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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화 (437/535)

438화

상황은 최악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인류의 희망이었던 김진철이 전장 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으며, 지상 에 있던 대다수의 마법사 역시 무차 별적인 폭격에 휩쓸려 전투력을 상 실했다.

하지만 상황이 불리해졌을 뿐, 패 배가 확정된 상황은 아니었다.

녀석이 아무리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한들, ‘무적’은 아니었으니

까.

크루아스는 마력을 끌어올리더니 내게 수많은 검은 구체를 방출했다.

동시에 나는 모든 마력을 다리에 집중하고는 앞으로 달렸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내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거대한 폭 발이 일었다.

한방이라도 홀리지 못하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공격을

피했다.

이후 바닥 위로 뛰어오르며 녀석을 향해 손을 뻗었다.

파아아앙!

어둠 속에서 황금의 마력이 일직선 의 잔상을 남기며 녀석을 향해 쏘아 졌다.

그러나 아쉽게도 내 공격은 녀석이 구현한 장막에 의해 막혔다.

실망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렇게 쉽게 풀릴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니.

나는 이어 마력을 끌어올리며 후속 타를 준비했다.

그리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크루아스의 검은 구체가 나를 향해 날 아왔다.

나는 에어워크로 다시 한번 하늘 위로 크게 도약하며 그 공격을 피해 냈다.

파앗一一!

내 육신은 어느덧 녀석의 머리 위

까지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두 손 을 뻗어 마력을 끌어모았다.

크루아스는 침착하게 나를 올려보 고는 입안에 화염을 가득 담았다.

그렇게 녀석이 브레스를 내뿜으려 는 그 순간.

콰아앙!

거대한 화염 구체 하나가 크루아스 의 머리를 가격했다.

동시에 브레스는 방향을 잃으며 허 공에 쏘아졌다.

—김선우!

지상에서 들려오는 유아연의 다급 한 외침.

그녀가 빈틈을 만들어 준 것이었다.

‘지금이다!’

[사용 효과 ‘투쟁심’을 발동합니

다.]

[사용 효과 ‘대자연의 심장’올 발동 합니다.]

[사용 효과 ‘필중’을 발동합니다.]

세 개의 효과가 중첩되며 내 몸에 새로운 힘이 몰아쳤다.

나는 녀석의 목과 몸통 사이를 노 려보았다. 외부자의 혜택을 통해 보 이는 녀석의 약점 중 가장 범위가 넓은 부위였기 때문이다.

“......흐읍.”

짧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압축한 마법 구체를 그대로 방출했다.

파아아아아앙——

구체는 곧 크루아스의 목과 몸통 사이를 정확히 꿰뚫었다.

약점이 맞기는 하는지 지금까지와 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이어서 검귀와 이서준, 김덕현과 같은 강화계 마법사들이 하늘 위로 날아오더니 내가 만들어낸 상처 사 이로 병기를 크게 휘둘렀다.

그리고 그 뒤를 협회의 간부인 미

하엘과 염제와 같은 마법사들이 지 원했다.

크아아아앙一!

그렇게 다시 이어지는 공격에 크루아스는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괴로 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들의 공격은 잠깐의 상처 를 만들어 낼뿐, 큰 변화를 가져다 주지 못했다.

공격이 적중될 때마다 녀석의 육신 이 빠르게 재생되며 원래의 형태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 재생력에 한계가 없는 건가?

—……무슨 폭주화 된 마인도 아니 고.

나 역시 그 모습을 보며 당혹스러 움을 느꼈다.

마인들은 그나마 ‘멸마’ 혹은 ‘빛 속성’으로 재생력을 억제할 수 있지 만, 재앙급 마수는 그런 것조차 없 었기 때문이다.

그때 였다.

“어?”

나는 녀석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 했다.

크루아스의 검은 가죽 중간중간에 새하얗게 썩어 재생되지 않는 부위 가 있었다.

그리고 그 새하얀 부분은 마치 녀 석의 몸을 잠식하듯 눈에 보이지 않 는 느린 속도로 서서히 범위를 넓혀 가고 있었다.

그것올 보며 나는 강한 의문을 느 꼈다.

왜 저 부분은 재생되지 않고 썩은 거지?

“잠깐. 저거 설마?”

나는 새하얀 흉터의 정체를 깨달았 다.

흉터의 위치가 왠지 낯익다 싶더니 내 공격이 성공했던 부위들이었다.

“드래곤 슬레이어 특성의 숨겨진 효과인가?”

……아니다.

드래곤 슬레이어엔 저런 효과가 없다. 그렇다면…….

“혼돈인가.”

크루아스는 ‘불사의 운명’을 타고 났고, 나는 운명을 거스르는 힘인 ‘혼돈’을 지니고 있다.

내가 가진 혼돈이 녀석의 육신에 잠식해 불사의 운명을 파괴하고 있 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였네.”

녀석이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게 없다고 말한 이유. 이제야 퍼즐이 맞 춰지기 시작했다.

“……이길 수 있다.”

끝없는 재생력에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는데 뒤늦게 공 략법을 발견했다.

녀석은 불사가 아니다. 시간이 지 날수록 서서히 죽어갈 것이다.

“좋아. 해보자.”

지금 이 기세를 몰아 녀석의 움직 임을 제한해야 한다.

나는 마력을 이용해 허공에 술식을 그려냈다. 이내 술식은 마법진의 형 태가 되었고, 강한 빛과 함께 그테 렐이 소환되었다.

“……으, 웅애?!”

그레텔은 하늘 위에 소환된 것에 화들짝 놀라며 짧은 팔과 다리를 이 리저리 휘저었다.

이내 발밑을 내려보더니 거대한 흑 룡을 보고는 다시 놀란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유대]의 힘으로 내 의지가 전달되 며 그레텔은 한순간에 이 상황을 파 악했다.

“그레텔!”

“응애!”

그레텔은 내 어깨 위로 올라타더니 그대로 합장했다.

이내 강한 마력의 기운이 뿜어지더 니 허공에서 마법진과 함께 수많은 나무줄기가 크루아스를 향해 뻗어졌다.

우우웅!

사아아아아악!

나무줄기는 곧 크루아스의 한쪽 날 개를 속박했다.

한쪽 날개가 묶이자 크루아스는 당 황한 반웅을 보였다.

[……큭. 이건 또 무슨.]

녀석의 움직임이 둔해지자 나는 모 두에게 외쳤다.

“새하얗게 변질된 부분을 공략해 요!”

—……변질된 부분?

한참 용을 향해 장검을 휘두르던 검귀가 한 발짝 물러서더니 크루아스의 육신을 살폈다.

이서준과 김덕현. 그리고 아직 전 투력을 잃지 않은 다른 마법사들도 따라 크루아스를 관찰하듯 바라봤 다.

—새하얀 부분…… 어? 찾았다.

—설마 저긴가?

그리고 내 외침에 크루아스는 당황 한 반응을 보였다.

[……눈치챈 건가.]

—가자!

이후 크루아스를 향한 총공격이 다 시 시작되었다.

크루아스는 끈질기게 자신의 날개

를 속박하는 나무줄기를 파괴했고, 그 틈을 노려 마법사들은 크루아스 의 새하얀 흥터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나 역시 압축된 마법 구체를 녀석 의 몸에 방출해 녀석에게 새로운 상 처들을 만들었다.

크어어어어어엉——

크루아스는 거대한 괴음과 함께 검 은 마력을 폭발시키듯 전신으로 방 출했다.

그 여파로 몸을 속박하던 나무줄기

가 순식간에 찢겨나갔고, 근접해 있 던 강화계 마법사들 역시 검은 마력 에 노출되며 지상에 처박혔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갑작스럽게 뿜어진 검은 마력이 내 몸을 잠식하 더니 내 육체의 마력의 흐름을 꼬이 게 했다.

이내 끔찍한 고통이 터지며 나 역 시 지상으로 추락했다.

콰아앙!

이후 크루아스는 분노를 표출하듯 수십 개의 검은 구체를 지상을 향해

퍼부었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계속되는 공격에 지상은 계속해서 폭발했고, 사람들은 그 공격에 휩쓸 리며 정신을 잃었다.

방금 나와 합동 공격을 시도했던 유아연, 검귀, 김덕현 역시 마찬가지 였다.

크루아스의 끝없는 폭격에 이들 역 시 정신을 잃거나 전투 불능의 상태 가 되었다.

“……크으윽!”

어느덧 내 육신은 구석구석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찢어져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쿨럭!”

입 안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끔찍 한 고통에 나는 그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죽음을 초월한 고통’ 업적을 달성 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고통 내성’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 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끝없이 이어지던 녀석의 공격이 멈 추었다.

지상에는 더 이상 전투 능력을 가 진 사람들이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그 풍경을 보며 처음으로 좌 절감을 느꼈다.

녀석의 약점을 발견하고,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애초에, 이길 수 없던 싸움이었나?

[……이제야 정리가 됐군.]

크루아스의 작은 중얼거림이 들려 왔다.

끈질기게 자신을 괴롭힌 인류가 전 투력을 상실한 것을 확인하고는 여 유를 되찾은 모습이었다.

[……나 크루아스가 너희 인류에게 경의를 표하겠다. 설마 나를…….]

혼자 중얼거리던 크루아스가 말을 멈추었다.

흐릿해진 시선으로 녀석을 올려보 자 나의 공격으로 생겨난 새하얀 흉 터의 범위가 서서히 넓혀지고 있었다.

[……더 시간을 끌면 안 되겠군.]

그렇게 중얼거리던 크루아스가 바 닥에서 기절한 이서준을 내려보더니 이내 내게 시선을 돌렸다.

[그럼 마무리를 지어볼까.]

우우우웅!

내게 시선을 돌린 크루아스의 입 안에서 검은 마력이 응축되기 시작 했다.

그 살벌한 마력에 깊은 본능적인 공포감을 느꼈다.

하지만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몸 전체가 완전히 박살났기 때문이 다.

……나. 이대로 죽는 건가?

“크으윽!”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이대로 아무것도 못 하고 죽으라 고?

“……웃기지 마.”

……그리고.

가슴 깊은 곳에서 새로운 기운이 퍼져나오기 시작했다.

그 기운은 내 전신에 퍼지며 박살 났던 육체를 빠르게 재생시켰다.

[당신의 육신이 극한의 상황에 부 닥쳤습니다.]

[‘폭주화 3단계’가 발동합니다.]

[일시적으로 마기를 사용할 수 있 게 됩니다.]

[‘부분 폭주화’를 발동합니다.]

내 육신은 한순간에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몸 안에서 폭발적으로 홀러 나오는 마력을 느끼며 두 발로 다시 일어섰다.

“......으윽.”

전신에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 이서준은 서서히 눈을 떴다. 동 시에 이전의 기억이 머릿속에 떠올 랐다.

크루아스와의 전투. 그리고 녀석이 쏘아낸 마력에 노출되며 정신을 잃 었었다.

얼마나 기절해 있던 거지?

이서준은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크 ”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근육이 망가지고 뼈 몇 군데가 골절 되어 있었다.

이서준은 이를 악물고는 마력을 이 용해 근육을 움직였다.

그러자 끔찍한 고통과 함께 몸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우.”

우여곡절 몸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그 순간 어디선가 어마어마한 마력 의 기운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 올리자 충격적인 장면

이 눈에 들어왔다.

“……김선우?”

저 멀리서 김선우가 홀로 크루아스 를 상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한쪽 눈이 검게 물들었고, 인간이 사용할 수 없는 능력인 마기를 이용 해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끼에에에엑一!

그리고 김선우의 마법이 적중될 때 마다 크루아스에게서 커다란 비명이

터졌다.

크루아스가 분노하며 검은 구체를 구현해 김선우에게 방출하자 김선우 의 한쪽 팔과 어깨가 그대로 사라졌다.

하지만 김선우의 육신은 초재생눙 력에 의해 순식간에 재생되어 원래 의 형태를 되찾았다.

“……어이가 없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서준 은 뒤를 돌았다. 전신에 상처가 가 득한 염제가 김선우의 전투를 지켜 보고 있었다.

“……염제님?”

그의 등장에 이서준은 잠시 놀란 표정이 되었다.

염제는 대답 대신 멍하니 김선우의 전투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대체 뭐 하는 녀석이지?”

염제의 말에는 깊은 혼란이 담겨 있었다.

지금까지 김선우를 인류의 적이라 규정하고 쫓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부터 그가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 되 어 버렸다.

만약 여기서 김선우가 무너지게 된 다면 김진철의 균열 봉인이 풀리기 전까지는 크루아스를 막을 존재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서준은 다시 김선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두 눈으로 보기 힘든 처절한 전투.

본능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마력을 끌어올리려 했다.

그때 염제가 말했다.

“가만있어라. 그게 녀석에게 더 도 움 된다.”

분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 상태에서 어설프게 돕다간 오히 려 그에게 짐이 될 수 있다.

—으윽

그리고 정신을 잃었던 사람들이 전 투의 여파를 느낀 듯 하나둘씩 깨어 나기 시작했다.

협회의 마법사, 길드 소속 마법사. 유아라, 유아연, 최서윤, 윤하영 둥 둥.

그들 모두 홀로 크루아스를 상대하 고 있는 김선우를 멍하니 바라보며 두 눈을 크게 떨었다.

콰아앙!

—끄으으윽!

크루아스의 압도적인 마력에 몸이 사라져도, 재생하며 다시 전투를 치 루는 그의 모습이 너무도 처절했기 때문이다.

-……김선우.

그리고 어느덧. 한쪽만 검게 물들 었던 김선우의 두 눈이 완전히 검게 물들었다.

이내 어마어마한 마기가 그의 몸을

중심으로 폭발하듯 터지기 시작했다.

[……끈질긴 녀석.]

크루아스의 움직임은 점차 느려졌다. 흑룡이라는 이름과 달리 몸 구 석구석에 새하얀 점이 생겨나 있었다.

분명 압도하는 상황이었음에도 크루아스 쪽이 더 조급해 보였다.

그때 김선우의 옆에 균열 하나가 생겨나더니 그의 팔을 집어삼켰다.

크루아스가 권능을 이용해 김선우 의 팔 하나를 봉인한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김선우는 움직 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한 번에 끝내주마.]

크루아스가 하늘 높이 비상했다. 곧이어 입안에 검은 마력이 응축되 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압도적인 마력.

초재생능력이 발동하기 전 육체 전 체를 태워 즉사시키려는 것이었다.

“.....♦안돼.”

그리고 이것을 바라보던 사람들 모 두가 위기라는 것을 짐작했다. 만약 이대로 간다면 김선우는 그대로 죽 게 될 것이다.

우우우웅!

그렇게 크루아스 입안에 검은 마기 가 서서히 모이고.

크루아스는 크게 날갯짓하며 그대 로 김선우를 향해 방출했다.

파아아아앙——

—아, 안돼애!

바로 그때였다.

검은 마력이 깃든 브레스가 김선우 에게 쏘아지던 그 순간 엄청난 마력 과 함께 거대한 무언가가 김선우의 앞에 튀어나왔다.

그것은 곧 김선우 대신 브레스를 맞았고, 몸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몸이 기울어졌다.

하지만 금세 몸을 재생하더니 기울 어진 몸의 균형을 다시 잡았다.

그러고는 거대한 팔을 휘둘러 크루

아스의 머리에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아앙!

한순간에 벌어진 상황.

크루아스는 그대로 지상에 몸이 처 박혔다.

예상치 못한 흐름에 모두가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이서준은 거대한 그것을 보며 멍하 니 중얼거렸다.

“......나무?”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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