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64화 (46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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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계속되는 마법의 공격을 버텨내자 룬의 속박의 마력이 서서히 약해지 기 시작했다.

엄청난 마력 연비가 필요한 비전 마법답게, 사용자의 마력이 서서히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스카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방어하는 과정에서 자신 역시 마력 이 서서히 바닥을 보이며 위기의 순 간이 왔지만 결국 버텨냈다.

자신에게 기회가 생긴 것이다.

“흐아아아압!”

웅크리던 몸을 크게 켜자 룬의 속 박이 그대로 소멸되었다.

이후 발끝에 마력을 집중하고는 의 자에 앉은 후드의 사내를 향해 달려 갔다.

그리고 그의 코앞으로 달려가 주먹

을 내질렀다.

그 순간.

우우우웅!

후드의 괴인에게서 강렬한 마력의 기운이 퍼져 나왔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힘에 그의 몸 이 속박되며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스카의 두 눈이 크게 떨렸다.

자신의 육체를 속박한 이 마법은 ‘룬의 속박’이었으니까.

“……어, 어떻게?”

김선우의 죽음 이후 룬의 속박의

사용자는 엘린밖에 없을 텐데.

한 사람이 더 있었다고?

무릎을 꿇은 스카는 떨리는 눈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후드 속에 숨겨진 가면이 한눈에 들어오고, 가면에 숨은 그의 눈이 자신을 똑바로 웅시하고 있었다.

스카는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유령.”

왜 이제야 생각이 났을까.

녀석의 정체는 최근 이름을 날리는 신생 길드, 8()1의 길드 수장인 유령 이었다.

마법사 계에 갑작스레 등장한 뉴페 이스였기에 자운 역시 잠시 관심을 가졌던 자였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유령은 의자 에서 일어섰다.

이후 천천히 스카에게 걸어가 그의 귀에 걸린 통신 마도구를 떼어냈다.

룬의 속박이라는 마법을 사용하는 중에도 그의 움직임에는 여유가 흘 러넘 쳤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스카는 뒤늦게 깨달았다.

가면 속에 숨겨진 정체.

그리고 그의 목적.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스카는 유령을 올려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 살아있었구나.”

나는 가만히 스카를 내려보았다. 살아있었냐는 확신에 찬 물음. 녀석은 내가 ‘김선우’임올 순식간 에 눈치챘다. 하지만 크게 놀라거나 당황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룬의 속박’을 사용한 시점 부터 내 정체를 숨길 생각은 없었으 니까.

나는 녀석을 가만히 내려보다가 천

천히 후드와 가면을 벗었다.

내 얼굴이 드러나자 녀석의 눈이 다시 한번 작게 떨렸다.

그런 그의 반응을 살피며 나는 작 게 웃었다.

“오랜만이네. 몇 번 만나기는 했는 데 이렇게 대화하는 건 이번이 처음 인가?”

스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 가만히 나를 올려볼 뿐이었다.

조금 무식하기는 해도 언제나 용감 한 모습만 보이던 스카가 이렇게 신 중한 반응을 보이자 나는 조금 신기

함을 느꼈다.

“뭐, 이런 재회의 인사나 나누자고 널 데려온 건 아니니까 그렇게 쳐다 보지 않아도 돼.”

나는 녀석의 신체를 묶은 [룬의 속 박]을 풀어냈다.

한순간에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녀 석은 저항하거나 도주하려는 움직임 을 보이지 않았다.

녀석도 알고 있는 것이다.

오랜 전투로 마력에 한계가 온 지 금, 나에게서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 다는 것을.

나는 그의 앞에 쭈그리고 앉아 눈

높이를 맞췄다.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해줬으면 좋 겠어.”

“……너 어떻게 살아있는 거냐? 분 명 균열 속에서 용의 마법을 정통으 로 맞았을 텐데.”

스카가 역으로 내게 물었다.

마치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한 듯한 물음에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뭐, 여러 가지 운이 좋았어. 우연 이 조금 겹쳤었거든.”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 었다.

물론 그 운을 끌어 올리기 위해 수많은 밑 작업을 하기는 했지만.

만족스러운 답은 아니었는지 스카 는 나를 노려보면서 질문을 이어갔 다.

“너 정체가 뭐야? 대체 무슨 이유 로 우리를 이렇게까지 방해하는 거 야?”

스카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그리고 그 질문에 순간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세 내 입가에 웃음기가 사라졌

……얘가 지금 뭐라는 거지?

나는 작은 마법 구체 하나를 구현 하여 녀석의 어깨에 방출했다.

파앙!

“......크윽!”

“개인의 욕망을 위해서 죄 없는 수 많은 사람을 죽여온 네가 할 소리 야?”

나는 깊은 혐오감을 느꼈다.

원작 속의 자운은 유쾌한 악당처럼 묘사되는 부분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이 녀석들은 답도 없는 쓰레기다.

당장 갈기갈기 찢어 죽여도 시원찮 을 녀석이라는 거다.

나는 ‘자연의 손아귀’를 이용하여 녀석의 목을 움켜쥐었다.

“네놈들이, 지금까지 무슨 짓을 저 질러 온 건지는 알고 있긴 하냐고.”

“……크흐, 크흐흐.”

숨통이 조이자 스카가 침을 질질 흘리며 웃었다.

그리고 뒤에서 이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던 엘린이 이를 악물었다.

피가 나올 정도로 꽉 쥔 주먹이, 그녀가 얼마나 분노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의 분노는 당연한 것이었다.

나 역시 어찌 보면 자운의 피해자 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녀가 당한 일에 비하면 비교할 수조차 없을 테 니까.

“질문에나 대답해. 네 동료는 어디 에 두고 왜 혼자 이곳을 온 거지?”

人、O O 으I

자연의 손아귀에 힘이 강해지자 스 카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갔다. 하지 만 녀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동료에 관한 그 어떤 정보도 홀리 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다른 사람의 목숨은 파리처럼 생 각하면서, 동료는 소중하다는 거 냐?”

“크윽, 큭. 크흐흐흐……

“대답해. 네 동료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지?”

자운의 행방. 나에게는 꽤 중요한

것이었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자운이 단체 로 활동하는 것이 원작의 흐름.

하지만 스카 혼자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성령의 눈물’보다 우선순위의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증 거였다.

나는 그것의 정체를 알아야 한다.

스카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쥐어 짜내듯 말했다.

“……그냥, 죽여. 등신아.”

오랜 시간 숨통이 조이자 스카의 눈이 서서히 뒤집혔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곧바로 자연의 손아귀를 풀어냈다.

한순간에 숨통이 트이자 스카는 크게 숨을 헐떡이며 허리를 숙였다.

“커헉...... 커헉......

“이렇게 쉽게 못 죽지.”

고작 죽음으로 죄를 씻기에는 녀석 은 너무나도 많은 죄를 지었다.

그렇게 녀석의 자결을 방지하려는 그때.

—……아아. 들려?

내 손에 들린 스카의 통신 마도구 에서 낯익은 음성이 들려왔다.

단번에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자운의 멤버 중 하나인 ‘진’.

마력 파동에 의해 마비되었던 통신 이 다시 연결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스 카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진! 조심一.”

나는 곧바로 음성 차단의 결계를 발동했다.

다행히 스카의 음성은 아주 짧은

일부분만이 전해졌다.

이후 마도구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 려왔다.

_……스카?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듯 진의 나 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대답하지 않은 채 가만히 마 도구를 내려보았다.

짧은 시간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 나갔다.

이걸어떻게 이용해야 할까.

스카의 목숨을 인질로 삼아 자운의 다른 멤버들을 끌어들여 볼까?

아니면 정보가 새어 나가는 걸 방 지하기 위해 통신을 끊어야 하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상대는 자운의 두뇌 역할을 맡고 있는 진.

어설픈 협박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김선우’가 살아있다는 단서만 남기게 되겠지.

그렇다면…….

그때 였다.

커억!

갑작스레 느껴지는 마력에 나는 고 개를 돌렸다.

내 발밑에서 스카가 피를 토하고 있었다.

“피의 맹세……

자신의 존재가 진천우. 혹은 자운 에게 큰 위협이 된다고 판단이 되면 피의 맹세가 발동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자운의 멤버 모두에게 걸려 있던 맹세 였다.

협회에서 그들의 체포에 성공했을 때도 그 어떤 정보조차 캐낼 수 없 던 이유기도 했다.

참고로 이건 각인된 자의 판단하에 발동된다.

스카는 현재 자신의 상황이, 자운 에게 큰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단 것이다.

그렇게 한참 피를 토하던 스카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며 목숨을 잃 었다.

[S급 빌런, ‘스카’가 당신의 영향으 로 자결했습니다.]

[인과율이 1 상승합니다.]

[표적과의 싸움에서 승리했습니다.]

[승전보의 효과로 근력이 5% 상숭 합니다.]

『자결 유도’ 업적을 달성합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잠시 긴 침묵이 이어졌다. 예상과

다르게 허무한 결말이었다.

원래 계획이었던 ‘자운의 멤버 처 치’에 성공했지만 기쁨은 없었다. 오히려 가슴 속의 답답함이 더 늘었다.

그리고 통신 마도구에서 다시 목소 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너.

아까와 달리 차분하고 침착해진 목 소리.

하지만 그 안에 깊은 ‘분노’의 감

정이 느껴졌다.

그의 동료인 스카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나는 통신 마도구에 마력을 주입해 파괴했다. 부서지는 마도구의 파편 이 바닥으로 툭툭 떨어졌다.

휘이잉.

어디선가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다.

무거운 침묵이 공간에 내려앉고, 나는 창 너머 런던의 야경을 잠시 감상하다가 나지막히 말했다.

“시체 수습하고, 철수하자.”

런던 어딘가에 위치한 작은 뒷골 목.

진은 굳은 얼굴로 통신 마도구를 떼어냈다.

방금 스카와의 연락이 완전히 끊어 졌다.

외부 충격에 의해 통신 마도구가 파괴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진은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에 이를 악물다가 조심스레 주변을 살폈다.

—이 근방 샅샅이 수색해!

마력의 파동에 런던의 길거리에는 수많은 협회 요원들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진은 숨어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마에 손을 얹으며 탄식했다.

“……어떻게 된 상황이지?”

계획이 실패했다.

스카의 행방은 알 수 없게 되었고, 심지어 계획을 알아내고 방해한 것 은 누구인지 유추할 수조차 없었다.

그야말로 완벽히 당했다.

“스카..

찰나의 시간, 통신 마도구 너머에 서 들려왔던 스카의 외침이 아직도 생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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