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화
마법사 협회 최상층에 위치한 회장 실.
“검은 마수의 증식 속도가 지난주 대비 80% 감소했습니다. 또한 중국 과 몽골 대륙을 잠식했던 검은 마수 의 군락도 거의 토벌에 성공한 상태 입니다.”
김덕현은 김진철에게 보고를 올리 고 있었다.
김진철은 창밖의 풍경을 내려보며
대답했다.
“검은 마수를 소환한 도마뱀은?”
검은 마수가 크루아스의 수하가 만 들어낸 사역마라는 건 이미 협회 모 두가 알고 있었다.
지난겨울에 있었던 ‘질병의 마수’ 사건으로 얻은 데이터가 있었기 때 문이다.
지금 당장은 검은 마수를 아시아 대륙에서 몰아내는 데 성공했으나, 결국 본체를 토벌하지 못한다면 의 미가 없었다.
“오늘 새벽, 백두산 인근에서 용의 마력이 짧게 감지되었습니다. 하지
만 이후 추적에 실패했습니다.”
“백두산이라……
몽골에 있던 녀석이 백두산까지 왔 다는 건, 목적지가 대한민국일 가능 성이 있다.
그리고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녀석 은 크루아스의 명을 받고 움직이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크루아스의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분명 원하는 것이 있으니 행동하는 것일 텐데.
“혼란스럽군.”
최근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연속되 고 있다.
마인의 왕이 된 김선우의 일부터 시작해서 재앙급 마수까지.
거기다 무슨 수를 쓴 것인지 김선 우의 왕위 계승 이후 마인의 인간 습격 사건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아무리 김선우라 해도 마인의 흡혈 욕구를 막는 건 불가능할 텐데.
“회장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김덕현의 말에 김진철이 뒤를 돌았 다.
어딘가 생각이 많아진 얼굴…….
김진철은 어렴풋이 그가 무슨 생각 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김선우의 일이군.”
김덕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회장님은 김선우가 협회의 적이 아닐 것이라는 입장을 확실하게 내 비치셨다고 들었습니다.”
“……뭐, 이제는 대중들에게도 알 려진 사실이지.”
김진철의 김선우 지지 발언은 이미 대중에게도 알려진 지 오래였다.
이것을 빌미로 최근 김진철을 향한
비난이 거세지며 회장 자격에 대한 논란도 터졌다.
김덕현은 그런 그를 바라보고는 입 을 열었다.
“만약 회장님의 말씀대로 김선우가 협회. 아니, 인간의 적이 아니라 면…… 인간과 마인이 공존할 수 있 다고 생각합니까?”
오랜 시간, 인간과 마인은 끊임없 이 전쟁을 벌여왔다.
그 긴 시간 동안 쌓아온 증오의 감정은 단순히 ‘마인이 인간의 피를 먹으니까.’라는 이유 하나로는 설명 할 수 없었다.
“그건 불가능하다. 인간과 마인은 공존할 수 없어.”
김진철의 말은 단호했다.
그는 김선우가 마인이 아니라는 의 견을 내세우고 있을 뿐이지, 마인이 라는 집단을 옹호하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인뿐만이 아니라 마수, 몬스 터…… 그 외 다른 종족 역시 마찬 가지다. 다른 종족 간의 공존은 누 군가의 의지로 바꾸려 한다 해서 바 꿀 수 있는 게 아니야.”
김진철은 다시 뒤를 돌아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이건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자 연의 섭리이자 세계의 규칙이다.”
뜬구름같은 소리를 중얼거리던 김 진철이 말을 이었다.
“규칙을 바꾸는 건, 신이 아니고선 불가능해.”
포인트 상점에서 새로운 특성을 구 매하고 또다시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기존의 마력 훈련 대
신 [폭주화] 연구에 많은 시간을 보 냈다.
달의 가호만큼이나 고점이 높으면 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 다는 범용성이 있기 때문이다.
[‘초월 의지(S)’의 영향으로 정신력 이 소폭 상승합니다.]
[‘부분 폭주화(A)’의 숙련도가 12% 상승합니다.]
[당신의 육신에 강한 의지가 깃듭 니다.]
[익숙하지 않은 기운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마력 제어술(A)’의 숙련도가 2% 상승합니다.]
[‘명예 마인’ 업적을 달성합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미래의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인과율이 0.8 상승합니다.]
일주일간 이어진 훈련 결과는 썩 나쁘지 않았다.
1만 포인트를 소모해 [숙련의 비 약]을 먹는 편법을 사용하긴 했지만 그만큼 얻은 것도 많았다.
각종 특성의 숙련도가 상승한 것을 제외하더라도 폭주화의 이성 유지 시간이 50초에서 55초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력 제어술의 등급이 A에서 계속 멈추 어 있다는 것인데.
“이래서 S는 갈 수 있기는 한가?”
특정한 이벤트가 생길 때 1% 오르
는 것을 제외하곤 기미가 보이지 않 으니 답답함이 느껴진다.
A와 S 사이에 거대한 벽이 하나 있다는 느낌이다.
“人는 금방 찍었던 거 같은데.”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고작 A둥 급 마법사인 나는 웬만한 S등급 마법사와 겨루어도 이길 자신이 있다.
거기다 S등급 마법사의 특권이라 할 수 있는 ‘금빛 마력’을 구현할 수 있고, 또 정상급 마법사들도 시 도조차 못 하는 ‘원반격’ 역시 다룬 다.
“……내가 너무 날로 먹으려는 건
하긴. 2년 전만 해도 B등급이었는 데.
2년 사이에 이 정도에 오른 것도 엄청난 발전이기는 하지.
S등급을 달성하는데 5년, 10년…… 아니 50년 넘게 달성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니까.
“에휴.”
그렇게 짧게 숨을 내쉬던 그때, 방 문이 열리더니 하령이 안으로 들어 섰다.
“왕이시여. 슬슬 움직이셔야 할 시 간입니다.”
오늘은 마인 사회의 커다란 행사인 ‘왕위 계승식’이 있는 날이다.
덕분에 평소에 입지도 않은 화려한 의복을 입게 되었다.
“계승식이 4시간 뒤라고 했나?”
“맞습니다. 이미 많은 마인들이 도 착해 준비를 마쳤습니다.”
계승식은 태평양 어딘가에 숨겨진 섬에서 진행된다고 한다.
섬의 이름은 ‘달의 섬’.
원작에서도 언급되지 않은 섬인 만 큼 나에게도 생소한 공간이었다.
하령에게 들은 정보에 의하면 달의
섬은 부유섬과 같이 보름달에서 홀 러나오는 마력에 반웅하며 특수한 마력 현상을 일으킨다고 한다.
바로 섬 전체가 짙은 마기로 뒤덮 이는 것이다.
“이전에 말씀드렸듯, 이번 계승식 에 대장로님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어쩌면 왕께 무례한 행동을 할 수도 있으니 미리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걱정 마.”
대장로라는 녀석이 뭐 하는 녀석인 지는 모르지만, 나이 든 마인이 가 진 오만함은 이미 잘 알고 있었기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선만 잘 지켜준다면 말이지.
그렇게 나는 하령과 함께 배를 타 고 이동했다.
시간은 저녁이었기에 노을로 바다 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렇게 2시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우리는 안개에 가려진 작은 섬에 도착했다.
[‘달의 섬 입장’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3,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달의 섬에서 흘러나오는 신비한 기운이 당신의 육신을 감쌉니다.]
[정신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섬에서 내린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듯 주변에 는 숲으로 가득했으며, 중간중간 검 은 의복을 입은 채 어디론가 향하는 마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나를 발견한 몇몇 마인들은 공손하 게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신기한 섬이네.”
외부자의 혜택으로 바라본 이 섬은 하령의 말대로 특수한 마력 현상 같 은 것이 보였다.
쉽게 관측되지 않도록 은폐의 마력 이 퍼져있는 것은 물론이고, 보름달 이 구름에 가려졌음에도 마기가 스 산하게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쪽으로.”
하령을 따라 숲 안으로 들어서자 마치 유적지와 같은 공간이 눈에 들 어왔다.
그 안에는 의복을 차려입은 수많은 마인이 있었으며 유적지의 계단 위
에 제단 같은 것이 하나 있었다.
분위기를 보았을 땐 야외 연회장 같은 느낌이었다.
전부터 느끼는 거지만 마인들은 은 근 전통문화를 중요시하는 감이 없 잖아 있다.
“흐음.”
슬슬 익숙해질 때도 됐지만 아직도 마인들의 앞에 설 때마다 이상한 기 분이 든다.
피가 담긴 잔올 들고 있는 모습도 그렇고.
솔직히 말해 썩 기분이 좋지는 않 다.
아마 내 머릿속에 이들이 ‘적’이라 는 인식이 강하게 각인되어 있기 때 문이겠지.
-……왕이다.
—……와. 소문대로 역대 왕 중에 가장 무게감이 떨어지기는 하네.
그때 나를 발견한 마인들의 소곤거 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신과 조롱.
생각보다 많은 수의 마인이 경계하 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내게 존경의 눈빛을 보내며 곧바로 고개를 숙이는 마인 들도 있었다.
“왕을 뵙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목소리.
—……저, 변절자들.
—저런 게 같은 일족이라니.
그 말에 하령과 선화가 수도 없이 말하던 ‘민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들은 마인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우려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보아하니 나를 중심으로, 마인의 분 열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거였구먼.”
갑작스레 나온 ‘최약’이라는 칭호.
왜 그런 칭호가 생겨난 걸까 의문 이 들었는데 2대 마인의 왕과 행보 가 전혀 달라서 그런 것이었다.
하령의 말에 의하면 2대 마인의 왕은 왕의 직위에 오르자마자 마인 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초대 마인의 왕을 따르던 장로회부터 압박했다고 한다.
강한 힘을 따르는 수많은 마인들은
그 모습에 한순간에 2대 왕을 지지 하게 되었고.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어디선가 거대한 존재감이 느껴지 기 시작했다.
느껴지는 기운을 따라 고개를 돌리 자 여섯의 마인이 이쪽을 향해 걸어 오는 것이 보였다.
모두가 나이를 먹은 노인들이었다.
동시에 연회장의 모든 마인이 그들
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들이 바로 하령이 말하던 마인회 의 장로라는 걸.
“왕을 뵙습니다.”
노인들은 허리를 꼿꼿이 편 상태로 내게 말했다.
말투와 표정.
그 안에 담긴 오만함이 느껴졌다.
하령은 잠시 내 눈치를 살피곤 노 인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먼저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때 맨 앞에 선 노인이 하령에게 말했다.
“20년 만이구나. 초대 왕의 곁을 지키던 네가 새로운 왕의 충신이 되 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크게 놀랐다.”
나는 맨 앞에 선 노인을 바라보았 다.
하신.
하령이 경고했던 장로회의 머리라 할 수 있는 대장로였다.
하신은 내게 시선을 돌렸다.
“……흐음. 그나저나 소문을 듣긴
했지만 확실히 직접 눈으로 뵈니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알 것 같군 요.”
하신이 나를 바라보며 음습한 미소 를 지었다.
“최약의 왕이라 불린다고 하던 데…… 그러고 보니 2대 왕을 죽일 때 인간들의 힘을 빌리셨다고?”
“왕께 무례한 발언은 삼가십시오.”
순간 하령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퍼져 나왔다.
하신은 표정을 굳히곤 하령을 똑바 로 노려보았다.
“……건방진 애송이가 감히.”
뭐지 이 상황은.
무례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는 듣 긴 했지만 설마 이렇게 대놓고 적대 감을 보일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다만 최근 내 곁에서 열심히 하던 하령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자 불편 함이 느껴졌다.
하신은 긴장된 눈으로 우리를 바라 보는 마인들을 둘러보더니 들으라는 듯 크게 외쳤다.
“우리는, 출신도 불분명하면서 인 간과 손을 잡은 자가 새로운 왕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
하신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스멀스 멀 을라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뒤에 있던 5명의 장 로 모두의 두 눈이 검게 물들었다.
내 옆에 선 하령 역시 그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두 눈을 검게 물들였다.
“무례한 행동은 이쯤 하시죠.”
“우리는 이런 자에게 충성할 수 없다. 이름 없는 왕은 충분한 능력을 보여줘 잠시 물러섰으나,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지 않은가?"
장로들이 모든 마인의 존경을 받는 다는 것이 사실이었는지 그들에게
공감하는 분위기가 감도는 것이 보 였다.
이내 장로의 검은 기운이 내 몸을 서서히 감싸기 시작했다.
“……어떤 편법을 사용해 왕위를 얻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우리의 인정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보자 2대 왕의 모든 행 동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기어오르지 못하도록 모두에게 자 신을 각인시키려 했던 것이다.
그렇게 검은 기운이 내 몸을 조여 오던 그때.
때마침 구름에 가려져 있던 보름달
의 빛이 유적지 내부를 비추기 시작 했다.
[달빛을 받았습니다.]
[‘달의 포옹’ 효과가 발동합니다.]
동시에 달의 가호 효과가 발동되며 내 안에서 강렬한 마력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내 몸을 압박하던 장로의 마기가 서서히 밀려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하신의 두 눈에 의문이 담겼다.
나는 이에 그치지 않고 부분 폭주 화를 발동해 마기를 끌어 올렸다.
마기는 이내 여섯 장로의 마기를 완전히 밀어내어 역으로 그들의 육 신을 옥죄었다.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내가 왜 너희의 인정을 받아야 하 지?”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