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6화
마법사관학교의 한 해를 마무리하 는 기말시험이 모두 끝나고.
졸업을 앞둔 3학년 학생들의 취업 준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한국 마법사관학교 3학년 이서준, 유아라, 신영준, 이현주, 윤하영. 특 무팀 특채 합격]
우선 한국 최고의 엘리트이자 세계
의 기대를 한눈에 받고 있는 통칭 ‘이서준 패밀리’는 목표였던 특무팀 에 합격하는 데 성공했다.
수많은 언론사가 이들의 합격을 축 하했으며, 또 이슈의 중심인 ‘마인 의 왕, 김선우’와 가장 가까운 친구 들이었다는 사실을 집중 조명하며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특무팀에 합격한 이서준…… 마인 의 왕이 된 김선우와의 대결이 성사 될까?]
이서준은 자리에 앉아 쏟아지는 수 많은 기사를 읽었다.
김선우가 마인의 왕이 된 이후, 수 많은 언론사가 그의 라이벌이자 대 항마였던 자신을 영웅화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이서준은 이 상황이 썩 마음에 들 지 않았다.
단순히 자극적인 기사를 위해 자신 과 김선우의 관계를 이용하고 있었 으니까.
“이야. 결국 모두 합격했네. 입사 축하한다.”
그렇게 불편한 마음으로 기사를 읽
고 있던 그때.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이서준 은 고개를 들었다.
“3급 요원 정현수야. 잘 알고 있 지?”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특무팀 소속의 정현수였다.
그리고 그의 등장에 이서준과 함께 자리에 앉아 있던 유아라, 신영준, 윤하영, 이현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신영준의 기운찬 인사에 정현수가 피식 웃었다.
“기운 좋네. 잘 부탁해. 앞으로 너 희는 2주간 수습 요원의 신분으로 이것저것 배우게 될 거야.”
“넵. 잘 부탁드립니다.”
정현수는 이번에 이서준과 유아라 에게 시선을 돌렸다.
“참고로 너희 둘은 수습이 아니라 정식 요원이니까. 오늘부터 바로 현 장 투입되는 거 잊지 말고.”
“네.”
이서준과 유아라는 이미 반년 가까 이 수습 요원으로 활동해왔기에 바 로 정식 요원으로 활동하게 되었다.
“뭐, 첫날이라 해서 긴장할 필요 없어. 아직 신입이라 대단한 일을 맡기거나 하는 건 아니니까. 아 참. 그리고 요즘 기자들 깔린 거 알고 있지? 항상 말조심. 오케이?”
“네, 알겠습니다.”
이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현수는 그런 그를 보며 어깨들 가볍게 두들겨 주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해야 할 일 이……
그때 였다.
삐비빅! 삐비빅!
정현수의 주머니에서 알람이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긴급상황에 울리는 긴급 호출 알람 이었다.
정현수뿐만이 아니라 다른 요원들 도 마찬가지였다.
정현수는 잠시 눈을 깜박이며 그것 을 바라보더니 이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 잠깐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봐야겠다. 너흰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 알았지?”
그 말을 끝으로 정현수를 포함한 요원들이 빠르게 사무실 밖으로 뛰 쳐나갔다.
신영준은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 보다가 말했다.
“……뭔가 급한 일이 터진 모양인 데?”
“으응. 그러게.”
윤하영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스마 트 학생 수첩올 꺼냈다.
저렇게 다급한 일이면 혹시 뉴스 속보를 통해서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렇게 화면을 내려보던 그녀의 두 눈이 잠시 커졌다.
“......어?”
“뭔데? 뭔가 나왔어?”
당황한 그녀의 반응을 확인한 모두 가 자연스레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속보] 김선우가 협회에 경고 메 시지를 보낸 것이 뒤늦게 알려 져…… “한 달 내로 크루아스가 서 울에 강림할 것”]
“……이게 뭐야?”
뉴스의 헤드라인에 적힌 김선우라 는 이름.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한 달 내로 크루아스가 서울에 강림한다고?
김선우가 협회에 크루아스가 강림 할 것이라 경고를 했던 것이 뒤늦게 밝혀지며 사회에 커다란 파장이 일 었다.
[뉴스입니다. 마인의 왕이 되어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마왕, 김선우가 협회를 통해 경고의 메시 지를 보낸 것이 밝혀졌습니다. 재앙 급 마수 크루아스가 한 달 내로 서 울에 강림할 것이라는 메시지입니다.]
[협회에서는 ‘마인의 근거 없는 주 장이기에, 신뢰할 수 없다’라고 밝 혔으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서울 의 보안을 대폭 강화할 것이다.’라 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지금까지 메시지를 공개하지 않은 점에 대한 대중들의 비난 여론이 형 성되고 있습니다. 이에 협회는 근거 없는 마인의 주장에 생겨날 혼란을 생각해 사실 조사를 마친 뒤 공개할 예정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김선우가 마인 사냥꾼이라 는 이명을 가진 마법사, 김진우와 동일 인물이라는 논란이 퍼지면서 현재는 이에 대한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한 상황입니다.]
김선우가 던진 이 메시지는 각종 커뮤니티에서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믿어야 한다는 주장과 근거 없는 마인의 주 장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부딪히며 갑론을박이 이어졌기 때문 이다.
[댓글 (122)]
[상식적으로 한 달 내로 서울 전 체. 이거는 범위가 너무 넓지 않나? 현실적으로 이건 좀 아니지.]
[근거도 없는 주장에 휘둘리면 호
구 되는 거. 앞으로도 휘둘리게 될 거고.]
I[김선우가 일반적인 마인이랑은 다르잖아. 쟤가 죽인 마인의 수가 몇인데. 그리고 김선우가 왕 되고 마인 사건이 작년 대비 70% 줄었 음.]
[당장 저번 달에서울 마인한테 털 린 거 벌써 잊음? 아닌 거 같아도 대비는 해야지.]
느[털린 건 2대 왕이었고. 김선우 사이비 검게
[웅~ 침공해봐 긔긔 죽으면 그만 이야 거거]
“……진짜 김선우 때문에 하루라도 조용한 날이 없네. 얘는 무슨 세상 의 주인공이냐? 어떻게 행동 하나하 나가 이슈가 되지?”
늦은 밤.
서울 중심에 위치한 최고급 호텔에서 백은성이 스마트 폰 화면을 내려 보며 중얼거렸다.
그 말에 진이 작게 웃었다.
“그럴 만도 하지. 시민 투표 선정
잡혔으면 하는 수배자 1위이시잖 아.”
“……엥? 그거 우리가 10년 넘게
1위 하지 않았어?”
“맞아. 근데 이번 주에 뺏겼더라 고.”
진의 말에 백은성이 잠시 입을 다 물었다. 그러고선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우리한테 좋은 건가?”
“그렇지 않겠어? 어찌 됐든 관심이 분산되면 우리도 활동하기 편해질 테니까.”
“그치? 더 좋은 거 맞지?”
그렇게 중얼거리던 백은성이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난 왜 이리 아쉽고 섭섭하 지……?”
“어휴. 저 미친놈‘.”
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찌 됐든 김선우가 뿌린 떡밥이 크기는 했어. 크루아스가 서울을 침 공한다니. 난리 날 만하잖아.”
“……난리이기는 하지. 물론 인터 넷 안에서만.”
갑작스레 들려오는 베르트의 목소 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그녀는 넓은 창가 앞에서 술잔을 든 채 서울의 야경을 내려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 끝에는 평화로운 서울 시민들의 모습이 있었다.
“서울에 재앙급 마수의 왕이 강림 할지도 모른다는데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 다들 무심하게 평소 와 같은 하루를 살아갈 뿐이야.”
“안전불감증이지 뭐.”
나타샤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 였다.
백은성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 을 열었다.
“근데 서울에 크루아스가 강림한다 는 거. 그 말 사실이겠지?”
“그렇겠지. 김선우가 쓸데없는 짓 을 할 애는 아니니까. 아마 놈이라 면 정말 시민의 안전을 생각해서 그 런 말을 했을 거야.”
“……흐음. 결국 지금은 김선우의 의도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거네.”
백은성은 다시 스마트 폰의 화면을 바라보았다.
베르트는 술 한 모금을 삼키곤 다 시 입을 열었다.
“기대되네. 김선우가 이제 어떻게 나올지.”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12월 29 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법사관학교 의 마지막 행사, 종업식과 3학년의 졸업식이 시작되었다.
“이야. 사람 많네.”
“그러게. 작년 졸업식은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졸업식이 진행되는 대강당에는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기자와 외부 인
사들이 모여 있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육성 기관인 마법사관학교의 졸업식을 축하하기 위함 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대한민국 최 고 유망주 ‘이서준’의 졸업식을 축 하하기 위해 모인 이유가 더 컸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이서준은 담담하게 단상 위에 올라 서며 졸업생 대표 인사를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졸업생 대표 이서준입니다. 먼저 저희의 졸업을 축하 해주시기 위해 와주신 모든 분께 감 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서준의 인사가 시작되자 수많은 이목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이후 그는 차분하게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학교에서 얻은 교훈과 추억들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학생, 교사들은 지난 추억들을 떠올리며 작게 미소 를 지었다.
시간이 지나 이서준의 감사 인사가 모두 끝났다.
박수가 퍼지고 이서준은 복잡한 생각이 담긴 미소를 지으며 단상 아래 로 내려갔다.
다음은 재학생 대표의 축사 차례였다.
2학년 최서윤이 단상 위로 올라섰 다.
기자들은 1년 사이에 한층 더 아 름답게 성숙해진 그녀의 모습을 카 메라에 담았다.
[안녕하세요. 재학생 대표 최서윤 입니다. 마법사의 꿈을 품고 마법사 관학교에 입학한 지가 엊그제 같은 데, 벌써 2년이 지나 3년째에 접어 들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 앞에 는....]
최서윤 역시 이서준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연설 경험을 통해 막힘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예전의 밝은 분위기, 그리고 모두 를 홀리게 하던 미소는 사그라들었지만 관중의 이목을 이끄는 그녀의 매력은 여전했다.
[……아름다운 청춘. 그리고 추억 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저희 재학생들은 졸업하신 선배님들 께 언제나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을 것이며, 또 그리워할 것입니다.]
그렇게 연설을 이어가던 최서윤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지난 2년간 있었 던 일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그녀는 그 어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과 추억을 쌓았다.
앞으로 평생 잊지 못할 추억.
……그리고 나에게 많은 것을 알게 해준 사람.
잠시 목이 멨지만 감정을 추스르고 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이것을 이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선배님들이 걸어간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언젠간 재회의 순간 이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 때 문입니다.]
연설은 매끄럽게 이어졌다.
그녀의 말 하나하나에 재학생과 졸 업생들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 라봤다.
지루할 수도 있는 긴 연설이었음에 도 그녀의 목소리는 집중하게 만드 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다시 한번 선배님들의 졸업을 축하하며, 앞날에 큰 행운이 함께 하길 기원하겠습니다.]
그녀의 긴 축사가 끝이 났다.
동시에 강당 내부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더니, 잠시 뒤 박수 소리가 대강당 안에 울려 퍼졌다.
그녀는 후련함과 씁쓸한 감정을 느 끼며 단상 아래의 풍경을 바라보았
가장 먼저 자신을 향해 힘찬 박수 를 보내는 이서준, 유아라, 신영준의 모습이 보였다.
그 옆에는 윤하영이 붉게 충혈된 눈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그 모습에 자신도 눈물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참아냈다.
선배들의 마지막을 눈물로 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터져 나오려는 감정을 꾹꾹 눌러내고는 지금 보이는 이 풍경을 간직하기 위해 천천히 주변을 둘러
보았다.
바로 그때.
돌연 그녀의 시선이 한 곳에 멈추 었다.
강당의 뒤편, 외부 인사들이 모인 곳에서 박수를 보내는 익숙한 실루 엣 하나가 보였다.
롱코트와 깊게 눌러쓴 모자…….
패션은 낯설었지만, 체격과 몸집. 그리고 풍겨오는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을 느 꼈다.
……선배님?
분명 얼굴을 숨겼지만 그에게서 풍 겨오는 특유의 분위기를,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순간 그리움과 반가움의 감정이 뒤 섞이며 자신도 모르게 달려 나갈 떤 한 충동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녀는 주먹을 꽉 쥐며 필 사적으로 참아내었다.
수많은 사람이 주목하는 이곳에서, 그에게 달려가는 것이 그에게 얼마 나 위험한 일인지 그녀 스스로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앞에 있음에도 다가갈 수 없는
이 상황에 가슴이 타들어 갈 것 같 았지만, 그녀는 끝내 이성을 되찾았 다.
대신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단상 위에서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진짜 미소를.
[재학생 대표 최서윤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