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34화 (433/535)

434화

오후 5시. 하령 소유 빌딩의 최상 층.

서울 풍경이 훤히 보이는 넓은 창 문 앞에서 나는 스마트 폰을 바라보 고 있었다.

[피코 : 빠밤—! 오늘 저녁부터 전 국 곳곳에 마력 재해 소식이 있습니다. 현재 수도권과 해안가 지역에 마력 기류가 불안정하게 떨리고 있

는데요. 특히 서울 지역은 마력 이 상 현상이 내일 밤까지 집중적으로 발생할 예정이니 안전한 활동을 하 셔야 합니다〜]

스마트 폰을 끄고는 창밖으로 시선 을 돌렸다.

원래라면 해가 떠오르고 있어야 할 시간이었지만 마치 밤이 된 것처럼 어두웠고 심상치 않은 마력의 흐름 이 느껴졌다.

“……내일인가.”

크루아스와의 결전.

긴장감이 들면서도 내심 평온한 기

분도 든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내일만 지나게 된다면 큰 사건 하나가 끝나게 되는 것이니까.

이제는 이 일로 스트레스받거나 불 안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예언처럼 내가 죽게 되는 결 과가 나오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 만.

“……잘 해봐야겠지.”

나는 오랜만에 능력치를 확인했다.

[능력치]

체력 : 93.2

근력 : 89.92

마력 : 90.21

속도 : 57.21

순발력 : 107.3

손재주 : 33

“……와. 엄청 올랐네.”

기대보다 높은 수치에 감탄이 나왔다.

회귀 첫날과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3배에 가까운 성장을 이뤄냈기 때문 이다.

체급만 따지면 전 세계 S등급 마법사를 한곳에 모아도 중상위권은 되지 않을까.

“순발력은 아예 100을 넘었네.”

100을 넘어 110을 바라보는 수준 이다. 능력치가 높아질수록 성장 속 도가 크게 떨어지는 걸 생각하면 엄 청난 수치다.

“아슬아슬한 상황을 많이 겪어봐서 그런 건가.”

어찌 됐든 만족스럽다.

지난 2년간 나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고.

나 진짜 열심히 했구나.

“……왕이시여.”

그때 내 뒤에서 어둠이 피어오르더 니 하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뒤를 돌아 그에게 시선올 돌 렸다.

“백두산 인근에서 검은 마수의 떼 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검은 마수?”

“네. 그리고…… 그곳에서 용도 발

견되었다고 합니다.”

그 말에 나는 잠시 눈을 찌푸렸다.

“용이라면 크루아스 말하는 거야?”

“저번에 왕을 찾아왔었던 크루아스 의 수하인 것 같습니다.”

크루아스의 수하라면 카시스인가.

“피해는?”

“용은 잠깐 모습을 드러내고 사라 져 큰 피해는 없다고 합니다. 다만 검은 마수로 인한 피해가 생겨나 혼 란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카시스가 둥장했다는 이야기에 많 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원작 속 크루아스의 등장과는 형태 가 완전히 달라진 거 같아서.

하령은 잠시 내 눈치를 보더니 다 시 입을 열었다.

“내일 크루아스가 서울에 강림하게 되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일단 상황을 지켜봐야겠지.”

크루아스가 서울에 강림하게 된다 면 김진철을 포함해 협회에서 먼저 움직일 것이다.

만약 운이 좋다면 녀석과 만나기 전에 협회의 손에 토벌되거나 봉인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내가 굳 이 나서지 않아도 되겠지.

물론 크루아스가 혼돈을 쌓아 한충 더 강해졌기에 막아내지 못할 최악 의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

그때가 온다면 내가 개입하는 수밖 에 없다.

“일단 알았어. 나는 잠깐 밖에 좀 다녀올게.”

“왕이시여. 아시다시피 밖은……

“괜찮아. 마력 기류가 불안정해서 잠깐 상황만 살피려는 거니까.”

하령은 입을 다물고는 고개를 끄덕 였다.

그렇게 외출 준비를 마치고 나가려

는 그때.

“아 맞다.”

하령에게 해주려고 했던 말이 갑작 스레 떠올랐다.

“마력 전도석이라는 게 있어.”

조금 뜬금없는 말이었을까. 하령의 두 눈에 의문이 떠올랐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이름 그대로 마력을 전해주는 힘 을 가진 돌이지. 참고로 유물이야.”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근데 마력

전도석은 갑자기 왜……?”

“마력 전도석을 이용하면 블러드 크리스탈로 얻은 피에 마력을 공급 할 수 있거든.”

하령의 두 눈이 크게 떠올랐다.

최근 마력 없는 피에 대해 불만을 품은 마인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작게 웃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같이 마력 전도 석을 찾아보자. 조사해보니까 지중 해에서 가끔 발견된다고 하더라고.”

“……아. 네. 알겠습니다. 근데 그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야 당연히 피코에게 물어서 알아 냈다.

5천 포인트라는 거금을 지불해야 했지만.

“이것저것 해결법을 떠올리는데 갑 자기 떠오르더라고.”

내 말에 하령은 더 묻고 싶은 게 있어 보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밖에 다녀올게.”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쌀쌀한 바람과 공기

중에 흐르는 마력이 온몸을 스쳤다.

확실히 기상청에서 예고했던 것처 럼 자연의 마력 기류가 평소와 다르 다.

……마치 누군가가 조작한 것처럼 인위적으로 흐르고 있다고 해야 할 까?

“심상치 않네.”

나는 눈을 감은 채 마력을 느끼다 가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

훈련으로 보낸 3일 사이.

서울의 풍경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한 나라의 수도라는 말이 무색하게 시민들의 모습을 찾기 힘들었고, 대 신 중무장한 마법사들이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 엄마一!”

“이리 와! 돌아가자

물론 간간이 평범한 일상들이 눈에 들어오긴 했다.

내 테러 경고에도 모든 시민이 서 울을 떠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엄청난 인구가 밀집된 장소이니만 큼 반이 넘게 사라져도 웬만한 도시 인구보다 숫자가 많다.

“엄마. 지우도 당분간 할머니 댁에서 살 거래.”

“……그래? 으음. 우리도 떠나야 하나.”

아이의 어머니는 걱정에 찬 얼굴이 되었다.

안전을 위해 떠나고 싶지만 그 나 름의 사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끼다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스으으

갑작스레 느껴지는 기운에 나는 발 걸음을 멈추었다.

공기 중에 흐르는 마력 속에서 이 질적인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치 생명체의 호흡과 비슷하 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그것을 느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중무장한 주변의 마법사들도 그 기 & 느낀 듯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

—……방금 뭐지?

—오늘 마력 재해가 일어날 수 있 다고 기상청에서 경고하긴 하던데. 그거 아니야?

……아니다.

이건 단순한 마력 재해 현상이 아 니다.

지금 느껴지는 이 기운은 자연의 것과는 거리가 머니까.

그리고.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주변에서 사이렌 소리가 크게 울려 오기 시작했다.

[비정상적인 흐름의 마력이 감지되 었습니다. 시민 여러분들은 서둘러 대피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비정상 적인 흐름의 마력이 감지되었습니다. 시민 여러분들은 서둘러 대피해

주시길 바랍니다.]

“……뭐, 뭐야?!”

“무슨 일이지?!”

쩌 저 적-

하늘에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저 균열의 정체. 오직 용족만이 사

용할 수 있는 권능인 ‘균열 이동’의

혼적이 었다.

2대 마인의 왕 토벌 때에도 이와

같은 현상이 벌어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크루아스가 강림하는 것은 내 일일 텐데?

그리고.

쿠우우우우웅!

“꺄아아악!”

거대한 괴음과 함께 사람들의 비명 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특무팀 요원으로 구역 경계를 하던 이서준은 떨리는 눈으로 서울의 풍 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갑작스레 하늘의 균열이 생기더니, 수많은 마수가 지상에 모습을 드러 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디서 나타난 지 모를 가고일과 용이 하늘을 비행하며 지상을 공격

하고 있었다.

커어 엉一!

“이서준!’’

그 끔찍한 풍경을 바라보던 이서준 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자신과 함께 경계 근무를 하던 유 아라의 외침이었다.

이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 로 소백천을 검집에서 뽑아 들었다.

우우우웅!

이내 검에서 새하얀 빛의 마력이 담기더니 이서준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동시에 새하얀 빛이 번쩍이더니 시 민을 덮치려던 검은 마수의 몸이 반 으로 절단되었다.

목숨을 구원받은 시민은 지진 나듯 떨리는 눈으로 이서준을 바라보았 다.

“당장 피하세요!”

“……네!”

시민이 다급한 움직임으로 사라지 자 이서준은 다시 주변을 둘러보았 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나도 몰라!”

유아라는 수십 개의 화염 구체를 구현하여 주위의 마수들을 공격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나타나는 검은 마 수 전체를 막기에는 조금 벅차 보였다.

[6구역입니다! 지원 요청합니다!]

[북부 5팀! 거대 설인 발견! 지원 요청!]

“.....♦쓰읍.”

이서준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김선우의 경고를 듣고 언젠가 이런 날이 찾아올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게 오늘이었을 줄이야.

까아아악!

그때 하늘의 작은 용 하나가 이서준에게 날아오며 화염을 내뿜었다.

이서준은 바닥을 박차며 단숨에 하 늘 위로 떠 오르더니 그대로 용의

머리를 잘라내었다.

빈틈을 노렸다는 듯 이어, 가고일 이 거대한 날개짓을 펼치며 이서준 의 등을 노려왔다.

하지만 예리한 감각을 가졌던 그였 기에 그 공격을 쉽게 막아냈다.

그리고 전광석화처럼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을 휘둘렀다.

서걱!

이내 가고일의 몸통이 절단되며 그 대로 쓰러졌다.

지상으로 착륙한 이서준은 잠시 잠 잠해진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스마트 폰을 쥐었다.

[[속보] 전국의 하늘에서 정체불명 의 균열 발견……]

[[속보] 서울 전 지역 마수 침공]

[[속보] 부산 일대 재앙급 마수, 크 라켄 강림]

“……이게 무슨.”

그리고 메시지가 떠올랐다.

[신영준 : 야 이서준. 너 어디야? 괜찮아?]

[윤하영 : 얘들아 다들 괜찮아? 이 게 무슨 일이지?]

단톡방에서 온 메시지였다. 이서준 은 메시지를 빤히 바라보다가 답장 을 입력했다.

[이서준 : 우린 괜찮아. 너희는?]

[신영준 : 여긴 안전지역이라 괜찮 아. 근데 이게 무슨 일이냐?]

[윤하영 : 혹시 오늘이 선우가 말

했던 크루아스가 강림하는 날 아니 야?]

“……크루아스의 강림.”

크루아스가 강림한다는 것은 어쩌 면 예전부터 예고되었던 ‘김선우의 죽음’이 가까워졌을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최서윤 : 선배님. 나침반은 확인 해봤어요???]

[윤하영 : 지금 어디야? 혼자 움직 이지 말고 같이 움직예

이서준은 곧바로 나침반을 꺼냈다.

만약 오늘이 크루아스가 강림하는 날이 맞다면, 김선우가 위험할 수도 있다.

당장 김선우를 찾아야…….

“김선우 위치 확인했어?”

어느새 검은 마수를 정리한 유아라 가 한 손에 스마트 폰을 쥔 채 다 가왔다.

이서준은 나침반에 시선을 고정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서쪽이야.”

“……서쪽.”

유아라가 나침반의 바늘이 가리키 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의 끝에는 겹겹이 쌓인 빌 딩 숲만 보일 뿐이었다.

유아라는 그 풍경을 바라보다가 입 을 열었다.

“애들한테 위치는 내가 알려一.”

쩌저저적!

그 순간. 다시 한번 하늘에 거대한 균열이 일었다.

아까 생겨났던 균열과는 크기부터 달랐다.

이서준은 멍하니 하늘을 올려보았 다. 균열 속에서, 거대한 생명체 하 나가 알을 깨듯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끼에에에에엑——!

이내 귀를 찢는 듯한 괴음과 함께 칠흑같이 검은 거대한 몸체의 무언 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후우웅!

그것은 거대한 날개를 펼치고는 주 변에 돌풍을 일으켰다.

유아라는 그것을 바라보며 본능적 인 공포감을 느꼈다.

“……크루아스?”

“저건 크루아스가 아니야.”

이서준은 김선우의 내면에서 보았 던 크루아스를 떠올렸다.

그날 보았던 크루아스는 지금 보이 는 저 용보다 훨씬 거대하고 강한 힘을 내포하고 있었다.

“……질병의 마수와 같은, 크루아스의 수하야.”

그리고.

쩌저적!

다시 한번 하늘에서 균열이 생겨났 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나가 아니었다.

……두 개.

이내 균열 속에서 두 마리의 거대 한 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긴급 지원 요청! 서울 시내에 재 앙급 마수 3체 출현!]

이서준은 떨리는 눈으로 하늘을 올 려보았다. 보고도 믿기 힘든 상황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재앙급 마수가 셋?”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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