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07화 (406/535)

407화

“……아이고. 허리야.”

백두산의 어딘가.

미세하게 뒤틀린 마력의 기류를 따 라 이동하던 김진철이 허리를 두들 겼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최근 허리가 아픈 일이 잦아졌다.

아픈지가…… 한 30년 정도 됐나?

“나도 늙었구만. 30년만 젊었더라 면…… 쯧.”

그나저나 아까 느껴졌던 마력은 뭐 지?

김진철은 허리를 쭈욱 펴고는 하늘 을 올려보았다.

방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가 하늘을 크게 울렸다.

동시에 하늘에 균열이 잠시 생기더 니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아왔다.

단순한 자연 현상이라던가 마력 재 해 현상은 아니었다.

마력 속에 숨은 미세한 생명의 기 운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심상치 않군.”

균열. 하늘의 균열이라…….

그러고 보니 과거에 이것과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던 거 같 은데.

김진철은 천천히 기억을 더듬었다.

“……맞아. 균열 이동.”

200년 전의 일이다.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붉은 눈의 ‘광룡, 루마스’.

녀석이 토벌되던 그 날, 하늘에 균 열이 생겼다는 기록이 있었다.

“균열을 통해 이동하는 용의 권능 이었지 아마?”

용이라…….

설마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크루아스가 움직인 건가?

김진철은 잠시 심각성을 느꼈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마인의 왕의 얼굴 을 보지 않을 순 없었다.

“서둘러야겠어.”

백두산의 마력 현상으로 통신이 마 비된 지금, 서울에 어떤 일이 벌어 졌을지 알 수 없다.

김진철은 눈을 감고는 주변에서 느 껴지는 마력의 기류를 다시 느꼈다.

평범한 마법사라면 느낄 수 없는

미세한 마기의 흐름.

그 흐름을 따라 발걸음을 다시 옮 겼다.

어느덧 그는 작은 동굴에 도착했다.

입구에는 인간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강력한 마인의 결계가 펼쳐져 있었다.

“이런 곳에 있었군.”

김진철은 손바닥에 마력을 집중했다. 이내 손을 결계에 가져다 대자 거대한 폭발이 터졌다.

콰아아아아앙-!

한순간에 결계가 무너지고 동굴 안 에 숨겨져 있던 지독한 마기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김진철은 그것을 무시하며 계속해 서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곧 그의 눈앞에 숨겨진 지하 도시가 나타났 다.

그리고 그곳에서 공포에 질린 얼굴 로 자신을 바라보는 마인들의 모습 이 보였다.

그가 본 십마회의 은신처는 마치 하나의 문명을 보는 듯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신기함을 느꼈지 만 감상할 여유는 없었다.

자신의 목표는 한시라도 빨리 ‘마인의 왕’을 죽이고 서울로 복귀하는 것이었으니까.

왕은 어디에 숨었는가.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던 그의 시야 끝에 거대한 문 하나가 들어왔다.

“저기에 숨었구나.”

김진철은 강한 마기가 느껴지는 곳 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김진철은 어둠 속에 숨은 왕을 꿰 뚫어 보았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는 순간, 왕이 미소를 지으며 왕좌에서 일어섰다.

“김진철. 네가 이곳에 올 것은 이 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더 이른 시간에 왔구나.”

“……흐음. 신기하군.”

왕을 관찰하듯 바라보던 김진철의 말에 왕이 의문에 찬 표정을 지었다.

“뭐가 신기하다는 거지?”

“네게서 은은한 신비의 힘이 느껴 지는데…… 뭐냐 그건? 신비와 거래 라도 한 거냐?”

그 말에 왕의 표정에 잠시 놀라움 이 담겼다.

“……역시. 소문대로 통찰력이 대 단하군. 바로 눈치채다니.”

“내 제자 중 한 놈이 네놈이랑 똑 같은 짓을 저질렀거든. 그래서 알고 있지.”

김진철의 말에 왕이 말했다.

“그래, 네 말대로 나는 신비와의

거래를 통해 새로운 힘을 얻었다. 일족의 권능인 ‘홉혈’의 힘을 일시 적으로 중폭시켰지. 그리고.”

스으으으...

그의 주변으로 강한 마력이 담긴 붉은 빛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 빛은 이내 왕의 몸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왕에게 서 느껴지는 마기가 점차 강해졌다.

“홉혈의 힘을 극대화하기 위해 나 는 수많은 마력의 정수를 모아왔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 말이야.”

“……혈석인가.”

우우우우웅…….

점차 강해지는 왕의 마기에 주변 일대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천 장의 흙먼지가 땅으로 떨어지며 시 야를 가렸다.

김진철은 알 수 있었다.

지금의 왕은 재앙급 마수에게도 절 대 밀리지 않을 수준이라는 것을.

동시에 자신이 직접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자신이 아닌 특무 요원의 부 대를 파견했다면 모두가 개죽음을 당했을 것이다.

“그럼 죽어라.”

왕의 앞으로 주변의 검은 마기가 한점에 모이기 시작했다.

김진철마저 소름이 돋는 살벌한 힘 이었다.

아마 저걸 맞는다면 그 어떤 생명 체도 살아남지 못하겠지.

그리고 검은 마기의 점은, 그대로 김진철을 향해 빠르게 쏘아졌다.

파아아아앙——

그렇게 마기가 김진철의 몸에 닿으 려는 짧은 시간의 찰나.

그의 눈앞에서 푸른 빛이 번쩍였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흙먼지가 다시 피어오르며 주변의 시야를 모두 가렸다.

시간이 지나 먼지가 사라지고 시야 가 다시 트였다.

«..

왕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김진철은 그 어떤 피해도 입지 않 은 이전의 상태 그대로였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예상치 못한 상황에 왕은 의문을 느끼다가 자신의 몸을 천천히 내려 보았다.

“이게 무슨……

자신의 육신 절반이 사라져 있었다.

검은 피가 바닥을 가득 적시고, 육 신의 감각은 느껴지지 않았다.

왕은 떠올렸다.

마기가 김진철에게 닿던 그 순간 펼쳐졌던 원형의 마법진을.

그 마법의 정체는…….

“……원반격.”

김진철을 상징하는 절대 방어의 마 법.

그리고 그를 세계 최강의 마법사라 는 자리에 올려놓았던 최강의 마법.

“……그 짧은 시간에 술식을 완벽 하게 구현했다고?”

왕은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김진철이 강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정도를 넘어선 게 아 닌가?

“괴물인가……?”

Z、O O O

왕의 육신은 빠르게 재생되어 원래 의 형태로 돌아왔다. 0.5초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다.

김진철은 그런 왕을 보며 살짝 눈 썹을 꿈틀거렸다.

“놀라운 재생 능력이군.”

왕의 주변으로 검은 마기가 다시 피어올랐다.

마기를 한 점으로 모았던 아까와는 달랐다.

수십 가지의 마기의 줄기.

왕이 웃으며 말했다.

“재밌군. 그럼 네가 가진 절대 방

어와 내가 가진 무한의 생명력…… 뭐가 더 강한지 겨루어 보자.”

이내 수십 가지의 줄기가 김진철을 향해 쏘아졌다.

그리고 김진철을 중심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원반격이 동시에 구현되 었다.

번쩍!

눈부신 섬광과 함께 이서준의 소백 천이 크게 휘둘러졌다.

검은 피가 바닥을 적시고, 마인의 몸은 두 동강이 나며 쓰러졌다.

“……김선우는 대체 어디 있는 거 야?”

김선우를 찾기 시작한 지 10분.

사방에서 강한 마기와 마력들이 터 져 나오고 있어 김선우의 마력을 추 적할 수 없었다.

물론 계속해서 등장하는 마인의 군 세에 방해를 받은 것도 컸다.

신영준은 거대한 창으로 눈앞의 마인을 쓰러트리며 말했다.

“오늘 축하 파티는 물 건너갔네.”

“그러게. 조금 기대했는데.”

유아라가 조용히 중얼거림에 신영 준이 획 고개를 돌렸다.

“뭐야. 관심 없는 척하더니 기대하 고 있었어?”

유아라가 입을 다물자 이현주가 말 했다.

“농담할 시간 아니야. 집중해.”

“……알았어.”

그때, 어디선가 소름 돋는 마기가 느껴졌다.

이서준 일행은 빠르게 시선을 돌렸

—크아아악!

협회 요원으로 보이는 이가 붉은 피를 뿌리며 쓰러진다.

그리고 그 앞에 피로 물든 후드를 뒤집어쓴 괴한이 서 있었다.

이내 솟구친 요원의 피가 천천히 괴한의 몸에 흡수되었다.

“마인……

평범한 마인은 아니었다.

S등급의 마인을 상대한 경험이 있 던 이서준이기에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저건 S등급의 마인이다.

그리고 후드 사내의 시선이 이서준 을 향했다.

“……이서준인가?”

그 말과 동시에 이서준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후드의 사내는 검은 마기를 끌어 올리고는 이서준을 향해 돌진했다.

파앗!

쿵!

둘이 부딪히며 강한 마력의 충격파 가 터져 나왔다.

“크윽!”

하지만 녀석의 힘이 너무 강했다.

명확한 힘의 차이로 인해 이서준의 몸이 뒤로 크게 밀려났다.

이를 놓치지 않고 이어지는 마인의 공격.

유아라와 이현주, 신영준은 이서준 을 지키기 위해 마인을 공격했다.

하지만 마인은 검은 마기의 장막을

펼치며 그들의 공격을 손쉽게 무효 화했다.

“……귀찮게 하는군. 한 번에 죽여 주마.”

우우우웅!

뒤로 물러선 마인의 몸에서 검은 마기가 기둥처럼 하늘 위로 솟구쳤 다.

그 여파로 생겨난 강한 바람으로 인해 모두의 몸이 밀려났다.

윤하영은 그런 전투 상황을 지켜보

며 침을 꿀꺽 삼켰다.

가공할만한 마기의 폭풍.

이대로라면 저 마인에게 모두가 죽 을 것이 분명했다.

원래라면 김선우의 허락이 있어야 했지만, 지금은 친구를 지켜야 할 때.

윤하영은 어쩔 수 없이 멸마의 힘 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마력을 끌어올리려던 그 순 간.

파앙!

하늘 위에서 검은 마력의 줄기 하 나가 마인의 가슴 중앙을 꿰뚫었다.

마인의 몸에서 뿜어지던 검은 마기 의 기둥은 이내 힘을 잃으며 사라졌다.

“……이게 무슨.”

마인은 당황한 얼굴로 자신의 가슴 에 뚫린 검은 피를 매만졌다.

이내 검은 마력이 쏘아진 방향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빌딩 위에 금발의 여성 하나가 긴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서 있었다.

“……선화? 어째서 네가?”

금발의 여인. 같은 십마회의 간부 이자 S둥급의 마인인 선화였다.

선화는 빌딩의 옥상에서 지상으로 착지했다.

갑작스러운 마인의 도움에 이서준 은 당황했다.

마인이 마인을 공격하다니? 그것도 같은 S등급끼리.

“무슨 일인 거지……?”

선화는 뒤를 돌며 이서준을 흘겨보 더니 입을 열었다.

“가라.”

짧은 한마디에 신영준이 의문을 느 끼며 물었다.

“……왜 마인이 우리를 돕는 거 지?”

그 물음에 선화가 대답했다.

“……너희를 지켜달라는 부탁이 있 었거든.”

“부탁? 우리를?”

부탁이라니?

모두가 의문에 찬 표정을 짓자 선 화와 김선우의 관계를 어렴풋이 알 고 있던 윤하영이 눈치챘다.

“얘들아! 여기는 저 사람한테 맡기

고 가자.”

“……옹? 믿어도 되는 거 맞아?”

“어. 믿을 수 있어.”

확신에 찬 그녀의 대답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윤하영이 선화에게 시선을 돌렸다.

“선우는 어딨죠?”

선화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왼쪽을 가리켰다.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

“가자!”

윤하영이 먼저 앞장서서 달려갔다.

김선우의 말에 의하면 ‘왕’은 멸마 의 힘을 가진 나만이 죽일 수 있다 고 했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 생기기 전, 어떻게든 합류해야 한다.

마기의 가시가 나를 향해 쏘아졌다.

나는 장막을 펼치며 정환의 공격을 하나하나 막아냈다.

달의 가호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s등급의 마인과 상대하는 것은 오랜 만이었기에 벅찬 기분이 들었다.

“……뭐지? 생각보다 약한데?”

나와 전투를 치르던 정환은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2명의 S등급 마인을 동시에 상대 했던 ‘마인 사냥꾼’과는 능력의 차 이가 커 괴리감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왜 이것밖에 안 되지? 아니면 공 개된 장소라 일부러 힘을 숨기는 것 이냐?”

콰앙!

나는 다시 마기를 막아내었다. 몸 이 뒤로 크게 밀려나고 어깨에 작은 상처가 생겨났다.

“……후우.”

녀석의 말대로 평소보다 덜 사용하 고 있는 건 맞았다.

‘왕’의 계획을 정확히 모르는 지금,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대자연의 심장이나 투쟁심 같은 능력을 아껴 둬야 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다.

“……대체 특무팀은 뭘 하고 있는 거야.”

김진철은 어디서 뭘 하는 거고, 또 다른 요원들은 또 어디서 뭘 하는 건지.

윤하영, 얘는 지금 안전하긴 한 건 지 그것도 걱정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도움이 안 된다 는 걸 알았는지, 최서윤이 협회 요 원들을 찾으러 갔다는 점이다.

그때 정환이 내게 말했다.

“……설마 예언의 아이가 아니었던 건가?”

내가 방어만 하고 있자 정환이 착 각한 둣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작게 혀를 찼다.

“쳇. 헛다리를 짚은 건가? 그럼 예 언의 아이는 어디에 숨은 거지?”

정환은 나를 노려보더니 주먹을 곽 쥐었다.

“젠장. 이럴 때가 아니군.”

우우웅!

마인의 머리 위에서 다시 한번 검 은 마기가 솟구쳤다.

나는 그것을 보며 짧게 한숨을 내 쉬었다.

“에휴, 나도 모르겠다.”

왕을 떠나서 일단 살고 봐야 할 것 같다.

운이 좋은 건, 능력을 사용하지 않 더라도 녀석을 죽일 수 있다는 ‘유 일한 상황’이 녀석의 손에서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 정환의 마기가 나를 향해 쏘아졌다.

나는 타이밍에 맞춰 ‘순간 가속’을 발동했다.

이후 체감되는 시간이 느려지며 녀 석의 공격이 느리게 보이기 시작했다.

우우웅!

나는 그 짧은 시간 손바닥을 펼쳐 술식을 구현했다. 술식은 빠르게 완 벽한 형태로 완성되었다.

순간 가속이 있는 한 타이밍은 완 벽하다.

그렇게 마기가 술식에 닿는 그 순 간, 나는 ‘원반격’을 발동했다.

우우웅.

파앙——

녀석이 쏘아낸 마기는 그대로 반사

되어 정환을 향해 쏘아졌다.

이에 당황했는지, 정환은 자신의 마기에 그대로 노출되었다.

콰아아앙!

“크아아악!”

정환의 상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 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내 계획이 성공했음을 확인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짧게 숨을 내쉬고는 정환을 바라보 았다.

녀석은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진 채

몸을 빠르게 재생하고 있었다.

“크으윽! 네노오옴……

그렇게 몸을 재생하려던 그때 나는 녀석의 몸에 마법을 방출했다.

파앙!

“끄아악!”

다시 한번의 공격으로 터져 나오는 비명.

정환의 두 눈이 검게 물들기 시작 했다. 폭주화가 시작되려는 것이다.

그때 정환은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느낀 듯 방금 당한 상처 부위를 내려보았다.

“이건?”

정환은 자신의 몸이 불타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이제서야 방금 내가 쏘아낸 마법의 정체를 깨달은 모양이다.

나를 향한 정환의 두 눈이 크게 떨렸다.

“……이, 이건 멸마의 힘?”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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