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47화 (446/535)

447화

마법사 협회 진천우 특별 수사팀은 진천우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받기 위해 남극에 위치한 ‘국제 신비 연 구 기지’에 도착했다.

국제 신비 연구 기지는 120년 전 국제 협약을 통해 만들어진 연구 기 지로 남극과 관련된 여러 신비 현상 을 연구하는 단체였다.

“……으. 얼어 죽는 줄 알았네.”

보온 패딩을 잔뜩 껴입은 신영준이

부르르 떨며 기지 내부로 들어섰다.

안을 둘러보자 연구 기지답게 첨단 마공학 시설과 각종 측정 기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김덕현은 기지 내부를 살피다가 뒤 를 돌아 모두에게 말했다.

“아까도 말했듯 당분간 이곳에 지 내면서 타국 요원들과 유적지를 탐 사하고. 또 모은 단서를 토대로 진 천우의 목적을 조사할 계획이다.”

남극은 신비와 술식과 관련된 수많 은 비밀이 숨겨진 지역으로 유명하 다.

정보팀의 보고에 따르면 김창현은

남극에도 다녀왔다고 한다.

“사막, 정글 생활에 이어 이제는 남극인가……

신영준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6개월간 이어진 오랜 타지 생활로 심신이 피로한 상태였다.

이집트의 사하라 사막, 남미의 아 마존…… 그 외에도 김창현의 흔적 을 쫓아 수많은 지역을 돌아다녔다.

슬슬 정신의 한계가 오고 있었다.

이서준은 그런 신영준을 위로하듯 어깨를 두들겼다.

“여긴 그래도 실내잖아. 전 보다는

훨씬 편할 거야.”

“그렇기는 한데 앞으로 여기서 6개 월을 보내야 한대잖아. 너희는 한국 이 안 그립냐?”

신영준의 물음에 윤하영의 얼굴이 잠시 어두워졌다.

“……나도 가족들이 보고 싶기는 해. 그래도 각오한 일이니까. 견뎌야 지.”

윤하영의 신념에 찬 대답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분위기가 침울해지려 하자 유 아라가 분위기 전환을 위해 입을 열 었다.

“맞다. 그거 알아? 오늘부터 7월인 거.”

“진짜? 와. 진짜 시간 빠르네.”

신영준이 놀란 표정이 되었다.

매일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시간 개념을 잊고 있었다.

“7월이면 서윤이 기말시험 끝났으 려나?”

“음. 아마 그러지 않을까?”

이서준은 스마트 폰을 꺼내 인터넷 뉴스를 확인했다. 예상대로 기사 하 나가 대문에 박혀 있었다.

[30일, 세계 5대 마법사관학교 합 동 시험 종료]

“5대 마법사관학교가 모여서 합동 시험을 치렀나 봐. 어제 끝난 모양 인데?”

“성무제도 아니고 무슨 5대 마법 학교가 모였대냐? 스케일 엄청 크 네.”

신영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러자 윤하영이 물었다.

“서윤이는 몇 등이래?”

이서준이 화면을 내려보았다.

[최서윤, 눈부신 활약으로 전체 순 위 1위 확정…… ‘압도적’ 결과]

[최서윤, 러시아 최고 유망주 다리 아 재치고 모든 분야에서 1위…… 압도적 격차에 관계자들도 충격]

“1위네. 결과도 엄청 좋았나 봐. 기사에 극찬밖에 없네.”

그렇게 기사를 살피던 이서준은 시 험 현장에 찍힌 최서윤의 사진을 발 견했다.

이전의 밝은 모습과는 달리 어딘가

딱딱해진 인상.

자신이 알던 최서윤과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고독하고 외로워 보인다고 해야 할 까.

공허한 눈동자에는 독기를 품은 둣 한 느낌도 들었다.

이서준은 그 사진을 보며 말로 설 명할 수 없는 씁쓸함을 느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그때 복도 끝에서 기운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새하얀 연구복을 걸

친 갈색 머리의 여성이 다가오고 있었다.

남극 국제 신비 연구 기지의 보안 요원, ‘리나’였다.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이제 곧 회의 시작이라 짐은 이따가 푸시 고 우선 저를 따라와 주시면 됩니 다!’’

리나는 요원들을 이끌어 어디론가 향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들이 도착한 곳은 지하의 비밀 공간이었다.

와.”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홀.

그리고 그 주변에 남극의 유적지와 통하는 여러 문이 존재했다.

벽에는 수많은 술식과 그림이 복잡 하게 그려져 있었으며 흰 가운을 입 은 연구가들은 그것을 살피며 연구 하고 있었다.

“이곳의 문을 통해 남극의 유적지 로 이동할 수 있어요. 아직도 발견 되지 않은 유적지들이 많아 용병들 이 자주 찾아오죠.”

리나의 간단한 설명에 요원들은 고 개를 끄덕였다.

“오늘 회의는 저쪽의 회의실에서 합니다.”

리나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 키자 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

이서준도 그것을 따라 시선을 돌리 려는 그때.

“이서준? 오랜만이네.”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 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그의 뒤에 금발의 여성이 자신감에 찬 미소로 서 있었다.

이서준은 여성을 보고는 놀란 목소 리로 대답했다.

“릴리 로즈?”

영국 최고 유망주라 불리는 릴리 로즈였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잠시 반가움 을 느끼려는 찰나 그녀의 옆에 선 남성을 발견했다.

그 역시 잘 아는 얼굴이었다.

미국 최고 유망주이자 한때 유망주 랭킹 2위에 올랐던 루크였다.

루크는 이서준에게 가볍게 눈인사 를 했다.

릴리는 그런 둘을 번갈아 바라보더 니 이서준에게 말했다.

“반가워. 성무제 때는 적이었지만

이번엔 동료가 됐네.”

“그러게. 너희도 특무팀에 들어갔 다는 소식을 듣긴 했는데.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

릴리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여러분! 이제 곧 회의 시작합니 다! 회의장으로 모이세요!”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릴리가 시선을 돌리곤 말했다.

“인사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선 이동하자.”

그렇게 이들은 리나의 안내에 따라 회의장에 도착했다.

내부에는 꽤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

거의 50명에 가까운 인원.

각국에서 명성을 떨친 스타 마법사 들도 있었고, 또 수많은 업적을 남 긴 신비 연구가도 있었다.

아직 신입에 불과한 이서준 일행은 그 풍경을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 다.

“반갑습니다. 국제 신비 연구 기지 의 연구반장, 바일입니다.”

바일이라 소개한 남성이 말했다. 동시에 모두의 이목이 그에게 집중 됐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우리는 ‘진천우’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진천우라는 이름이 나오자 모두의 얼굴에 긴장이 서렸다.

“먼저 서류를 확인해주시죠.”

바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직원들 이 서류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서류를 받은 이서준은 내용을 살폈 다.

그곳에는 6개월간 자신들이 쫓았던 김창현의 혼적.

그 외에도 각국 협회에서 발결한

여러 기록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술식에 지식이 많지 않은 이서준이기에, 이곳에 적힌 내용을 해석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서류에 담긴 술식과 벽화는 지난 1년간 김창현이 방문했던 유적지에서 발견된 것들입니다. 모두 여러분 의 조사 덕에 얻을 수 있던 정보들 이죠.”

모두의 이목이 다시 한번 집중되 고, 바일은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 술식들은 저희 연구진도 해석 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술식

의 형태가 난해하고 복잡하며 필요 한 정보도 한정되어 있죠. 하지만.”

바일이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었다.

“저희 연구진은 이 술식들에서 동 일하게 보이는 한 가지 키워드를 발 견했습니다. 바로 시간과 차원에 관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저희는 놀라운 가설을 발견했습니다.”

“……놀라운 가설?”

김덕현이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바일은 고개를 끄덕이곤 말했다.

“진천우의 사도로 추측되는 김창현 은, 미래에서 온 회귀자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겁니다.”

그 말에 모두의 두 눈이 크게 떨 렸다

“……김창현이 회귀자라고?”

“이곳이네.”

진천우를 만나본 적 있다던 김정희 는 나를 경계 어딘가에 숨겨진 작은 유적지로 안내했다.

외형은 평범한 동굴에 가까웠지만, 벽에 오래된 그림과 술식들로 가득 해 신비한 느낌을 주었다.

[‘검은 통로의 유적지’에 입장했습니다.]

[인과율이 0.5 상숭합니다.]

갑작스레 떠오른 메시지를 보다가 그에게 물었다.

“여긴 공략된 유적지인가요?”

“맞네. 오래전 경계를 찾아온 한 방문자에 의해 공략된 유적지이지.”

나는 벽에 그려진 그림을 바라보았 다.

우주의 별을 연상시키는 고대 벽 화.

그리고 그 밑에는 복잡한 술식이 그려져 있었다.

동시에 외부자의 혜택이 발동되며 술식 안에 담긴 정보가 머릿속에 들 어왔다.

“......차원, 시간.”

이것과 비숫한 술식은 이전에도 몇 번 본적이 있었다.

유아연이 김창현을 쫓아 유적지에

서 발견되었던 술식.

복잡하게 얽혀있어 핵심 키워드밖 에 해석할 수 없었지만 많은 의구심 을 느끼게 했던 기억이 아직까지 강 하게 남아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에게 물었다.

“이 유적지. 설마 진천우가 공략한 겁니까?”

“맞네.”

나는 잠시 충격을 받았다.

진천우가 이 유적지를 공략했다는 건, 녀석이 생전에 경계의 세계에 방문했다는 이야기였다.

가상으로 만들어진 경계가 아닌, 진짜 경계의 세계도 다녀왔었다니.

대체 뭐 하는 녀석이지?

“내가 진천우의 아들인 이서준을 알게 된 계기가 바로 이곳이네.”

김정희의 말에 나는 그를 바라보았 다.

그는 옛 생각을 떠올리는 듯 멍하 니 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어느 날 대뜸 나를 찾아오더니 내 꿈을 이루어 주겠다고 하더군.”

“꿈…… 말입니까?”

김정희가 말했던 그의 꿈이라면 인

간이 자유를 되찾는 것이었다.

진천우와 흡사한 부분이 있어 똑똑 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 나에 대해 조사했는지 꽤 많은 것을 알고 있었지. 인간의 자 유를 원하는 것 역시 말일세.”

김정희는 말을 이었다.

“그자는 내 꿈을 이룰 방법으로 자 신의 계획을 설명했네. 그리고 그 계획은 나의 계획보다 훨씬 구체적 이었지. 어느새 나는 그의 말을 홀 린 듯 경청했고 어느새 그를 돕겠다 는 생각을 갖게 되었네.”

진천우의 화술은 이미 세계에도 널

리 알려진 사실이다.

‘자운’이라는 광신도적인 빌런들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건, 남을 매혹 하는 그의 화술 때문이었으니까.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 습니까?”

“내 꿈을 이루게 해줄 테니 두 가 지 부탁을 들어달라 했네.”

“두 가지 부탁?”

김정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는 가까운 훗날, 자신의 아들 이 죽어 경계의 세계에서 태어날 것 이니 영혼을 보호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네.”

“……영혼을 보호해달라고 했다고 요?”

“그래. 그때 이서준이란 이름을 알 게 되었지. 그리고 진천우의 말대로 그 아이의 영혼이 이 유적지에서 탄 생했네. 비록 영혼의 형태였지만 나 는 그 아이의 영혼을 약 6년간 돌 보았네.”

6년이면 진천우의 아내, 이윤경이 사망하고 이서준이 다시 태어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불사에는 경계의 세계에 태어난 육 체가 필요했기에 진천우가 무슨 수 를 썼을 거라 생각했지만 설마 이런

비밀이 숨겨져 있을 줄은 생각 못 했다.

“그것이 그의 첫 번째 부탁. 그리 고 두 번째 부탁은 이 유적지에 숨 겨진 술식의 해석이네.”

그 말에 나는 이 주변에 보이는 수많은 술식을 다시 바라보았다.

진천우도 술식 해석에 상당한 능력 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정도의 술식이라면 진천우 흔자 서도 해석할 수 있었을 텐데.

내 의문을 눈치챈 둣 김정희가 작 게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따라오게.”

그는 유적지 깊은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공략된 유적지임에도 어 디선가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 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어느덧 우리는 유적지의 한 장소에 도착했다.

“바로 이것이네.”

벽에는 거대한 술식이 하나 그려져 있었다. 아까와 같이 별을 연상시키 는 그림이.

동시에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신비로운 벽화를 발견했습니다.]

[인과율이 0.5 상승합니다.]

다시 한번 인과율이 상승했지만 신 경쓰지 않고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 해 술식을 살폈다.

그 내용은 이전과 같이 차원과 시 간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전 것보다 훨씬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었고, 예상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외차원의 개입으로부터 육체와 정

신을 보호하는 방법에 대한 술식이 었다.

“진천우는 이 술식을 풀어내고 싶 어 했네.”

“……이 술식을 말입니까?”

외차원의 개입과 육체와 정신의 보 호.

진천우가 흥미를 느낄만한 내용인 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래서 이 술식을 풀어내셨습니 까?”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풀어냈네. 나 역시 술식 연구가. 이런 신비로 운 술식을 보면 본능적으로 풀고 싶

은 욕망이 생기니까.”

나는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진천우는 어째서 이 술식을 풀어 내고 싶어했나요?”

내 물음에 김정희가 잠시 생각에 잠기곤 말했다.

“그는 두려워하고 있었네.”

두려워했다고? 진천우가?

“외차원의 존재가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빼앗는 것을.”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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