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0화 (409/535)

410화

마인의 테러로 불바다가 되어버린 서울.

살벌한 마기의 기운과 함께 검은 피가 사방에 퍼져나갔다.

후드를 뒤집어쓴 남성은 몸 구석구 석에 검은 피를 홀린 채 바닥에 무 릎을 꿇었다.

“선화…… 어째서 왕을 배신한 것 이냐……

후드의 남성은 차가운 눈으로 자신 을 내려보는 금발의 여인, 선화에 물었다.

선화는 대답 대신 검은 마기를 구 현하더니 남성의 가슴에 찔러넣었다.

푸욱!

“착각하지 마. 난 단 한 번도 지금 의 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적이 없 어.”

털썩!

남성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몸에 무수한 구멍이 남아있었지만 전처럼 재생하는 일은 없었다.

그의 숨통이 완전히 끊겼다는 중거 였다.

“.....♦후우.”

선화는 짧게 숨을 내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불바다가 되어버린 도시와 죽어가 는 인간과 마인…….

마치 지옥과도 같은 풍경이었다.

“……설마 우리 몰래 이런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는데.”

왕을 완전히 속였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우리의 착각이었구나.

—각 구역 경계해.

—……통신이 안 되니 답답하네. 본부 지시가 내려와야 하는데.

—어? 팀장님. 저기 금발의 여성이 있는데요?

그때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선 화는 바닥을 박차며 건물의 옥상으 로 올라섰다.

—우왓? 마인이다!

목소리의 정체는 협회의 요원들이 었다. 그들은 그녀가 마인임을 눈치 채고 추격에 나섰다.

하지만 그녀는 가볍게 그들의 추격 을 따돌리고는 발걸음을 멈췄다.

“……그나저나 왕은 어디에 있지?”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왕은 예언의 아이인 김선우와 함께 있을 가능성 이 컸다.

분명 이쯤 어딘가에 왕의 기운이 느껴질 텐데.

그 순간.

“..!”

어디선가 살벌한 마기의 기운이 터 져 나왔다.

등골에 소름이 돋고 가슴 깊은 곳 에서 공포감이 치밀어 올랐다.

이 기운은…… 왕이 분명하다.

이런 마기를 사용할 수 있는 존재 는 이 세상에 왕 하나뿐이니까.

그리고. 이어서 왕과는 다른 새로 운 마기가 느껴졌다.

“……음? 뭐지? 정환은 아닌 거 같은데.”

이 정도의 마기를 사용할 수 있는 마인이 남아있었나?

선화는 의문을 느끼며 기운이 느껴 지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얼마 나 뛰었을까?

그녀는 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리고 왕의 모습을 본 그녀의 두 눈 이 잠시 떨렸다.

“......뭐야.”

왕의 전신에는 무수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또 그의 무한한 재생력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피가 멎을 생각 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저건 뭐야?”

왕의 앞에서 있는 한 명의 남성.

전신에서 풍겨오는 검은 기운을 보 아하니 폭주화한 마인이 분명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일반적인 마인 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검은 마기에 제대로 보이지 않지 만, 저 외형.

어딘가 익숙했다.

—……너는, 너는 대체 무엇이지?

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까지 수많은 시간을 왕의 곁에서 지낸 선화였지만 이렇게 당황한 모습은 처음 보았다.

그때 남성에게 뿜어져 오는 검은 기운이 왕을 향해 쏘아졌다.

왕은 빠르게 자신의 마기를 이용해 받아쳤다.

두 마기가 격돌하는 순간 강렬한 충격파가 터졌다.

그리고 그 여파로 인해 주변의 모

든 것이 휩쓸리고 무너졌다.

—크윽!

왕은 충격파를 몸으로 받으며 짧게 신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왕은 검은 마 기를 새롭게 구현해 공격을 시도했다.

푸욱!

공격은 성공적이었다. 검은 마기는 남성의 어깨와 배를 꿰풇었고, 마인 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검은 마력 이 담긴 피가 터져 나왔다.

—스으으

하지만 몸에 뚫린 구멍은 재생력에 의해 완전히 회복되었다.

그 모습을 본 왕은 다시 표정을 굳혔다.

—어떻게, 어떻게 너 같은 게 존재

할 수 있는 거지? 전대의 왕은 대 체 무슨 짓을…….

그 순간. 어디선가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며 이들의 피부를 스쳤다.

그 바람은 폭주한 남성에게 뿜어져 오는 검은 기운을 조금씩 홑날리게 했다.

동시에 선화는 큰 충격을 받았다.

검은 기운 속에 숨어 있던 그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다.

“……기, 김선우?”

두 눈이 검게 물들어 인간의 모습

이 남아있지 않게 되었지만, 저 얼 굴은 김선우가 분명했다.

“예언의 아이가…… 마인이었다 고?”

김선우가 재생력을 사용하는 모습 을 이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의 김선우는 특수한 능 력이라며 자신이 마인임을 부정했었다.

그러나 지금 저 모습은 누가 봐도 마인이 아닌가?

“……예언의 힘.”

그러고 보니 이전에 김선우가 예언 의 힘과 비슷한 능력이 있다고 이야

기하기도 했었는데.

“……저, 정말로 전대 왕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건가?’

그때 김선우를 지켜보던 왕이 말했다.

—……이성을 잃은 건가.

왕은 그렇게 말하고는 검은 마기를 김선우를 향해 다시 쏘아냈다.

하지만 검은 마기로 신체를 강화한 김선우가 이를 피하며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갔다.

파앗!

김선우는 순식간에 왕의 코앞으로 다가왔다.

폭주화로 강해진 상태였기에 S등급 의 마인인 선화마저 눈으로 좇기 힘 든 속도였다.

그럼에도 평소의 왕이었으면 충분 히 대웅할 수 있었을 속도였다.

하지만 오랜 전투. 그리고 수많은 멸마의 마법에 약화된 왕은 반응할 수 없었다.

푸욱!

김선우의 오른손이 왕의 가슴을 꿰

뚫었다.

왕은 이를 악 물고는 검은 마기를 이용해 김선우를 공격하려 했다. 하 지만 김선우는 손을 뽑아내고는 빠 른 속도로 점프해 왕의 마기를 피했다.

그 뒤 왕의 어깨 위로 올라타 머 리를 향해 손올 뻗었다.

콰앙!

왕의 머리가 검은 마기에 터지며 사라졌다.

하지만 1초의 시간도 되지 않아 왕의 머리가 원래의 형태로 돌아왔다. 멸마의 힘이 담기지 않은 순수

한 마기에 의한 공격이었기 때문이 다.

—……큭. 건방진!

콰앙! 콰앙! 콰앙! 콰앙!

김선우는 왕의 어깨 위에 올라탄 채 계속해서 검은 마기를 방출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마기의 세례.

재생과 파괴가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그 순간 왕의 마기가 김선우의 목 을 움켜쥐고는 그대로 벽으로 내던 졌다.

콰앙!

—……크윽. 그 인간 노인과 겨루 지만 않았더라면.

왕은 자신의 목을 매만지며 벽에 내던져진 김선우의 방향을 바라보았 다.

잠시 뒤 벽 속에서 피를 뚝뚝 홀 리는 김선우가 걸어 나왔다.

“……어떻게 해야 하지?”

선화는 둘의 전투를 바라보며 생각 에 잠겼다.

지금은 잘 버티고 있지만 이대로

전투가 지속된다면 김선우는 왕에게 죽게 될 것이 분명했다.

왕이 아무리 오랜 전투로 힘이 약 해지고, 김선우가 폭주화로 강해진 상태라 하나 상대는 마인의 정점에 군림한 존재였으니까.

둘 사이에는 아직 많은 역량의 차 이가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그가 죽게 내버려 둘 순 없었다.

김선우와 전대 왕 사이에 자신이 모르는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내가 나서야 하나?”

……안된다.

내가 개입하더라도 상황을 바꾸는 건커녕 도망조차 치지 못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그런 고민을 하던 찰나.

왕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검은 마기가 김선우의 몸을 다시 꿰뚫었다.

팔과 다리. 가슴 허벅지 등, 왕의 마기가 김선우의 전신에 구멍을 내 기 시작했다.

하지만 폭주화로 인해 강해진 마기 덕분에, 김선우의 육신도 빠르게 재

생되고 있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마인의 재생력은 왕처럼 무한하지 않다.

서서히 한계가 찾아온 듯 김선우의 회복이 느려지고 있었다.

콰앙! 콰앙! 콰아아앙!

그렇게 김선우가 서 있던 자리는 어느덧 계속되는 폭발로 보이지 않 게 되었다.

이제 김선우도 죽지 않았을까, 하 는 생각이 들던 그때. 연기 속에서 검은 마기 하나가 일직선으로 쏘아 지더니 왕의 가슴을 꿰뚫었다.

—……크으윽!

왕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한쪽 무릎 을 꿇었다.

힘이 약화되어 반응할 수 없던 것이다.

—설마 이런 식으로 발목이 잡힐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왕이 전보다 많은 마기를 모아 김 선우가 있던 연기 속으로 방출시켰 다.

그리고 전과는 다른 거대한 폭발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콰아아아앙!

스 으 으.

연기는 점차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기가 걷히며 김선우의 모 습이 서서히 드러났다.

그의 모습은 서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참혹했다.

재생력에도 한계가 왔기에 상처에서는 피만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왕은 그 모습을 보고는 승리를 확 신한 듯 천천히 김선우에게 걸어갔 다.

—……네 정체에 대해 더 알고 싶 지만, 여기서 더 시간을 끌 수 없으 니 이만 끝내마.

왕의 손에서 검은 마기가 한점으로 응축되기 시작했다.

만약 저 공격을 맞게 된다면 김선 우는 그대로 죽게 될 것이다.

_그럼…… 여기까…….

바로 그때였다.

우우우옹!

어딘가에서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 졌다.

그리고 동시에 빛줄기 하나가 왕의 뒤에서 일직선으로 쏘아지더니 왕의 가슴을 꿰뚫었다.

—..?

왕은 자신의 가슴을 내려보았다.

마법이 꿰뚫고 지나간 자리가 불타 오르고 있었다.

—……이, 이건.

왕은 뒤를 돌았다.

그의 시선 끝에는 평범한 마력을 가진 인간의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본 선화는 강한 충격을 받았다.

저 마법…….

“며, 멸마의 힘?”

멸마 사용자가 두 명이라고?

-..…으읏.

여자아이는 모든 마력을 소모한 듯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떨리는 눈으로 왕을 바라 보더니 김선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두 눈에 안쓰러움과 괴로움 이 담겼다.

—……선우야.

왕은 그런 여자아이를 바라보며 중 얼거렸다.

—……이, 모든 건. 함정이었나?

왕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눈앞의 저 여자아이가 전대 왕이

말하던 진짜 예언의 아이라는 것을.

이 모든 건 ‘진짜 예언의 아이’를 숨기기 위한 함정이었다는 것을.

아무리 마의 천적이라 불리는 멸마 의 힘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한 번에 죽이는 것은 불가능한 일…….

예언의 아이는 인간들 틈에 숨어 자신의 힘이 크게 약화된 지금, 이 순간을 기다린 것이다.

—……설마 저토록 평범한 아이가 예언의 아이였을 줄이야.

가슴에 타오르는 멸마의 불꽃은 점 점 크게 번져갔다.

왕은 손바닥을 펼치고는 여자아이

를 향해 뻗었다. 그의 손바닥 앞으 로 마기가 천천히 모이기 시작했다.

—예언의 아이…… 당장 죽여 야…….

그러나 구현된 마기는 힘을 잃으며 흩어졌다.

그의 가슴에 잠식한 멸마가, 그의 육신에 얼마 남지 않은 마기를 모조 리 태워버렸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왕은 비틀거리는 발 걸음으로 여자아이에게 걸어갔다.

마기를 사용할 수 없다면, 육신을 사용하며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하지만 상황은 그의 바람대로 되지

않았다.

푸욱!

눈부신 섬광이 번쩍이더니 빛의 마력을 담은 검 하나가 왕의 가슴을 꿰뚫었기 때문이다.

-쿨럭!

왕은 검은 피를 토해내었다.

그의 앞에 선 이서준은 떨리는 눈 으로 김선우를 바라보았다.

-……김선우.

이어서 왕과의 전투로 정신을 잃었 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 냈다.

그들은 김선우를 바라보며 충격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김선우가 마인이었어?

—서, 선배님……?

힘을 잃은 왕은 무릎을 꿇고는 예 언의 아이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저 아이가, 진짜 예언의 아 이라면.

왕이 뒤를 돌아 김선우를 바라보았 다.

—이 녀석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란 말이냐…….

그 말을 끝으로 왕의 육신은 서서

히 검은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인간 세계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마인의 왕이 죽음을 맞이하며 소멸 된 것이다.

그리고 검은 먼지 속에 숨어 있던 마치 우주와도 같은 검은 빛의 기운 이 김선우의 몸 안으로 천천히 스며 들었다.

—읏....

검게 물든 김선우의 얼굴이 일그러 졌다.

이내 그 몸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던 마기가 점차 강해지기 시작했다.

—김선우!

이서준은 빠르게 김선우를 향해 다 가가려했다. 하지만 그의 앞에 김덕현이 모습을 드러내며 앞길을 막았 다.

—물러서라.

그리고 뒤늦게 도착한 수많은 협회 의 요원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마력을 뿜으며 김선우를 둘 러쌌다.

—지금 뭐 하시는……?

이서준의 말에 김덕현이 말했다.

—……이서준. 이성을 찾아라. 저건 폭주한 마인이야. 그리고 어쩌

면…… 저게 마인의 새로운 왕일 수 도 있다.

—그게 무슨…….

그때 김선우에게 뿜어지던 강렬한 마기가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김선우는 정신 을 잃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김선우가 갑작스레 쓰러지자 요원 중 하나가 외쳤다.

—어? 쓰러진 건가?

—지, 지금이다!

그렇게 모두가 마력을 뿜으며 김선 우를 공격하려던 찰나.

하늘 위에서 검은 마기가 김선우가 서 있는 자리에 내려앉았다.

“……크윽! 이건 또 무슨.”

이내 마기 속에서 한 여인이 모습 을 드러냈다.

바로 십마회의 생존자인 선화였다.

“……새, 새로운 마인인가?”

“전투 준비해!”

요원들이 마력을 끌어올리자 선화 의 두 눈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가공할만한 강한 마기가 퍼 져나가며 요원들을 휩쓸었다.

“크으윽!”

김덕현은 마력의 장막을 이용해 퍼 져나가는 검은 마기를 버렸다. 그리 고 한 발자국 나아가며 그녀를 노려 보았다.

“……마인. 혼자서 무슨 생각이 지?”

선화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김선우의 육신을 들어 올릴 뿐이었다.

이내 주변을 잠식한 마기가 안개처 럼 변하더니, 순식간에 두 사람을 집어삼키며 사라졌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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