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51화 (450/535)

동시에 녹색의 따뜻한 빛이 뿜어지더니 그 안에 담긴 생명의 힘이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엄청난 생명의 힘이었다.

대정령과의 전투로 쌓인 내 육신의 피로가 순식간에 회복되었고, 주변 에 쌓여 있던 새하얀 눈도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생명의 힘이 담긴 봉인식을 풀었습니다.]

[강한 생명의 힘이 당신의 육체에 깃듭니다.]

[체력 회복 속도가 영구적으로 크게 상승합니다.]

내 앞에 떠오른 눈 부신 빛은 점 차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잠시 뒤 마법진에 숨겨져 있던 보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설산의 대정령 토벌을 마친 우리는 마을로 복귀했다.

설산의 풍경이 달라진 것을 보고 마을 주민들은 대정령이 토벌되었음 을 이미 알고 있었고, 우리의 귀환 을 격하게 환영해 주었다.

그리고 한동안 축제 분위기가 이어 졌다.

그들에게 오랜 골칫거리였던 정령의 존재가 완전히 사라지게 됐으니 기쁜 마음을 주체할 수 없던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모든 축제가 끝난 늦은 밤, 나는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조용히 마을 밖으로 나왔다.

“......후우.”

짧게 숨을 내쉬자 새벽의 한기에 의해 작은 입김이 불어왔다.

나는 바닥에 멍하니 앉아 남은 일 정에 대해 생각했다.

목표하던 대정령의 토벌을 마쳤으 니 이제 내게 남은 일은 생자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다.

김정희의 말에 따르면 남은 시간은 약 4개월…….

2년에 가까운 긴 시간을 이곳에서 지내다 보니 왠지 모를 후련함과 아 쉬움이 느껴졌다.

“……돌아가면 뭐부터 해야 하지.”

전부터 쭉 고민되던 것이었다.

이서준을 포함한 주요 등장인물들 과 바로 재회해야 하는 게 맞는 걸 까.

아니면, 나의 부활을 숨긴 채 암약 을 노리는 자운과 김창현의 뒤를 노 리는 것이 맞는 걸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예전 같았으면 이서준에게 바로 합 류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었겠지만 세계는 나의 개입으로 너무나도 많 은 것이 바뀌었다.

내가 가진 원작의 정보에 의지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 : 내가 살아있다는 게 세상에 알려지면 어떻게 될 거 같아?]

괜히 궁금해져서 피코에게 물어보 았다.

언제나 그렇듯 1초도 되지 않아 답장이 왔다.

[피코 : 글쎄〜 기뻐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경계하는 사람도 있겠 지〜 스스!]

답장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우문현답이 었다.

그러다 메시지 마지막에 적힌 내용 을 다시 읽었다.

“경계하는 사람이라……

만약 내가 살아있다는 게 밝혀지게 된다면 자운은 경계심을 키워 조심 스럽게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나한테 당한 게 워낙 많기도 하고 또 깊은 원한도 있었으니까.

“역시 조용히 지내면서 방심을 유 도해야 하나……

자운은 오래전부터 진천우의 혈육 이었던 이서준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감시해왔다.

어설프게 이서준에게 접근해 녀석 들의 경계심을 키우는 것보다 차라 리 조용히 녀석들의 뒤를 노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에휴. 모르겠다.”

복잡해진 생각을 비우고는 그대로 초원에 드러누웠다.

검은 하늘에 조밀하게 모여 반짝이 는 별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쁘네.”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다가 문득 설 산의 대정령을 토벌하며 얻었던 보 상들이 떠올랐다.

워낙 정신도 없고 바빠서 확인도 못 했었는데.

나는 상체를 일으키고는 승전보를 통해 얻은 특성을 확인했다.

[경계의 지배자(S)]

분류 : 특성

설명 : 경계의 지배자, 설산의 대 정령을 소환합니다.

[사용 효과]

►경계의 지배자

대량의 마나를 소모하며 경계의 지 배자, 설산의 대정령을 소환합니다.

설산의 대정령의 힘은 소환자의 마 력에 비례하며, 마나 부족 시 소환 이 해제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60일

“..와 씨.”

순간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S등급 특성이었기에 조금 기대하기 는 했는데 내 예상보다 훨씬 괴물 같은 능력이 튀어나왔다.

“설산의 대정령을 소환할 수 있다 고?”

비록 반전의 가호를 통해 손쉽게 해치운 감이 있지만 설산의 대정령 은 재앙급 마수에 버금가는 강한 힘 을 지닌 존재다.

그런 존재를 소환할 수 있다니. 말 이 안 되는 사기 능력이다.

“……한가지 흠이 있다면 S등급이 라는 건데.”

만약 완전체의 대정령을 소환할 수 있었다면 s등급에 책정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드는 물론, SSS 등급에 책정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사기 능력이 었으니까.

“이것저것 하향되나 보네.”

안 봐도 뻔하지.

마나 소모량이 극심하다거나, 대정 령이 원래 힘의 절반은커녕 그보다 약하다거나. 많은 제약이 있을 게 분명하다.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으니 까. 이거로 만족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이번에는 설산의 대정령을 토벌하며 얻은 두 개의 아 이템을 꺼냈다.

하나는 은은한 녹색 빛을 머금고 있는 작은 씨앗.

다른 하나는 차가운 냉기를 머금은 목걸이 였다.

나는 씨앗부터 확인했다.

[근원의 씨앗(성유물)]

분류 : 씨앗

설명 : 근원의 힘이 담긴 씨앗

[지속 효과]

►근원의 힘

소지 시 즉시 발동합니다.

모든 회복 속도가 500% 상승합니다.

잠재력이 50% 상승합니다.

행운이 상승합니다.

정신력이 상승합니다.

모든 속성 저항력이 50% 상승합 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마력 제어술의 효율이 20% 상승 합니다.

영체에게 호감을 얻기 쉬워집니다.

“..흐음.”

성유물답게 이것저것 다양한 효과 가 있었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상승량은 그렇 게 높지 않았지만, 그 수가 많아 오 히려 특별한 느낌이 든다.

거기다 성유물답게 성스러운 힘이 느껴지는 건 덤.

“이제 이걸 이용해서 성배를 만들 어야 하는데.”

성배의 정확한 효과는 사실 나도 잘 모른다.

다만 죽은 자를 살리는 것과 같은 ‘기적’을 일으킬 정도로 효과가 강 력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것으로 생명의 잔과 근원의 씨앗 을 얻었으니 성배에 필요한 핵심 재 료가 내 손안에 있는 셈이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성배를 제작할 수 있느냐는 건데.

이건 나가서 천천히 알아보기로 하 고.

나는 근원의 씨앗을 아공간에 넣어 두고는 다음 아이템, 투명한 얼음 조각이 박힌 목걸이를 확인했다.

[설산 대정령의 축복(S)]

분류 : 목걸이

설명 : 설산 대정령의 축복이 담긴 목걸이

[지속 효과]

►얼음 정령의 축복

얼음 속성 제어술의 등급에 따라 모든 능력치와 회복 속도가 5%에서 최대 40%까지 상승합니다.

설산의 대정령을 토벌하고 얻은 메 인 보상 외에 또 하나의 보상이었다.

서브 보상이라고 하기에는 S등급의 아이템이라 웬만한 던전, 유적지의 메인 보상을 씹어먹기는 하지만.

“......흐음.”

효과만 보자면 이론적으로는 엄청 좋기는 하다.

모든 능력치의 40% 상승.

그것도 상시로 올려주기에 말이 안

되는 사기 아이템이다.

아쉬운 게 있다면 얼음 속성 제어 술의 등급에 따라 효과가 달라져 나 에게는 크게 의미가 없는 아이템이 라는 점.

“이건 윤하영이나 최서윤한테 줘야 겠네.”

그리고 둘 중 한 명을 골라야 한다면 역시 최서윤이 좋지 않을까 싶 다.

윤하영은 얼음 속성보다는 멸마 쪽 에 치우쳐 있으니 따져보면 최서윤 쪽의 등급이 더 높을 테니까.

나는 곧바로 목걸이를 착용해보았다. 동시에 싸늘한 기운과 함께 새 로운 힘이 미미하게 느껴졌다.

[얼음 정령의 축복 효과를 받습니다.]

[모든 능력치와 회복 속도가 5% 상승합니다.]

“오…… 생각보다 괜찮은데?”

기존 능력치가 워낙 높다 보니 5% 상승도 확실히 체감된다.

“……이거 그냥 내가 써도 괜찮을 거 같은데.”

으음. 갑자기 고민되네.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

각국의 진천우 수사팀이 모인 남극 의 연구 기지에서, 이서준은 꽁꽁 얼어붙은 고대 유적지의 안을 걷고 있었다.

참고로 이 유적지는 김창현이 남극 에서 공략했다고 알려진 고대 유적 지 중 하나였다.

“여기도 술식 발견.”

옆에서 들려오는 신영준의 말에 이 서준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고개를 돌리자 신영준의 말대로 벽 에 복잡한 술식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신영준은 그 술식을 사진으로 찍다 가 이서준에게 물었다.

“해석했어?”

“응. 예언의 존재에 대한 내용 같 아.”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서준은 술식 공부를 꾸준히 이어왔다.

특출난 천재성을 지닌 그였기에 어렵긴 해도 남들보다 빠르게 술식의 해석법을 습득할 수 있었다.

“예언? 그거 저번 유적지에도 적혀 있던 거 아니야?”

“맞아. 전부터 느끼는 건데 여기나 다른 곳이나 유적지에는 유독 예언 이나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많네.”

이서준의 말에 신영준은 잠시 생각 에 잠겼다.

“예언이라……

그때 그들의 뒤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언이라는 게 정말 존재한다 면, 그건 누가 정해주는 걸까요?”

목소리의 주인은 올해부터 새롭게 합류하게 된 신입 요원, 최서윤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물음에 이서준도 새 로운 의문에 잠겼다.

“……예언을 누군가가 정해준다? 그런 생각은 해보지 못했는데.”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충분히 생각 해볼 만한 주제였다.

예언의 존재는 이미 수많은 신비 학자들에 의해 증명된 것.

하지만 예언을 누가, 어떻게 내리 는 것인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게? 예언은 누가 내려주는 거 지? 신이 내려주는 건가?”

신영준 역시 이상함을 느낀 듯 고 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유아라와 윤하영도 예상치 못한 의문에 잠시 빠져들었다.

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예언 능력을 가진 자들은, 오래 전 부터 이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때 신영준이 말했다.

“세계의 흐름을 읽어서 가능성이 높은 정답을 추리하는 게 아닐까?”

“예언은 상당히 정확해. 단순히 추 리해서 얻을 수 있는 답이 아니야.”

이들은 이미 예언이 가진 무서움을 한번 경험했다.

이제 곧 2주기가 될 ‘김선우의 죽 음’부터 시작해서.

“그럼 신이 예언을 내려주는 건가? 예언 능력을 갖춘 자들은 신과 소통 하는 존재고?”

신영준이 중얼거리자 이번에는 윤 하영이 말했다.

“그 전에 신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해?”

“그건 모르지. 학계에서도 말이 갈 리니까.”

갑자기 던져진 물음에 모두가 잠시 침묵했다.

누구나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의 문이었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신비 학자도 이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적이 없었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 기 때문이다.

그때 최서윤이 말했다.

“……만약 예언을 신이 내려준 거 라면, 우리의 미래는 이미 결정되어 있는 걸까요?”

A O O O

그때 어디선가 싸늘한 기운이 이들 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몬스터나 유적지에서 나오는 기운 이 아니었다. 마치 신비의 힘과 유 사하다고 해야 할까.

처음 겪어보는 현상에 모두가 당황 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뭐였지?”

경계의 세계에서 ‘대정령 토벌’이 라는 목적을 달성한 나는 남은 시간 각종 훈련과 신기술 개발로 시간을 보냈다.

김정희는 내게 꾸준히 보조계 마법 을 전수해주었으며 내 [술식 이해 력]이 s등급에 올랐기에 그의 가르 침을 전보다 빠르게 흡수할 수 있었다.

내 종합 능력은 빠르게 성장했다.

포인트 상점으로 얻은 특성과 스킬 을 제외하더라도 김정희를 통해 새 로운 마법들을 장착할 수 있게 되었 으니까.

……그리고 4개월의 시간이 다시 홀러.

기다리고 기다렸던 경계에서의 ‘마 지막 날’이 찾아왔다.

“……결국 이날이 오는구나.”

해가 서서히 저무는 초저녁.

서서히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 며 지난 2년간의 일들을 떠올렸다.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일

을 겪었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성장했고, 앞 으로 마주하게 될 사건들을 잘 헤쳐 나갈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물론 정들었던 사람들과 이별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아쉬움이 느껴 지긴 했지만 나에겐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김선우}”

그렇게 하늘을 바라보며 혼자 생각 에 잠겨 있던 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자 경계에서 처음 마주 쳤던 인연, 정민하가 서 있었다.

나를 올려보는 그녀의 얼굴에는 깊 은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오늘 가는 거지?”

“뭐, 그렇지.”

“……그러냐.”

정민하는 입술을 삐죽 내밀더니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받아. 선물이야.”

“선물?”

나는 그녀가 내민 물건을 받았다.

손전등같이 생긴 기다란 원기둥 형 태의 손잡이였다.

[마력 광검(유물)]

분류 ‘ 검

설명 : 마력을 주입하면 검기를 구 현할 수 있습니다. 검기의 강도는 사용자의 마력 능력에 비례합니다.

뭐야.”

다름 아닌 유물이었다.

그것도 유물 중에서도 엄청나게 희 귀하다고 알려진 유물 무기.

물론 유물 무기라고 해서 일반 무 기보다 파괴력이 더 강하다거나 하 는 건 없다.

유물 무기는 어디까지나 일반 무기 에 없는 특이한 효과가 추가된 것뿐 이니까.

그렇다고 성능이 나쁘다는 건 아니 고 최소 B등급 이상은 된다고 보면 된다.

정민하는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피 식 웃었다.

“마력 광검이야. 마력을 주입하면 검기가 일자로 구현되는 데 나한텐 필요 없으니 이별 선물로 줄게.”

갑작스러운 고가의 선물에 나는 잠 시 당혹감을 느끼다 물었다.

“이거 나 줘도 돼? 딱 보니까 유 물인 거 같은데.”

“괜찮아. 네 덕에 설산의 대정령도 토벌하고 도움 많이 받았는걸. 그리 고 알잖아. 나 보조계 마법사라서 검은 필요 없는 거.”

그렇게 말하니 할 말 없기는 한데.

그러다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근데 너 이거 어디서 얻었냐?’’

“……응? 어, 으음. 예전에 유적지 돌다가 우연히 얻은 거야. 은검을 사용해야 해서 창고에 넣어뒀지만.”

딱 봐도 거짓말이네.

보아하니 뭔가 사연이 담긴 물건 같은데.

내가 부담스러워하는 반응을 읽은 듯 그녀가 내 팔뚝을 툭툭 건들었다.

“됐고 받아줘라. 응?”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거절할 수 없 었다.

그냥 좋은 아이템 하나 생겼다고 생각해야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력 광검 에 마력을 주입했다.

부우우웅!

푸른빛의 마력이 담긴 검기가 길게 구현되었다.

나는 신기한 눈으로 눈앞에 생겨난

마력 검날을 바라보았다.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광선검을 보는 것 같았다.

검 전체가 하나의 검기나 다름없어 나처럼 검기 사용에 미숙한 자가 사 용하면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이서준 정도의 숙련자가 사용하기 에는 별로일 거 같지만.

“고맙다. 잘 쓸게.”

광검에 마력 주입을 중단하자 검기 가 소멸되었다.

나는 광검의 손잡이를 주머니에 넣 었다. 크기가 작아 휴대하기도 간편

하고 좋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을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이 들었는 지 그들의 얼굴엔 아쉬움이 담겨 있 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김정희가 모습 을 드러냈다.

“인사는 모두 마쳤나?”

“네.”

“그래, 그럼 슬슬 준비하지.”

김정희의 말에 따르면 생자의 세계 로 돌아갈 수 있는 순간은 2년에

한 번 ‘경계의 붉은 달’이 떠오르는 시점이다.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월 식 현상과 비슷한데 이때 생기는 신 비한 마력 현상으로 생자의 세계와 의 경계가 허물어진다고 한다.

나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보았다.

때마침 하늘에 떠오른 달이 서서히 붉게 물들고 있었다.

자연의 마력이 요동치며 스산한 바 람이 내 피부를 스치고, 세계의 벽 은 서서히 허물어졌다.

나는 뒤를 돌아 모두를 바라보았

다.

마지막을 위해서인지 모두가 나를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나 역시 그런 그들을 향해 마지막 인사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정희는 마력 을 끌어올리더니 허공에 술식을 그 려내기 시작했다.

스으으으.

외부자의 혜택을 통해 그 술식에 담긴 정보를 읽을 수 있었다.

나의 안전한 귀환을 위한 보호 술 식이었다.

“준비는 모두 끝났네.”

김정희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 다.

하늘을 올려보자 달은 어느덧 완전 한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경계의 붉은 달 관측’ 업적을 달 성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어디선가 마력이 휘몰아치더니 내

몸을 감싸 안았다. 나는 눈을 감고 는 그 마력의 기운을 느꼈다.

마치 자연의 마력 재해와 같은 신 비로우면서 강력한 마력이었다.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이 신비한 마력이 나를 생자의 세 계로 인도하고 있다는 것을. 곧 나 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김선우. 잘 가.”

“잘 가세요.”

“고마웠네.”

마을 주민들의 마지막 인사가 들려 왔다.

나는 눈을 뜨고 그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마웠습니다.”

이어서 김정희의 인사가 들려왔다.

“함께해서 즐거웠네. 그리고 다시 는 이런 세계엔 오지 말게.”

검은빛이 내 시야를 집어삼켰다.

강한 마력의 떨림. 그리고 눈 부신 빛이 번쩍였다.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피부에는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고 어디선가 그리운 냄새가 났다.

천천히 눈을 뜨자 강한 햇살에 앞 이 보이지 않았다.

—아, 출근 늦었다.

—흐아아암. 피곤해…….

—네, 팀장님. 오늘 12시 안으로 도착할 것 같습니다.

이어서 들려오는 일상의 소리들.

시야는 서서히 햇빛에 적응하고, 강한 빛에 가려졌던 풍경이 눈에 들 어왔다.

나는 천천히 주변의 풍경을 둘러보

았다.

바쁜 발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하는 사람들....

주변에는 고층 빌딩들이 가득하고, 시끄러운 자동차 소음이 계속해서 울렸다.

[‘경계에서의 귀환’ 업적을 달성했 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미래의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인과율이 1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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