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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6화 (445/535)

446화

콰아아앙——

프랑스 파리, VIP 경매가 이루어지 는 대형 행사장.

거대한 굉음과 함께 벽이 폭발하며 행사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잠시 후 어둠 속에서 검은 방독면 을 뒤집어쓴 괴한들이 난입하더니 행사장 내부의 사람들을 무참히 살 해했다.

—꺄아아아아악!

—여기는 보안 1팀! 홀 내부에 무 장 괴한들이 난입했습니다!

괴한의 난입에 보안 요원들이 신속 하게 움직였다.

그때 였다.

새하얀 빛이 번쩍이더니 맨 앞에서 달리던 요원이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요원들은 당황 하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들의 앞에 긴 창을 쥔 방독면의 사내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미안한데 이 앞은 못 지나간다.”

요원들은 멍하니 남성의 손에 쥐어 진 창을 바라보았다.

범상치 않은 기운이 흘러나오는 창. s등급의 무구라고 알려진 방천 화극이 었다.

“……자, 자운?”

“정답.”

후우웅!

말이 끝나기 무섭게 창이 휘둘러지 고 붉은 피가 바닥을 적셨다.

남성이 휘두른 창에, 요원들은 일 말의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사망한 것이다.

그때 남성의 귀에 걸린 통신 마도 구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신목혈 확보했어. 진품이야.

“오케이. 퇴각한다.”

남성은 뒤의 일행들과 시선을 교환 하고는 도주를 위해 창밖의 지붕 위 로 뛰쳐나갔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자 지상의 풍경

이 한눈에 들어왔다.

혼란에 휩싸인 현장.

싸이렌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울리 고, 시민들은 비명을 지른 채 도망 치고 있었다.

남성은 그 풍경을 감상하며 만족스 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바로 이거지.”

지상의 풍경을 더 감상하고 싶었지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 다.

협회의 지원이 오기 전에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

……그렇게 도주를 위해 달려가려 는 그 순간.

“백은성!”

근처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올리자 남성. 아니, 백은성의 앞에 4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

잘 아는 얼굴들이었다.

오랜 시간 자운을 쫓고 있는, 유럽 최정예 특무 요원들이었으니까.

“……제이콥인가? 오랜만이네. 뒤 에는 신참인가 봐?”

백은성은 그들의 뒤에 긴장된 얼굴 로 서 있는 금발의 여성을 바라보았 다.

눈이 마주치자 금발의 여성은 손에 쥔 검을 꽉 쥐었다.

“그나저나 어디서 많이 본 얼굴 같 은데……

중얼거리던 백은성이 생각났다는 듯 입을 벌렸다.

“아! 알았다! 영국 유망주, 릴리 로즈! 맞지?”

백은성이 반갑게 부르자 제이콥이 뒤를 돌았다.

“릴리. 내려가서 시민들의 대피를 도와라.”

“저도 돕겠一.”

“됐다. 여기는 우리가 맡겠다.”

릴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분했지만 자신은 전투에 걸림돌만 될 뿐이란 걸 알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릴리는 그대로 지상을 향해 점프했다.

제이콥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 다가 백은성에게 시선을 돌렸다.

“한동안 잠잠하다 싶더니. 다시 활 동을 시작한 건가?”

백은성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짓더니 앞으로 빠르게 달려가 창을 휘둘렀다.

제이콥은 손에 쥔 검을 이용해 공 격을 막아내고는 화염의 가시를 방 출했다.

화르르륵!

“강화계와 발현계를 섞어 쓰는 스 타일은 여전하구만.”

백은성은 창을 휘둘러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염의 가시를 막아냈다.

이어서 양옆에서 다른 요원들의 공 격이 이어졌지만 백은성은 아슬아슬 하게 그 공격을 피해냈다.

“……귀찮게.”

그렇게 반격을 위해 몸을 회전시키 던 그때.

통신 마도구에서 음성이 들려왔다.

—백은성. 준비해. 살포한다.

“오케이.”

푸아아아앙!

어디에서 뿜어내는지 모를 검은 연 기가 피어오르며 지상을 채우기 시 작했다.

갑작스럽게 시야가 차단되자 요원 들은 당황한 반웅을 보였다.

―콜록콜록! 이게 무슨.

—크으윽! 마력 제어가……?

건물 전체에 피어오른 연기는 일시 적으로 마력 장애를 일으키는 특수 가스였다.

이를 눈치챈 요원들이 마력을 이용

해 가스를 막아내려 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이 틈에 도망쳐.

“알았어. 알았어.”

요원들이 혼비백산한 틈을 타, 백 은성은 빠르게 지붕 위를 달렸다.

뒤를 돌자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요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백은성은 그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 운 미소를 짓다가 방독면을 벗고 옆

지붕에 있던 진, 스카와 합류했다.

“생각보다 시시하게 끝났네.”

“그러게. 이렇게 깔끔하게 성공하 는 게 대체 얼마 만이냐.”

성공적인 임무에 만족감을 보이던 진이 백은성에게 시선을 돌렸다.

“근데 백은성. 왜 표정이 굳었어?”

“웅? 아니. 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 리니까 괜히 불안해졌다고 해야 하 나……

백은성이 머리를 긁적였다.

“잘 풀리면 좋지. 뭐가 불안하다는 거야?”

“일이 잘 풀린다 싶으면 항상 ‘그 놈’。] 나타나서 우리를 방해하곤 했 으니까.”

그놈, 김선우.

최근 2년간은 늘 그랬던 것 같다.

완벽한 계획으로 일을 벌이면 언제 나 우리의 수를 모두 알고 있었다는 듯 항상 마지막에 등장해 방해해왔 었으니까.

그리고 녀석의 패턴대로라면 슬슬 등장할 타이밍일 터.

……하지만.

동료가 준비한 비행선에 올라타는

그 순간까지 김선우는 모습을 드러 내지 않았다.

싱겁게 끝나버린 상황에 백은성은 새삼 허무함과 동시에 김선우의 죽 음을 실감했다.

“……아씨. 정들었나. 괜히 허전하 네.”

마법사 협회 최상층, 회장실. 김진철은 의자에 앉아 오늘 일어난

사건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자운이 홈쳐 간 신비는 총 7개로 밝혀졌습니다. 그중 천상의 영약이 라 불리는 신목혈이 포함되었다고 합니다.”

“신목혈이 라……

신목혈.

붉은빛을 감도는 장작으로 그 이름 에 걸맞게 강력한 생명의 힘이 담긴 신비 였다.

가까이 두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마 나 회복 능력이 주어지며, 나무에서 흘러나오는 수액을 마시면 상당한 치유 효과도 얻을 수 있었다.

세간에는 ‘천상의 영약’이라 불리

기도 하지만 그 외에 숨겨진 사용처 가 하나 더 있었다.

“……목적은 역시 그거였나.”

그것은 바로 인간의 육체를 재생시 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운이 신목혈을 노렸다는 것은, 진천우의 육체를 다시 되살리 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일단 알겠다. 이만 나가봐라.”

부하는 고개를 숙이고는 회장실에서 나갔다.

혼자 남은 김진철은 복잡한 생각에 잠긴 채 창밖을 바라보았다.

“……네놈은 죽어서까지 내 속을 썩이는구나.”

경계의 세계에서 4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김정희의 제자가 되어 수많은 보조계 마법의 가르침을 받 게 되었다.

사실 보조계 능력을 성장시키겠다 는 욕심은 없었는데 원반격과 마력 의 폭우 등, 보조계 시너지 마법의

사용 비율이 높아지면서 이참에 체 계적으로 배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 을 것 같아 수락하게 되었다.

물론 ‘교육자’ 특성을 지닌 위대한 마법사가 가르침을 준다는데 거절하 는 것도 말이 안 되긴 하지만.

“보조계 기초 5식은 어느 정도 완 성된 거 같군. 그보다 4달 만에 여 기까지 오다니…… 정말이지 믿기 힘든 수준이다.”

김정희가 질렸다는 눈으로 나를 바 라보았다.

이서준이나 들어볼 법한 과분한 칭 찬.

괜한 민망함이 느껴져 굳이 반응하 지 않았다.

‘외부자의 혜택’ 덕분에 생긴 가짜 재능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기도 했고.

“아참. 내일부터는 8식으로 넘어갈 생각이네.”

“6, 7식은 어쩌고요?”

보조계 마법의 교육은 일종의 바둑 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여러 술식의 해석과 풀이 방법. 그 리고 상황별 풀이법을 단계별로 익 혀야 한다.

“6, 7식은 술식의 해석 방법에 대 한 내용. 하지만 자네는 이상할 정 도로 술식 해석 능력이 뛰어나니 아 마 의미가 없겠지.”

그렇다고 말하니 할 말이 없네.

“……홈홈. 일단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훈련은 여기서 끝입니까?”

“그래. 이만 쉬어도 되네.”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기지개 를 켰다. 종일 술식만 쳐다봤더니 눈이 침침하네.

간단한 스트레칭 이후 오늘의 훈련

결과를 확인했다.

[수준 높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술식 이해력(A)’의 숙련도가 상숭 하고, ‘마력 제어술(S)’에 작은 영향 을 끼칩니다.]

[‘마력 제어술(S)’의 숙련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스킬, ‘술식 분해(B)’를 획득했습니다.]

[스킬, ‘술식 합성(B)’을 획득했습니다.]

[술식 이해력(A)][숙련도 : 33%]

김정희에게 가르침을 받은 지도 벌 써 수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여러 보조계 스킬을 획득 했고, 술식 이해력의 숙련도가 33% 나 상승했다.

다음 등급이 으라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가파른 성장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숙련도가 쌓일수록 한계가 생기기에 이 성장 속도를 유지하는 건 힘들 겠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 배워왔던 발현계 마법에 비하면 확실히 성장하는 맛 이 있기는 하다.

새로운 마법을 배우는 재미도 쏠쏠 하고.

어쩌면 김정희의 말대로 정말 나에 게 보조계의 재능이 있는 걸지도 모 르겠네.

“......후우.”

혼자 그런 생각을 하다가 밤하늘을 올려보았다.

경계에서의 생활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익숙해져 가지만 그만큼 조급 해지는 마음도 커진다.

내가 없는 생자의 세계에서, 주요 등장 인물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늘 걱정됐기 때문이다.

“……다들 뭐 하고 지내려나.”

나는 원작 속 20살의 이서준이 겪 었던 일들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활동 무대가 특무팀으로 바뀌게 되 면서 이서준은 새로운 사건들을 맞 닥뜨리게 된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역시 원작의 메인 빌런이라 할 수

있는 ‘자운’.

하지만 나의 개입으로 전개가 완전 히 뒤집혔기에 그대로 진행될지는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원작의 전개를 생각하다가 문득 궁금한 게 생각났다.

“아참.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는데요.”

으..2”

돌아갈 준비를 하던 김정희가 의문 에 찬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런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 보며 말했다.

“혹시 이서준을 아세요?”

처음 김정희를 만난 날, 그는 ‘이서준’이라는 이름에 반응했었다.

그 말은 즉 그 역시 이서준의 존 재를 알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이것에는 오류가 있었다.

김정희가 현역으로 활동하던 시절 에는 ‘이서준’이 태어나지 않았으니 까.

그리고 내 물음에 김정희의 얼굴이 한충 진지해졌다.

“알고 있네. 아마 자네의 또래겠 지.”

……역시.

내 예상대로 그에게는 내가 모르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었다.

“이서준을 어떻게 압니까?”

“그 아이의 아버지가 나를 찾아온 적이 있다.”

늦은 밤.

퇴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한세 연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작은 무언 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응애.”

작은 무언가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나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처음 만난 3일간은 새싹의 형태였 지만 어느 순간 급격히 성장하더니 작은 나무가 되었다.

“그레텔.”

한세연의 부름에 그레텔이 귀엽게 눈을 끔뻑였다.

몇 달 전 김진우와 함께 있었을 때만 해도 제법 커서 어린이 같은 느낌도 들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아 기처럼 작아졌다.

거기다 기억까지 잃었는지 그레텔 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

과거에는 자신만 보면 겁에 질려 도망치곤 했었는데.

“응애.”

그레텔이 한세연의 부름에 대답하 듯 작게 울었다.

한세연은 그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레텔의 허리를 가볍게 토 닥였다.

“응애.”

그레텔은 그 손길이 좋은 듯 천사 같은 미소를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천사 같던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지 고는 커다란 두 눈에서 눈물이 고였다.

“……앗.”

최근 그레텔이 자주 보이는 중상 중 하나였다.

기분 좋은 듯 행복한 미소를 보이 다가도, 갑자기 그 누구보다 서러운 울음을 터트린다.

육아의 지식이 부족한 한세연은 그 모습을 보자 당황했다.

“울지마. 울지마.”

다급하게 휴지를 뽑아 그레텔의 두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아주었다.

하지만 그레텔의 눈물은 멈추지 않 았고 그녀는 그레텔을 품에 안았다.

“응애애애……

끊임없이 우는 그레텔의 모습에 한 세연은 자신도 따라 울고 싶은 기분 이 들었다.

왜 우는 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기가 울면 보통 배고프거나 생리 현상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그것도 아니었으니까.

“을지마. 울지마. 뚝.”

“웅애애……

한세연은 그레텔을 달래며 문득 그 런 생각을 했다.

혹시 그레텔에게 과거의 기억이 희 미하게 남아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전 주인이었던 김선우를 그 리워하며 우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자 자신도 속상한 기분이 들었다.

김선우가 그리운 것은 자신도 마찬 가지였으니까.

그레텔은 어느새 지쳐 잠들었다.

한세연은 그레텔을 작은 이불에 조 심스레 눕히고는 겨우 안도를 되찾 았다.

그리고 잠든 그레텔을 바라보며 새 삼 자신을 길러주셨던 부모님의 위 대함을 느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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