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화
회사로 복귀한 한세연은 곧장 엘린 을 만나게 되었다.
언제나 당당한 모습만 보여주었던 그녀였지만 협회의 추적 때문인지 오랜만에 본 그녀의 얼굴은 수척했다.
“……오시는데 힘들진 않았나요?”
“그렇게 힘들진 않았어. 협회의 추 적이 조금 귀찮긴 했지만.”
엘린은 그렇게 말하더니 슬쩍 그녀
의 뒤에 선 검귀에게 시선을 돌렸다.
손꼽히는 강자가 눈앞에 있다는 것 에 긴장감을 느낀 걸까? 엘린은 잠 시 표정을 굳혔다가 다시 한세연에 게 시선을 돌렸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말씀하세요.”
“김진우.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 어?”
예상했던 질문이 던져졌다.
그리고 이 시국에 이런 질문을 한다는 건, 그녀가 김선우와 김진우가 동일 인물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의
미였다.
“……아쉽지만 저도 몰라요.”
“……역시 모르는 건가. 너라면 알 거라 생각했는데.”
엘린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유로운 모습만 보여주던 그녀와 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한세연은 그런 그녀를 보며 의문을 느꼈다.
“……근데 왜 저라면 진우 씨의 행 방을 알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그야. 그분…… 아니, 김진우가 평 소에 네 신경을 많이 썼으니까. 너
를 위해서 이것저것 시도하기도 했고.”
그 말에 한세연은 가슴 한구석이 아려옴을 느꼈다.
김진우는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많은 호의를 베풀었던 사 람.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그에게 그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짧게 한숨을 내쉬어 생각을 정리하 고는 다시 물었다.
“저도 물을게요. 진우 씨와는 무슨
관계에요?”
그 물음에 엘린은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몰라.”
“.…”네?”
“알았는데 모르게 됐어. 아니. 헷갈 리게 되었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 까?”
아무래도 엘린은 김진우가 보였던 폭주화에 큰 혼란을 느끼는 듯했다.
이해는 됐다.
자신 역시 처음 그 모습을 보고는 많이 놀랐으니까.
그리고 그런 엘린의 모습을 보며
확신했다.
그녀는 김진우의 적이 아니라는 것
을
“엘린 씨.”
u..2”
엘린이 그녀를 올려보았다. 한세연 은 그녀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제 밑에서 일해볼래요?”
최씨가문의 가주, 최재형은 식탁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짧게 한숨을 내 쉬었다.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딸, 최서 윤을 저택에 강제로 데려온 지 3일.
그녀는 자유를 박탈당한 것에 대한 반항으로 식사를 거부하고 있었다.
언제나 자신을 잘 따르던 딸이었기 에 처음 겪어보는 딸의 반항은 그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서윤이는 아직도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나?”
결국 혼자서 식사를 마친 최재형은 저택을 관리하는 제자 중 하나에게
물었다.
“네, 방문을 완전히 잠그셨습니다.”
최재형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선우…….
그놈이 이 모든 일의 원흉이다.
그 녀석을 만난 이후, 딸은 계속해 서 안 좋은 영향만 받고 있다.
이번일 뿐만이 아니다.
과거에도 서윤이는 김선우를 따라 신비의 세계에 따라가는 기행을 저 지르기도 했다.
잘 풀려서 다행이지, 어쩌면 평생 가상 세계에 갇혀 딸과 이별하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김선우.”
톡톡. 초조한 손짓으로 식탁 위를 두들기며 그 이름을 되뇌었다.
딸의 일로 감정적으로 변하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일이든 이성적으로 판단하겠 다고 다짐했는데.
자꾸 딸에게서 어릴 적 자신의 모 습이 겹쳐 보여 더 신경이 쓰였다.
“잠깐 서윤이에게 다녀오지.’
최재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최서윤 의 방을 향했다.
방문은 여느 때와 같이 굳게 닫혀 있었다.
문고리를 돌려보지만 꽉 잠겨 있어 열리지 않았다.
“서윤아.”
최재형은 문 너머의 최서윤을 불렀다.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혹시 잠든 게 아닌가 싶어 방문을 두들겼다.
“서윤아.”
대답은 여전히 들려오지 않았다.
문고리를 혼들고 방문을 두들겨도
안에 아무도 없는 둣 그 어떤 반응 도 없었다.
“대답하지 않으면 문을 강제로 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답은 여전히 들려오지 않 는다.
순간 불안감을 느낀 최재형은 다급 한 게 손에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문고리를 그대로 부숴 문을 열었다.
“서윤아!”
벌컥 문을 열자 눈에 보이는 것은 빈방이 었다.
원래라면 있어야 할 최서윤은 온데 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최재형은 떨리는 눈으로 방 안을 바라보았다.
창문은 활짝 열려있고 안에는 티비 하나가 켜져 있었다.
그리고 티비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검은 마수를 처치한 마법사의 정체가 행방불명된 김선우라는 추측 이 나오고 있습니다. 협회 또한 이 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 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그때 뒤늦게 다가온 제자가 달려오 더니 외쳤다.
“가, 가주님! 아가씨의 물건들이 사라졌습니다!”
최재형은 대답하지 않고 방 안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제자는 그 침착한 모습을 보며 의 아함을 느끼다가 텅 빈 방 안과 활 짝 열린 창문을 발견했다.
“……엉? 아가씨 탈출하셨네요?”
“……그런 거 같다. 누굴 닮았는
지.”
최재형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 애들 불러서 바로 수색하 겠습니다!”
제자가 서둘러 어디론가 달려가려 는 그때 최재형이 말했다.
“됐다. 하고 싶은 거 하게 놔둬라. 아마 못 막을 거다.”
“네?”
최재형은 방 안에 놓인 작은 쪽지 하나를 바라보았다.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서 학교에 다녀올게요.]
[새로운 마인의 왕이 탄생한 지 6 일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에 따른 마인의 행동에도 큰 변화가 생겼는 데요. 바로 마인으로 인한 피해 사 례가 눈에 띄게 감소한 것입니다. 마인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현 마인 정권은…….]
3일의 시간이 다시 흘러.
병실의 작은 티비에서 뉴스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퇴원 준비를 마친 윤하영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눈부신 아침 햇볕이 따스하게 자신 의 얼굴을 비쳐오고 있었다.
“윤하영〜 퇴원 축하해!”
그때 병실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반가운 얼굴이 찾아왔다.
한 손에 작은 과일 세트를 들고 온 신영준이었다.
윤하영은 선물을 받으며 작게 웃었다.
“영준아~ 고마워.”
그 뒤로 이서준, 유아라와 이현주 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 역시 윤하영에게 각자 퇴원 선물을 주며 퇴원을 축하했다.
윤하영은 자신을 위해 모인 친구들 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와줘서 고마워. 오랜만에 많이 모 였다. 그치?”
“그러게. 빈자리가 보이기는 하지 만.”
신영준의 말에 잠시 침묵이 감돌았 다.
언제나 눈치 없는 신영준의 발언에
이서준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때 뒤늦게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 냈다.
“선배님! 퇴원 축하드려요!”
“서윤아!”
윤하영도 예상하지 못하던 깜짝 손 님의 정체는 다름 아닌 최서윤이었다.
본가에 강제로 끌려갔다는 소문이 돌아 오늘 못 볼 것이라 생각했기에 반가움이 더욱 컸다.
“어떻게 된 거야? 집안 허락받고 온 거야?"
“아뇨. 당연히 몰래 빠져나왔죠!”
최서윤의 당당한 외침에 모두가 쓴 웃음을 지었다.
유아라는 그런 모두를 둘러보다가 중얼거렸다.
“이제 한 명 빼고 다 모였네.”
신영준에 이어 다시 찬물을 끼얹는 발언에 다시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게.”
“자자. 일단 여기서 나가자. 답답하 다.”
윤하영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먼 저 앞장서서 병원 밖으로 나왔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왔다.
윤하영은 찬 공기를 짧게 들이마시 더니 말했다.
“으~ 드디어 해방이다.”
“하영아!”
그때 그녀의 앞에 한 노인이 다가 섰다.
“할머니.”
노인은 윤하영의 할머니로 그녀가 입원하는 동안 곁을 지켜왔었다.
동시에 모두가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드렸다.
할머니는 윤하영의 친구들을 살펴
보고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친구들이니? 다들 인물이 훤하 네〜.”
“아우, 할머니도 인물이 좋으세 요!”
사교성이 좋은 신영준이 먼저 나서 서 말하자 윤하영의 할머니가 껄껄 웃음을 보였다.
“그래, 하영아. 당분간 학교는 쉰다 던데 어쩔 거니? 집으로 올 거니?”
여러 사건이 겹쳐지며 마법사관학 교는 당분간 휴강 상태이다.
물론 기말시험이 남아있기에 오래 쉬진 않을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아뇨. 당분간 기숙사에서 지내려 고요. 할 일이 남아있거든요.”
윤하영의 말에 할머니는 걱정에 담 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최근 윤하영을 중심으로 일어난 사 건들을 그녀 또한 알고 있었기 때문 이다.
“……그러니?”
“네,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리고 저, 할머니 생각보다 강해요.”
할머니는 윤하영의 모습을 보더니, 감정이 벅차오름을 느끼는 듯 입을 꾹 다물다가 말했다.
“……우리 하영이가 언제 이렇게 컸을까.”
할머니는 윤하영의 손을 꼬옥 잡았 다. 그리고 그녀의 친구들에게 시선 을 돌렸다.
“친구분들. 하영이 잘 부탁해요.”
모두가 할머니를 향해 부드럽게 미 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믿고 안심할 수 있도록.
“그럼 할머니는 이만 가보마. 무리 하지 말고 알았지?”
“할머니. 바래다 드릴게요.”
“아니다. 됐다. 혼자 갈 테니까 친
구들이랑 있어.”
“……할머니.”
그 뒤로 할머니는 인사를 전하고는 사라졌다.
윤하영을 포함한 일행들은 그 뒷모 즙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서로를 바 라보았다.
“후우…… 가셨네. 그럼 이제 어쩔 거야?”
신영준의 짧은 한마디. 그 말에 담 긴 함축적인 의미를 모두가 눈치챘 다.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긴 하지. 어떤 일이 있었 는지 이야기는 듣고 싶어.”
그렇게 말하면서 이서준은 주변을 살폈다.
공원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남성, 정문 앞에서 통화를 하는 여성.
이들 모두가 자신들을 감시하는 협 회의 요원이라는 것은 이미 눈치채 고 있었다.
“방법은? 협회 때문에 완전히 숨었 는데 무슨 수로 찾게.”
“그건....♦.
“인연의 나침반을 이용해야죠.”
최서윤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녀 를 향했다.
인연의 나침반.
인연으로 연결된 사람의 위치를 찾 게 해주는 유물이었다.
개인의 사생활, 그리고 빌런의 손 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20년 후를 기약하며 땅에 묻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김선우를 찾아낼 유일한 방법이었다.
“……문제는 협회인데.”
자신들은 현재 협회에 감시당하고 있었다.
협회에서 위험인물로 지정한 마인 의 왕과 가장 가까운 사이였기 때문 이다.
“방법을 찾아봐야지. 확실한 건 섣 불리 움직였다간 나침반이 협회의 손에 들어갈 수도 있어. 그런 일은 피해야 해.”
자신들의 실수로 김선우에게 악영 향을 끼치게 할 순 없다.
김선우는 마인이 아닐 것이라 모두 가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바로 그때였다.
“윤하영 학생!”
흰 가운을 입은 한 여성이 달려오 고 있었다.
자신의 병실을 담당하던 의사였다. 의사는 손에 들고 있던 바구니를 그 녀에게 내밀었다.
“이거 두고 가셨어요.”
여러 꽃이 담겨있는 작은 바구니였다. 윤하영은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 다가 말했다.
“이거 제 거 아닌데요?”
“웅? 윤하영 학생 병실 앞에 놓여 있던데요?”
그 순간 꽃바구니를 바라보는 그녀 의 두 눈이 작게 떨려왔다.
“선물은 전달되었습니다.”
내 취향에 맞게 환한 불빛으로 밝 아진 마인의 은신처.
내 앞으로 다가온 하령이 보고를 올렸다. 나는 소파에 앉은 채 고개 를 끄덕였다.
“수고했어.”
방금 하령을 통해 작은 선물 하나
를 보냈다.
‘치유의 꽃바구니’.
평범한 꽃바구니가 아닌, 마나 회 복 효과 가지고 있는 신비의 마도구 였다.
직접 돈 주고 구매하거나 한 건 아니다.
은신처에 쌓인 수많은 보물을 살펴 보던 중 윤하영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재고 처리를 하듯 준 것이었 으니까.
그때 하령이 조심스러운 말투로 내 게 말했다.
“……왕이시여. 그 아이들과 정이
깊은 건 알고 있지만, 지금은 연을 끊어두시는 게 그 아이들에게 더 좋 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알아.”
하령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는 알고 있다.
‘마인의 왕’이 되어버린 이상, 나와 의 관계성은 오히려 그들에게 위기 만 심어 줄 가능성이 높다.
나는 씁쓸함을 느끼다가 화제를 돌 렸다.
“검은 마수 피해는 어때?”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아직 한국에는 큰 피해가 없는 상황이지
만 몽골 쪽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 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가……
내 예상보다 검은 마수의 잠식 속 도가 빠르다.
안 그래도 원작의 사건이 앞당겨져 서 골치 아픈 상황인데 난이도까지 더 오른 셈이다.
“전투에 참여할 마인은?”
“A등급 마인 50명 정도를 모았습니다만……
하령이 작게 한숨을 내고는 말했다.
“지금 마인회는 혼란기를 겪고 있 습니다. 민심을 위해 안정기를 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 당장 내 의견을 따르는 것처 럼 보이지만, 2대 마인의 왕 때처럼 쿠데타가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쉽게 풀리는 일이 없구만.”
마인의 왕이라고 해서 막강한 권력 을 갖게 되는 게 아니다.
만약 그랬으면 초대 마인의 왕도, 2대 마인의 왕도 배신당하는 일은 없었겠지.
나 역시 그들과 같은 결말을 보지 않게 될 거라는 보장은 없다.
“신뢰를 얻는 게 우선이라는 건가. 알았어. 이만 가봐.”
하령은 내게 고개를 숙이더니 그대 로 사라졌다.
나는 잠시 혼자 생각에 잠겨 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보물 창고에서 얻은 [고대 마인의 고세를 펼쳤다.
고서에 담긴 수많은 술식…….
나는 손을 펼쳐 그 안에 담긴 술 식을 마력으로 구현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