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28화 (427/535)

428화

2034년 1월 1일.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제야의 종소 리가 울려 퍼지고, 15분이라는 시간 이 지났다.

이서준 일행은 성년이 된 것을 축 하하기 위해 신영준의 아파트(부모 님 명의)에 모였다.

“결국 이런 날도 오는구나.”

“그러게. 20살이라니. 뭔가 믿어지 지 않아.”

윤하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중 얼거렸다.

“분위기가 왜 그래? 성인 되면 좋 은 거지. 자자. 얘들아, 새해 복 많 이 받아!”

신영준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밝 게 웃으며 외쳤다.

그 모습을 본 윤하영은 결국 그를 따라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너도 새해 복 많이 받아.”

“아, 맞다! 우리 성인 됐는데 술 마셔야지. 술.”

신영준이 장난스레 웃으며 술잔을

들이키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이서준이 고개를 저었다.

“다음에 마셔. 서윤이 있잖아.”

“아뇨. 저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편하게 즐기세요.”

최서윤이 다급하게 양손을 저었다.

이서준은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 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혼자 안 마시면 소외감 느껴질 텐데. 술이야 다음에 마시 면……”

그때 신영준이 이서준의 말을 잘랐다.

“뭔 소리냐? 같이 마시면 되지. 최 서윤. 너도 마셔. 비밀로 해줄게. 응?”

그 말에 최서윤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첫술은 함께 먹고 싶은 사 람이 따로 있어서요……

“에이, 혼자 때지 말고.”

그 순간 유아라가 신영준의 팔뚝을 꼬집었다.

“악!’’

“성인이 됐으면 이제 정신적으로 성숙해질 때 되지 않았어?”

“야야야야. 아파!”

“큭큭.”

오랜만에 이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 져 나왔다.

최서윤은 그런 그들을 보며 작게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저는 진짜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괜히 제 눈치 보시면 더 불편해요.”

이서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까지 말하니 할 말이 없네. 그럼 술사와야 하나?”

이서준의 말에 신영준이 벌떡 자리 에서 일어섰다.

“이럴 줄 알고 미리 사 왔지.”

“뭐? 야. 너 방금 성인 됐는데 술 을 어떻게 미리 사뒀어?”

“어허. 알면 다쳐.”

“……얘가 미쳤네.”

“야. 너 불법 행위 저지르면 특무 팀 감점인 거 몰라?”

미성년자가 술을 샀다는 것에 신영 준은 모두에게 집중적인 폭격을 당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최서윤은 이 것과 비슷했던 옛 기억을 떠올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신영준이 냉장고로 걸어가 고, 유아라는 무심하게 티비 채널을 돌렸다.

[……자자. 들어 보세요. 김선우가 예고했던 크루아스의 강림 시기인 한 달이 가까워져 오고 있지만, 마 수의 마력 반응은 여전히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티비 속에서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었다.

김선우의 말대로 크루아스가 서울 에 강림할 것인가.

인류는 그 근거 없는 주장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냐. 에 대한 토론이었다.

동시에 모두의 눈빛에 진지함이 깃 들었다. 그때 유아라가 말했다.

“정말로 크루아스가 서울에 강림할 까?”

“너희도 알잖아. 김선우가 반년 전 부터 크루아스의 존재를 경고했던 거.”

이서준이 티비 화면을 바라보며 중 얼거리며 대답했다.

그리고 동시에 모두가 마법사관학 교의 중간시험이었던 ‘심연 탐험’을

떠올렸다.

이곳에 있는 모두가 김선우의 무의 식에서 ‘크루아스’를 보았다.

세계에 크루아스라는 존재가 알려 지기 반년 전부터 김선우는 이미 이 상황을 예측했던 것이다.

“……김선우는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어. 협회보다 훨씬 오래전. 그러 니까 이 일 또한 모든 것을 알고 하는 경고일 거야.”

모두가 입을 다물자 신영준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지금 아무도 김선우의 말 을 안 믿고 있다는 거잖아.”

“……그렇지.”

김선우가 마인의 왕이라는 신분이 되면서 모든 인간의 신뢰를 잃게 되 었다.

어쩌면 마수에 의해 서울이 전체가 불바다가 되어버릴지도 몰랐다.

바로 그때.

한참 토론을 진행하던 화면이 멈추 더니 뉴스 프로그램으로 바뀌었다.

화면 속에는 앵커가 굳은 얼굴로 카메라를 웅시하고 있었다.

[속보입니다. 다국적 영상 플랫폼

UTB에서 한 영상이 업로드되며 네 티즌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1월 1일 새해의 시작부터 뉴스 속 보가 터졌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저러는 걸까.

이서준은 멍한 눈으로 화면을 바라 보았다.

[이 충격적인 영상은 약 1분으로 짧은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함께 보시죠.]

이내 TV 화면이 바뀌더니 한 영상 이 나왔다.

영상 속에는 짙은 갈색 머리의 한 남성이 다소 오만한 눈빛으로 화면 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시에 모두의 두 눈이 크게 떨려 왔다.

“……김선우?”

마법사 협회.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 시점. 간부 회의실에서는 오늘 도 열띤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김 선우가 인간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녀석에게는 예지와 비슷한 능력이 있어. 절대 녀석의 말을 홀 려들어서는 안 돼.”

김진철은 자신의 의견을 강력히 주 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인의 ‘마’ 자만 들어도 눈이 뒤집히는 간부들에겐 회장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회장님의 말씀대로 김선우가 인간

이라고 칩시다. 그럼 폭주화는 어떻게 설명하실 겁니까?”

한 간부의 반박에 김진철은 입을 다물었다.

“......그건.”

현재 회의의 중점은 이것이었다.

김선우가 인간인가 아닌가.

인간이 마인의 ‘폭주화’를 사용하 는 게 정말로 가능한가. 이것이었다.

바로 그때.

회의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한 요 원이 안으로 들어섰다.

동시에 간부들이 눈을 찌푸렸다.

“지금 회의 중인 거 안 보이나?”

“긴급 상황입니다!”

“……긴급 상황?”

간부들의 얼굴에 의문이 어렸다.

분위기를 보아서는 갑작스러운 테 러라도 터진 건가 싶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인데 그래?”

간부의 물음에 요원이 외쳤다.

“김선우가 공개적으로 선전포고했 습니다!”

“......옹?”

순간 모두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

다.

선전포고라니? 김선우가?

그리고 가장 당황한 것은 바로 김 진철 이었다.

“……김선우가 선전포고를 했다 고?”

요원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회의실 중앙의 홀로그램을 만졌다.

이내 영상 하나가 켜지더니 화면 너머에서 짙은 갈색 머리의 남성, 김선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든 인간은 들어라. 다가오는 1

월 2일 오후 1시. 서울 3구역의 빌 딩 3곳을 무작위로 폭파하겠다. 그 다음 날에는 4구역의 빌딩 3곳을 무작위로 폭파할 것이며, 그다음 날 에는 5구역의 빌딩을 3곳을 무작위 로 폭파할 것이다.]

“.....♦옹?”

“내가 방금 잘못 들었냐?”

들려오는 충격적인 말에 회의실 내 부 모두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두 귀로 똑똑히 들었음에도 믿기 힘들 만큼의 황당한 주장이 들려오 고 있었다.

“……저 미친놈이 지금 뭐라고 하 는 거지?”

“……저거 지금 공개적으로 테러 예고하는 거냐?”

수십 년 협회에 몸담았던 간부들도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협회가 눈을 번뜩이고 있는 서울에 공개 테러를 예고하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5구역 다음 은 6구역…… 그 뒤부터는 무작위로

서울의 구역을 선정해 매일 단 하루 도 빠짐없이 무작위로 폭파시킬 것이다.]

“……설마 크루아스 때문에 저러는 건가?”

한 간부의 중얼거림에 대답하듯 화면 너머의 김선우가 말했다.

[……목적을 묻는다면 없다. 나는 단지 새로운 마인회의 적이 될 너희 협회의 능력을 시험하고 싶을 뿐이 니까. 뭐, 네놈들의 무능함은 이미 익히 알고 있어 기대는 하지 않는

“윽!”

그 말에 염제는 혈압이 오름을 느 끼며 자신의 목덜미를 잡았다.

녀석은 협회를 상대로 도발하고 있었다.

역사상 최악의 범죄 단체라 불렸던 자운도 협회 상대로 공개 도발은 하 지 않았었는데!

[기대되는구나. 과연 나를 막을 수 있올지.]

그 말을 끝으로 김선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사라졌다.

“……저놈 저거. 진심인가?”

“에이,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단순 히 겁만 주려는 거겠지.”

그때 화면 너머에서 김선우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아 참. 혹시 내 경고를 믿지 못하 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 12시 20분에서울의 빌딩 하나를 무작위 로 날리겠다.]

그 말에 모두가 시간을 확인했다.

12시 19분 57초.

그리고 잠시 뒤.

쿠우우웅一!

어디선가 강한 진동이 울렸다.

동시에 모든 간부의 표정이 굳었다.

녀석의 주장대로 서울 어딘가에서 폭파가 일어난 것이었다.

그리고 방금까지 김선우가 인간이 라 주장했던 김진철은 양 손바닥으 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저 멍청한 놈이.”

[……오전 12시 20분. 서울 2구역 의 빌딩에 폭발 테러가 일어났습니다. 원인은 설치형 신비 폭탄으로 추정되며, 2대 마인의 왕 사건 때 사용되었던 폭발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빌딩 내부에 아무도 없어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

습니다. 하지만 다음 테러 장소로 알려진 3구역의 주민들은, 현재 공 포와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입니다.]

“크하하학!”

서울 중심에 위치한 고급 호텔.

백은성은 배꼽을 잡으며 낄낄 웃고 있었다.

“와. 저거 진짜 미친놈인가? 진짜 야? 나 지금 웃겨서 숨올 못 쉬겠 는데?”

백은성이 눈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진도 허탈한 웃음을 홀렸다.

“……난 놈이기는 하다. 살다 살다 협회 상대로 저러는 놈은 처음 봤 네.”

진천우를 중심으로 자운의 영향력 이 전 세계에 펼쳐지던 시절.

그때조차 협회를 상대로 도발이나 공개 테러를 예고한 적은 없었다.

비록 협회의 위상이 최근 있었던 여러 테러로 인해 ‘동네북’ 이미지 가 생겼다곤 하지만, 무력만큼은 분 명 진짜였으니까.

“나 지금 진지하게 김선우한테 쌓 인 악감정 다 사라지고 팬 될 거

같은데?”

“큭큭. 그러게. 진짜 낭만 넘치긴 하네.”

스카가 과자를 삼키며 낄낄 웃었다.

그때 진이 베르트에게 시선을 돌렸다.

“베르트. 쟤 크루아스 때문에 저러 는 거 맞지?”

그 물음에 베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럴 거야. 시민의 불안감을 올려서, 크루아스에 대비할 명분을 제공해 준거지. 그렇다 해도 설마

이렇게 극단적으로 나올 줄은 전혀 생각 못 했는데……

그렇게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 던 베르트가 처음으로 웃음을 터트 렸다.

“진짜 제정신인가?”

……짙은 어둠과 사악한 기운으로 드리운 유적지 안.

안경을 쓴 한 남성이 벽에 등을

기댄 채 스마트 폰을 내려보고 있었다.

[……모든 인간은 들어라.]

화면 너머에서는 김선우가 협회를 상대로 테러를 하는 모습이 재생되 고 있었다.

업로드된 지 20분밖에 지나지 않 았지만, 재생 수는 벌써 천만을 넘 어간 상태였다. 남성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김선우. 설마 이렇게 나올 줄 이야.”

남성은 이내 흐느끼듯 어깨를 들썩 이기 시작했다.

“크크 = =? =구 99

—I —I. —I —I —I..

그렇게 한참을 웃던 남성은 진정된 듯 웃음을 멈추었다.

“……이것으로 엄청난 혼돈이 전 세계에 뒤덮이겠네. 크루아스 입장 에서는 한 방 먹은 건가?”

혼자 중얼거리던 남성, 김창현이 말을 이었다.

“나도 녀석을 따라서 힘내야겠네. ……그분의 완전한 귀환을 위해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의 끝에는 어둠을 밝힐 정 도로 환하게 타오르는 빌딩 하나가 있었다.

불과 20분 전에는 멀쩡했던 빌딩 이었으나 나의 계획의 첫 희생양이 되었다.

그때 내 뒤로 하령이 모습을 드러 냈다.

“왕이시여. 협회 발표에 따르면 부

상자나 사망자는 없다고 합니다.”

“다행이네.”

일부러 다른 사람이 휘말리지 않게 끔 계획했다.

목적 자체가 누군가를 해치기보다 는 단순히 겁을 주기 위함이었으니 까.

그리고 협회도 이제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눈치챘을 것이다.

나는 녀석들에게 명분을 줬다.

단순히 마인의 근거 없는 경고에 움직이는 것이 아닌, 나를 막기 위 해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명분.

“……왕이시여. 한가지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이어지는 하령의 말에 나는 창밖에 시선을 고정한 채 대답했다.

“웅. 물어봐.”

“혹시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있습니까?”

그 말에 나는 뒤를 돌아 하령을 바라보았다.

하령은 내 시선을 마주하더니 고개 를 숙였다.

“……단순히 겁을 주는 것이 목적 이었다면 굳이 이렇게 얼굴까지 드

러내면서 도발할 필요는 없다고 느 꼈습니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아. 겁을 주는 게 목적 이었다면 굳이 얼굴을 드러낼 필요 는 없었지.”

“……그렇다는 건, 얼굴을 드러낸 것에 다른 목적이 있으셨다는 겁니 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다른 목적이 있었어. 크루아스를 마주쳤을 때 내가 살아남기 위 한 목적.”

나는 외부자의 혜택을 발동했다.

동시에 수많은 메시지가 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선전포고’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1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공개 테러 예고’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1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천만 뷰’ 업적을 달성합니다.]

[보상으로 1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강심장’ 업적을 달성합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당신에게 공포감을 느낍니다.]

[보상으로 5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수많은 사람이 당신에게 열광합니

[보상으로 50,000포인트를 획득합

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메시지들…….

그리고 지금도 끊임없이 업적과 명 성 포인트가 쌓여 가고 있었다.

내가 무모하게 협회를 등지면서까 지 공개 예고를 한 이유는 단순했다.

크루아스와의 대결을 코앞에 둔 지

금, 이것이 단시간에 가장 빨리 강 해지는 지름길이었으니까.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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