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61화 (460/535)

“왔네.”

먼저 내게 인사를 건넨 건 엘린이 었다.

뒤를 이어 나와 같이 검은 가면을

쓴 선화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고, 그다음으로는 여우 가면을 쓴 구미 호가 가면을 벗어 던지며 내게 다가 왔다.

“왔느냐?”

“가면 막 벗고 다니지 말라니까.”

“답답해서 어쩔 수 없다.”

8()1에는 나를 제외하고도 가면을 쓰는 멤버가 몇 있다.

바로 선화와 구미호다.

선화는 ‘마인’으로서 얼굴이 알려 져 있기 때문이고, 구미호는 ‘인외 의 존재’로 혹시 모를 거짓 신분이 들통나는 걸 방지하기 위해 가면을

쓰고 행동한다.

참고로 가면을 쓰는 멤버가 한 명 더 있는데 워낙 바쁜 사람이라 오늘 은 이곳에 없다.

“뭐 어떠냐? 이 안에 있는 사람들 은 모두 동료가 아니느냐?”

“맞습니다! 대장님도 슬슬 저에게 얼굴을 공개해 주시죠!”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 렸다.

20대로 보이는 키 작은 남성이 눈 을 반짝이며 나를 올려보고 있었다.

“안돼.”

남성의 이름은 ‘한지원’.

어릴 적부터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 아 한성가의 밑에서 전문적인 교육 을 받은 마법사였다.

주특기는 ‘소환계’이며 S등급의 마 법사이 다.

원작에서는 중반부 이후 한세연의 호위 중 하나로 등장하는데 한성가 를 향한 충성심이 검귀에 못지않은 인물로 묘사된다.

참고로 영입 당시 나를 크게 경계 하며 대련을 요청했었는데, 전투 시 작과 동시에 [반전의 가히로 소환 한 정령들을 한 번에 소멸시켰더니

그 뒤로 나를 잘 따르게 되었다.

“나 빼고 모두 대장 얼굴 알고 있 지 않습니까? 저에게도 정체를 알려 주십쇼!”

어찌 됐든 희귀한 소환계 마법사에 실력도 뛰어나지만, 녀석에게도 커 다란 단점이 하나 있다.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닐 게 뻔해 서 안 돼.”

바로 숨기는 걸 못 한다는 것.

그러니까 입도 무겁고 의리도 있는 데 선천적으로 거짓말을 할 때 행동 에서 티가 난다.

윤하영과 비슷하지만 얘는 한술 더

뜬다고 해야 하나.

그런 이유로 ‘마인’인 선화와 ‘재앙 급 마수’인 구미호의 정체를 녀석에 게도 숨기는 중이다.

뭐, 구미호가 하도 떠벌리고 다녀 서 한지원도 녀석이 둔갑한 마수라 는 걸 이미 아는 것 같지만.

“……쳇. 언젠간 꼭 알아내겠습니다. 아! 그리고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선물?”

한지원이 내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짜잔.”

새하얀 후드로 된 자켓이었다.

“뭐냐 이게?”

“옷입니다. 지금 입고 있는 칙칙한 검은 후드보다 나을 거 같아서요. 그리고 요즘 들려오는 대장님의 별 명 아시잖습니까.”

내 별명이라면…….

“유령?”

“네네. 유령이면 흰옷을 입어야죠. 지금 모습은 유령이 아니라 사신이 잖아요. 컨셉 지키라고요.”

황당한 주장에 잠시 할 말을 잃었

“됐다. 흰옷은 밤에 잘 보여서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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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무형의가 늘어나더니 그 대로 한지원의 손에 들린 후드를 집 어삼켰다.

우걱우걱 맛있게 먹는 걸 넘어서 게걸스럽게 해치우더니 이내 옷이 흰색의 의상으로 변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가 당황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당황한 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뭐야. 저 옷?”

“호오…… 재밌는 옷이구나.”

어느새 내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 와 신기하다는 눈으로 내 옷을 바라 보고 있었다.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 고는 무형의를 내려보았다.

무형의가 왜 멋대로 옷을 먹은 거 지.

그러고 보니 요즘 정신없어서 며칠 밥(?)을 못 먹이기는 했다.

아무래도 배고픔을 참지 못해서 저 지른 모양인데.

“우…… 우왓!”

그때 한지원이 눈을 빛내며 소리쳤 다.

“그 옷은 뭡니까?”

“……보다시피 특이한 옷이야.”

“와아. 자아가 있는 옷이라니. 근데 대장님. 확실히 흰옷이 더 잘 어울 리는 거 같습니다.”

녀석의 말에 나는 힐끔 벽에 걸린 거울을 바라보았다.

흠. 이쪽이 더 낫나?

그렇게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던 그때.

문밖에서 익숙한 인기척이 느껴졌 다. 그리고 잠시 후, 문이 열리더니 한세연이 안으로 들어섰다.

“앗! 가주님!”

한지원이 헐레벌떡 인사하자 한세 연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시 선을 돌렸다.

“어? 옷 갈아입으셨네요?”

“아, 네. 선물로 받아서 잠깐 입어 봤는데 다시 갈아입으一.”

“분위기가 환해졌네요. 그쪽이 더 세련돼 보이는 거 같아요.”

한세연의 말에 나는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이 더 낫다고 하니 당분간 이 대로 다녀야겠네.

“아 참. 801 앞으로 편지가 하나 왔어요.”

그녀가 내게 멋지게 포장된 봉투를 내밀었다.

[위저드 게임에 초대합니다.]

[801 길드 귀하]

나는 그 내용을 살피며 가볍게 미 소를 지었다.

마법사 협회 25층, ‘진천우 수사 팀’.

일주일의 휴가를 마친 이서준 일행 은 오랜만에 돌아온 한국 생활에 서 서히 적웅하고 있었다.

“으아아…… 따분하다……

소파에 누운 신영준이 멍하니 중얼 거렸다.

그 모습을 본 윤하영이 작게 미소 를 지으며 말했다.

“2년 넘게 남극에서 고생한 거 벌 써 잊었나 보네.”

“그러게. 남극에 있을 땐 좀 쉬고 싶었는데, 막상 일이 없으니 이것도 별로야.”

신영준이 크게 하품하며 대답했다.

유아라는 그런 신영준의 얼굴을 잠 시 바라보다가 말했다.

“일이 왜 없어. 할 게 태산인데.”

유아라가 테이블 위에 놓인 수많은 술식이 그려진 종이를 가리켰다.

신영준은 그것을 보고는 눈을 찌푸 렸다.

“으윽.

“그리고 이제 우리도 알게 되었잖 아. 세계의 이면을.”

“……뭐, 그렇긴 하지.”

유아라의 말에 신영준의 얼굴도 잠 시 심각해졌다.

남극 초대형 유적지에서 있었던 신 비와의 대화를 떠올린 것이다.

“선우도 김창현과 같은 회귀자였을 까‘?”

그때 윤하영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동시에 스마트 폰으로 ‘유령’의 사 진을 내려보던 최서윤이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유아라가 대답했다.

“미래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었으 니 그러지 않을까?”

“그런데 회귀자라고 해도 미래를 바꾸는 건 불가능하잖아. 난 솔직히 아직도 ‘혼돈’이 무엇인지 잘 모르 겠어.”

신영준이 중얼거렸다.

그때 윤하영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릴리. 얘는 어디 갔대?”

매일 시끄러운 존재감을 보이던 릴

리 로즈의 모습이 오늘은 보이지 않 았다.

갑작스러운 빈자리를 느끼던 이서 준이 대답했다.

“위저드 게임 알아보러 간 거 아니 야? 걔 그거에 꽂혀있었잖아.”

“상품이 뭔데 그래?”

윤하영이 묻자 신영준이 스마트 폰 을 켰다.

“어디 보자……

고민하듯 중얼거리던 신영준이 대 답했다.

“별거 없는 거 같은데? 각종 신비

에…… 그리고 아직 공개되지 않은 숨겨진 상품들이 있다네.”

그때 였다.

똑똑.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모두의 시선 이 그곳을 향했다.

“누구세요?”

이내 문 너머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철공방에서 왔습니다.

“……신철 공방?”

“야. 신철공방이면 네 검 제작한 곳 아니야? 너 장비 주문했냐?”

신영준의 물음에 이서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주문 안 했는데.”

이서준은 자신의 허리춤에 놓여진 소백천을 내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 섰다.

문을 열자 웃는 얼굴의 한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서준 님 맞으시죠?”

“……양태민님?”

남성은 다름 아닌 신철공방의 주 인, 양태민이었다.

양태민은 세계에서도 이름이 알려 질 정도의 거물.

그런 거물의 둥장에 이서준은 잠시 당황했다.

“여긴 무슨 일로?”

“축하합니다. 저희 신철 공방에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는데, 이서 준 회원님이 당첨되었습니다.”

“......네?”

특별 이벤트 당첨이라니. 이게 무 슨 뜬금없는 소리지?

“자. 받아주시죠.”

양태민은 곧 이서준에게 케이스 가 방을 넘겼다. 무게감이 느껴지는 가 방이었다.

“그럼 전 이만.”

양태민은 곧 사라졌다.

한순간에 벌어진 상황에 이서준은 잠시 황당함을 느끼다가 케이스 가 방을 들고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뭐야?”

“나도 몰라.”

“열어봐봐. 무구 같은 거 준 거 아 니야?”

“......무구?”

확실히 이 무게감은 무구에 가깝기 는 하다. 이서준은 생각에 잠기다가 천천히 케이스 가방을 열었다.

끼이이 익.

케이스 가방이 열리고, 그 안에서 환하게 빛나는 검이 모습을 드러냈 다.

그리고 느껴지는 신비한 기운.

그 압도적인 기운에 모두의 두 눈 이 크게 떨렸다.

마치 박물관에서 보았던 엑스칼리 버를 보는 듯한 신비한 힘이라고 할 까?

“……이게 무슨.”

이서준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검은 신비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SS 등급의 무구라는 걸.

이서준은 멍하니 검집에 박힌 문구 를 읽었다.

검에는 白天(백천)이라는 글귀가 박혀있었다.

늦은 밤. 서울 어딘가에 위치한 이 서준의 집.

작은 조명 하나가 은은하게 비추는 거실에서 이서준은 새롭게 얻은 검, ‘백천’을 내려보고 있었다.

“......흐음.”

자신의 예상대로 이 검은 전 세계 에 몇 존재하지 않다고 알려진 SS 등급의 검이었다.

양태민의 말에 의하면 ‘특별한 이

벤트’의 당첨 상품이라고는 하는 데…….

하지만 이건 누가 봐도 뻔한 거짓 말이다.

이벤트를 신청한 적도 없거니와 이 벤트 상품이라고 하기엔 이 검은 너 무나도 과분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이서준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검 에 새겨진 글자를 읽었다.

“.백천.”

검의 이름만 보아도 알 수 있듯 기존에 사용했던 검, ‘소백천’과 비 슷하다.

심지어 무게, 형태, 길이까지 전부.

참고로 소백천은 검의 무게나 형태 모두 직접 의뢰한 만큼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 었다.

그런데 이 검은 소백천과 거의 동 등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그 말은 즉, 이 검 역시 자신을 겨 냥하여 만들어진 검이라는 거다.

……하지만 왜?

“그러고 보니……

이 검의 이름.

진천우의 검인 ‘흑천’과 이름이 묘 하게 비슷하다.

마치 진천우와 자신의 관계를 알고 있다는 듯.

단순한 우연인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여러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지 만 이내 생각을 정리하고는 ‘품질 보증서’를 확인했다.

[백천 (SS)]

분류 ’ 검

설명 : 위대한 제작사, ‘양태민’이 제작한 신비의 검.

[지속 효과]

►마력 증폭

검을 사용한 전투 시 발동됩니다.

피해량이 30% 상승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합니다.

마력으로 보호받는 상대에게 30% 의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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