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화
“저는 서울 3구역 현장에 나와 있 습니다! 마인의 왕, 김선우의 테러 예고에 3구역의 시민 모두가 대피한 상황이고, 협회의 폭발물 처리반 요 원들은 건물들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1월 2일 서울 3구역.
수많은 기자가 빌딩 앞에 모여 카 메라 앞에서 소식을 전달하고 있었다.
새해 첫날부터 전 세계를 발칵 뒤 집었던 김선우의 테러 예고에 각국 의 기자들이 몰려온 것이다.
몰려온 것은 기자들 뿐만이 아니었다.
각종 시민단체에서 협회의 일 처리 에 불만을 표하며 시위를 하고 있었다.
“어? 특무팀이다!”
그때 10명의 특무팀 요원이 모습 을 드러냈다.
한눈에 그들을 알아본 기자들이 약 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카메라를 돌 렸다.
“김덕현 마법사! 상황 설명 부탁드 립니다!”
“폭발물은 발견되었습니까?”
그리고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받은 김덕현이 눈을 찌푸렸다.
“……저건 뭐야? 전부 구경 온 건 가?”
김덕현이 옆의 요원에게 물었다. 요원은 머리를 긁적였다.
“아, 그게.”
“됐고. 저기 기자들 전부 내보내. 아무도 못 들어오게 확실히 통제하 고.”
“네!”
요원들은 크게 외치고는 기자들을 향해 달려갔다.
—자자. 나가주세요. 여긴 위험합니다.
—으어엇? 자, 잠깐만요! 1분만 인 터뷰를!
김덕현은 그 모습을 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곤 눈앞의 빌딩을 올려 보았다.
“……새해 시작부터 대체 이게 무
슨 일인지.”
김선우의 테러 선언 이후 서울의 3구역은 출입 금지 구역으로 모든 시민을 대피시켰다.
현재 시각은 12시 55분.
김선우가 예고한 시각이 1시이니 이제 5분 남았다.
“팀장님!”
그때 한 폭발물 처리반 요원이 다 급만 얼굴로 다가왔다.
“결과 나왔나?”
“네. 3구역의 모든 빌딩을 조사해 보았지만 폭발물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단 하나도?”
“네. 신비 폭탄의 특수성을 감안해 서 조사해 보았지만 그래도 특별한 혼적은 없었습니다.”
김덕현은 의문을 느꼈다.
예정 시간까지 5분밖에 남지 않았 는데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니?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정현수가 턱을 매만지더니 김덕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김선우가 겁만 준 거 같 은데요? 상식적으로 3구역 전체를 뒤졌는데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는
게 이상하잖아요.”
“……아니. 확정 짓기엔 아직 이르 다.”
자신이 아는 김선우는 이렇게 단순 하지 않다.
이유 없는 행동을 하는 녀석도 아 닐뿐더러, 남들의 눈에 띄지 않게 지능적으로 행동한다.
만약 폭발물이 쉽게 발견될 만큼 허술했으면 김선우 성격상 테러 예 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둘 중 하나다.
협회의 감시에 후퇴했다던가, 아니 면 아직 폭발물을 발견하지 못했거
나…….
김덕현은 입술을 깨물고는 폭발물 처리 요원에게 말했다.
“일단 끝까지 찾아봐라. 아직 발견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어.”
“네!”
“잠깐!”
그렇게 달려 나가려는 요원을 다시 불렀다.
“……1분 남으면 전부 중단해. 혹 시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으 니.”
“네, 알겠습니다.”
요원이 사라지고 김덕현은 초조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혹시 이곳 어딘가에서 김선우가 자 신을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때 그의 통신 마도구에서 알람이 울렸다.
—김덕현, 3구역 상황은?
목소리의 주인은 염제였다.
마인에게 자식을 잃은 분노를 가진 그가 직접 현장을 지휘하게 되었다.
“시민들은 모두 안정적으로 대피시 켰습니다. 다만 폭발물은 아직 발견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아직도 발견되지 않았다? 쓰 읍. 일단 남은 일은 다른 애들한테 맡기고 너는 김선우의 흔적을 쫓아 라. 그 녀석 분명 현장에 어딘가에 있을 거다.
“……알겠습니다.”
상관의 명령에 김덕현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어디부터 조사해야 할까 고 민하던 찰나.
“1분 남았습니다!”
한 요원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김덕현은 손목의 시간을 확인했다.
12시 59분.
예고되었던 시간까지 어느덧 1분 남았다.
“자자. 모두 하던 일 중단하고 모 이십쇼!”
모든 요원은 하던 일을 멈추고 한 자리에 모였다.
“어휴. 밤새 고생했네.”
“……그러게. 그나저나 진짜 터지 진 않겠지?”
“에이. 싹 뒤져봤는데도 없었잖아. 안 터져.”
“……그래도 뭔가 불안하단 말이 지.”
김덕현은 들려오는 말을 무시한 채 손목시계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10초 남았습니다!”
동시에 요원들의 목소리로 시끄러 웠던 서울 3구역이 순식간에 고요해 졌다.
“5초!”
4, 3, 2, 1
으..
잠시 깊은 침묵이 일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서울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동시에 요원들의 얼굴에 드 티웠던 긴장감이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뭐야. 역시 아무 일도 없——
콰아아아아아앙-
귀를 찢는듯한 거대한 굉음과 함께 눈앞의 빌딩이 크게 혼들렸다.
동시에 건물의 파편들이 바닥에 떨 어지더니 건물 전체가 무너지기 시 작했다.
“뭐, 뭐야?!”
“서, 선배님. 방금 폭탄 어디서 터 진 거예요?”
정현수는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김덕현에게 물었다.
김덕현은 눈앞의 빌딩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건물의 바닥 밑이다.”
특무팀의 임무로 현장에 나와 있던 이서준은 무너지는 빌딩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제발 아니길 빌었는데 결국 우려했 던 일이 터졌다.
협회에게 예고했던 대로, 김선우가 정말로 서울의 빌딩 3곳을 날리며
제대로 된 도발을 날린 것이다.
“김선우…… 진짜 너는……
이서준은 주먹을 꽉 쥐었다.
김선우가 이런 행동을 벌인 이유.
그 의도쯤이야 그도, 그리고 그의 친구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전부터 김선우가 경고했었던 ‘크루아스의 강림’에 대한 대책이 하나 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이건 너무 무모한 악수였다.
굳이 얼굴을 드러내며 협회를 도발 하지 않아도.
시민들에게 억지로 ‘공포감’을 주 입시키지 않아도.
분명 방법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 했었으니까.
이 일로 김선우는 자신이 ‘마인의 왕’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각인시켰 고, 협회를 완벽한 적으로 만들었다.
이제는 마인이 아니라는 오해를 풀 더라도 돌아갈 장소가 사라진 것이다.
이서준은 참담함을 느끼다가 주머 니 속에서 [인연의 나침반]을 꺼냈 다.
과거 들었던 예언대로 세계에 혼란 이 찾아오고 있다.
그렇다는 말은 곧, 어딘가에 숨어 있는 김선우가 모습을 드러낼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때 이서준의 감정에 반응하듯 멈 춰 있던 나침반의 바늘이 움직였다.
동쪽.
그것을 따라 이서준은 시선을 돌렸다. 수많은 빌딩이 쌓인 공간.
……저기 어딘가에 김선우가 있다.
[마인의 왕 김선우의 예고 대로 오 후 1시. 서울 3구역의 빌딩 3곳이 폭파하며 무너졌습니다. 협회의 발 빠른 대처 덕에 시민들은 빠르게 대 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다음 테러 장소로 지목된 4구역 시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는 상황입니다.]
[협회는 이번 테러에 사용된 신비 폭탄이 건물 내가 아닌 그 밑 지반 에 숨겨져 있다고 밝혔으며, 이 정 보를 토대로 4구역을 완벽히 조사하 겠다 밝혔습니다. 일부 신비 전문가
들은 ‘신비’의 감지가 쉽지 않아 4 구역에서 폭탄을 찾는 것 또한 불가 능할 것이라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서울에서 대피 계획을 세우는 시민들을 위해 한성 그룹에서 생활 공간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결정은 한성그룹 한세연 본부 장의 지시로 밝혀졌으며, 앞으로도 시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힘쓰겠 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또한 마
인의 왕으로 밝혀진 ‘김선우’가 주 장했던 크루아스의 강림설을 지지하 며 협회에 대마수용 신비를 지원할 것이라 전했습니다.]
하령의 빌딩 안.
나는 티비에서 홀러나오는 뉴스를 보며 잠시 황당함을 느끼고 있었다.
“……뭐야.”
한세연이 시민들을 지원하고 크루아스 토벌에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한세연의 행동에 나는 잠시 의아함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한세연도 이제 알고 있으려나.”
김선우와 김진우가 동일 인물이었 다는 것을.
최근 뉴스에서 둘의 동일 인물 설 에 대해 떠들어댔고, 김진우도 잠적 하며 사라졌으니…….
“……그것 때문에 저렇게 나오는 건가?”
일리가 있었다.
그녀 앞에서 많은 정보를 아는 듯 행동했으니 크루아스의 강림 또한 믿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잘 지내고 있으려나……
문득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김진우와 김선우가 동일 인물이라 는 게 밝혀졌을 때 그녀가 느꼈을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가 나를 증오 하게 될만한 요소가 몇 가지 있다.
한세진과 2대 마인의 왕 둘 사이 에 숨겨진 관계가 있는 만큼, 어쩌 면 마인이었던 내가 ‘왕’이 되기 위 해 자신을 이용했다고 느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엔 모두 내가 쌓은 업보다. 감 당해야겠지.
그나저나 엘린. 얘는 어디서 뭐 하 고 있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티비 화면으로 시선을 돌리는데, 화면 너머로 한세 연 뒤에서 있는 선글라스를 쓴 붉 은 머리의 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 모습이 왠지 모르게 익 숙하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멍하니 중얼 거렸다.
“......엘린?”
쟤는 왜 또 저기 있어?
저거 설마 나한테 배신감 느낀 사 람끼리 모인 건 아니겠지?
어느덧 3일의 시간이 흘렀다.
새해 시작부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김선우의 테러는 단 하루조차 거르지 않고 일어나며 서울 시민들 을 공포에 도가니로 밀어 넣었다.
그간 사망자와 부상자가 단 한 명 도 없었지만, 결국 김선우의 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협회는 전 세계의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언제나 ‘동네북’처럼 맞는 협회지 만 이번에도 그들은 억울했다.
3일이 지나 알려진 테러 수법이, 소환 술식을 이용해 신비 폭탄을 소 환하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술식은 발동하지 않으면 마력을 감 지할 수 없다 보니 협회에서 찾아낸 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다만 어떻게 땅바닥 속에 술식을 심었는가?
그것은 협회에서도 풀리지 않는 수 수께끼였다.
“……그나저나 이해할 수가 없네. 추종자는 왜 자꾸 느는 거지? 나야 좋기는 한데. 흐음.”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주동자인 김선우는 최근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허공을 바라보며 혼자 이상한 말을 중얼거 렸기 때문이다.
하령은 그 모습을 보며 의아함을 느꼈다.
대체 무엇을 보면서 중얼거리시는 걸까? 내가 안 보이는 무언가라도 보이나?
“왕이시여. 무슨 일이 있으십니 까?”
“응? 아무것도 아니야.”
반웅도 언제나 똑같다.
아무것도 아니다. 신경 쓰지 마 라…….
도저히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괴행동이었지만 왕의 명이었기에 하 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전할 말씀이 있습니다. 현 재 서울 시민 85%가 대피했다고 합니다.”
“……그래? 3일밖에 안 됐는데 생
각보다 많네?”
“왕께서 예고하셨던 8일 차의 무작 위 테러 기간이 가까워진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애초에 테러 기간을 그런 목적으로 정했다.
서서히 공포감을 주고, 이것을 막 아내지 못하는 협회를 신뢰할 수 없 게 만드는 전략.
그리고 운 좋게 한세연의 대피 지 원까지 합쳐지며 이런 결과가 생겼 다.
“왕이시여. 슬슬 크루아스가 강림 할 날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슬슬
준비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크루아스의 강림이 얼마 남지 않았 다.
하지만 김선우는 아무것도 신경 쓰 지 않는 둣, 그저 멍하니 소파에 앉 아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김선우는 피식 미소를 짓고는 하령 에게 시선을 돌렸다.
“걱정마. 준비는 이미 거의 끝났 어.”
“......네?”
김선우는 시선을 돌리고는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외부자의 혜택]의 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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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