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8화
“......쿨럭.”
입에서 터져 나온 검은 피가 바닥 을 적셨다.
왕의 전신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무수한 구멍이 뚫려 있었 으며, 그의 두 눈에는 깊은 당혹감 이 담겨 있었다.
수백, 수천 번의 공격. 하지만 김 진철은 침착하게 자신의 모든 공격 을 원반격으로 완벽하게 방어했다.
아무리 뛰어난 반응 속도를 갖고 있다고 한들, 인간이라면 한두 번 정도는 실수할 법한데.
저게 과연 인간이 맞기는 한 것인 지 그런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왕을 지켜보던 김진철 이 수염을 매만지며 작게 중얼거렸다.
“……징글징글하군. 머리를 부쉈는 데도 다시 재생하다니. 정말 불사라 도 되는 건가?”
한없이 여유로운 모습.
왕을 향한 그의 두 눈에는 적의와 경계보다는 관찰. 그리고 호기심의
감정이 더 커 보였다.
모든 마인의 정점에 군림하는 자신 을 상대로 저런 여유를 부리다 니…….
“건방진……
왕은 다시 육체를 빠르게 재생시킨 뒤 검은 마기를 쏘아내었다.
하지만 공격이 이어질수록 피해를 입는 건 자신이었다.
무한히 구현되는 원반격에 의해 자 신의 공격이 모두 되돌아왔기 때문 이다.
Z、O O.
“큭»
왕은 결국 공격을 멈추고는 다시 신체를 재생시켰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김진철이 웃 었다.
“흐흐. 미세하지만 재생력이 느려 졌구나. 아무리 강한 생명력을 지녔 다 해도 네놈 역시 필멸자…… 불사 는 아니었어.”
김진철은 스산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왕은 섬뜩함을 느꼈다.
“……불사가 아니라는 것도 확인했
겠다. 그럼 탐색전은 그만하고 본격 적으로 해볼까?”
우우우웅!
이내 가공할만한 마력이 김진철의 육신에서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김진철의 육신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지금까지 원반격을 이용한 방어에 치중했던 그였기에, 갑작스러운 변 화에 왕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다.”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왕은 뒤 를 돌았다. 그리고 그의 눈에 보이 는 것은 복잡한 술식이 그려진 마법
진과 손바닥.
이내 마법진이 왕의 머리에 닿으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앙!
폭발과 함께 머리가 사라진 왕의 신체가 뒤로 크게 밀려났다.
하지만 1초도 지나지 않아 머리가 다시 재생되었고, 검은 마기를 다시 구현해 김진철에게 쏘아냈다.
파앙!
김진철은 앞으로 달려 나감과 동시
에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검은 마기 를 전부 원반격으로 반사했다.
검은 마기는 이내 왕의 몸을 꿰뚫 으며 다시 구멍을 만들어냈다.
“크으윽! 네 놈!”
계속해서 불리한 구도가 이어지자 왕의 두 눈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몸이 폭발하듯 가공할 만한 검은 마기가 전신에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를 중심으로 수백의 검은 마기가 솟아오르더니 김진철을 향해 맹렬한 폭격을 퍼부었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공간 전체에 거대한 먼지가 피어오 르며 김진철과 왕의 모습을 감추었다. 그럼에도 맹렬히 쏟아지는 폭격 은 끝날 줄 모르고 이어졌다.
시간이 지나, 이어지던 마력의 폭 발음이 멈추고 시야를 가리던 먼지 가 사그라들었다.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김진철이었다.
그는 전체적으로 멀쩡한 편이었다. 다만 아까와 달리 그의 육신 곳곳에 자잘한 상처가 남아 있었다.
김진철은 자신의 어깨에 생겨난 상 처를 어루만지고는 손에 묻은 피를 내려 보았다.
그리고 맞은편 먼지 사이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왕에게 시선을 돌 렸다.
왕의 몰골은 처참했다.
육신 곳곳에 뚫려 있는 구멍. 이전 과 다르게 육신의 재생속도는 확연 히 느려져 있었다.
끝이 없을 것 같던 재생력에도 한 계가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왕의 힘이 약해지자 어 둠 너머 마기에 속박되어 있던 하령 이 풀려났다.
갑작스레 자유의 몸이 된 하령은 떨리는 눈으로 김진철과 왕의 모습 을 바라보았다.
둘의 대결은 그에게 신선한 충격이 었다.
일반적인 S둥급 마인, 마법사들은
범접할 수 없는 각 종족의 정점에 군림한 천외천들의 대결이었기 때문 이다.
그의 시선은 김진철을 향했다.
‘……저것이 바로 인간의 정점에 선 자인가?’
아니, 인간에 한정 짓는 건 그에게 실례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 어떤 강한 생명체가 온다고 하 더라도 그가 패배한다는 건 상상되 지 않았으니까.
‘……인간 세계를 정복한다는 건 십마회의 어리석은 생각이었구나.’
그때 김진철의 시선이 하령을 향했
그와 시선을 마주한 하령은 식은땀 을 홀리고는 그대로 암혹 속으로 모 즙을 감췄다.
하령이 사라지자 김진철은 다시 왕 에게 시선을 돌렸다.
왕은 어느새 육신을 거의 회복한 상태였다.
“흐음. 이대로라면 일주일 내내 싸 워도 끝이 없겠는데…… 역시 봉인 이 답인가?”
……그런 고민을 하던 찰나.
어디선가 신비의 기운이 홀러나오 더니 왕을 향해 스며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두 눈이 크게 떨렸다.
“……찾았다.”
“뭐‘?”
갑작스러운 왕의 변화에 김진철은 의문에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왕은 눈앞의 김진철이 신경 쓰지 않는 듯 혼자 어깨를 들썩였다.
“크흐, 하하하하……
이내 광기에 찬 웃음을 보였다.
대체 무엇 때문에 저렇게 즐거움을 느끼는 걸까?
“……드디어. 드디어 찾아내었다.”
“뭘 찾았다는 거지?”
김진철의 물음에 왕이 대답했다.
“나의 천적. 멸마의 힘을 가지고 태어난 예언의 아이.”
“……예언의 아이?”
그리고 공간 전체에 숨겨져 있던 술식들이 드러나며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김진철은 놀란 눈으로 술식을 내려 보았다.
그의 두 눈에 처음으로 깊은 당황 이 깃들었다.
그리고 왕이 말했다.
“인간. 나의 패배를 인정하마. 너는 강하다. 지금의 나는 그 어떤 수를 써도 너를 이기지 못하겠지……
어디선가 불어온 마력의 폭풍이 왕 의 몸을 감쌌다.
“하지만, 이 전쟁은 내가 이겼다.”
쿠우우우웅!
갑작스레 벌어진 상황에 나는 당혹 감을 느끼고 있었다.
멸마의 마법을 맞고 쓰러진 정환의
몸에서, 믿기 힘들 만큼 강력한 마 기가 폭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S등급의 마기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강렬한 힘…….
이성을 잃은 듯한 그의 얼굴을 보 아하니 의도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 았다.
그리고 정환을 제외한다른 마인들 에게도 똑같은 증상이 보이고 있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들의 마 기가 전부 정환을 향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김선우!”
그때 뒤에서 나를 향한 익숙한 목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자 이서준 일행이 내 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가장 먼저 다가온 윤하영이 내 어 깨를 잡았다.
“선우야! 너 괜찮아?! 다친 곳은 없어?”
“……어. 멀쩡해. 너는?”
“나도 괜찮아.”
이어서 이서준이 내게 다가오더니 눈앞의 정환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나도 몰라. 갑자기 저렇게 됐어.”
그렇게 말하며 나는 마법 구체를 구현해 폭주하는 정환에게 방출했다.
하지만 내 마법은 폭주하는 녀석의 마기에 막혀 그대로 소멸되었다.
이서준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멍하 니 중얼거렸다.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거지?”
“선배님!”
이어서 최서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뒤에는 김덕현을 포함한 특 무 요원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김덕현은 나를 바라보더니 폭주하 는 정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선 녀석에게 생겨난 상처를 보고는 내게 말했다.
“저 상처. 네가 만든 건가?”
“……네, 일단은 그렇긴 한데.”
김덕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정환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선 저 정체불명의 폭주를 막는 게 우선이겠군.”
이내 김덕현은 자신의 창에 마력을 주입하고는 그대로 정환을 돌진했다.
콰아아앙!
그러나 김덕현의 창은 정환에게 닿 지 못했다.
그에게서 뿜어져 오는 강력한 마기 가 그를 완벽히 보호했기 때문이다.
“......큭!”
이어서 뒤의 다른 요원들도 각자 마법을 구현하고는 녀석을 향해 쏘
아냈지만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도 정환에게 뿜어져 오는 강 렬한 마기에 소멸되었다.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듯 모두가 식은땀을 흘렸다.
그때 정환에게서 뿜어져 오던 마기 가 한 점에 웅축되었다.
그것을 본 나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강한 위기감을 느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외쳤다.
“……모두 막아!”
그 말과 동시에 나는 내 모든 마력을 끌어모아 장막을 펼쳤다.
우우웅…….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과 함께 강렬한 충격파 가 장막과 부딪혔다.
그 충격으로 내 몸이 뒤로 크게 밀려나고 가슴 깊은 곳에서 안정되 어 있던 마력의 흐름이 뒤틀리는 것 이 느껴졌다.
“......쿨럭!”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나뿐만이 아니라 장막에 휘말린 모
두가 신체의 마력이 뒤틀린 듯 강한 고통을 호소했다.
눈 앞을 가리던 먼지가 사라지고, 정환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
그리고 모두의 두 눈이 크게 떨려 왔다.
“......이건.”
몸을 웅크린 정환의 앞에 회색빛의 알몸을 가진 사내가 서 있었다.
몸에서 뿜어져 오는 살벌한 마 기…….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본능이
저 사내는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나는 그를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마인의 왕.”
저 사내는 왕이었다.
주변 마인의 마기를 흡수하며 강림 한 마인의 왕.
“쿨럭!”
그때 왕이 검은 피를 토해냈다.
괴로움에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 몸 을 작게 웅크렸다.
“……쿨럭! 쿨럭!”
강림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던 것인지 왕의 상태는 온전해 보이지 않았다.
계속되는 출혈. 그의 두 눈에는 짜 중이 담겨 있었다.
“……몸이 말이 아니군. 아까의 전 투에서 너무 많은 힘을 썼어.”
“……왕이시여. 혹시 몸에 무슨 문 제라도 있으십니까?”
정환의 말에 왕은 고개를 들어올리 더니 검은 마기를 사용했다.
이내 정환의 몸이 검은 마기에 의 해 공중에 떠올랐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몸이 들리자 정 환은 당황에 찬 표정이 되었다.
“……와, 왕이시여?”
푸우우욱!
이내 수십 가지의 검은 마기가 정 환의 몸을 관통했다.
이어서 정환의 몸에서 검은 피가 사방에서 뿜어지더니 왕의 몸에서 서히 흡수되었다.
그리고 왕에게서 느껴지는 마기의 힘이 한충 더 강해졌다.
“……부족해.”
“공격해!”
그때 서로 눈치를 보던 요원들이 왕을 향해 돌진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왕이 방심한 최적 의 타이밍. 하지만 나는 그들을 향 해 크게 외쳤다.
“안돼!”
이내 검은 마기가 왕을 중심으로 휘몰아치더니 그들을 집어삼켰다.
“크아아아악!”
그리고 들려오는 비명과 함께 붉은 피의 분수가 잔인하게 퍼져나갔다.
그 피는 왕에게 천천히 흡수되었다.
“……아직도 부족하다.”
압도적인 강함에 모두의 몸이 얼어 붙었다.
이곳의 모두가 A와 드를 오가는 최 정상의 마법사들이었지만 본능적으 로 눈앞의 상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자운 앞에서도 언제나 용기 있는 모습을 보였던 이서준 역시 마찬가 지였다.
“……여긴 내가 최대한 막아보겠 다. 너희는 도망쳐서 협회에 이 사 실을 알려라.”
김덕현이 긴장된 얼굴로 앞으로 나
섰다.
그때 왕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시선을 마주한 것만으로도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왕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김선우. 아니, 예언의 아이. 너와의 만남을 20년간 기다리고 있었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