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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화 (404/535)

405화

갑작스레 휘몰아치는 마기의 기운 을 느낀 하령은 백두산에 도착했다.

붉은빛으로 물들어진 새하얀 눈밭.

바닥에는 인간의 시체가 주변에 가 득했고, 그 중심에는 왕이 홀로 서 있었다.

하령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마른침 을 삼켰다.

시체들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의 혼 적…….

이들 모두가 전 세계에서 이름을 날리는 S등급 마법사들이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 왕에게서 느껴지는 기 운은 평소 자신이 알던 모습과는 조 금 달랐다.

전보다 더욱 포악한 힘이 느껴졌 고, 또 말로 설명하기 힘든 신비의 기운 같은 것이 느껴졌다.

지금 왕의 모습은…… 마치 전대 왕을 살해하던 그 날과 같다고 해야 할까?

그날에도 그는 이런 위험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본능적으로, 지금의 왕이라

면 멸마의 힘을 가진 예언의 아이라 도 그를 어찌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때 왕이 입을 열었다.

“하령인가?”

“……하산 중 갑작스러운 마기에 놀라서 왔습니다. 왕이시여.”

정신을 차린 하령은 곧바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남몰래 왕에 대한 적대감을 키워온 하령이었지만 그의 앞에서는 충신을 연기해야 했다.

“……저 시체들은 협회의 인간입니

까?”

“그렇다. 마침 힘을 시험하고 싶었 는데 좋은 실험체가 찾아와 줬지.”

하령은 입을 다물었다.

남아 있는 기운으로 보았을 때 이 시체들은 특무팀의 요원들이 분명했다.

그리고 특무팀이 이곳, 백두산까지 찾아왔다는 건 협회가 십마회 본거 지의 위치 추적에 거의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령은 슬쩍 눈밭의 발자국으로 시 선을 돌렸다.

예상외로 도망친 둣한 혼적이 남아 있었다.

지금의 왕이라면 그 어떤 인간도 도망칠 수 없었을 텐데.

“두 놈을 놓쳤다.”

하령의 마음을 읽은 둣 왕이 먼저 말했다.

“신비를 사용하더군. 방심했어.”

“……곧 협회에서 찾아오겠군요.”

“아마 그렇겠지.”

충분히 두려워할 법한 상황이었지만 왕의 목소리는 침착했다.

아니, 오히려 그의 목소리에서 자 신감이 느껴졌다.

그 근거는 아마 왕이 지금 뿜어내

고 있는 이질적인 기운일 것이다.

대체 뭘까. 저 힘은? 분명 정상적 인 힘이 아닌 것은 분명한데.

혼자 생각에 잠겨있는데 왕이 말했다.

“여기 시체들을 모두 마력의 정수 로 만들어라.”

“혈석 말입니까?”

“그래. 예언의 날을 대비해 준비해 야겠지.”

혈석은 피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돌 이다.

마인의 고유 특성인 ‘흡혈’의 효과

를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 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하령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다.

“……왕이시여. 협회에서 이곳을 찾아올 것인데, 다음 계획에 대해 여쭈어봐도 괜찮겠습니까?”

“한세진이 가진 수많은 신비가 있 다. 우리는 그가 가진 힘을 이용해 시간을 끌 생각이다.”

왕은 말을 이었다.

“그다음 우리가 할 일은 예언의 아

이를 찾아내 처치하는 것…… 그것 을 위해 김선우가 정말 예언의 아이 가 맞는지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겠 지.”

“……그 말씀은?”

“정환을 녀석에게 보냈다. 그리고 협회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이 제 곧 동시다발적인 테러가 시작될 것이다.”

정환. 십마회에 얼마 남지 않은 왕 에 충성을 맹세한 S등급의 마인이었다.

하령은 본능적으로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정환을 바쳐 김선우가 예언의 아이 인지 확인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테러라니?

그 정도의 계획이 있었음에도 나는 왜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

그런 의문을 느끼던 사이 왕이 말 했다.

“하령, 한 가지 묻겠다.”

«..

“혹시 십마회의 정보를 흘렸나?”

십마회 조사 사건에 대한 결과가 알려지며 마법사 협회는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파견된 특무 요원 8명 중 6명이 사망했다.

S등급의 최정예 요원들로 이루어졌 던 만큼 협회는 큰 충격에 빠져있었다.

“당장 병력을 모아 파견해야 합니 다!”

마법사 협회 건물 최상층에 위치한 간부 회의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 에 협회의 최고위 간부들이 한자리 에 모였다.

그중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낸 것은 ‘염제’라는 칭호를 가진 노인, 곽진 혁이 었다.

“무려 6명의 요원을 잃었습니다. 그것도 왕이라 불리는 마인의 수장 하나에게! 더 큰 피해를 입기 전에 우리가 먼저 공격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패왕’이라는 칭 호를 가진 마법사, 미하일이 말했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합니다. 함정의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먼저

우리가 확인해야 할 건 ‘왕’이 가진 비상식적인 강함의 정체를 먼저 파 악하는 겁니다.”

수사팀의 생존자, 정현수의 증언에 따르면 왕은 순식간에 6명의 요원들 을 살해했다고 한다.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마인의 왕 이라고는 하나 혼자서 6명을 순식간 에 살해하다니?

그 강함은 비상식적이었다.

최강의 마법사라 불리는 ‘김진철’ 이라면 또 모를까.

“무엇보다 마인에게는 ‘흡혈’이라는 인간의 피를 흡수하며 강해지는 특

성이 있습니다. 지금의 왕은 더욱 강해져 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그래서 이대로 구경하자는 겁니 까? 그리고. 김덕현.”

염제가 ‘특무팀의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김덕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특무팀의 안일한 대처로 여섯이나 되는 최정예 요원을 잃었습니다. 이 걸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김덕현은 입을 다물었다.

그로서는 할 말이 없었다.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못한 자신

의 잘못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이번 일은 책임지고 반드시 해결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번 일이 끝나면 직책을 내려놓겠습니다.”

“쓰읍.”

염제가 짧게 혀를 찼다.

그때 였다.

“그만하게. 내가 나서지.”

들려오는 중후한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

그곳에는 수염을 매만지는 노인, 김진철이 앉아 있었다.

“……회장님?”

“아무리 많은 요원을 투입한다 해 도 녀석의 앞에서는 개죽음을 당할 뿐이야. 불필요한 희생이 생길바에 내가 나서는 게 맞아.”

“……하지만 재앙급 마수의 감시로 바쁘신 거 아닙니까?”

재앙급 마수, 크루아스의 출몰 소 식이 들려온 이후 협회는 용의 감시 에 많은 인력을 쏟고 있었다.

그리고 김진철은 그 중심에 있었다.

“뭐, 하루 이틀 정도면 괜찮겠지. 설마 그 도마뱀 놈이 내가 자리 비

운 사이에 뭔 일을 벌이겠어?”

“……그건 모르는 일입니다.”

패왕의 말에 김진철은 자리에서 일 어섰다.

“됐다. 도마뱀 하나 감시하겠다고 그보다 더 작은 모기한테 당하는 꼴 은 내가 못 본다. 너희들은 남아서 대기해.”

[……이것으로 프로 마법사 자격증 수여식을 모두 마칩니다.]

마법사 협회 인근에 위치한다목적 대강당.

기다리고 기다렸던 프로 마법사 자 격증의 수여식을 모두 마쳤다.

이것으로 이서준과 또래인 주요 등 장인물들은 정식 프로 마법사가 되 었다.

축하할 일이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이들의 활동폭이 넓어진 만큼, 목 숨을 위협할 사건들도 뒤따라올 테 니 말이다.

“축하한다!”

“아들~ 드디어 꿈을 이뤘네?”

주변을 둘러보자 꽃다발을 받으며 축하를 받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해맑게 웃으며 가족들과 행복을 공 유하는 모습.

슬쩍 시선을 돌리니 주요 등장인물 인 신영준, 이현주, 윤하영 역시 가 족들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었다.

“영준이 축하해~ 나대다가 다치지 말고!”

“……아이 엄마도 참.”

“하영아~ 축하한다〜”

“할머니이이…… 훌쩍.”

나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다가 이서준을 찾았다.

“……역시.”

예상대로 이서준도 여기저기서 많 은 꽃다발을 받고 있었다.

정장을 입은 모습을 보아하니 협회 사람인 거 같은데.

아마 그의 유일한 가족이라 할 수 있는 김진철의 명령을 받은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저거 불의 마녀 아니야?”

“불의 마녀?”

갑작스레 터진 소란에 고개를 돌리 자 선글라스를 쓴 유아연이 유아라 와 함께 있었다.

주변 시선을 의식해 정체를 숨기려 한 모양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분 위기에 순식간에 들킨 모양이다.

“유아연과 유아라가 같이 있는 건 처음 보는데.”

“그나저나 분위기가 진짜 닮았다.”

기자들은 빠르게 유아연과 유아라 를 찍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유아라 는 당황한 눈으로 동공을 이리저리 굴렸다.

반대로 유아연은 일말의 표정 변화 를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보니 겉은 닮았지만 묘하게 다른 면이 있네.

그렇게 그들을 구경하는데 우연히 유아연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는 나를 향해 작게 미소를 지 었고, 나 역시 가볍게 고개를 끄덕 이며 인사했다.

“다들 행복해 보이네.”

축하해줄 가족이 있다는 건 언제나 좋은 일이다.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짓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렇게 홀로 강당 밖으로 나오자 무언가가 불쑥 내 앞에 튀어나왔다.

눈앞에 보이는 건 거대한 꽃다발 하나.

“......웅?’’

“프로 데뷔 축하드려요!”

꽃다발 뒤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최서윤?”

촤악!

내 부름에 꽃다발을 치우더니 그 뒤에 숨겨져 있던 최서윤의 웃는 얼 굴이 짜잔- 하며 나타났다.

“뭐야…… 언제 왔어? 수업은?”

“종례 끝나자마자 달려왔어요. 꽃 집 다녀오느라 시간이 아슬아슬하긴 했지만요.”

최서윤이 작게 웃으며 꽃다발을 내 품에 안겼다.

얼떨결에 꽃다발을 받은 나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뭐야. 엄청 감동적인데.

“고마워.”

“어? 그게 다예요?”

“아니. 진짜. 진짜로 고마워.”

농담으로 한 말에 너무 진지하게 대답해버렸는지 최서윤의 표정이 잠 시 어색함으로 물들었다.

바로 그때 다른 곳에서 누군가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였다.

“김선우 씨?”

“......아, 네.”

“받으시죠.”

사내는 내게 작은 꽃다발 하나와 종이 가방 하나를 넘겼다.

“……이게 무슨?”

“선물입니다. 안에 편지가 있으니 확인해주시면 됩니다.”

사내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어디론 가 사라졌다.

나는 멍한 눈으로 사라진 사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꽃 사이에 숨 어 있는 편지를 확인했다.

[프로 데뷔 축하해요. 직접 드리고

싶었는데 일이 너무 바빠서 찾아뵙 지 못한 거 미안해요. -한세연]

한세연에게 온 편지였다.

김진우도 아니고 김선우의 신분으 로 이런 선물을 받자 조금 당황스러 움이 느껴진다.

“……누구예요?”

최서윤의 물음에 나는 편지를 주머 니에 넣었다.

“한세연.”

“……한세연? 한성제약이요?”

그녀의 두 눈이 크게 휘둥그레졌다.

“그분이 왜 선배님한테 꽃을 줘 요?”

“부유 섬에서의 일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김선우의 신분으로 한세연과 깊게 얽힌 일은 그때뿐이다.

한세연이 도움에 꼭 보답하겠다고 말하기도 했고.

“아…… 저도 듣긴 했어요.”

최서윤은 생각에 잠긴 얼굴로 고개 를 끄덕였다.

“맞다. 오늘 다 같이 축하 파티하 기로 한 거 기억하죠?”

기억하고 있다. 다들 가족과 함께 있어서 축하 파티가 진행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 그렇지. 3시간 뒤였나?”

“네네. 식당도 예약했어요. 기대하 셔도 좋아요.”

그렇게 말하며 최서윤은 길을 걸었다. 나는 천천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런데 다른 애들 다 가족이랑 함 께 있던데. 파티에 오긴 하려나?”

“그럼 둘이서 하면 되죠.”

최서윤이 뒤를 돌며 빙그레 웃었다.

왠지 모를 사심이 느껴져 순간 어 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한가하면서 평화로운 시간 이 흐르던 그때였다.

위이이이이잉- 위이이이잉-

어디선가 커다란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나와 최서윤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정체불명의 마력 흐름 감지. 정체

불명의 마력 흐름 감지.]

“……뭐야.”

정체불명의 마력 흐름?

이내 경보음이 다시 울렸다.

[시민 여러분들은 서둘러 대피해주 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동시에.

콰아아아앙!

“꺄아아악!”

사방에서 거대한 마력의 폭발이 터 져 나왔다.

회귀한 엑스트라가 천재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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