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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화 (441/535)

442화

“……여긴 어디지?”

깊은 잠에서 깨어난 나는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막을 연상시키는 드넓은 황무지.

주변에는 몬스터의 뼈 같은 것이 가득했고, 하늘은 붉게 노을이 지며 서서히 어둠을 드리우고 있었다.

평범하진 않지만 왠지 모르게 낯익 은 장소다.

방문해본 적 있는 장소 같다고 해

야 할까.

동시에 이전의 기억들이 내 머릿속 을 스치고 지나갔다.

크루아스의 토벌, 균열. 그리고 나 의 죽음…….

“휴.”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아무래도 목숨을 건 도박에서 성공 한 모양이다.

이렇게 숨을 쉬고 생각할 수 있다 는 건, 죽음 이후 부활했다는 증거 겠지.

일을 저지르면서도 이게 가능한 일

인지 계속 의심이 들었었는데 진짜 다행이네.

나는 안도감을 느끼며 나를 부활시 킨 특성을 확인했다.

►마계수의 가호

마력을 감지해 치명적 위기라고 판 단하는 순간, 자동 발동합니다.

—5분간 받는 피해가 90% 감소합니다.

—5분간 불멸의 마계수와 일부 눙 력을 공유합니다. (사용자의 특성에

맞게 일부 변형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 362일 23시간

57분

“362일이라……

이것으로 원 코인을 사용했으니 다 음 코인의 획득까지 약 1년이 남았 다.

시간이 조금 길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불멸]은 SSS둥급의 사기 능 력.

1년의 재사용 대기기간이 결코 긴 것이 아니었다.

“남은 1년은 조심해야겠네.”

이제 죽으면 진짜로 끝이다. 위험 한 싸움은 최대한 피하는 게 좋다.

그렇게 눈앞의 메시지를 치우려는 그때, 이상한 내용을 발견했다.

[‘불멸의 마계수 그레텔’과의 계약 일부가 끊겼습니다.]

[‘마계수의 가호’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계약이 끊겼다고?”

계약이 왜 끊겨?

잠시 당황스러움을 느끼다가 그레 텔을 소환해보았다.

하지만 소환 술식이 발동되지 않았 다.

메시지의 설명대로 그레텔과 연결 된 계약이 끊겼다는 중거였다.

“왜 이렇게 된 거지?”

설마 그레텔의 [급속 성장]의 부작 용인가?

……아니다. 급속 성장의 부작용은 3일간 새싹의 상태가 되는 것.

계약이 끊기는 부작용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설마 한 번 죽어서 그런 건가?”

소환수가 계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지 는 시점은 계약자가 사망했을 때이 다.

비록 되살아났다고는 하나 한 번 죽음을 겪었기에 그레텔과의 계약이 끊긴 걸 수도 있다.

“……그래도 계약의 일부라고 하니 완전히 풀린 것 같지는 않은데.”

당분간 그레텔을 볼 수 없다는 생

각에 잠시 우울감이 느껴졌다.

휘이이잉.

그때 어디선가 스산한 바람이 불어 왔다.

쌀쌀한 냉기가 내 몸을 스치고, 등 골에 작은 소름이 돋았다.

“으. 뭔가 이상하다 싶더니.”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 상태였다.

아무래도 내 육신이 사라지면서 장 착하고 있던 아이템이 함께 사라진

거 같은데.

혹시 주변에 떨어지지 않았을까 둘 러보았다.

“찾았다.”

다행히 나를 중심으로 바닥에 내 아이템들이 떨어져 있었다.

내가 손을 내밀자 무형의는 나를 향해 날아오더니 허리를 감싸며 옷 의 형태로 바뀌었다.

그렇게 아이템을 모두 장착한 나는 주변을 멍하니 둘러보았다.

“……일단 걸어볼까.”

나는 황무지를 걸으며 외부자의 혜 택을 통해 밀린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재앙급 마수를 토벌했습니다.]

[‘모든 마수의 왕 토벌’ 업적을 달 성했습니다.]

[보상으로 7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미래에 커다란 변화가 감지되었습

니다.]

[인과율이 7 상승합니다.]

[표적과의 싸움에서 승리했습니다!]

[승전보의 효과로 ‘균열 조작(SS)’ 을 획득합니다.]

[전 세계의 사람이 당신에게 마음 의 빚을 졌습니다.]

[보상으로 3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반전의 영웅’ 업적을 달성합니다.]

[보상으로 3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부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경계의 세계에서 다시 태어난’ 업 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1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죽음을 경험한 당신의 육신에 알 수 없는 힘 일부가 깃들었습니다.]

예상대로 재앙급 마수 토벌이라는 거대한 업적을 이루자 수많은 보상 이 따라왔다.

이번에 획득한 포인트만 17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승전보로 [균 열 조작]이라는 특성까지 획득했다.

“……균열 조작이면 단순 스킬이 아니라 권능인데.”

설마 용족의 권능을 얻은 건가?

가슴의 두근거림을 느끼며 특성을 확인했다.

[균열 조작(SS)]

설명 : 마력 환경을 바꾸어 ‘균열’ 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균열 조작

마력을 소모해 자연의 균열을 자신 의 의지대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균열의 크기에 따라 소모되는 마력 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합니

’.'재사용 대기시간 : 7일

“와.”

진짜 용족의 권능인 균열 조작이었다.

인간의 특성에 맞춰 조금 바뀌긴 했지만 ‘권능’을 다룰 수 있게 되었 다는 건 분명한 큰 이점이다.

“대박이네.”

당장이라도 실험해보고 싶었지만 일주일이라는 재사용 대기시간이 있 기에 참았다.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거니까.

나는 눈앞의 창을 치우고는 획득한 업적을 다시 확인했다.

부활. 그리고…….

“경계의 세계에서 다시 태어난?”

……이건 뭐지?

경계의 세계라면 이승과 저숭의 사 이의 죽지도 살아있지도 않은 자들 이 사는 세계를 뜻한다.

이전에 ‘진천우’의 흔적을 쫓기 위 해서 이서준과 함께 가상 세계로 만 들어진 ‘경계의 세계’에 방문한 적 도 있었고.

“설마 여기……

나는 눈을 찌푸리며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막과도 같은 황무지.

……왠지 낯이 익다 싶다니.

나는 혼란스러움을 느끼다가 외부 자의 혜택으로 [신비로운 채팅 봇 피코]를 사용했다.

[나 : 여기가 어디야?]

[피코 : 안녕 선우야! 여기는 경계 의 세계야~ 旬幻

“……진짜 경계라고?”

나는 메시지를 보며 골이 아파옴을 느겼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경계의 세계라 니.

[나 : 내가 왜 경계의 세계에 있는 거야?]

[피코 : 네 육신이 있던 ‘허공’이

소멸되었거든. 원래라면 네 육신과 함께 네 영혼도 소멸되어야 하지만 마계수의 가호가 네 영혼을 지켜주 었어!]

[피코 : 죽지도, 살아있지도 않은 상태에서 네 육신이 되살아나니 이 런 상황이 된 거야.]

대충 어떤 상황인지는 알겠다.

그래도 경계의 세계라니.

성배의 재료가 되는 ‘근원의 씨앗’ 을 얻기 위해 어차피 한번 방문할 예정이기는 했지만 이건 너무 이른

데.

지금 내 능력으로 대정령을 처치하 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하아.”

나는 혼란감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 었다.

생각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

경계의 세계로 떨어진 이상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 지상으로 돌아갈 방법 도 잘 모른다.

“……다른 애들은 잘 지내려나.”

문득 지상에 남은 주요 등장인물들 의 얼굴이 떠올랐다.

마지막 나를 향해 절규하던 이

들...

혹시 인터넷에 나에 관한 기사가 있지 않을까 싶어 외부자의 혜택의 [스마트 동기화]를 발동했다.

[다른 차원의 공간에 있어 발동할 수 없습니다.]

“쓰읍.”

아쉽게도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

가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

아. 한 가지 방법이 더 있구나.

[나 : 지상 세계는 어떻게 됐어?]

보내놓고 너무 질문을 애매하게 보 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 답장이 왔다.

[피코 : 모두가 너를 그리워하고 슬퍼해......혹혹]

[피코 : 사진]

이내 사진이 하나 올라왔다.

내 얼굴로 만들어진 영정사진. 그 리고 그 앞에 슬픔에 잠긴 얼굴로 선 이서준과 최서윤이었다.

둘의 얼굴에는 깊은 어둠이 드리워 있었다.

아니, 단순한 어둠이 아니라 ‘절망’ 이라 부르는 게 맞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특히 최서윤의 두 눈은 죽은 것처 럼 공허해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역시 그렇겠지……

아무도 내가 살아있을 거라 생각하 지 못할 것이다.

나조차도 내가 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었으니까.

나는 내 영정사진을 멍하니 바라보 았다.

“뭔가 기분이 이상하네.”

문득 회귀 직전 뉴스에서 짧게 보 았던 이서준의 장례식이 떠오른다.

이서준의 영정사진. 슬퍼하는 사람

들…….

서로의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네.

[나 : 그레텔은 어떻게 됐어?]

[급속 성장]을 사용하여 자신의 몸 을 내던졌던 그레텔.

나쁜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이 들어 물었다.

[피코 : 그레텔은 새싹이 되어서 누군가가 거둬갔어.]

거둬갔다고?

[나 : 누가?]

[피코 : 알고 싶으면 1,000포인 트 ~]

수락하자 1,000포인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피코 : 장수기가 거둬서 지금은

한성그룹의 한세연이 돌보고 있어!]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세연이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

“……아니지.”

생각해보니 이거 가장 위험한 사람 한테 맡겨진 거 같은데.

한세연은 예전부터 그레텔을 이용 해서 영약을 만들고 싶어 했었으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버린 격이 아닌가.

“……생체 실험 같은 거 당하는 건

아니겠지?”

욕심 하나만큼은 전 세계에서도 손 가락 안에 꼽히는 그녀였기에 가능 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하나뿐인 유족(?)인데 그러진 않겠지.

나는 외부자의 혜택의 마지막 메시 지를 확인했다.

[죽음을 경험한 당신의 육신에 알 수 없는 힘 일부가 깃들었습니다.]

사실 아까부터 가장 신경 쓰이던

메시지였다.

정확히 어떤 힘인지 적혀있지 않지 만 메시지의 전체 내용을 통해 그 정체를 유추할 수 있었다.

“불사의 힘이겠지.”

나는 진천우를 쫓으며 알게 된 불 사의 방법을 떠올렸다.

첫 번째는 경계에서 태어나는 것.

두 번째는 죽음을 한번 경험해보는 것.

세 번째는 죽음에서 부활하는 것.

이 세 가지를 모두 겪는 것이 가 장 정석에 가까운 방법이었다.

그 이유로 진천우가 이 모든 경험 을 한 이서준을 노리는 것이었고.

“……그럼 나도 불사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완성되었다는 건 데.”

생각이 깊어진다.

불사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모두 마쳤지만, 아직 [불사]라는 특 성이 생겨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딱히 불사의 존재가 되고 싶은 건 아니다.

“아으, 모르겠다.”

경계의 세계에 떨어진 이상 대정령

을 처치하던, 지상으로 탈출하던 목 표를 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이곳이 경계의 어 느 지역인지부터 알아내야겠지. 다 행히 비록 가상이었지만 경계의 세계에 다녀온 경험이 있어 불안하지 는 않다.

……그 순간.

쿠웅!

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당혹감을

느끼며 뒤를 돌았다.

“......뭐야?”

소리는 점차 가까워졌다.

이내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사람 하나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내 게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눈을 찌푸렸다.

“경계의 주민인가?”

“……사람? 도, 도망쳐요!”

검은 머리를 한 젊은 여성이었다.

나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뒤 에서 따라오는 거대 괴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생김새만 보면 거대 괴인과 비숫한 데 묘하게 신비한 기운이 느껴진다.

나는 곧바로 마력을 끌어올려 구체 를 구현했다.

여성은 그것을 보며 두 눈을 크게 뜨더니 빠르게 고개를 저으며 외쳤 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도망쳐 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는 구체를 괴 인을 향해 방출했다.

콰아아앙!

거대 괴물의 몸은 멀쩡했다. 예상 치 못한 상황에 나는 당혹감을 느꼈 다.

마법이 왜 안 통하지.

“뭐야. 저거.”

“뭐해요! 쟤는 정령이라 마법이 안 통해요! 은을 이용한 물리 공격만 통한다고요!”

정령이라고?

그제서야 왜 내 공격이 통하지 않 았는지 알게 되었다.

근원의 씨앗을 수호하는 설산의 대 정령도 마법이 통하지 않았으니까.

다행인 건 나한테 [정령 실체화 술 식]이 있다는 건데. 이건 전개 시간 이 상당히 길다.

쿠웅! 쿠웅! 쿠웅!

거대 괴인. 아니 거대 정령은 우리 를 향해 계속 달려왔다.

여성은 공포에 잠긴 얼굴로 내 팔 을 잡았다.

그때 내 머릿속에 그녀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은을 이용한 물리 공격은 먹힌다 고?

그때 내 시선이 그녀의 허리춤을

향했다.

기다란 은검 하나가 있었다. 그리 고 내 머릿속에 기가 막힌 방법이 떠올랐다.

“그거 줘봐요.”

“.…”예?”

“빨리!”

얼떨결에 그녀는 내게 은검을 내밀 었다. 나는 그대로 검을 쥐고는 허 공을 향해 휘둘렀다.

“그쪽 발현계 마법사잖아요. 어쩌 시게요?”

그녀의 말대로 나는 평생 발현계를

훈련해왔다.

검을 쥐어본 건 손에 꼽을 정도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나는 눈을 감고 능력을 발동했다.

[진화된 잠재 개성, ‘가면극’을 발 동합니다.]

[원하는 실존 인물을 연기해 능력 의 최대 40%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마치 홀린 것처럼 내 몸이 자연스 레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을 잡고는 자세를 잡았다. 옆에서는 당황스러워하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발현계 마법사가 아니었나?”

이내 내 몸은 이서준처럼 앞으로 달려 나갔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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