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32화 (431/535)

432화

“포인트 4만, 인과율 2. 아니면 유 물이라……

정보 값치고는 꽤 비싸다고 느껴졌 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지불할 가 치가 있었다.

크루아스가 움직이는 날만 알게 된 다면 그에 맞춰 힘을 집중할 수 있 을 테니까.

“......흐음.”

나는 고민하다가 채팅을 입력했다.

[나 : 알았어. 대가는 어떻게 지불 하면 돼?]

[피코 : 뭘 줄 건데〜?]

포인트와 인과율. 혹은 유물…….

무엇을 대가로 할지는 처음 제안을 받은 그 순간 정했다.

[나 : 유물.]

마인의 왕이 되고 나서 은신처에

숨겨진 유물 몇 가지를 아공간 안에 따로 챙겨두었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포인트나 인과 율을 소모하는 것보다 쓸모없는 유 물을 녀석에게 넘겨주는 게 더 좋을 것이다.

[피코 : 좋아! 유물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나한테 주겠다는 ‘강한 의 지’를 보여주면 돼!]

“강한 의지라.”

나는 곧바로 아공간을 열어 안을 확인했다.

뭐가 좋으려나?

지금 나한테 가장 쓸모없는 유 물…….

“이게 좋겠네.”

[다색의 마력 연필(유물)]

설명 : 사용자가 원하는 색상으로 바꾸어 필기할 수 있습니다. 필기 된 내용은 사용자가 사망하기 전까 지 지워지지 않습니다.

부피도 적고 가벼워서 슬쩍 챙겼던 유물이다.

신기한 성능에 장난감 개념으로 가 져온 것이었는데, 보다시피 없어도 크게 상관은 없는 물건이다.

나는 [다색의 마력 연필]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는 ‘피코에게 주겠다.’ 라는 강한 의지를 담았다.

그때 였다.

우우우웅

[다색의 마력 연필]에서 새하얀 빛

이 뿜어지더니 그대로 뿅. 하고 사 라졌다.

그리고 떠오르는 메시지.

[‘유물을 대가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된 건가?”

그때 스마트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피코 : 확인했어! 그럼 크루아스 의 강림 날짜를 알려주면 되는 거 지?스0스]

[나 : o]

[피코 : 5일 뒤 크루아스에게 심판 의 자격을 위한 운명이 모두 쌓일 거야. 아마 그날일 듯?]

“그날일 듯?”

나는 눈을 찌푸렸다.

[나 : 뭐야? 정확히 알고 있는 거 아니었어?]

[피코 : 그걸 어떻게 알아. 내가 크루아스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갑작스레 바뀌는 말에 잠시 황당함 을 느꼈지만 ‘5일 뒤 모든 운명이 쌓인다.’라는 정보는 분명 가치가 있었다.

당시 나를 찾아왔던 카시스의 말에 의하면 모든 운명이 모인 즉시 크루아스가 나를 찾아올 것이라 했으니 까.

“……5일 뒤라는 건가.”

긴장감이 온몸을 스친다.

이제 주어진 시간이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나는 작게 숨을 내쉬고는 또 다른 궁금한 것을 물었다.

[나 : 근데 너는 그런 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피코 : 그게 무슨 말이야rr]

[나 : 크루아스에게 운명이 쌓이는 날을 어떻게 알고 있냐고.]

[피코 : 그게 무슨 말이야ro~i

“……얘가 갑자기 이해를 못 하 네.”

이해를 돕기 위해 길게 풀어서 메 시지를 입력했다.

[나 : 방금 나한테 알려준 크루아스의 정보 말이야. 그걸 네가 어떻게 알고 있냐고.]

[피코 : 그게 무슨 말이야ro~i

아까만 해도 사람처럼 행동하더니 이제는 평범한 ‘채팅 봇’처럼 굴고 있다.

잠시 어이없음을 느끼다가 다시 메 시지를 입력했다.

[나 : 피코야?]

[피코 : 응! 선우야~"(r 아 참. 그 거 알아? 이따가 눈이 내린대! 감기 조심해! 삐융삐융!]

이제는 뜬금없는 말까지 한다.

아무래도 내 질문을 피하려고 저러 는 것 같다.

잠시 생각에 잠긴 나는 메시지를 다시 입력했다.

[나 : 뭐 하나 더 물어봐도 돼?]

[피코 : 당연하지! 나는 모르는 게 없어〜긔 긔]

이제야 제대로 반응하는 모습.

나는 신경 쓰지 않고 다음 질문을 던졌다.

[나 : 외부자의 혜택이 뭔지 알고 있어?]

[피코 : ‘외부자’의 사전적 의미. 어떤 조직 따위에 속하지 않는 사

람.]

[피코 : ‘혜택’의 사전적 의미. 은 혜와 덕택을 아울러 이르는 말.]

“또 이러네.”

몰라서 저러는 게 아니라 일부러 답변을 피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나는 턱을 매만지다가 다른 것을 묻기로 했다.

[나 : 김창현 알아?]

[피코 : 그게 누군데? 남자야? 소 개시켜주게? 꺄악~!스0~|

[나 : 마법사관학교 졸업생이면서 유성 일족의 생존자인 김창현. 알 아?]

[피코 : 당연히 알지! 피코는 모르 는 게 없어!]

이건 알고 있네.

[나 : 녀석의 비밀 알려줄 수 있 어?]

[피코 : 대가가 필요한데〜 음. 인 과율 1주면 알려줄게!]

인과율 1…….

이 정도면 충분히 줄 수 있다.

그런데 대가가 생각보다 싼 거 같 아서 또 괜히 걱정이 든다.

[나 : 알았어. 가져가.]

그 순간. 내 몸에서 작은 빛이 뿜 어지더니 눈앞에 메시지 하나가 떠 올랐다.

[1 의 인과율을 소모하셨습니다.]

이내 답장이 왔다.

[피코 : (속닥속닥) 이건 진짜 엄 청난 비밀인데…… 김창현은 사실 회귀자야!]

나는 눈을 찌푸렸다.

김창현이 회귀자 인 건 이미 알고 있었다고.

[나 : 그건 이미 알고 있어. 다른 비밀을 알려줘.]

[피코 : 알고 있었어? 헤헤. 몰랐 네~~ 수고.]

“……이게 끝이야?”

그럼 내 인과율은?!

그때 메시지가 다시 왔다.

[피코 : 불쌍하니까 덤으로 비밀올 하나 더 알려줄게! 원래 알려주면 안 되는데. 특별히!]

……하나 더 알려준다고?

[나 : 무슨 비밀인데?]

[피코 : 김창현은 회귀를 2번 이상 경험했어!]

으..

나는 멍하니 그 메시지를 바라보았 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었다.

김창현의 숨겨진 능력, 혹은 목적 을 알려주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2번 이상의 회귀.”

참고로 나는 1번의 회귀를 경험했다.

그러니까 나에게는 이번 생이 2회 차지만, 녀석에게는 3회차가 넘어갈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러고 보니 차원 관측으로 본 이 전 삶에서 녀석이 이런 말도 했었 지.

—이번 생은 망했네.

“생각해보니 당연한 거였는데.”

그 전의 삶이라…….

그런 생각을 하자 문득 ‘차원 관 측’의 시간대를 정하기 위해 [세계의 기록소]에 입장했던 일이 떠올랐다.

우주를 연상시키는 검은 공간.

그리고 허공에는 3개로 나누어진 ‘세계의 역사’가 그려져 있었다.

“하나는 이전 회차의 역사…… 다른 하나는 이번 회차의 역사가 그려 져 있었지……

그리고 남은 하나.

전혀 읽을 수 없던 또 하나의 기 록이 하나 더 있었다.

당시엔 내가 빙의하기 전의 역人}. 혹은 다음 회차의 역사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설마 그게 최초의 세계 선이 었나?”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2회차가 아닌 3회차의 세계 였고, 내가 겪어보지 못한 ‘최초의 세계’가 따로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권능]을 다시 살폈다.

차원 여행[인과율 3이

—세계의 기록소를 열람해 당신이 경험하지 못한 모든 차원의 시간대 를 1회 관측할 수 있습니다.

이제야 이 능력의 진정한 알 것 같았다.

의미를

내가 경험하지 못한 차원인 ‘최초 의 세계’를 관측하게 하는 능력인 것이었다.

“근데 이 정보가 중요하려나?”

이 세계가 3회차의 세계라는 건

알겠다.

문제는 이 정보가 지금의 내게 의 미가 있냐는 거다.

어차피 지나가서 되돌릴 수 없는 세계.

어떤 이유로 나를 소환했느냐를 제 외하면 크게 의미가 없었으니까.

“무언가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 같 기도 하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채팅 창을 내려보았다.

이 녀석 내 기대 이상으로 쓸모가 많다.

나는 다시 메시지를 입력했다.

[나 : 혹시 김창현에 대한 거 더 없어? 녀석의 목적이라던가.]

[피코 : 으음. 50만 포인트 주면 김창현의 모든 정보를 알려줄게!]

“……50만은 무슨. 됐다 됐어.”

나는 혀를 쯧쯧 차며 스마트폰을 꼈다.

묻고 싶은 게 많지만 점점 요구하 는 게 많아진다.

그렇게 짧게 한숨을 내쉰 나는 소

파에 등을 기대고 멍하니 생각에 잠 겼다.

많은 걸 알게 되었다고 생각할 때 마다 내가 모르는 새로운 비밀이 계 속해서 생겨난다.

앞으로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에휴. 능력이나 마저 확인하자.”

[특수 한정 상점]에 아직 봐야 할 것이 많다.

나는 목록을 쭉 살피다가 [신비로 운 숙련의 비약]을 확인했다.

……그렇게 3일의 시간이 흐르고.

[서울시를 향한 김선우의 테러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일주일이 지 난 현재 사망자와 부상자는 여전히 0명에 달하고 있지만, 협회를 향한 시민들의 비난은 점차 거세지고 있 습니다.]

고충 빌딩의 최상충.

하령은 가만히 서서 티비에서 흘러 나오는 뉴스를 보고 있었다.

왕의 예상대로 수많은 시민이 서울 을 떠나고, 공공의 적이 된 ‘김선우’ 를 잡기 위해 수많은 마법사가 서울 에 모이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협회는 김 선우의 조그마한 흔적도 찾아내지 못했다.

김선우의 특수한 능력이 수사에 혼 선을 주고 있던 것이다.

[한편, 지난주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검은 마수’가 중국 일대에 다 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다행히 초 기 진압에는 성공했으나 갑작스러운

검은 마수의 출몰에 김선우의 예언 대로 ‘크루아스’가 서울에 강림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불안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제 하루인가.”

왕의 말에 따르면 크루아스가 강림 하는 것은 내일이라고 한다.

그에 맞춰 왕은 준비할 것이 있다 며 3일 전 사라졌고, 하루 전날에 자신을 찾아 줄 것을 부탁했었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었다.

삑.

하령은 티비를 끄고는 발걸음을 옮 겼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목적지, ‘왕의 방’에 도착했다.

그런데 안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하령은 의문을 느끼며 천 천히 문을 열었다.

스으으‘

주변을 삼킬 듯 강렬한 마력의 기 운이 퍼져 나왔다.

방 전체가 짙은 마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령은 의문을 느끼며 천천히 안으 로 들어섰다.

“……왕이시여?”

김선우의 뒷모습이 보였다. 바닥에 앉은 채 마나 연공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평소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고 해 야 할까?

그때 김선우가 하령의 목소리를 들 은 듯 마나 연공을 멈추었다.

“왔어?”

왕의 부름에 하령은 공손하게 고개 를 숙였다.

“왕께서 말씀하신 크루아스의 경고 까지 하루 남았습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김선우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리 에서 일어섰다.

동시에 그의 몸에서 땀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하령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말했다.

“……분위기가 달라지신 것 같습니

다.”

“그래?”

김선우는 수건으로 자신의 땀을 닦 았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태도였지만, 분명 그의 눈빛에는 자신감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혹시 무슨 깨달음이라도 얻으셨습 니까?”

김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깨달음이라…… 응. 얻었어. 꽤 중 요한 깨달음을.”

그렇게 중얼거린 김선우는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했다.

[‘과몰입’과 ‘신비로운 숙련의 비 약’을 이용하여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피코의 조언’ 업적을 달성합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마력 제어술(A)’의 숙련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마력 제어술’의 등급이 으로 상승 합니다!]

[더 정교하고 파괴적인 마법을 구 현할 수 있게 됩니다!]

[‘S등급 마법사’ 업적을 달성합니 다!]

[보상으로 2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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