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30화 (429/535)

430화

늦은 밤.

하령의 빌딩 안에서 나는 소파에 누운 채 [외부자의 혜택]의 메시지 를 보고 있었다.

[보유 포인트 : 532,500]

[인과율 : 69.3]

최근에 벌였던 여러 일의 영향으로

상당한 포인트와 인과율이 쌓였다.

일주일 사이에 대략 40만 포인트 와 10의 인과율을 얻은 것 같았다.

거의 복권에 당첨된 수준으로 한 번에 많은 포인트를 벌어 기분이 좋 기도 했지만, 백날 굴러봤자 관종짓 한번 이기지 못한다는 다는 사실에 씁쓸한 기분도 느껴졌다.

“……뭐. 좋게 생각해야지. 40만 포인트나 벌었는데.”

크루아스가 약속했던 시간이 가까 워지고 있다.

이제 나도 슬슬 녀석에게 대비해 무언가의 준비를 해야 할 때.

먼저 포인트 상점을 확인하기에 앞 서 [인과율]을 먼저 확인했다.

인과율은 사용처가 딱히 없기에 자 주 확인하지 않았지만, 어느덧 50을 넘어 70에 가까워졌다.

현실 귀환의 열쇠라고 예상되는 권 능, [데우스 엑스 마키나]까지 이제 는 31의 인과율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흠……

나는 멍하니 눈앞의 숫자를 바라보 다가 인과율의 설명을 다시 확인했다.

[인과율]

—메인 스토리의 중요 사건을 해결 시 획득합니다. 당신의 개입도와 스 토리의 변화에 따라 획득할 수 있는 인과율의 양이 증가합니다.

—인과율을 소모하여 권능을 사용 할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읽어보는 인과율의 설명.

과거의 나는 이 인과율이 단순히 포인트와 같은 능력을 구매하기 위

한 화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설명을 다시 보니 느낌이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마치 신비들이 내게 말하던 ‘혼돈’ 혹은 ‘업보’와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업보가 쌓일수록 인과율도 따 라 쌓인다는 건가?”

흐음.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업보 를 많이 쌓긴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내가 이것저것 일을 벌려서 세계에 큰 혼란을 준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나도 억울하다.

이전 삶에서 조용히 살다가 회귀해 버렸는데 나보고 어떡하라고?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 어 휴. 쯧쯧.”

나는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이번 에는 인과율의 소모처인 [권능]을 살폈다.

[권능]

데우스 엑스 마키나[인과율 10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

차원 관측[인과율 1이

—당신이 경험한 모든 차원, 시간

대를 잠깐 관측할 수 있습니다.

가능성 조작[인과율 2이

—일시적으로 어떤 사건의 확률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차원 여행[인과율 3이

—세계의 기록소를 열람해 당신이 경험하지 못한 모든 차원의 시간대 를 1회 관측할 수 있습니다.

“......권능.”

[차원 관측]을 제외하면 2개의 권 능을 아직 사용해보지 못했다.

인과율 1 하나 모으기 힘든 상황 에서 합계 50의 인과율을 사용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데우스 엑스 마 키나]를 위해 불필요한 인과율을 소 모하고 싶지 않기도 했고.

하지만 인과율이 꽤 쌓이다 보니 아직 사용해보지 못한 두 개의 권능 에 자연스레 눈이 돌아갔다.

과연 저 능력들을 사용하게 된다 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능성 조작…… 차원 관측…….

나는 [가능성 조작]에 시선을 돌렸다.

“가능성 조작. 얘는 진짜 뭔가 있 어 보이기는 하는데.”

이름만 들어도 ‘사기 능력’의 냄새 가 풀풀 풍겨온다고 해야 할까?

한때 웹소설 고인물 독자(지금은 후회 중)였던 나의 ‘사기 스킬 레이 더’가 감지하고 있다.

이 능력을 사용하면 분명 엄청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물론 일회용인 능력인 만큼 섣불리 사용할 순 없기는 하지만.

“……아니야. 정신 차리자.”

[데우스 엑스 마키나]까지 31의 인 과율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런 것에 20의 인과율을 소모할 순 없다.

정말 눈앞에 어떠한 방법도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상황이면 또 모를까.

나는 눈앞의 [권능] 창을 바로 치 워버리고는 포인트 상점을 켰다.

그때 였다.

[빠라빠빰一!]

[새해맞이 특별 행사!]

[포인트 상점에서 판매하는 모든 능력이 한 달간 15% 할인가에 판 매됩니다!]

[고독한 외부자를 위한 특별 한정 상품들이 추가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확인하세요!]

나는 멍하니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를 읽었다.

“……한정 상품?”

[……믿을 수 없다. 어째서 너 같 은 것이 존재하는 거지?]

……짙은 어둠으로 드리운 유적지 의 마지막 방.

수호자인 거대 석상의 몸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석상은 자신의 앞 에서 있는 남성, ‘김창현’을 내려보 았다.

[혼돈의 부산물이여…… 세계가 너 를 주시할 것이다.]

쿠웅一!

석상은 그대로 바닥에 거대한 먼지 를 일으키며 사라졌다.

김창현은 짧게 숨을 내쉬고는 유적 지의 ‘보상’이 있는 제단으로 걸어 갔다.

“……차원석. 겨우 하나 더 찾았군. 남은 건 6개인가?”

김창현은 혼자 중얼거리고는 제단

위에 올려진 ‘돌’을 집었다.

신비한 마력이 깃든 보랏빛의 돌.

마력을 살짝 주입하자 돌에서 일직 선의 빛이 쏘아지더니 유적지의 천 장에 쏘아졌다.

쿠우우웅!

이내 빛은 천장에 박히더니 작은 균열을 만들었다.

균열 속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다.

김창현은 잠시 그것을 바라보고는

돌에 주입한 마력을 끊었다.

동시에 돌에서 뿜어지던 빛이 사라 지고 천장에 생겨났던 ‘균열’도 사 라졌다.

“……훗.”

김창현은 짧게 미소를 짓고는 유적 지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보이는 것은 넓은 사막이었다.

김창현은 그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 다가 하늘로 시선올 옮겼다.

깊은 밤. 어둠 속에서 환하게 빛나 는 수많은 별이 눈에 들어왔다.

김창현은 무언가 깊은 생각에 빠진 듯한 얼굴이 되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전 세계에 혼돈이 드리웠구나. 이 번 생에는 정말로……

그때 였다.

갑작스레 느껴지는 기운에 김창현 은 표정을 굳혔다.

심상치 않은 기운…… 이 기운은 ‘그분’。] 자신에게 마주칠 시 피하 라고 수십 번 경고했었던 자의 기운 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내 눈앞의 어둠 속에서 한 남성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네 혼적을 쫓아왔다. 한발 늦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행히 늦진 않았 군.”

남성은 그렇게 말하곤 김창현의 손 에 들린 보랏빛의 돌을 바라보았다.

“그 돌. 차원석인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김창 현은 모든 마력을 다리에 주입했다.

그리고 도망치기 위해 옆으로 몸을 틀었다.

바로 그때.

....

눈에 보이지 않을 빠른 속도로 푸 른 빛의 마력이 김창현의 몸을 덮쳤 다.

콰아아앙!

“크아악!”

김창현의 몸은 그대로 충격에 휩쓸 리며 유적지의 입구에 처박혔다.

가까스로 장막을 펼쳐 방어했지만, 워낙 공격이 빨랐기에 완전한 방어 에는 실패했다.

“회귀자. 묻겠다. 네 진짜 목적은

무엇이지?”

남성은 김창현의 고통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김창현은 몸에 흐르는 끔찍한 고통 에 심음을 흘리더니 눈앞의 상대를 노려보았다.

“……당신. 많은 걸 알고 있군.”

“네 주인이 나와 여러 비밀을 공유 하던 사이였거든. 그래서 남들보다 는 많이 알고 있기는 하지.”

김창현은 입에 고인 피를 토해내고 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큰일이군.”

가장 마주치기 싫었던 상대를 만났 다.

비록 은거 생활을 통해 그 명성이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다고는 해도, 상대는 전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괴물…….

도망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죽여야 하는 건가.”

“나를 죽인다고? 네가?”

남성이 작게 웃었다.

“……얕보이고 있군. 네 주인이 나 에 대해 이야기는 하지 않은 모양이 지?”

“김진철보다 당신을 더 경계하라는 말을 듣기는 했지……

김창현이 말끝을 흐리더니 다시 입 을 열었다.

“최일현! 당신을 말이야!”

파아앙——

김창현의 머리 위로 푸른 빛의 마 법 하나가 구현되더니 최일현을 향 해 빠르게 쏘아졌다.

이를 예상했다는 듯, 최일현은 손 바닥 앞에 푸른 빛의 마법 진을 구

현했다.

그리고.

자신이 쏘아냈던 마법은 그대로 김 창현을 향해 되돌아왔다.

콰아아아앙!

사막의 모래바람이 크게 피어올랐다.

최일현은 원반격을 구현했던 손바 닥을 내려놓고는 곧바로 수많은 마 법 구체를 구현했다.

파아아앙!

그리고 구체는 빠르게 김창현을 향 해 쏘아지기 시작했다.

콰아앙! 콰아앙! 콰아아앙一!

“……크아아악!”

먼지 속에서 김창현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최일현은 틈을 주지 않았다.

상대의 전력을 확실하게 모르는 지 금, 승기를 놓쳐선 안 되기 때문이 다.

마법을 방출하던 최일현은 그대로 앞으로 달려 나가며 김창현과 거리 를 좁혔다.

“……크으으윽!”

김창현은 피를 토하며 최일현의 접 근을 막으려 했지만 속도에서 분명 한 차이가 있었다.

어느덧 최일현은 김창현의 코앞까 지 다가왔고, 김창현은 반격하려 했 으나 이미 수많은 마법에 당한 상태 였기에 반격할 힘이 남아 있지 않았

결국 최일현은 김창현의 목을 잡고 는 다른 손바닥으로 구체를 구현해 그대로 배에 쑤셔 박았다.

콰아아앙!

“커헉!”

충격에 날아간 김창현의 몸이 바닥 을 굴렸다.

그 모습을 본 최일현은 틈을 주지 않겠다는 둣 마지막 일격을 위해 마 법 구체를 압축하여 방출했다.

콰아아아앙一!

찰나의 순간. 거대한 먼지가 크게 피어오르며 김창현의 신형이 가려졌다.

비록 시야가 가려졌지만, 녀석이 반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최일현은 승기를 확신했다.

서서히 먼지가 사라지더니 그 안에

숨겨져 있었던 김창현의 모습이 서 서히 드러났다.

그리고.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던 최일 현의 두 눈이 잠시 떨렸다.

“......그건?”

김창현의 몸 전체에서 황금빛의 장 막이 구현되어 있었다.

한눈에 봐도 평범하지 않은 마력의 흐름…….

최일현은 저 마법의 정체와 그 비 밀을 알고 있었다.

“……패호 일족의 황금 방벽?”

최일현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 고 있음을 눈치채고는 물었다.

“김창현. 어떻게 네가 그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거지? 너는 분명 유성 일족이었을 텐데?”

자운의 소수 일족 말살 계획으로 멸족했던 ‘패호 일족’.

그리고 김창현의 앞에 구현된 저 마법은 그들의 비기였다.

당연하겠지만 소수 일족의 마법은 그 일족의 피가 흐르지 않으면 사용 할 수 없었다.

김창현은 대답 대신 최일현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우우우웅!

그 순간 최일현이 서 있던 바닥에서 수많은 마법진이 떠올랐다.

최일현은 마법진에 담긴 술식의 내 용을 읽어내고는 표정을 굳혔다.

“쳇!”

이내 발끝에 마력을 담아 빠르게 공중 위로 뛰어올랐다.

동시에 마법진에서 새하얀 빛의 줄 기가 지상 위로 솟구치더니 최일현 을 향해 쏘아졌다.

“……룬의 속박까지.”

최일현은 침착하게 자신을 향해 쏘 아지는 빛줄기를 향해 마법 구체를 방출해 공격을 튕겨내었다.

하지만 끝도 없이 추적하는 모든 빛의 줄기를 막을 순 없었다.

“……그렇다면.”

최일현은 다시 마력을 끌어올렸다.

이내 그의 머리 위로 새로운 빛이 뿜어지더니 뜨겁게 타오르는 화염의 새가 소환되었다.

그가 가진 여러 능력 중 하나인 영체 소환술이었다.

까아아악一!

새는 공중에서 크게 울더니 곧 빛 의 줄기를 향해 쏘아졌다.

바로 그때.

최일현을 쫓던 빛의 줄기가 새의 마력에 반응하며 이상한 반응을 보 였다.

최일현이 아닌, 최일현의 마력이 담긴 소환수를 쫓기 시작한 것이다.

최일현은 그 틈을 노렸다.

지상으로 빠르게 착지하고는 룬의

속박의 술식에 마력을 주입해 회로 를 망가트렸다.

우우우우웅!

그 결과, 마법진은 빛의 줄기와 함 께 사라졌다. 3초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내에 벌어진 일이었다.

김창현은 황당함을 느끼며 중얼거 렸다.

“……대단하군. 소환술로 룬의 속 박을 피해낼 줄이야.”

최일현은 짧게 숨을 내쉬고는 김창 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김창현. 다시 묻겠다. 어떻게 다른 소수 일족들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거지?”

최일현의 물음에 김창현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사용했냐고?”

이내 그가 스산한 미소를 지었다.

“그야 내 몸에 25명의 소수 일족 의 피가 흐르고 있으니까. 그분의 실험으로 말이야.”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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