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1화 (410/535)

411 화

전 세계가 주목하고 경악했던 십마 회의 서울 테러 사건이 모두 진압되 었다.

서울에 남은 마인 잔당들은 특무 요원과 거대 길드의 지원으로 빠르 게 토벌되었고, 이후 협회는 각종 신비를 이용해 피해를 복구하는 데 에 집중했다.

[……지금껏 유례없었던 마인 테러

사건 진압이 끝을 보이고 있습니다. 협회에서 더 이상의 피해가 없을 거 라 발표했지만, 시민들의 불안과 공 포는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마인의 왕이 토 벌된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테러에 공모한 것으로 밝혀진 한성 그룹 한세진 부회장이 오늘 밤, 김진철 회장에 의해 체포되었습니다.]

[한세진 부회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협회에서는 이미 확실한 중 거를 확보했다 전했습니다. 마지막 으로 영상이 유출되며 모든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던 마법사관학교의 유 망주 김선…….]

삑!

마법사 협회 최상층, ‘회장실’.

홀로그램에서 흘러나오던 뉴스가

꺼지고 방 전체에 깊은 고요가 깃들

었다.

이내 문밖에서 희미한 발소리가 들

려왔다.

김진철은 굳은 얼굴로 뒤를 돌았

—회장님. 정보 보안국장, 유수민입 니다.

“들어와라.”

정장을 입은 중년의 여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김진철의 모습을 살피다가 작게 고개를 숙였다.

“마인의 왕과 전투가 있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다친 곳은 없으십니 까?”

“……나는 괜찮다. 그보다 상황은 어떻지?”

“마비되었던 전자, 마공학 시설들 이 정상 가동되고 있고, 테러로 일 어난 피해도 인력을 동원해 복구 작 업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걸 물은 게 아니다.”

김진철은 뚜벅뚜벅 창문으로 걸어 가 서울의 풍경을 내려보았다.

어둠이 드리운 새벽.

모두가 잠들어야 할 평온할 시간에 수많은 인력이 신비를 이용해 무너 진 시설들을 복구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 김선우의 행방을 말씀하 시는 겁니까? 안타깝지만 추적에 실 패했습니다. 김선우를 납치한 마인 이 무슨 수를 사용한 것인진 몰라도 기척을 완전히 감췄습니다.”

“그런가?”

예상했던 상황이다.

오랜 시간 인간들에게 탄압받았던 마인인 만큼, 가장 먼저 배우는 것 이 자신의 기척을 숨기는 것이었으 니까.

“넌 어떻게 생각하지?”

“김선우 말입니까? 충격이 크죠. 이서준을 뛰어넘는 인재가 둥장하나

싶었는데 마인이었다니. 나이도 속 였던 걸까요?”

김진철은 말없이 창문을 내려보았 다. 유수민은 말을 이었다.

“이 모든 상황이 김선우의 계획이 라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세 번째 왕이 되고 싶었던 마인, 김 선우가 인간으로 위장해 협회를 이 용했다는 것이죠.”

그 말에 김진철은 뒤를 돌아 유수 민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의 두 눈에는 황당함이 깃들어 있었다.

“뭐?”

유수민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말을 이었다.

“꽤 그럴싸하지 않나요? 그게 아니 면 마인이 협회까지 들어올 이유가 없잖아요.”

“아! 그리고 마인. 아니, 세 번째 마인의 왕이 된 것으로 추측되는 김 선우의 수배령이 올라갈 겁니다.”

“……잠깐. 김선우는 마인이 아니 야.”

김진철의 말에 유수민이 고개를 갸 웃했다.

“네?”

김진철은 김선우와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진천우와 관련됨이 분명하고, 수상 한 점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그 의 손을 맞잡았을 때 느껴진 마력은 인간의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마인이라 해도 자신을 속이 는 건 불가능했다.

“그럼 김선우에게 터져 나왔던 마 기는, 또 재생력과 폭주화는 뭡니 까?”

하지만 그런 확신에도, 김진철은 물음에 답할 수 없었다.

그 어떤 인간도 마기를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허물며 재생력이 라면 더더욱.

그리고 김선우가 그런 능력을 사용 했다는 건, 그 순간만큼은 진짜 마인이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김진철은 생각이 복잡해졌다.

김선우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어떻게 인간이 마인의 능력을 사용 할 수 있었던 거지?

진천우의 실험? 아니면 다른 비밀 이 있는 건가?

알면 알수록 더더욱 미궁 속으로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회장님께서 협회 모두를. 그리고 국민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는 근거 를 제시하지 못하는 이상, 김선우에 대한 수사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 습니다.”

맞는 말이었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건 분명했지 만, 협회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어쩔 수 없이 김진철은 한발 물러 서기로 했다.

무엇보다 김선우의 행방을 찾는 건 그에게도 중요하게 느껴졌으니까.

“……마지막으로.”

유수민이 서류를 내밀었다. 김진철 은 서류를 받았다.

“어제 감지되었던 혹룡, 크루아스 에 대해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차가운 기운이 온몸을 스친다. 검 은 마기가 피어오르며, 자신을 경계 한다.

_……선우야.

이름을 불러보지만 반웅하지 않는 다.

가끔 퉁명스럽긴 해도 항상 따뜻함 이 느껴졌던 평소의 모습은 온데간 데없이 사라졌다.

검게 변해버린 눈. 무섭게 변해버 린 기운…….

가슴이 아파왔다.

내가 부족해서,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아서. 뒤늦은 후회에도 상황은 이미 지나간 뒤였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좋지?

휘이 잉.

피부를 스치는 따스한 햇살과 바람 을 느끼며 윤하영은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보인 건 낯선 천장이었다.

의문을 느낀 그녀는 상체를 일으키 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긴.”

병실처럼 보이는 공간이었다. 내가 왜 이곳에 있는 걸까?

윤하영은 천천히 기억을 더듬었다.

서울에 강림한 마인의 왕.

왕을 처치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담은 멸마…….

끝내 왕은 소멸되었고 마인이 된 선우만이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기억은 거기서 끝이었다.

마기의 영향으로 마력이 뒤틀려 몸 이 버티질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 문이 열리더니 익숙한 얼굴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서준아.”

“……일어났어?”

이서준의 등장에 윤하영은 자리에

서 일어서려 했다.

“아냐. 나오지 마. 거기 있어.”

이서준은 윤하영의 앞에 앉았다.

“너 사홀 동안 잠들어 있었어. 마 기 중독이랑 마력 탈진 현상이 겹쳐 서 뇌에 잠깐 손상이 있었나 봐. 아! 지금은 괜찮다고 하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사흘이나 잠들어 있었다고?”

윤하영은 깜짝 놀랐다. 삼 일이나 잠들어 있었다니.

잠든 사이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몸은 좀 어때?”

“괜찮아. 그보다 선우는? 선우는 어떻게 됐어?”

윤하영은 가장 먼저 그것을 물었다. 그 순간 이서준의 낯빛이 어두 워졌다.

“행방불명.”

윤하영은 입을 꾹 다물었다.

행방불명이라니. 그런데 그 말이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었다.

혹시 마인으로 오해받은 김선우가 협회에 토벌당한 건 아닐까 하는 불 안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차라리 이게 낫다.

“협회 반응은 어때?”

“김선우 잡겠다고 수배령 떨어지고 난리가 났지. 영상도 퍼져서 여론도 심상치 않고. 애초에一.”

이서준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잠 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입을 열 었다.

“마기를 사용했다는 건 중대 사항 이야. 거기다 세 번째 왕이 되었다 는 소문도 돌고 있어. 이건 그냥 넘 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이후 이서준은 괴로운 한숨을 내쉬 었다. 그러곤 생각의 정리를 마친 듯 윤하영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윤하영. 너는 뭔가 알고 있는 거 지?”

이서준의 진지한 물음에 윤하영은 입술을 깨물었다.

“……선우는.”

윤하영은 김선우와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선우는 마인이 아니야. 확신해.”

“근거는?”

“예전부터 선우의 능력을 봐왔어. 아직 밝히진 않았지만 선우는 남들 이 사용하지 못하는 다양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어. 심지어 소수 일족

이 사용하는 능력까지도.”

“선우가 사용한 마기도. 아마 그 일종이 아닐까 생각해.”

“……재생 력도?”

“응.”

“폭주화도?”

윤하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거가 빈약했지만 그녀가 할 수 있 는 말은 여기까지였다.

이서준은 그런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떨구며 크게 숨 을 내쉬었다.

“……정말. 정말로 네 말대로였으 면 좋겠다.”

그 뒤로 그에게 많은 의문을 느끼 게 한 ‘예언의 아이’에 대해 묻고 싶었지만 이서준은 그녀의 안정을 위해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아 참. 마법사관학교는 당분간 쉰 대. 수습할 일도 많고 특히 선우 일 로 조사할 게 많다고 하더라고.”

“으응…… 아. 다른 애들은? 다른 애들은 괜찮아?”

이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영준이랑 현주는 뭐, 잘 지내고 있고. 유아라도 집에서 안정을 취하

고 있다고 들었어.”

“……으음. 그렇구나. 서윤이는?”

“최서윤은……

이서준이 머리를 긁적였다.

“나도 잘 몰라.”

“응? 연락 안 돼?”

“테러 사건이 끝나고 본가에 끌려 갔거든. 학생 수첩도 압수당했는지 연락도 안 돼.”

“아-

윤하영은 곧바로 납득했다.

최서윤이 속한 최씨가문의 가주이

자 그녀의 아버지, 최재형의 엄격함 은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딸인 최서윤에게는 더더욱.

딸과 가까이 지내왔던 김선우가 마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혹시 모 를 상황을 대비해 특단의 조치를 내 린 걸 거다.

그때 였다.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인기 척을 느낀 윤하영과 이서준은 뒤를 돌았다.

이내 문이 열리며 김덕현이 안으로 들어섰다.

“……일어났나?”

[……일각에서는 김선우가 보였던 특출난 재능에 대해 납득하는 반응 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음 뉴스입니다. 한세진 부회장의 테러 공모 사 실이 밝혀지며, 그가 벌였던 다른 범죄 사실들도 밝혀지고 있습니다. 또한 혈연인 한세연 본부장도 테러 에 공모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 거지고 있습니다. 현재 한세연…….]

세상이 난리군요. 설마 이 정

도로 큰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 도 못 했는데.”

한성 제약의 본부장실.

벽에 등을 기댄 채 뉴스를 지켜보 던 검귀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한세연은 티비를 종료하고는 이마 에 손을 얹었다.

최근에 터진 마인 테러 사건 이후 매일매일 혼란스러운 일의 연속이었다.

오빠, 한세진의 비밀이 밝혀지며 그룹 전체가 뒤집어졌고, 그 여파는 그녀의 회사인 한성 제약까지 미칠 정도였다.

몇몇 부하직원들은 이대로라면 회 장 자리에 오르는 것은 확정이 아니 냐며 좋아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그 녀는 차마 기뻐할 수 없었다.

“……김선우.”

그녀는 자신의 책상 위에 올라온 서류를 바라보았다.

세계에 숨은 이면. 그리고 신비를 통해 김진우의 비밀을 알게 된 그녀 는 그에게 특별한 사연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물론 그가 마기를 다루고 마인의 고유 능력인 폭주화까지 사용하는 모습은 분명 충격적이었다.

자신 앞에서 언제나 이성적인 모습 을 보여 주었던 그와는 전혀 달랐으 니까.

그래서 그 영상을 볼 때 왠지 모 르게 가슴이 아파왔다.

분명 그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을 텐데,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한세연은 스마트폰을 켰다.

수많이 쌓은 부재중 전화 목록을 끄고는 메시지 창에 들어갔다.

그러고는 ‘김진우’의 이름을 찾았 다.

[진우 씨, 이 메시지 보면 연락해 줘요.]

안으로 들어서자 3일 전에 자신이 보낸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러나 답장은 아직 오지 않았다.

..으

머리가 깨질듯한 고통을 느끼며 나

는 눈을 떴다.

동시에 흐려진 눈앞에 낯선 천장이 보였다.

그리고 잠시 뒤 오류라도 난 것처 럼 수많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폭주화’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보상으로 5,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마인의 왕’이 되었습니다.]

[당신에게 왕의 권능이 주어집니다.]

[미래의 격변이 감지되었습니다. 그에 따른 업보가 중첩됩니다.]

[인과율이 3 상승합니다.]

[전 세계의 사람이 당신에게 강한 배신감과 적의를 느낍니다.]

[‘인류의 적’ 업적올 달성합니다.]

[보상으로 30,000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수없이 떠오르는 메시지를 바라보 다가 한구석에서 내 시선이 멈추었다.

나는 눈을 찌푸렸다.

“……마인의 왕?”

마인의 왕이라니. 저게 무슨 소리 지? 내가 마인의 왕이 되었다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황당함을 느끼 다가 마지막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내 오래된 필름처럼 흐릿하게 그 날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왕과의 전투. 그리고 눈앞에 떠올 랐던 ‘폭주화’라는 메시지.

그리고…….

나는 이성을 잃었었다.

바로 그때.

“ 일어나셨습니까?”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그 말투가 공 손하다.

상체를 일으키고 고개를 돌리자 내 예상대로 하령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그는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어울리지 않은 공손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뭐야…….

그리고 이런 공손한 자세를 하고 있는 건 하령뿐만이 아니었다.

그 옆에 있던 선화 역시 같은 자 세로 앉아 있었다.

선화는 자세를 유지한 채 내게 말 했다.

“……우리의 새로운 왕이시여.”

그리고 동시에, 그들 뒤에 자리 잡 은 어둠 속에서 커다란 목소리가 울 려 퍼졌다.

—왕이시여.

나는 멍하니 어둠 속을 웅시했다.

그 안에는 수를 셀 수 없을 정도 로 많은 마인이 내게 무릎을 꿇고 있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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