신을 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내 유령은 고개를 돌리고는 다른 문을 통해 사라졌다.

“이렇게 만나보니 왜 유령이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네요. 코앞에 있 는데도 이런 존재감이라니.”

위저드 게임이 열리는 세인트 파크 호텔의 사무 공간.

내 맞은편에 앉은 주최 위원회, 유 수철이 신기하다는 눈으로 말했다.

이후 내 뒤에 선 동료들의 모습을 짧게 훑고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8()1이 어떻게 그 짧

은 시간 내에 그런 성장을 이뤄냈는 지도 알 것 같고요. 솔직히 말해서 조금 놀랐습니다.”

참고로 그의 진짜 신분은 세계 3 대 마법사 길드 중 하나인 ‘황금 사 자’의 부 마스터이다.

그는 위저드 게임에 초대받은 자들 과 짧은 면담을 가져 앞으로의 일 정. 그리고 위저드 게임의 진행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괜히 3대 길드의 부 마스 터가 아닌지 한눈에 우리의 강함을 어느 정도 눈치챈 것 같았다.

예상한 상황이기는 했다.

그가 [뛰어난 안목]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으 니까.

“어찌 됐든 초대에 응해주셔서 진 심으로 감사합니다. 원칙대로라면 ‘특별 참가자’분들의 신분을 따로 확인하지 않지만 가면 속의 얼굴이 매우 궁금해지네요. 혹시 실례가 되 지 않는다면……

“거절하겠습니다.”

내 단호한 말에 유수철이 허탈한 표정과 함께 작게 웃었다.

“알겠습니다. 초대에 응해주신 것 만으로도 감사드리니까요.”

그 말에 나는 가면 속으로 작게 웃었다.

감사한 건 오히려 내 쪽이었다.

만약 ‘신청자’ 입장에서 위저드 게 임에 참가해야 했으면 신분을 밝히 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귀찮 은 상황이 많았을 테니까.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주최측의 초 대를 받으신 분들, 즉 ‘특별 참가자’ 분들은 본선 3차 시합부터 참가하게 됩니다. 해당 경기의 정보는 알려드 릴 순 없지만 ‘신청자’ 분들에 비해 체력을 아낄 수 있어 편하실 겁니다.”

유수철은 테이블 위로 고급스러운 황금 문양이 그려진 검은색 카드 6 장을 내밀었다.

“이건 위저드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입니다.”

카드 겉면에는 8()1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블랙 카드. 특별 참가자라는 증표 입니다. 이 카드를 이용하여 호텔, 경기장 내부의 수많은 시설을 자유 롭게 이용하실 수 있으니 마음껏 이 용해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카드 5장을 엘린에게 넘겼다.

엘린은 카드를 받고는 동료들에게

하나씩 전달했다.

“전달사항은 여기까지입니다. 짧았 지만 소문의 유령님과 만나서 즐거 웠습니다.”

유수철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자 연스레 내게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손을 잡지 않았 다.

김진철과 같이 접촉자의 능력을 파 악하는 ‘마력 스캔’ 능력을 지녔다 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악수 대신 그에게 짧게 고개 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그럼 이만.”

우리는 그대로 방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방문 너머에서 허탈한 웃 음소리가 들려왔다.

위저드 게임이 진행되는 일명, ‘세 인트 호텔 경기장’은 꽤 복잡한 구 조로 되어있다.

기둥이 되는 고층 건물 하나에 여 러 종목의 경기장들이 덕지덕지 붙 어있는 구조다.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걷는 이

복도와 호텔이 나무의 기둥이라면, 경기장은 나뭇가지와 열매처럼 덕지 덕지 붙어있는 셈이다.

“하하하하. 푹신하구나!”

호텔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구미호 는 가면을 집어 던지곤 침대로 점프 했다.

이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새끼 여우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 모습을 본 엘린이 가면을 집어 던지며 말했다.

“아씨. 야! 구미호! 털 날리니까 그 모습으로 변신하지 말라고!”

“내게 명령하지 마라. 그리고 내

이름은 구미호가 아니라 타마모이니 라.”

“네 이름은 관심 없고. 콜록콜록! 아씨. 털! 가만히 좀 있어. 제발!”

“나는 이 모습이 편하니 네가 적웅 하거라. 인간은 적응의 생물이지 않 으냐? 깔깔깔.”

여우는 다시 웃으며 침대에 뒹굴었다. 엘린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씩 씩 얼굴을 붉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둘. 사이가 꽤 좋아졌다.

저 정도면 거의 불…… 아니, 절친

근처까지 온 게 아닐까?

그때 내 옆에 선 작은 체구의 남 성, 한지원이 가면을 벗고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재앙급 마수가 동료라니. 아 직도 믿기 힘들단 말이지.”

그 말에 나는 슬쩍 구석 의자에 앉아 휴식하는 선화를 슬쩍 바라보 았다.

사실 여기엔 재앙급 마수만 있는 게 아니고 마인도 있다.

거기다 소수 일족도 있고, 일인 전 승 마법사에, 확실히 개성 넘치는 조합이기는 하네.

“그나저나 호텔 진짜 호화롭네요.”

한지원이 혼잣말하듯 내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수많은 호텔을 다녀왔지 만 이 정도면 세 손가락 안에 들지 않을까 싶다.

개인실이 아닌 6인실을 배정받은 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걸 잊게 할만큼의 화려함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창밖으로 보이는 세인트 파크 의 풍경을 잠시 감상하다가 물었다.

“참가자 선별 경기가 몇 시지?”

“아, 그거 이미 시작했어요. 4시에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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